[정희진의 낯선 사이]경찰 무기 수출과 무기 박람회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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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알프레드 바그츠는 그의 저서 <군사주의의 역사(A history of militarism)>에서 군사주의와 군사주의적 방식(military way)을 구분했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전시보다 그렇지 않은 시기에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즉 군사주의적 방식은 실제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군사 업무 전반과 상관없이 힘(武力, forces)을 신봉하는 문화를 의미한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힘의 원리에 의한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일상의 군사주의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개념이다. 군사주의적 방식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문화이자 삶의 조건이다. 군부 독재 시대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집어삼킬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대, 인류는 보살핌이나 책임의 원리보다 더욱더 힘과 영향력에 의한 일상을 감당하고 있다.
기존의 서구 페미니즘 이론은 안보 이데올로기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국외는 폭력이 만연한 약육강식의 무정부 상태이고, 국내는 그러한 국제질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안정과 질서의 공간이라는 안보 논리의 전제는 여성을 비롯한 대다수 비국민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교제폭력이나 아내에 대한 폭력에서 보듯이 여성에게는 국내나 가정이 더 위험한 공간일 수 있다. 많은 경우 여성이나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국가 내부에서 가장 큰 폭력적 상황에 노출된다. 국내 정치와 국제관계가 분할됐다는 이데올로기, 즉 국가라는 경계 자체가 국민국가 내부의 타자인 ‘비국민’에게는 의미 있는 정체(政體)가 아니라는 얘기다.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여성에게는 조국이 없다.” 노동자, 동성애자도 마찬가지다. 동성애자에게는 외국군보다 이성애 제도가, 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체제가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이들 국민국가 내부의 타자들은 공사 영역에 걸쳐 문화와 정상성이라는 이름의 일상적, 구조적 폭력에 시달린다. 이들에게 정치는 선거, 혁명, 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24시간 365일, 일상 자체가 정치적이며 갈등적인 시공간이다.
그러나 앞에 쓴 이야기들은 한국이 식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세계 군사력 5위, 무기 수출 점유율 4위가 된 상황에서 서구 페미니즘 이론을 ‘적용’할 경우의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는 지난 세기 식민과 분단, 전쟁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힘들었다’. 서구 이론은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 남한 사회는 부국강병을 꿈꿀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한국 근현대사의 경험은 우리의 윤리의식을 마비시킨 측면이 있다. 이른바 ‘피해자 의식(victimhood) 민족주의’다. 나는 한국에서 하기 힘든, 다시 말해 대중적인 소구력을 갖기 어려운 사회운동이 환경운동과 평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운동들은 모두 서구 중심의 근대성을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서구의 근대화 모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당대 한국의 진보 세력은 ‘K민주화’를, 대기업들은 ‘K살상’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무기를 수출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극히 미약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향후에도 지속될 한국 경제의 원동력이 된다는 무기 수출에 대한, 공론장이 절실하다.
경찰 무기
무기는 국가 간 전쟁 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전 지구적 내전 시대이다.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은 최루탄, 물대포 등 경찰이 사용하는 무기 수출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점에서 전쟁용 무기‘보다’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경찰 무기를 많은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산 경찰 무기의 남용으로 해당 국가에서 사람이 죽고 다치거나 민주주의 억압용으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산 경찰 무기를 수입한 35개국 중 약 90%에 달하는 31개국은 억압적 정권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그중 바레인, 인도네시아, 튀르키예, 페루 등 최소 10개국에서 지난 10년간 적어도 80명 이상이 한국산 경찰 무기 사용의 직접적 결과로 사망했다. 하지만 한국산 경찰 무기 수출에 대해 정부의 관리 감독이나 규제는 미흡하다.
한편 오는 12월8일부터 11일까지 ‘K-DEX 2026’이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다. ‘K-DEX’는 ‘대한민국 국제지상군방위산업전’(Korea International Army Defense Exhibition)의 줄임말로 이번 주제는 “피지컬 AI, 전장을 지배하다”이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대한민국 육군협회, 한국방위산업MICE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무기 전시회에 가자지구 학살에 가담한 기업들의 참가가 예상된다. 이 기업들은 ‘팔레스타인 실험실’에서 자행한 학살과 파괴로 그 성능을 검증받았다며 전쟁 무기를 팔아왔다. 몇몇 무기 회사는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해 그 무기가 팔레스타인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파괴와 살상을 수행했는지 내세우기도 한다.
