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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잘못 갈아 너덜너덜한 부엌칼의 부활···이 ‘날’을 위해 칼 갈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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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8-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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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 무뎌진 줄 알았다. 사실은 내가 칼을 망치고 있었다. 토마토 껍질은 눌리고, 무를 썰 때마다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 인터넷에는 칼이 잘 들지 않으면 뭉친 쿠킹포일이나 머그잔 바닥에 문지르면 된다는 요령이 넘쳐난다. 생활용품점에는 몇천원짜리 칼갈이도 흔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잘못된 칼갈이가 칼을 더 빨리 망가뜨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칼은 언제 갈아야 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오래 쓸 수 있을까.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불광대장간. 전통 방식으로 농기구와 생활 연장을 만드는 곳이다. 하지만 한여름만큼은 대장장이도 잠시 숨을 고른다. 쇠를 달구는 화덕은 말복이 지나서야 다시 불을 지필 작정이다. 대신 그 빈자리는 무뎌진 칼을 되살리는 숫돌 소리가 채운다. 알음알음으로 칼을 갈러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0년 넘게 한 번도 제대로 갈아본 적 없는 독일제 주방 칼을 들고 이곳을 찾았다. 칼이 오래돼서 안 드는 줄 알았다. 박상범 대표의 첫마디는 예상과 달랐다. “칼은 아직 좋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잘못 갈린 거예요.”
형광등 아래 비춰본 칼날은 군데군데 이가 나가 있었다. 봉 형태의 칼갈이와 간이 칼갈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날 끝이 조금씩 망가진 것이다. 잘못된 칼갈이로 망가진 날을 그는 “너덜너덜해졌다”고 표현했다. “이런 칼은 그냥 숫돌에 올리면 안 됩니다. 먼저 상한 날을 바로잡아야 해요.”
박 대표는 그라인더로 칼날을 아주 조금씩 다듬은 뒤 숫돌 앞에 섰다. 얼핏 단순한 작업처럼 보였지만, 숫돌 위를 오가는 손놀림은 일정한 각도와 힘을 끝까지 유지했다. 숫돌에 물을 적시고, 칼을 밀고, 물에 헹군 후 자연광에 비춰본 뒤 다시 숫돌에 올리는 동작이 수십 번 반복됐다. 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가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독일제 칼은 쇠가 강하고 좋다 보니 날을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대신 한 번 날을 제대로 만들어놓으면 오래간다고 했다. “칼을 간다는 건 날 끝만 세우는 일이 아닙니다. 칼날 전체의 각도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죠.”
생활용품점에는 몇천원이면 살 수 있는 칼갈이도 흔하다. 대부분 V자 형태의 초경합금이나 세라믹 날 사이로 칼을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몇번만 당겨도 날이 선 것처럼 느껴져 편리하다. 박 대표는 이를 응급처치에 비유했다.
“잘 드는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칼날 끝만 긁어내기에 오래 쓰기는 어렵습니다. 반복할수록 칼날이 두꺼워지고, 결국 잘 안 드는 칼이 됩니다.”
호텔 주방이나 전문 요리사들도 단골이다. 업장용 스테이크 칼을 잔뜩 갈아서 미국까지 공수해간 레스토랑 사장도 있었다. 그는 “칼을 오래 쓰려면 빨리 가는 것보다 제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럼 비싼 칼을 사면 평생 쓸 수 있을까. 박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칼도 관리가 안되면 금방 망가집니다. 반대로 보급형 칼도 제대로 관리하면 오래 쓸 수 있어요.”
칼을 가장 빨리 망치는 것은 의외로 사용보다 관리 습관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리도마다. 나무나 플라스틱 도마는 칼보다 부드러워 충격을 흡수하지만, 유리도마는 칼날이 그대로 부딪히면서 미세하게 이가 나간다. 보기에는 깨끗하나 칼에는 가장 좋지 않은 도마다. 냉동식품이나 뼈를 그대로 내리치는 것도 칼 수명을 크게 줄인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도는 뼈를 자르도록 만든 칼이 아니다.
식기세척기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온 세척과 반복적인 충격은 칼날뿐 아니라 손잡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용 후에 중성세제로 씻어 물기를 닦아 보관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칼을 서랍 안에 다른 조리도구와 뒤섞어 보관하는 습관도 좋지 않다. 숟가락이나 포크와 부딪히면 날이 쉽게 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몇달에 한 번 갈아야 하나’를 궁금해한다. 박 대표는 날짜보다 ‘칼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보라고 했다. 토마토를 자를 때 껍질이 먼저 눌리거나, 양파가 미끄러지고, 파를 썰면 단면이 깔끔하지 않고 찢어진다면 칼을 점검할 시기다. “칼이 안 드니까 더 힘을 주게 되잖아요. 그래서 무딘 칼이 더 위험합니다.”
실제로 주방 사고 상당수는 지나치게 날카로운 칼보다 무딘 칼에서 발생한다. 힘을 많이 주는 순간 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미끄러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칼을 자주 쓰는 가정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문가에게 점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슥삭슥삭.” 영화 속에서는 칼 가는 소리가 관객의 공포를 키우는 효과음으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박 대표가 칼 가는 소리는 나긋나긋했다. 숫돌의 표면을 만져보니 예상외로 매끄러웠다. 숫돌은 거칠수록 빨리 갈리지만 그만큼 쇠를 많이 깎아낸다. “거친 숫돌로 갈면 칼이 금방 갈리죠. 그런데 그렇게 되면 금방 잘 안 들어요. 그렇게 칼 갈러 더 자주 오게 만드는 곳이 있죠.”
