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수술, 머리 꼭 열어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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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해당 부분이 풍선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오른 상태를 말한다.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 환자는 뇌동맥류가 주변 신경을 압박해 두통이나 시야장애, 눈꺼풀 처짐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점점 부풀어오른 혈관이 어느 순간 갑자기 파열되면 뇌출혈이나 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키는데,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극심한 두통과 함께 목이 뻣뻣하게 경직되는 증상과 구토, 의식 저하 등이 발생한다. 이 경우 즉시 119구급대를 불러야 한다.
다만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이라면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료진이 동맥류의 크기·모양·위치를 비롯해 환자의 나이와 기저질환,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파열 위험도를 평가한 뒤 위험이 낮으면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시술·수술 등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전통적인 치료법으로는 머리를 열어 현미경으로 동맥류 부위를 직접 보면서 혈관 입구에 작은 금속 클립을 물려 혈류를 완전히 차단하는 클립결찰술이 있다. 머리를 열지 않고도 사타구니의 대퇴동맥을 통해 여러 개의 카테터를 넣어 뇌동맥류로 접근한 뒤 백금 코일로 동맥류를 채워 혈류를 막는 혈관 내 코일색전술도 있다. 클립결찰술은 재발률이 낮은 게 장점이지만 머리를 열어야 해 회복 기간이 길어지는 단점도 있다. 코일색전술은 반대로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과, 재발률이 클립결찰술보다는 높으며 때에 따라 항혈전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강정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더 우월한 치료법이 있는 게 아니어서 환자의 연령, 전신 상태, 동맥류의 위치와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전문의와 상의하며 결정한다”면서 “뇌동맥류는 무엇보다 파열되기 전 발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므로 만성질환자, 흡연자,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한 주요 역사적 사건이 누락됐다는 논란과 관련해 역사 체험·탐구활동을 확대하고 수업 지원자료를 개발하는 등 학생들의 역사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교육부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역사 체험 확대, 역사 심화 탐구동아리 운영, 역사 수업 지원자료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요 역사적 사건의 가치와 의의를 모든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앞서 경향신문은 이날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 1종이 동학농민혁명 등 주요 역사적 사건을 수록하지 않고도 검정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교과서를 사용할 경우 학생들이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교사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함께 전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 자율권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 대강화’를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교과서 집필과 교실 수업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 교육과정의 서술 항목과 내용을 간소화했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특히 초등학교 사회 과목의 역사 영역은 학생들의 역사 이해 수준을 고려해 당시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러한 방향에 따라 교과서 개발과 검정 심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등 사회 역사 영역에서 동학농민운동을 비롯한 주요 역사적 사건의 수록을 최소화하고, 구체적인 수록 여부는 교과서 집필 단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진행한 검정 심사 결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의 중요성엔 공감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지난 2월 발표한 ‘학교 역사교육 활성화 방안’을 바탕으로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역사 체험을 확대하고 역사 심화 탐구동아리 운영과 역사 수업 지원자료 개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탐구 중심 역사교육과정 운영 사례집과 초등 역사 탐구·체험 활동 보조자료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교과서 내용과 관련해서는 통상적인 교과서 수정·보완 절차에 따라 해당 출판사에 관련 내용을 전달해 자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38년 정치 인생을 “눈칫밥에 익숙한 비주류 인생”이라고 말하곤 한다. 대구가 고향인 민주당 정치인, 특별한 족보나 유산도 없는 대선 주자라는 정체성 때문이다. 그를 상징하는 공존과 통합 역시 정치적 소명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생존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혐오와 갈등이 지배하는 정치 환경에서 김부겸 정치는 통하지 않았고 그 역시 머뭇거리다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로동선(夏爐冬扇·당장은 쓸모없다는 의미)으로 평가받던 그가 지난 6·3 대구시장 선거에서 확 바뀐 모습으로 등장했다. “나를 한번 써먹어보라” “대구가 국민의힘을 버리라”고 한 출사표부터 강렬했다.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해 나섰다는 예전 ‘낭만적 희생’을 앞세운 선언문이 아니었다.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대다수 언론과 여론은 그의 도전을 ‘가장 아쉬운 낙선’, ‘패배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래서인지 지방선거 후 벌써부터 그를 차기 대선 주자로 꼽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차기 대선은 멀었고, 대체 불가능한 후보라기엔 한계도 적지 않다. 김부겸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를 실체로 만들 세력은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패배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해온 김 전 총리를 지난 1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대구에서 확인된 변화의 열망을 전국으로 확장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현실 정치를 떠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차기 총선의 대구 출마는 회의적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역으로 이동하는 길에 못다 한 질문을 하려 했지만 그를 알아보고 몰려든 시민들이 많아 추가 인터뷰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 6·3 대구시장 선거에서 45.05%(58만6927표) 득표율로 선전했지만 낙선했습니다. 민주당계 후보로 의미 있는 성과인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지 못해서 안타깝고 송구합니다. 다만 45.05% 득표율은 1995년 민선 지자체 출범 후 민주당계 후보가 거둔 최대 성과입니다. 대구 시민 2명 중 1명이 더 이상 ‘일당독점 구조로는 미래가 없다’는 경고를 보낸 겁니다. 이번 선거는 수십 년간 일당독재에 끌려다닌 대구가 경쟁과 활력의 도시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확인한 분기점이었다고 자평합니다.”