특히 ‘가자 학살 오적’이라 불리는 록히드 마틴, 엘빗 시스템즈, IAI, 라파엘 및 이스라엘 국방부는 2023년 10월7일 이후 본격화된 가자 학살뿐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절멸 정책에 적극 가담해왔다(평화운동단체,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9월7일자 뉴스레터).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이들 기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그런 나라들도 이미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다.
식인 자본주의
자본주의 기술은 식량과 무기를 대량 생산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식량이 부족한 사회에 무기만 넘쳐나는 경우다. 자본주의 사회는 못 만드는 것이 없고, 못 팔 것도 없는 세상인가. 이 자유는 매우 위험하다. 자유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한다. 자유 대신 책임이 화두가 돼야 한다.
인체에 유해한 식품부터 고민거리다. 한국이 불량 식품을 수출했을 경우, 우리는 이를 “망신”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무기 수출은 대개 규모가 큰 수출이고, 기술력의 수출인 양 생각한다. 일부 진보 세력도 가담한 이 ‘가해자의 애국심’을 우리는 어떻게 성찰, 규제할 것인가.
‘K살상’의 부흥이 이재명 정권의 업적으로 기록될 판이다. 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전쟁 행위를 비판했지만, 무기 수출을 위한 세일즈 외교에는 적극적이다. K방산은 이미 무기 수출을 넘어 한국의 국가전략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기 수출이 국가전략 산업이라니. 197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들은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였다. 놀라운 변화지만, 이것이 지난 세월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정상(正常) 국가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국가는 사실 미국을 모델로 하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 타국에 파병을 강요하는 국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 문화제국주의 국가… 이처럼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예외적인 특수한 국가다.
근대 자본주의는 생각보다 다양한 국가 공동체 모델이 있다.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 중립국 스위스는 모두 평화로운 사회이고 외침의 걱정이 없다. 반면 우리는 무장하지 않으면 “무조건 당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미국이 ‘주입한’ 제로섬 게임의 사고방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팔 수 있는가?’라는 나의 의문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신매매, 장기매매, 성(sexuality) 산업에서 거래되는 여성의 몸을 보라. 자본주의는 영혼도 판다. 하긴 자본주의 자체가 노예 사냥과 매매로부터 시작됐으니 새롭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무기 수출은 새로운 현상이고 확장된 인식 프레임을 요구한다.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 도살, 자연 파괴, 직접적 살인 행위다. 자본주의는 본디 ‘경제’ 그 이상이었다.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 됨으로써 낸시 프레이저가 말한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를 실현하게 됐다. 식인 자본주의에 대한 프레이저의 저서 <좌파의 길>(서해문집, 2023)의 원제는, <자본주의 체제는 민주주의와 돌봄, 지구 그리고 우리의 실천 가능성을 어떻게 집어삼키고 있는가>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지명 약 2주 만에 사퇴하면서 차기 장관 인선을 둘러싼 논의도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용 의원이 지명된 이후 위성정당 창당과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거셌지만, 정작 성평등부 장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자질과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검증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3일 논평에서 “약 2주간 성평등부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성계에서는 차기 인선에서는 후보자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을 제대로 검증하는 한편, 장관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평등부의 위상과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평등부 장관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성평등과 가족 정책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관련 분야에서의 경험이다. 여기에 다른 부처 장관과는 조금 다른 능력도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정부 안에서는 다른 부처를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다.
성평등부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부처다. 성별 임금 격차와 여성노동은 고용노동부, 젠더 폭력은 법무부·경찰, 돌봄은 보건복지부·교육부 등과 맞물려 있다. 다른 부처의 정책에 성평등 관점을 반영하고 방향을 제시하려면 협업이 필수적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과정에서 여성운동을 비롯한 시민사회와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봤다. 신 교수는 “성평등의 정의부터 정책의 비전과 과제, 그것을 실현해가는 방법까지 여성 시민사회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장관 인선부터 의제 설정, 정책 집행까지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안에서는 때로 다른 부처와 부딪힐 각오도 필요하다. 권김현영 전남대 민주주의미래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성평등부는 정부 부처와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는 부처여야 한다”며 장관에게 필요한 자질로 “명확한 의제 설정과 돌파 의지”를 꼽았다.
