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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문화와 삶]김치밥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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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6-08-1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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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글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다. 데이케어센터에 도착하니 책상만 있고 의자가 없었다. “다들 어디 앉으시죠?” 하고 물으려던 찰나 손님들이 도착했다. 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의자에 앉은 채로 그들이 왔기 때문이다. 다리가 아니라 바퀴가 온 것이다.
휠체어 열넷이 책상을 빙 두르니 강의실이 꽉 찼다. 보호사까지 합치면 스물이 훌쩍 넘었다. 그들은 시니어 중에서도 데이케어센터로 직접 걸어올 수 없는 이들이었다. 대부분 입을 꾹 다물고 손을 떨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어디에 온 것인지 모르는 듯했다. 나는 요양보호사 한 분을 붙잡고 물었다. “다들 한글을 쓸 줄 아시나요?”
그들은 내가 글쓰기 워크숍에서 만나본 세대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어디서도 만난 적 없는 세대였다. 길에서, 지하철에서, 가게에서 그들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나에게도 조부모가 있으니 그 나이대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 명이거나 두 명의 개인이었지 열네 명이 아니었다. 밖에서는 그들을 볼 수 없다. 이처럼 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오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는 그들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덜덜 떨면서 선생님께 말했다. 저 같은 애송이는 글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냥 막춤을 추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나 스스로가 이렇게 새파랗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여기선 열 살, 스무 살 더 들었어도 아기예요. 우문현답이었다. 내가 서른몇 살이 아니라 쉰 살이어도, 예순 살이어도, 하다못해 여든 살이어도 여기서는 아기였다. 내가 아니라 한강 작가가 왔어도 사정은 비슷했을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알 수 없는 용기가 났다.
내가 준비해 온 글감은 집밥이었다. 우리는 모두 어디선가 잠들었고 무언가를 먹었기 때문에 오늘 만나게 된 것이고 그것에는 필연적으로 이야기가 있었다. 나는 마이크를 돌려 그리운 집밥이 있냐고 물었다. 한 할머니가 카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젖.” 네? 하고 내가 되물었다. “엄마 젖!” 나는 질문을 바꾸어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냐고 물었다. “손이 차니까, 화로에 손을 덥혀서… 엄마 젖을 만졌지.” 내가 말했다. “할머니, 시종일관 젖이네요.”
다른 할머니는 기억에 남는 밥으로 ‘첩약’을 꼽았다. 어린 시절 젊었던 엄마가 몸살을 앓았고 시아버지가 잘못 지어온 첩약을 먹고 돌아가셨다. 일본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돌아올 때마다 자신을 보며 통곡했고, 자신은 돌보는 이 없이 물에 밥만 말아 먹고 이렇게 컸다는 거였다. 다른 할머니는 매일 친구들이 집으로 깨엿을 얻어먹으러 놀러올 정도로 부자였다. 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삼촌이 지금 떠나야 한다고 했고, 그길로 수저를 놓고 길을 나서 남한에 왔다. 오는 길에 엄마와 아빠를 잃어버렸다. 이후에는 소식을 알 수 없었으니, 자신을 불효녀라 하는 그의 나이가 아흔일곱이었다.
그 할머니가 꼽은 건 엄마가 해주던 김치밥이다. 김치밥이라는 말에 여러 할머니가 동시에 탄식했다. 나는 김치와 밥을 모두 좋아했지만, 김치밥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밥 지을 때부터 김치를 씻어서 넣는 거야. 맛 좋아. 순간 입맛이 돌았다. 김치밥은 언제 사라진 걸까. 나는 할머니들에게 말했다. 그거 오늘 가서 해봐야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오는 20~21일 자동차 부품사와 완성차 사업장이 차례로 참여하는 공동파업에 나선다.
13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의 ‘파업 지침 2호’를 산하 조직에 공지했다. 이번 파업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업계 사업장의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장기화하자 교섭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는 20일에는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교섭에서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자동차 부품사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모든 교대조에서 4시간 이상 파업한다. 파업 사업장은 각 지역에서 파업 보고대회를 연다. 21일에는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완성차 사업장 노동자들이 교대조별로 6시간 이상 일손을 놓는다. 부품사 파업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게 한 뒤 완성차 조립라인까지 멈추는 교차파업 방식이다.