- 12년 전 대구시장 첫 출마 당시와 이번 선거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12년 전에는 대구의 일당독점과 지역주의를 깨야 한다는 신념이 가장 컸습니다. 반면 이번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33년째 꼴찌, 연간 청년 1만명이 떠나는 현실을 바꾸고, 대구 경제를 살려보자는 시민들의 요구가 우선이었습니다. 선거 사무실을 찾은 한 국밥집 아주머니가 ‘보수의 심장을 지키다 대구의 심장이 꺼져간다’고 했을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12년 전 출마가 일당독점에 맞선 몸부림이었다면 이번엔 생존을 위한 절박감의 동맹이었다고 할까요. 그 동맹 속에서 대구를 살리는 데 김부겸을 한번 써먹어보자는 시민들의 절실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 하지만 ‘김부겸은 좋은데, 정당은 못 찍겠다’는 정서가 선거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한계를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대구에서 선거를 5번 치르는 동안 정당 지지율과 개인 지지율 사이에 20%포인트의 간극이 존재했습니다. 이 간극을 메워야 민주당이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제2·제3의 김부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선거 때마다 후보를 차출하는 방식은 이젠 통하지 않습니다. 내 삶을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정당, 국가와 지역을 책임질 수 있는 신뢰를 보여주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도 김부겸이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는 컸지만 스타벅스 탱크데이 사태나 조작기소 특검법 등 민생과 거리가 먼 이슈들이 보수를 결집시켰고 결국 전체 선거 국면을 뒤집었습니다.”
- 낙선자(김 전 총리)에게 공항 이전, 시도 행정통합 등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지역 여론에 아쉬움은 없습니까.
“오죽 답답하면 낙선한 내게 그런 요구를 하겠습니까. 내가 전면에 나설 수는 없지만 대구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는 다할 생각입니다. 산업 경쟁력, 먹거리 등 대구 미래가 걸린 사안에 적절히 목소리를 내고, 개인 네트워크를 동원해서라도 해결책을 찾아보려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런 부분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습니다.”
- 그렇지만 대구의 보수 표심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도 확인된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대구 시민이 국민의힘을 지지해온 바탕에는 산업화와 국정을 주도했다는 자부심, 국가적 위기 때 먼저 나섰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있습니다. 대구의 ‘보수성’은 구국운동과 산업화를 이끈 자존심이며, 이는 존중받고 계승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정치적 독점은 대구의 고립을 초래했습니다. 대구의 자존심은 지키되 정치적 독점으로 인한 고립은 깨야 합니다. 이것이 대구의 보수성을 진정으로 지키는 길입니다.”
- 차기 총선에서 다시 대구에 출마해 ‘정치 쇄신’을 완수할 생각이 있습니까.
