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돌아선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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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권이든 시간이 지나면 지지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집권 1년 차보다 2년 차에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은 거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추세를 비교하기 위해 동일한 문항과 조사 방식으로 대통령 국정 평가를 묻는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자료를 살펴봤다(제670호).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올해 1월(2~5주 통합) 60%에서 출발해 7월(1~4주 통합)에는 53%로 떨어졌다. 반년 만에 7%포인트 하락은 나쁜 신호이긴 하지만, 최악의 하락은 아니다. 임기 초의 높은 기대가 현실화돼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긍정회로를 돌릴 수도 있다.
지지율 하락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이탈하는가이다. 성별과 연령을 교차해서 보면 하락폭이 가장 큰 집단은 30대 여성이다. 1월 62%에 달했던 30대 여성의 긍정 평가는 7월 47%로 15%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남성 50대와 남성 60대도 각각 11%포인트씩 하락했지만, 이들은 애초 지지율 자체가 70~80%대에 이르던 견고한 우호층이었다는 점에서 청년 여성의 이탈과는 결이 다르다.
큰 하락의 폭도 놀랍지만, 상대적 위치는 더욱 놀랍다. 20~30대 여성의 긍정 평가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가장 박한 집단인 청년 남성과 70대 이상 고령층 다음 순서이다. 2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31%, 30대 남성은 40%, 70대 이상 여성 42%, 70대 이상 남성 45%, 20대 여성 45%, 30대 여성 47%로 나타났다. 불과 몇달 전까지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청년 여성들이 이제 지지율이 낮은 집단에 들어온 셈이다.
높은 곳에서 조금 내려온 것과, 애초에 확고한 우군이었던 집단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전혀 다른 신호다.
청년 여성은 지난 몇년간 꾸준히 민주당을 지지해온 핵심 우군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생긴 헌정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구한 빛의 혁명의 한가운데에도 청년 여성이 있었다. 혹한의 겨울, 이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밤을 지새웠고, 세대와 성별을 넘나드는 새로운 저항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런 이들이 이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정치적 경고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여성 의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성평등 의제는 마치 성평등가족부만 하는 일처럼 다뤄지고 있고,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고용평등공시제 도입 법안은 공시 대상 기업이나 공시 범위가 협소해 실효성이 우려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제기된 여성폭력 피해와 인권에 대한 우려 역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 의제만이 아니다. 청년 여성들이 광장에서 함께 외쳤던 ‘더 나은 민주주의’로의 진전 역시 체감되지 않는다. 탄핵 정국에서 이들이 요구했던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자체의 변화이다.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하는 넓은 민주주의, 삶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유능한 정부, 혐오가 아니라 정책으로 대결하는 정당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대한 응답은 어디에 있는가. 청년 여성의 지지율 급락은 이들이 느낀 답답함과 불만의 표현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 이제야 떨어지고 있다는 게 사실 더 신기할 따름이다.
경기 평택시의 한 위험물 보관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총력 대응에 나선 끝에 불길이 잦아들어 현장에 발령됐던 대응 단계는 하향 조정됐다.
1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3분쯤 경기 평택시 청북읍 토진리 소재 위험물 보관창고(특수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소방은 창고에 설치된 자동 화재 속보 설비를 통해 화재 신고를 접수했다.
소방 당국은 연소 확대 우려가 있다고 보고 화재 발생 1시간20분 만인 오전 1시32분 대응 1단계(차량 31~50대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를 발령했다가 오전 2시 40분 대응 2단계(차량 51~80대 동원)로 상향했다.
불길이 거세지자 오전 3시39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충남, 세종, 충북, 대전 등 인근 4개 시도에서 소방 물탱크차와 화학차 등 장비 26대가 동원됐다.
총 95대의 장비와 238명의 인력이 투입된 끝에 불길이 진정되면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5시 16분을 기해 대응 2단계를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불길이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 대비해 국가소방동원령은 유지 중이다.
불이 난 곳은 연면적 937㎡의 1층짜리 건물로, 100여종의 제4류 위험물과 일반 화학물 등 약 191만ℓ가 보관된 특수물류센터다. 제4류 위험물은 인화성 액체로, 특수인화물, 제1~4 석유류, 알코올류 등이다.