금속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현대차그룹 정년 연장과 부품사 납품단가 인하 중단, 원청교섭 실현 등을 요구한다. 노조에 따르면 원청교섭을 요구하는 조합원은 2만명이 넘으며, 이 가운데 약 80%가 현대차그룹 관련 사업장 소속이다. 노조는 현대차가 부품사에 원가 절감을 요구하면서 그 부담이 부품사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번 교차파업의 목표는 하청과 부품사 노동자도 함께 살고, 정년 연장으로 소득 공백을 해소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지난달 15일에도 현대차와 한국지엠 등 조합원 8만여명이 참여한 1차 총파업을 벌였다.
현대차지부는 이번 자동차업종 공동파업과 별도로 자체 부분파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세 차례 부분파업에 이어 이달 12~13일에는 교대조별 4시간, 14일과 18일에는 6시간씩 파업하기로 했다. 기아 노사 역시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어 이달이 현대차그룹 완성차 계열사의 교섭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지부가 파업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기아 노사는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셀마 제임스(96)가 소책자 ‘여성의 자리’를 발표한 것은 1952년이었다. 당시 제임스는 미군용 라디오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이자 비혼모였다. 이 글에서 제임스는 이렇게 적었다. “사람들은 흔히 여성(주부)을 두고 자기 자신의 상사라고 말한다. 일의 속도를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얼마만큼의 일을 해내라고 명령하는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 그러나 가장 무자비한 상사이자, 여성을 끊임없이 몰아세우는 실체는 바로 노동 그 자체다.” 이 글은 당시 이름조차 붙지 않았던 가사노동을 가시화한 주요 저술로 평가받는다.


선구적 페미니스트이자 노동운동가, 반인종주의 활동가인 제임스의 글이 처음으로 정식 번역돼 나왔다. <성, 인종, 그리고 계급>(갈무리)은 ‘여성의 자리’부터 60년 가까이 써온 글 중 주요 저작 30여 편을 모은 선집이다.
제임스는 1930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유대계 이주민인 아버지, 공장 노동자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뉴욕의 사회주의 공동체 속에서 성장한 그는 15세에 마르크스주의 사상가 CLR 제임스의 조직에 합류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카리브해 지역의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영국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기도 했다. 제임스는 1970년대부터 여성 운동과 가사노동 임금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다. 제임스는 여성의 무임금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자본주의 경제의 토대임을 밝혔다. 제임스는 “노예적 조건을 타파하는 주체는 노동자들이 함께 뭉쳐 파업을 결행하며 노동조합이라는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 그 자체이지, 노동조합이라는 기구 그 자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임금 노동을 하는 여성은 자본가가 그들의 목덜미에 대고 숨을 헐떡이며 감시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동주(workweek) 전체에 대해 돈을 받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제임스의 시선은 백인 여성에 한정되지 않았다. 흑인, 이주민, 성판매 여성을 계급투쟁의 주체로 내세웠다. ‘영국 성판매자 콜렉티브’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제임스는 1982년 11월 이들이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의 홀리 크로스 교회를 12일간 점거한 사건을 ‘신의 성전에 거하는 매춘부들’에 담아냈다. 이 글에서 제임스는 경찰 폭력에 맞선 성판매 여성들을 옹호하며 “국가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정의를 위해 국가에 맞서는 여성들을 택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이방인과 자매들’ ‘다양성의 도전’ 같은 글에서는 국제 여성운동 내부의 갈등과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한다. 제임스는 성·인종·국적·계급 등에 따라 다른 위치에 놓이는 여성들이 각자의 구체적 경험에서 출발해 서로의 투쟁을 연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네수엘라 헌법, 반시오니즘, 군복무 거부, 기후위기 등 글의 다양한 주제는 제임스의 폭넓은 지적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제임스는 남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남성들 없이 우리는 승리할 수 없다. 세상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남성들의 견해-특히 자본의 파괴에 헌신한 남성들의 견해-는 설령 그들이 성차별주의자라 할지라도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했고, “노동이나 이윤 추구 행위를 공격하지 않은 채 적을 가부장제-남녀 간의 권력관계-로만 규정하고 계급, 인종, 국적에 기반한 수많은 다른 권력관계를 무시하는 행태는 많은 페미니스트를 편협하고 냉정하며 인종차별적인 구석으로 내몬다”고 적었다.
제임스는 한국어판 서문에 “여러분이 이 운동에 가져다줄 새로운 통찰과 목소리를 기대합니다”라고 썼다.
▼ 백승찬 선임기자 myungworry@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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