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분노만 하진 않아요”···‘일본군 위안부 교육’ 교실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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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구리시의 한 고등학교 역사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일본 군부는 전쟁에 참여한 남성 군인과 ‘위안부’ 여성을 각각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있었을까요?” 학생들에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과 함께 ‘위안소’를 찾은 일본 군인들의 회고록이 자료로 주어졌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이들이 남긴 기록을 오가며 전쟁과 성폭력의 구조를 들여다본 학생들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 국가의 책임과 인권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만들어갔다.
고 김학순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지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를 가르치는 교실의 풍경도 달라져 왔다. 과거 일본군의 가해와 피해자의 고통을 전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전쟁과 젠더, 국가 폭력과 인권의 문제로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교육의 변화에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변화도 맞물려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1992년 개정 교육과정 도입 이후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주요하게 다뤄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서 체계를 간소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구체적인 역사 사건의 명칭이 교육과정 본문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를 역사과 교과서 편찬 기준에 다시 명시했다. 교과서마다 서술 분량과 표현에 차이가 생긴 한편, 교사가 수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여지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성이 커진 만큼 교사들이 마주한 고민도 커졌다. 지난 11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교육이 지나친 반일 감정이나 국가주의·민족주의적 관점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피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삶이 대상화될 위험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수업이 구성되고 있다. 서울 길음초등학교 교사 배성호씨는 올해 위안부 수업을 하면서 위안부 연대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온 일본인 연구원과 학생들의 만남을 진행했다. 배씨는 “일본 정부의 잘못은 비판하되 복수와 증오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안북중학교 교사 문순창씨는 “예전에는 진실을 알리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몰입한 교육이었다면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피해자로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떻게 진실을 밝히는 운동을 해왔는지 함께 본다”며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로 끝나는 게 아닌 전시 성폭력과 구조적 폭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 논란과 결합하거나 온라인에서 역사부정·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관련 주제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문씨는 “역사 부정 움직임이 커지면서 사안이 민감해지고 민원이 들어오니 교사들이 위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쟁적인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주장과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 처인고등학교 교사 이정숙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 부정을 하는 사람들의 뉴스도 함께 보고 글을 쓴다”며 “구태의연한 역사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면 역사의식이 스스로 커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교화’보다 스스로 생각할 계기를 줘야 한다”며 “질문을 던지고, 필요하다면 불편함도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경우 독서만으로도 준비가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공교육에서 충분히 대비할 것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차 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제8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사교육 현상을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결코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사교육이 첫 번째 걱정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차 위원장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논술형 평가가 또 다른 사교육을 낳을 수 있다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의 지적에 “시험의 기술적인 요소는 공교육에서 충분히 다 익혀나갈 수 있다”며 “학생들은 폭넓게 독서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사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차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동시에 서·논술형 평가체제로의 개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제도 개편이) 어려워 보인다고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오지선다 객관식 교육이 지속될 것”이라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변화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서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차 위원장은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폭넓은 독서를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면 미래 진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교위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대국민 공론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국교위는 ‘내신 및 수능 서·논술형 평가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국민참여위원회 숙의를 오는 29~30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입제도 개편 방향과 내신·수능의 서·논술형 평가체제 전환에 대한 온라인 의견수렴도 실시한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국교위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현장 의견수렴도 이어간다. 국교위는 지난 11일 인천에서 현장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20일 전남광주, 26일 대구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오는 10월 시행)을 두고 법원에서도 재판 장기화와 무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검찰이 보완해 법원에 넘기던 과정이 사라지면서, 혐의 입증 부담이 재판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에서는 개정 형소법 시행 이후 재판 과정에서 범죄 실체 파악이나 범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단순히 수사기관의 권한 재편 차원이 아니라, 법정에서 ‘수사 2라운드’가 벌어지는 등 새로운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맡고 있는 A부장판사는 “검찰에서 정리돼서 올라오던 기록이 없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경찰 수사에서 빠졌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검찰이 추가해 전체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정리한 기록을 토대로 증인신문 등 절차를 통해 법적 판단을 내린다. 기록의 질이 떨어지면 그 빈틈을 결국 법관들이 메워야 할 수 있다.
