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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황경상의 하이퍼 파라미터]읽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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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8-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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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아예 중국 이름이네요.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읽을 수가 없어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올린 영상 속 말이다. 그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에 찬성 투표한 의원 명단을 비추다 ‘朴芝源’이란 이름 앞에서 멈추더니 “한국 정계에 중국인이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동명이인인 두 박지원 의원을 구분하느라 한 사람을 한자로 표기했을 뿐인데, 그것은 ‘중국 간첩’의 증거가 됐다.
“반국가세력끼리 공유하는 신종 암호라도 되는 모양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지난 광복절 경축식 무대 뒤편 태극기가 잘못 걸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당 손수조 미디어대변인은 “국가 전복을 획책하는 내란”이라고까지 했다. 광복군이나 김구 선생 등이 사용했던 옛 태극기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두 사람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은 이 글을 쓰는 19일 현재까지 그대로 걸려 있다. 정정도, 사과도 없다.
한자·옛 태극기엔 ‘반국가’ 낙인정보 유출 쿠팡 대미 로비엔 침묵통상 흔들리고 손실은 시민 몫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이 애국인가
그들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나 간첩이 실상 상대편 정치세력을 ‘빨갱이’ 프레임에 가두기 위한 전략이라는 걸 모르진 않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곳곳에 암약하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며 계엄을 선포한 게 2년이 채 안 됐다. 프레임의 실체는 늘 초라했다.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의 정당성 근거로 쓰인 건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했다는 허위조작 정보였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연간 검거되는 인원도 보잘것없다.
한국의 이익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집단은 따로 있다. 쿠팡이 대표적이다.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지만, 모기업은 미국에 있고 미국 증시에만 상장돼 있다. 최고 의사결정 구조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비롯한 미국인 중심이다. 올해 1분기에만 미 정·관계에 26억여원의 로비자금을 뿌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쿠팡 주식을 18차례 매매했고 지금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재직 전 쿠팡에서 자문료를 받았다.
쿠팡은 한국보다 미국의 이익과 훨씬 가까운 곳에 서 있다. 375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과징금 6246억원을 부과받자, 쿠팡은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그 결과 백악관이 “미국 기술기업을 차별적으로 표적 삼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때렸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예민한 줄타기를 하던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 안보 사안 논의는 쿠팡 문제로 지연됐다. 쿠팡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들여다보려던 공정거래위원회는 힘이 빠졌다. 독점 규제를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입법도 부담을 안게 됐다. 이 모든 손실은 한국 시민들의 몫이다.
자신의 잘못을 한국 정부의 탄압으로 치환해 미국에 호소하는 문법은 또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는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난 사진을 공개했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간 미 국무부 인사들을 차례로 만나 한국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해온 행보에 비춰보면 짐작은 어렵지 않다. 한·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역시 쿠팡처럼 한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다.
틈만 나면 국익을 훼손하는 반국가세력을 몰아내자던 이들은 왜 아무 말이 없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미국에서 쿠팡의 로비를 받은 의원들을 만난 뒤 “미국 기업이 중국계 기업에 비해 차별받는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며 거꾸로 쿠팡을 옹호했다. ‘중국 타령’도 빼놓지 않았지만, 발언만 봐선 어느 나라 당대표인지 잘 모르겠다.