불이 나자 평택시는 재난 문자를 보내 “인근 주민은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해달라”며 “차량은 우회하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소방 당국은 불길을 잡는 대로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대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며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 통제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방정부는 인근 주민과 사업장에 대한 안전 안내를 강화하고 연기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해달라”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의 한 장례식장에 20대 청년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지난달 22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씨(28)의 얼굴이다. 빈소가 차려진 지 지난 9일로 19일째지만,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 못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재훈씨(64)는 최근 5년여 만에 이 장례식장을 다시 찾았다. 이곳은 2021년 아들 선호씨(당시 23세)를 보낸 곳이다. “우리 애는 위층에 있었어요.” 이날 승모씨 빈소에서 만난 이씨가 말했다.
5년 간격으로 평택의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승모씨와 선호씨는 1998년생 동갑내기였다. 대학생이던 선호씨는 승모씨가 숨진 HL만도 평택공장과 멀지 않은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21년 4월22일 300㎏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평택에서 또 다른 청년이 일하다가 숨졌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한 이씨는 아들과 이 청년의 죽음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년여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아들의 기일마다 찾는 평택이지만, 그때마다 힘들었다고 했다. “못 견디겠더라고요. 골목골목마다 ‘아빠’ 하면서 애가 나올 것 같아서….” 아들을 보낸 뒤 이씨 부부는 딸을 따라 부산으로 이주했다.
먼저 간 아들의 빈소를 보름 넘게 지키고 있는 승모씨 아버지 김모씨(60)가 이씨를 맞았다.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이곳에서 열린 ‘고 김승모 노동자 추모문화제’에서 처음 만났다. 이씨가 “작은 것이라도 돕고 싶다”며 부산에서 평택까지 왔고, 이날 두 번째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씨는 “생면부지인데도 같은 아픔을 갖고 있어서인지 동질감을 느꼈다”면서 “이 장례식장을 다시 찾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이씨도 지금의 김씨처럼 아들이 숨졌을 때 59일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아들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항만물류회사에서 동식물 검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들이 자기 일도 아닌 개방형 컨테이너 청소를 하고 있었는지, 허공에 수백㎏ 쇳덩이가 오고 가는 위험천만한 부두에서 안전모조차 받지 못했는지, 산업안전보건법상 있어야 하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는 왜 현장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의 죽음을 직접 마주한 충격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분주히 사람들을 만나고, 싸웠다. 아들이 사고가 난 평택항에서 6년간 일해 온 이씨는 사고 당일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갔다가 컨테이너에 깔린 아들의 주검을 목격했다.
5년 전 이씨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내 아들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은 계속 나왔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인근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연유 저장탱크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는 “왜 도대체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사고만 터지면 공무원들도 기업들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하는데, 그저 말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믿기지가 않아서 그날 낮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도, 달려간 병원에서 아들의 시신을 마주하고도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가 난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야 눈물과 함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회사도 노동청도 경찰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노조 등이 파악한 내용으로 매일 아들의 죽음을, 아들이 숨지기까지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곱씹는다고 했다.
“승모가 그날 두 번째 설비를 점검하러 기계 안에 들어가고, 누군가 밖에서 작동 스위치를 누르고…. 이 모든 장면을 복기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런데 중간중간 끊기는 부분들이 있어요. 왜 끊기냐면, 아직 충분한 조사도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기 때문이에요.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장례를 치를 것 아닙니까.”
김씨는 아들의 사고 당시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 관리자 배치, 2인 1조 작업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나중에 하늘에 가서 승모를 만나면 ‘아빠, 나 왜 사고 났는지 잘 파악하고 왔어?’라고 물어볼 것 같아요. 그때 ‘다 알고 왔다’고 내가 알려줘야죠. 그것도 못 하고 가서 아들 얼굴을 어떻게 봅니까.”
김씨는 경찰과 노동청이 사고 발생 16일 만인 지난 7일 HL만도 평택공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했다.
선호씨의 죽음 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이재명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어떤 현장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고, 곳곳에서 죽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니까 ‘한국에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느냐’는 말이 나왔다”면서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도 자신의 모든 걸 걸고 하는데, 그 큰 기업을 하면서 사람 안 죽게 투자하는 그 정도 각오도 못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법에서 정해 놓은 대로만, 사람 안 죽고 안 다치게 안전에 제대로 투자했어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일당 10만원 신호수만 고용했어도” 아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란 회한이 그에게 남았다.
“내 아들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은 5년의 시간이 흘러 아들을 먼저 보낸 또 다른 아버지의 남은 바람이 됐다. 김씨는 또 다른 산재 유가족이 생기면 함께 돕자는 이씨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승모 이후로는 이런 사고가 안 나게 해야죠. 젊은 애들이 자꾸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
지지율 하락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이탈하는가이다. 성별과 연령을 교차해서 보면 하락폭이 가장 큰 집단은 30대 여성이다. 1월 62%에 달했던 30대 여성의 긍정 평가는 7월 47%로 15%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남성 50대와 남성 60대도 각각 11%포인트씩 하락했지만, 이들은 애초 지지율 자체가 70~80%대에 이르던 견고한 우호층이었다는 점에서 청년 여성의 이탈과는 결이 다르다.