재판 중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는 방식도 달라지면서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공판 검사가 수사 검사에게 확인해 필요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원이 경찰을 통해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 B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앞으로는 경찰에게 직접 물어야 할 수도 있는데, 안 그래도 사건이 경찰에 집중되는데 언제 내용을 다 확인할 수 있겠느냐”라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식으로 재판이 이뤄질지 상상도 안 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소제기 취지가 불명확할 경우 재판부가 검사에게 입증을 촉구하는 석명권을 적극 행사하거나 추가 증거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부장판사는 “수사 단계에서 사건의 증거를 수집해야지, 재판에 와서 보완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오염돼 초기 수사가 잘못되면 실체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A부장판사는 “형사 재판의 핵심 원칙은 ‘합리적 의구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인데, 앞으로 증거의 신뢰성이 떨어지거나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면 무죄 판결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절차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 영장을 독자적으로 청구할 수 없고 경찰의 신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헌법은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어, 이를 배제하면 위헌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개정 형소법이 영장주의와 검사의 영장 신청권에 내재된 권리, 적법절차 원칙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구속기간 연장이나 수사상 증거보전처럼 검사의 수사 연장선에 있는 절차들도 문제다. 수사권을 가진 주체와 구속기간 연장 등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각각 경찰과 검찰로 나뉘어 있어, 피고인 측에서 절차의 위법성을 다툴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면 본안 판단에 앞서 절차부터 따져야 해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
고 김학순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지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를 가르치는 교실의 풍경도 달라져 왔다. 과거 일본군의 가해와 피해자의 고통을 전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전쟁과 젠더, 국가 폭력과 인권의 문제로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 교육의 변화에는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변화도 맞물려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1992년 개정 교육과정 도입 이후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점차 주요하게 다뤄야 할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 잡았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문서 체계를 간소화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구체적인 역사 사건의 명칭이 교육과정 본문에서 빠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를 역사과 교과서 편찬 기준에 다시 명시했다. 교과서마다 서술 분량과 표현에 차이가 생긴 한편, 교사가 수업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여지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성이 커진 만큼 교사들이 마주한 고민도 커졌다. 지난 11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교육이 지나친 반일 감정이나 국가주의·민족주의적 관점으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피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삶이 대상화될 위험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수업이 구성되고 있다. 서울 길음초등학교 교사 배성호씨는 올해 위안부 수업을 하면서 위안부 연대 활동을 오랫동안 이어온 일본인 연구원과 학생들의 만남을 진행했다. 배씨는 “일본 정부의 잘못은 비판하되 복수와 증오가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 하안북중학교 교사 문순창씨는 “예전에는 진실을 알리고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 몰입한 교육이었다면 최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피해자로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어떻게 진실을 밝히는 운동을 해왔는지 함께 본다”며 “단순히 ‘일본이 나쁘다’로 끝나는 게 아닌 전시 성폭력과 구조적 폭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 논란과 결합하거나 온라인에서 역사부정·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관련 주제를 다루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문씨는 “역사 부정 움직임이 커지면서 사안이 민감해지고 민원이 들어오니 교사들이 위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논쟁적인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주장과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충분히 논의하고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 처인고등학교 교사 이정숙씨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 부정을 하는 사람들의 뉴스도 함께 보고 글을 쓴다”며 “구태의연한 역사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면 역사의식이 스스로 커지는 게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교화’보다 스스로 생각할 계기를 줘야 한다”며 “질문을 던지고, 필요하다면 불편함도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할 경우 독서만으로도 준비가 충분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공교육에서 충분히 대비할 것이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차 위원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제8차 회의 모두발언에서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사교육 현상을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결코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사교육이 첫 번째 걱정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차 위원장은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논술형 평가가 또 다른 사교육을 낳을 수 있다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의 지적에 “시험의 기술적인 요소는 공교육에서 충분히 다 익혀나갈 수 있다”며 “학생들은 폭넓게 독서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학부모 등을 중심으로 사교육 현실에 대한 인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차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발언을 해명하는 동시에 서·논술형 평가체제로의 개편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제도 개편이) 어려워 보인다고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오지선다 객관식 교육이 지속될 것”이라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변화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서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차 위원장은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폭넓은 독서를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면 미래 진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교위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대국민 공론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국교위는 ‘내신 및 수능 서·논술형 평가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국민참여위원회 숙의를 오는 29~30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대입제도 개편 방향과 내신·수능의 서·논술형 평가체제 전환에 대한 온라인 의견수렴도 실시한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국교위 국민의견플랫폼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현장 의견수렴도 이어간다. 국교위는 지난 11일 인천에서 현장토론회를 시작으로 오는 20일 전남광주, 26일 대구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오는 10월 시행)을 두고 법원에서도 재판 장기화와 무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검찰이 보완해 법원에 넘기던 과정이 사라지면서, 혐의 입증 부담이 재판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에서는 개정 형소법 시행 이후 재판 과정에서 범죄 실체 파악이나 범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단순히 수사기관의 권한 재편 차원이 아니라, 법정에서 ‘수사 2라운드’가 벌어지는 등 새로운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법원에서 형사 재판을 맡고 있는 A부장판사는 “검찰에서 정리돼서 올라오던 기록이 없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경찰 수사에서 빠졌거나 부족했던 부분을 검찰이 추가해 전체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그게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정리한 기록을 토대로 증인신문 등 절차를 통해 법적 판단을 내린다. 기록의 질이 떨어지면 그 빈틈을 결국 법관들이 메워야 할 수 있다.
재판 중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는 방식도 달라지면서 심리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공판 검사가 수사 검사에게 확인해 필요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법원이 경찰을 통해 확인해야 할 수도 있다. B부장판사는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앞으로는 경찰에게 직접 물어야 할 수도 있는데, 안 그래도 사건이 경찰에 집중되는데 언제 내용을 다 확인할 수 있겠느냐”라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식으로 재판이 이뤄질지 상상도 안 간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공소제기 취지가 불명확할 경우 재판부가 검사에게 입증을 촉구하는 석명권을 적극 행사하거나 추가 증거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부장판사는 “수사 단계에서 사건의 증거를 수집해야지, 재판에 와서 보완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오염돼 초기 수사가 잘못되면 실체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A부장판사는 “형사 재판의 핵심 원칙은 ‘합리적 의구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인데, 앞으로 증거의 신뢰성이 떨어지거나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면 무죄 판결이 더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절차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정 공방도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사는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 영장을 독자적으로 청구할 수 없고 경찰의 신청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헌법은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어, 이를 배제하면 위헌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개정 형소법이 영장주의와 검사의 영장 신청권에 내재된 권리, 적법절차 원칙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구속기간 연장이나 수사상 증거보전처럼 검사의 수사 연장선에 있는 절차들도 문제다. 수사권을 가진 주체와 구속기간 연장 등 권한을 행사하는 주체가 각각 경찰과 검찰로 나뉘어 있어, 피고인 측에서 절차의 위법성을 다툴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하면 본안 판단에 앞서 절차부터 따져야 해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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