“내가 더 출마해서 되겠습니까. 개인의 희생과 결단에 의존하는 방식은 끝내야 합니다. 민주당이 대구에서 성장하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선거제도와 정치제도 개혁을 이뤄 다음 씨앗이 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당 차원에서는 영남권 비례대표 우선 배정과 같은 제도의 사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 대구 재출마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네요. 섭섭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디에 갈 것인가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우선하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소외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겁니다. 대구에서 확인된 변화의 열망을 전국으로 확장하기 위해 어디에 몸을 던져야 할지 시간을 두고 고민하겠습니다.”
- 8·17 전당대회 후에도 여당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통합을 지향해온 정치인으로서 우려가 클 것 같습니다.
“두 가지 점에서 걱정이 많습니다. 우선, 집권여당이 중도실용과 진보개혁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 설정입니다. 민생에 안정감과 책임감을 주지 못하는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최근 지지율 하락 원인이라고 봅니다. 검찰개혁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민생은 외면한 채 검찰과 싸움만 할 건지 답답해하는 국민도 적지 않습니다. 내란 청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사법 절차와 특검을 통해 이미 처벌과 단죄가 이뤄지고 있는데 내란 청산에 너무 많은 힘을 빼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어야 합니다. 강경파 목소리에 당이 끌려가는 현실도 안타깝습니다. 다른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지면 민주당 자산인 다양성과 역동성이 사라지고 맙니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그 과정을 충분히 보장하는 정당이 되길 바랍니다.”
-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유시민 작가의 비판이 여권 분열 원인이라는 시각은 어떻게 봅니까.
“(잠시 생각하다가) 유 작가가 국정 최종 책임자인 이 대통령의 정책 행보를 너무 원론적으로 해석해서 정계개편(구조적 다수)으로 단정한 건 과도하다고 봅니다. 유 작가가 이 대통령이 잘되길 바란다고 한 만큼 공동체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토론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김민석 대표가 여당이 처한 문제들을 잘 풀어가고 있다고 보나요.
“김 대표가 오랜 시련을 겪은 정치인인 만큼 잘할 것이라 믿지만 좀 더 신중해야 합니다. 예컨대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다’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는데, 국민 삶을 고민해야 할 여당 대표가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됩니다. 고물가, 자영업 불황, 전월세 폭등 같은 민생 위기에 이런 현수막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먼 한가한 소리 아닙니까. 김 대표가 국무총리로서 국정을 살핀 경험이 있으니 국민 마음을 더 세심히 읽고, 내부 갈등을 잘 수습해주길 바랍니다.”
-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여야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강성 지지층에 기댄 포퓰리즘 정치로 인해 양극단이 지배하는 구도가 공고해졌습니다. 이런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당이 먼저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야당 역시 무조건 반대만 하는 거로는 대안 세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조속히 가동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안을 논의해야 합니다.”
-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 가능성 언급 후 개헌 논의가 표류 중인데, 이번 국회에서 개헌 추진이 가능할까요.
“개헌은 공동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공존의 틀을 만드는 일입니다. 정치권이 권력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권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윤석열 내란과 2번의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이미 87년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는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4년 중임제 및 분권형 개헌) 논의도 지체할 이유가 있나요. 다만 정치 불신이 큰 만큼 여야가 공존의 정치를 모색하는 모범을 보여 개헌 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승자독식 체제를 바꾸는 선거제 개혁(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조)도 반드시 병행 추진돼야 합니다.”
-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철회와 연임 불가 선언이 선행돼야 개헌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이 1년 넘게 탈탈 털고도 이 대통령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공소취소 문제는 우선 조작기소 특검을 통해 기소 과정의 무리한 조작 여부를 밝혀낸 뒤, 조작이 드러나면 검찰에 공소취소를 요청하고 법원은 공소를 기각하는 방법이 타당합니다. 이런 절차를 잘 아는 대통령이 납득할 수 없는 법 논리를 고집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현행법 절차대로 진행하면 이 대통령 관련 의구심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겁니다. 이와 별개로 국민의힘이 대통령 핑계를 대며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건 현 체제에 안주하겠다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 등 인사 난맥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용 후보자의 사퇴는 만시지탄입니다. 비례 위성정당 출신으로 의원직과 장관 후보를 겸직하겠다는 건 공정을 중시하는 동 세대의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 용 의원이 기본소득당에서 정치적 비전을 키우고 진보의 미래를 만드는 게 스스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봅니다. 반면, 김 후보 관련 의혹은 폭로성 내용이 많은 만큼 인사청문회에서 정확하게 검증해보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거나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면 그 후에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두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 문제로 인한 국정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를 밀어붙이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 규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가 낙마했을 때 박정규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수석이 책임지고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책임지는 사람은커녕 누가 인사를 한 건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이 짊어져야 합니다. 검증 시스템을 바로 세우고, 대통령도 예스맨들을 정리하고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참모들을 곁에 두는 내부 인적 쇄신에 나서길 당부합니다.”