태극기의 방향과 이름의 한자는 그토록 밝은 눈으로 찾아내는 이들이, 눈앞에 놓인 청구서는 읽지 못한다. 자신들이 떠받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라 하자 되레 한국 정부를 탓하는 모습을 보면 읽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읽을 수가 없어요”라던 영상 속 고백은 뜻밖에 정직했던 셈이다. 읽을 수 없는 게 아니라 읽고 싶은 것만 읽는 것.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애국의 정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사칭한 인물에게 속아 몇 차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티코는 17일(현지시간) 버넘 총리가 취임 이후 와일스 비서실장 행세를 하던 인물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의심을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어떤 내용의 메시지가 몇 차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총리실은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몇 차례 메시지가 오갔지만,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영국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미국 백악관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는 와일스 비서실장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했을 가능성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와일스 비서실장의 휴대전화 해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지난해 백악관과 미 연방수사국(FBI)은 와일스 비서실장을 사칭한 인물의 전화·메시지를 받은 미 연방 상원의원, 주지사, 기업인들이 대거 발생한 후 조사를 벌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와일스 비서실장이 지인들에게 자신의 휴대전화가 해킹당해 보유한 연락처가 유출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양국 소통에 우려가 예상되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그에게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토마토와 호박 수확이 줄었다. 텃밭 농사도 이제 끝물이다. 시들시들해진 것들을 하나씩 뽑아낸다. 마당이 한결 말끔해졌다. 손에 흙을 묻히기 전에는 그저 저절로 줄을 맞춰 자라는 줄 알았는데, 흙과 식물에도 저마다의 매무새가 있다는 걸 배운다.
이웃들이 담 너머로 우리 집 텃밭을 훔쳐보면 정리 안 된 집 안을 들킨 것처럼 부끄럽다. 잡초는 뽑아도 계속 번지고, 이웃을 따라 세운 지지대는 제멋대로 기울어진다. 어째서 다를까. 남의 집 텃밭을 보면 괜히 질투가 난다. 특히 옆집이 그렇다. 아담한 고랑을 둘러싸고 핀 자잘한 꽃들과 기분 좋은 그늘을 드리우는 보리수나무까지 밭을 참 예쁘게도 가꿨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옆집 할머니가 매일 밭을 돌보셨다. 할머니의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론 딸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데, 허리를 숙이고 풀을 뽑다가 몸을 일으켜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할머니의 딸이다. 부모가 있었던 자리에 서서 부모의 눈길이 머물던 곳을 바라보면 무엇을 알게 될까.
두 모녀가 밭을 돌보는 방식도 닮았다. 식물이 마음껏 자라게 두되 서로 햇빛을 가리지 않을 만큼만 곁순을 따주고, 넘어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워주는 정도가 전부다. 그러니 그곳의 어여쁨은 최소한의 돌봄이 만든 자연스러운 질서라고 할 수 있겠다. 야생화나 잡초도 적당히 허락하고, 누군가 버린 낡은 의자도 그곳에서는 작은 쉼터가 된다. 자갈 하나 없이 깔끔하게 깔린 보도블록이나 네모반듯하게 자른 관목에서는 볼 수 없는 예쁨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완전히 굽은 등과 조금씩 굽어가는 등의 노고가 스며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밭과 모녀를 바라볼 때마다 자연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반듯한 등과 굽은 등 중에 무엇이 더 자연스러운가? 순리대로 저무는 일과 젊고 아름다운 것을 바라는 자연스러운 욕망 사이를 오가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어 딱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나는 내 텃밭을 어떻게 가꾸기를 원하는가?
내가 원하는 건 거창한 조경이 아니다. 나무와 꽃이 하나의 작품처럼 잘 가꿔진 정원을 보면 늘 감탄하면서도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자잘하고 소박한 곳, 여름이 지나면 하나씩 시들어가는 모습이 운치 있는 곳,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되 매무새가 단정한 곳. 그런 마당을 생각하면 내가 가꾸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금세 깨닫게 된다. 굽는 등을 서글퍼하지 않고 살살 달래며 사는 것. 삶이라는 밭을 최소한의 돌봄으로 자연스러운 질서를 만들며 살아가는 것.
여름이 끝나간다. 푸릇했던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생의 결말은 온통 쇠락 같다. 하지만 11월에도 꽃이 피지 않던가. 노랗게 말라갈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풀도 있다. 어쩌면 여름이 지나도 땅속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가 발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년의 자식과 노년의 부모가 여전히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싹틔우고 있듯이.
체코의 작가이자 정원사, 카렐 차페크는 여름의 끝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생들이여, 일 년이란 무척 긴 시간,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법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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