큰 하락의 폭도 놀랍지만, 상대적 위치는 더욱 놀랍다. 20~30대 여성의 긍정 평가는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가장 박한 집단인 청년 남성과 70대 이상 고령층 다음 순서이다. 20대 남성의 긍정 평가는 31%, 30대 남성은 40%, 70대 이상 여성 42%, 70대 이상 남성 45%, 20대 여성 45%, 30대 여성 47%로 나타났다. 불과 몇달 전까지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청년 여성들이 이제 지지율이 낮은 집단에 들어온 셈이다.
높은 곳에서 조금 내려온 것과, 애초에 확고한 우군이었던 집단이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전혀 다른 신호다.
청년 여성은 지난 몇년간 꾸준히 민주당을 지지해온 핵심 우군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생긴 헌정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구한 빛의 혁명의 한가운데에도 청년 여성이 있었다. 혹한의 겨울, 이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밤을 지새웠고, 세대와 성별을 넘나드는 새로운 저항의 언어를 만들어냈다. 그런 이들이 이제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정치적 경고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정권 교체 이후 여성 의제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성평등 의제는 마치 성평등가족부만 하는 일처럼 다뤄지고 있고,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하기 위한 고용평등공시제 도입 법안은 공시 대상 기업이나 공시 범위가 협소해 실효성이 우려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제기된 여성폭력 피해와 인권에 대한 우려 역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책 의제만이 아니다. 청년 여성들이 광장에서 함께 외쳤던 ‘더 나은 민주주의’로의 진전 역시 체감되지 않는다. 탄핵 정국에서 이들이 요구했던 것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자체의 변화이다.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하는 넓은 민주주의, 삶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유능한 정부, 혐오가 아니라 정책으로 대결하는 정당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대한 응답은 어디에 있는가. 청년 여성의 지지율 급락은 이들이 느낀 답답함과 불만의 표현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 이제야 떨어지고 있다는 게 사실 더 신기할 따름이다.
경기 평택시의 한 위험물 보관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총력 대응에 나선 끝에 불길이 잦아들어 현장에 발령됐던 대응 단계는 하향 조정됐다.
1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3분쯤 경기 평택시 청북읍 토진리 소재 위험물 보관창고(특수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소방은 창고에 설치된 자동 화재 속보 설비를 통해 화재 신고를 접수했다.
소방 당국은 연소 확대 우려가 있다고 보고 화재 발생 1시간20분 만인 오전 1시32분 대응 1단계(차량 31~50대의 대응이 필요한 경우)를 발령했다가 오전 2시 40분 대응 2단계(차량 51~80대 동원)로 상향했다.
불길이 거세지자 오전 3시39분에는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충남, 세종, 충북, 대전 등 인근 4개 시도에서 소방 물탱크차와 화학차 등 장비 26대가 동원됐다.
총 95대의 장비와 238명의 인력이 투입된 끝에 불길이 진정되면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5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5시 16분을 기해 대응 2단계를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불길이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 대비해 국가소방동원령은 유지 중이다.
불이 난 곳은 연면적 937㎡의 1층짜리 건물로, 100여종의 제4류 위험물과 일반 화학물 등 약 191만ℓ가 보관된 특수물류센터다. 제4류 위험물은 인화성 액체로, 특수인화물, 제1~4 석유류, 알코올류 등이다.
불이 나자 평택시는 재난 문자를 보내 “인근 주민은 창문을 닫고 외출을 자제해달라”며 “차량은 우회하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소방 당국은 불길을 잡는 대로 자세한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대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며 “경찰은 화재 현장 주변 통제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지방정부는 인근 주민과 사업장에 대한 안전 안내를 강화하고 연기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조치해달라”고 덧붙였다.
경기 평택의 한 장례식장에 20대 청년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지난달 22일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HL만도 평택공장에서 숨진 하청노동자 고 김승모씨(28)의 얼굴이다. 빈소가 차려진 지 지난 9일로 19일째지만,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 못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재훈씨(64)는 최근 5년여 만에 이 장례식장을 다시 찾았다. 이곳은 2021년 아들 선호씨(당시 23세)를 보낸 곳이다. “우리 애는 위층에 있었어요.” 이날 승모씨 빈소에서 만난 이씨가 말했다.