- 부동산 문제와 2030 청년세대 이탈에 대한 대안은 무엇입니까.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집값 잡기보다 주거 안정입니다. 세제를 개편하고 공급을 확대해도 실거주자들을 쫓아내는 정책이 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분배되지 않아 약자층이 두꺼워지는 현실을 바로잡는 게 부동산 정책의 기조여야 합니다. 이번주부터 시작한 대학 강연에서 청년들에게 ‘당신들이 답답해하는 이슈를 공론화해라,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만으로는 당신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려고 합니다. 고민하는 훈련은 됐지만 ‘포시라버서’(고생을 모르고 자라 험한 일을 할 줄 모른다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선배들의 과오를 지금 청년세대가 반복해선 안 된다고 호소할 생각입니다.”
-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외교적 난제입니다.
“파병은 어떤 이유든 이란과 부딪치는 위험한 현안입니다. 일각에선 한·미 동맹이 파병 명분이라지만 어디까지가 동맹의 활동인지, 동맹 의무만 중시하다가 우리 장병들을 화약고로 밀어넣는 건 아닌지 사전에 철저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원유 수송로 확보가 목적이라면 우리만큼 유류 문제가 절박한 일본은 왜 파병하지 않는지 등 유사한 처지의 다른 나라 동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이라크 파병도 전투부대를 보낸 게 아니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곤욕을 치렀습니다. 무엇보다 파병은 국회 동의 과정에서 명분과 범위 등 전모를 공유하고, 국민적 동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이 대통령이 국정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입니까.
“이 대통령은 유능하고 결단력 있는 정치인입니다. 다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아우르는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AI) 전환에 따른 양극화, 청년들의 좌절감 등 국민 모두가 아파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폭넓은 리더십을 갖길 바랍니다. 유심히 지켜보는 중인데, 국무회의 생중계를 적절한 수준만 공개해 국무위원들의 적극적인 토론과 경쟁을 유도하길 권합니다. 여러 정황을 보니 대통령 주변에 민심의 경고를 직언하는 통로가 막혀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제 적극 목소리를 낼 건지, 당분간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둘 건지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2016년 대구 수성갑 총선에서 당선됐을 때 김부겸 정치의 소명인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에 어느 정도 기여했고, 이번 지방선거 출마가 그 소명을 실천하는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공동체를 보면서 뒷짐 지고 방관하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발언을 해온 편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면서 강연이나 기고를 통해 필요한 발언을 할 생각입니다. 그러다 보면 제 역할이 있을 겁니다.”
- 팬덤이 많거나 열성 지지층이 있어야 주목받는 현실에서 김 전 총리 같은 통합형 정치인의 자리가 있을까요.
“평소엔 화려하고 속도 빠른 스포츠카만 쳐다보지만, 비바람이 불 때는 안전하게 고개를 넘을 사륜구동차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공간은 명분과 가치를 들고 스스로 깃발을 세울 때 열립니다. 아직 제 역할이 남아 있다면 정치 인생 마지막에 비겁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겁니다.”
- 아무래도 그 마지막 소명이 내년 4월 예상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차기 대선이 될 것 같은데요.
“지방선거 패배 상처가 겨우 아물고 있는데 벌써 차기 행보를 언급할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특정 선거를 염두에 두고 유불리를 계산하며 선거판을 기웃거리지 않겠다는 건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건 김부겸의 정치가 아닙니다.”
(김 전 총리는 반복된 질문에 차기 대선 출마는 “묻지 말아달라” 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내가 또 지자체장에 도전하는 건 대구 시민들께 도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 후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압니다. 이재명 정부가 역할을 요청한다면 수용할 생각이 있나요.
“(망설임 없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 역할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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