[플랫]성평등가족부 장관 잔혹사
최근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는 이런 역할이 필요한 사례로 꼽힌다. 신 교수와 권김 교수는 보완수사권 폐지가 성폭력 등 젠더폭력 피해자에게 미칠 영향을 두고 우려가 나온 만큼 성평등부가 피해자들과 여성 등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 논의에 이를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했다고 봤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라도 성평등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부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내 사건에, 내 자리를] 수사기관을 찾은 성폭력 피해자는 어떻게 배신당하는가
결국 사람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평등부 장관이 다른 부처를 움직이고 때로는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려면 그에 걸맞은 권한과 위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계에서는 성평등부의 위상과 부처 간 조정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이 제기돼왔다. 장관의 위상을 부총리급으로 높여 다른 부처와의 협의·조정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국무총리 소속인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하고 권한을 강화해 범정부 차원의 성평등 정책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차기 장관 인선은 누구를 앉힐 것인지뿐 아니라 그 장관에게 어떤 역할과 권한을 맡길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인선에서는 이런 고민보다 정치적 필요가 앞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정부가 정책에 대한 비판과 지지율 하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장관 인선을 지지율 반등을 위한 카드로 활용했다”며 이번 개각을 “정치 공학 개각”이라고 비판했다.
▼ 김지혜 기자 kimg@khan.kr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한 양모씨가 신약 임상지원 연구비를 수주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접근을 시도한 정황이 나왔다.
1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보면, 양씨와 제넨셀 창업주 강모씨는 2021년 12월 말 제넨셀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ES16001’을 이용해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당시는 정부가 코로나19 신약 개발과 관련한 연구 과제를 선정해 정부지원금을 주던 시기였다.
강씨는 2021년 12월20일 카카오톡 메시지로 양씨에게 “제넨셀 과제 낸 거”라며 ES16001 관련 자료를 보낸 뒤, “어디 부탁할 데 있으면 해줘 달라”고 부탁했다. 양씨는 이틀 뒤 “이 건은 중간 연결자 컨설팅 수수료가 필요하다. 진행 의사가 있으면 알려주세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후보 보좌관 측 접견이요”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대화를 나눌 당시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정당별 경선이 끝났던 때로, 국민의힘 측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중개 수수료’가 로비 비용을 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주변에 공무원과 정계에 “자금을 풀었다”고 말해왔는데, 그는 검찰에서 이를 “중개 수수료다. 일종의 소개비”라고 진술했다. 검찰이 “공무원들에게 자금을 제공해 편의를 제공받는 게 괜찮다는 것이냐”고 묻자 “합법적인 한에서는 괜찮다”고 답하기도 했다.
양씨의 로비 제안을 강씨는 “국힘은 싫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양씨는 “이재명 라인은 승원옵(김 후보자)인데 보답을 못 해 다시 부탁하기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김 후보자가 식약처에 신약 임상시험 관련 민원을 전달했으나 보답하지 못해 연구비 지원까지 청탁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내년 선거에는 아무래도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것 같으니) 여러 채널이 좋을 듯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대선 당일인 2022년 3월9일 저녁에도 국민의힘 관계자를 접촉한 정황도 있다. 양씨는 강씨에게 “저는 국힘 쪽 사람들과 저녁 중”이라고 말했다. 강씨가 “국힘 되긋냐. 이재명 됐다. 기자들이 다 분당에 있다니까”라고 보냈다. 다음날 새벽 윤 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양씨는 “교수님 어째”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강씨는 윤 전 대통령 쪽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언급하며 “제주도 OOO 쪽 라인을 붙여놔야겠다”고 답했다. 양씨는 “OOO은 우리 제경련, 그리고 서 대표가 후원해서 라입업 되어 있다”라며 다른 제품 인허가를 국민의힘 측에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도 양씨와 대선 당일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 양씨는 이재명 당시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자료를 김 후보자에게 전달하며 “고생하셨습니다^^ 승리네요~~^^”라고 적었다. 김 후보자는 “그래? 조마조마”라고 답했고, 양씨는 “걱정마요^^ 확정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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