기계식 칼갈이는 정해진 각도로 칼날 끝을 깎아내는 방식이라 작업 속도는 빠르다. 반면 숫돌은 칼날 전체를 일정한 각도로 다듬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숙련이 필요하지만, 절삭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또한 숫돌은 칼의 상태를 보면서 각도와 압력을 조금씩 달리할 수 있다. 칼날 끝뿐 아니라 옆면까지 함께 다듬기 때문에 칼이 다시 얇아지고 절삭력이 오래 유지된다. 힘이 들어도 그가 매끈한 숫돌을 고집하는 이유다. 하루에도 십수 자루를 갈다 보니 숫돌도 닳아 6개월 정도면 교체한다.
요즘은 ‘무뎌지면 버리고 새것을 산다’는 소비 방식에서 벗어나 오래 쓰는 물건을 직접 관리해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칼을 갈아 쓰는 것을 익히는 워크숍을 운영하는 곳도 생겼다. 온라인에서도 1만~4만원대 숫돌(연마석)을 구입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마치 벼루에 먹을 갈 듯” 숫돌에 칼을 가는 것으로 마음 수양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3년 전 작고한 1대 박경원 대표에 이어 35년 넘게 대장장이로 살고 있는 그는 칼날을 보면 대략 어떤 환경에서 사용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군데군데 이가 나간 칼은 냉동식품이나 뼈를 자주 내리쳤을 가능성이 크고, 한쪽만 유난히 닳은 칼은 잘못된 자세로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다. 마치 자가용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칼과 한 사람이 꾸준히 관리한 칼의 차이도 크다. “사람은 ‘아무것도 안 했다’고 말해도 칼은 그대로 보여줘요. 칼날은 거짓말을 못합니다.”
그는 칼을 맡기러 온 손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칼날이 무뎌진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집의 식탁 이야기가 이어진다. 독립한 뒤 처음으로 칼을 잡기 시작한 이도 있고, 건강을 위해 배달음식을 끊고 요리를 시작했다는 젊은층도 종종 온다. 불광대장간에서 만든 칼을 대를 이어 쓰는 손님을 만나는 일도 흔하다. 보통 칼을 갈면 1년, 길게는 2년은 쓸 수 있는데 1년에 다섯 번 이상 찾아올 정도로 분주하게 사용되는 칼의 주인은 자녀들과 지인을 자주 집으로 불러 음식을 나누는 넉넉한 마음씨를 가졌다고 했다. 칼에서 다복함이 읽힌다.
“요즘은 물건이 고장 나면 버리는 게 익숙하잖아요. 그런데 칼은 그렇지 않습니다. 잘 관리하면 정말 오래 씁니다. 어머니나 할머니가 쓰던 칼을 물려받아 쓰는 분도 적지 않아요. 하나를 쓰더라도 분신처럼 애정을 갖고 잘 관리하며 쓰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어요.”
30여분이 걸렸을까. 박 대표는 “문자메시지 보냈습니다”라고 작업 종료를 알렸다. 칼 두 자루의 칼갈이 전후의 사진이 담겼다. 간혹 칼을 가는 1만~3만원의 비용을 비싸다고 나무라는 손님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달라진 모습이 확연한 사진을 보내주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칼을 택배로 받은 뒤 갈아서 보내주기도 한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칼부터 꺼내 들었다. 불광동 대조시장에서 사온 ‘딱복’ 백도를 씻어 도마에 올렸다. 칼끝을 과육에 살짝 얹는 순간, 전처럼 힘을 줄 필요가 없었다. 칼은 복숭아의 결을 따라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슥.’ 복숭아를 가르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칼이 존재감을 되찾았다.
좋은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면, 잘 관리한 칼은 오래 쓰는 삶으로 데려간다. 숫돌 위에서 되살아난 것은 칼날만이 아니었다. 오래 쓰고, 고쳐 쓰고, 아껴 쓰는 마음도 함께 살아났다.
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구속 피의자의 신병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검사가 구속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경우 피의자의 신병도 함께 경찰에 넘겨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기존과 동일하게 피의자 구속기간을 사법경찰관 10일, 검사 최대 20일로 규정했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구속해 10일 이내에 검사에게 인치(강제로 데려옴)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검사는 구속 피의자를 인치받아 10일 이내에 기소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한다.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 등이 필요하면 1회에 한해 법원 허가를 받아 10일 이내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통상 경찰은 구속기간 10일을 채워 수사한 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피의자를 인치해왔다. 검찰은 구속기간 최대 20일 내에서 보완수사를 거쳐 피의자를 기소했다. 하지만 10월2일부터는 개정법에 따라 공소청이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고 경찰이나 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사건을 돌려보내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피의자 신병을 공소청이 계속 구속한 채 사건만 사법경찰관에게 보내 보완수사하게 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개정법에는 이에 대한 규정이 없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수사를 위한 구속을 할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A부장검사는 “입법자 의도를 조화롭게 해석해보면 검사가 신병을 관리하되 경찰이 보완수사를 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신병처리가 적법한지는 결국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피의자 입장에선 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이 만료됐는데도 공소청을 이용해 구속기간을 부당하게 연장한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B변호사는 “경찰의 보완수사를 위해 검사가 구속기간을 연장하기 때문에 실질상으로는 경찰이 구속의 주체”라며 “경찰이 피의자를 최대 30일 구속 수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완수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구속기간이 만료돼 피의자를 석방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구속됐다 석방된 피의자는 다른 중요 증거가 발견된 경우가 아니면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구속하지 못한다. C차장검사는 “경찰이 구속기간 내에 보완수사를 제대로 이행해 사건을 보내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며 “보완수사 과정이 꼬여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살인 피의자도 일단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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