5년 간격으로 평택의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목숨을 잃은 승모씨와 선호씨는 1998년생 동갑내기였다. 대학생이던 선호씨는 승모씨가 숨진 HL만도 평택공장과 멀지 않은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21년 4월22일 300㎏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졌다.
평택에서 또 다른 청년이 일하다가 숨졌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한 이씨는 아들과 이 청년의 죽음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5년여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다. 아들의 기일마다 찾는 평택이지만, 그때마다 힘들었다고 했다. “못 견디겠더라고요. 골목골목마다 ‘아빠’ 하면서 애가 나올 것 같아서….” 아들을 보낸 뒤 이씨 부부는 딸을 따라 부산으로 이주했다.
먼저 간 아들의 빈소를 보름 넘게 지키고 있는 승모씨 아버지 김모씨(60)가 이씨를 맞았다.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 이곳에서 열린 ‘고 김승모 노동자 추모문화제’에서 처음 만났다. 이씨가 “작은 것이라도 돕고 싶다”며 부산에서 평택까지 왔고, 이날 두 번째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씨는 “생면부지인데도 같은 아픔을 갖고 있어서인지 동질감을 느꼈다”면서 “이 장례식장을 다시 찾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이씨도 지금의 김씨처럼 아들이 숨졌을 때 59일간 장례를 치르지 못했다. 아들의 죽음을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왜 항만물류회사에서 동식물 검역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들이 자기 일도 아닌 개방형 컨테이너 청소를 하고 있었는지, 허공에 수백㎏ 쇳덩이가 오고 가는 위험천만한 부두에서 안전모조차 받지 못했는지, 산업안전보건법상 있어야 하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는 왜 현장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들의 죽음을 직접 마주한 충격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분주히 사람들을 만나고, 싸웠다. 아들이 사고가 난 평택항에서 6년간 일해 온 이씨는 사고 당일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갔다가 컨테이너에 깔린 아들의 주검을 목격했다.
5년 전 이씨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내 아들이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은 계속 나왔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인근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청소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연유 저장탱크 안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씨는 “왜 도대체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 이어지는지 모르겠다”며 “사고만 터지면 공무원들도 기업들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하는데, 그저 말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믿기지가 않아서 그날 낮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도, 달려간 병원에서 아들의 시신을 마주하고도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가 난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야 눈물과 함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회사도 노동청도 경찰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김씨는 지금까지 노조 등이 파악한 내용으로 매일 아들의 죽음을, 아들이 숨지기까지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곱씹는다고 했다.
“승모가 그날 두 번째 설비를 점검하러 기계 안에 들어가고, 누군가 밖에서 작동 스위치를 누르고…. 이 모든 장면을 복기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런데 중간중간 끊기는 부분들이 있어요. 왜 끊기냐면, 아직 충분한 조사도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기 때문이에요. 아들이 왜 죽었는지 알아야 장례를 치를 것 아닙니까.”
김씨는 아들의 사고 당시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 관리자 배치, 2인 1조 작업이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나중에 하늘에 가서 승모를 만나면 ‘아빠, 나 왜 사고 났는지 잘 파악하고 왔어?’라고 물어볼 것 같아요. 그때 ‘다 알고 왔다’고 내가 알려줘야죠. 그것도 못 하고 가서 아들 얼굴을 어떻게 봅니까.”
김씨는 경찰과 노동청이 사고 발생 16일 만인 지난 7일 HL만도 평택공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두고 “이제라도 해서 다행이지만 너무 늦었다”고 했다.
선호씨의 죽음 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이재명 정부의 고용노동부 장관은 산재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어떤 현장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고, 곳곳에서 죽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니까 ‘한국에서 어떻게 기업을 경영하느냐’는 말이 나왔다”면서 “구멍가게를 하는 사람도 자신의 모든 걸 걸고 하는데, 그 큰 기업을 하면서 사람 안 죽게 투자하는 그 정도 각오도 못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법에서 정해 놓은 대로만, 사람 안 죽고 안 다치게 안전에 제대로 투자했어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가 일당 10만원 신호수만 고용했어도” 아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란 회한이 그에게 남았다.
“내 아들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마음은 5년의 시간이 흘러 아들을 먼저 보낸 또 다른 아버지의 남은 바람이 됐다. 김씨는 또 다른 산재 유가족이 생기면 함께 돕자는 이씨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승모 이후로는 이런 사고가 안 나게 해야죠. 젊은 애들이 자꾸 사라지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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