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주말 대공습’ 일단 보류···극단적 위협 후 취소 반복하는 오락가락 행보가 협상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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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대대적으로 타격하겠다고 예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공격 계획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확전을 피하고 협상 재개를 압박하기 위해 강온 양면 작전을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야말로 외교적 협상의 최대 장애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의의 큰 틀’이 마련됐으니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방금 받았다”며 “여기(합의)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개방,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수준의 군사적 위협과 힘, 역량을 바탕으로 이란에 맞설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세계의 이익과 이란의 생존을 위해 ‘신속한 합의 도출’을 전제로 공격을 취소하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2일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에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새로운 거짓말”이라고 보도했다. 군 관계자들은 “최고 수준의 경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CBS 방송 등 미 언론은 미·이스라엘이 주말인 1~2일 사이에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해 역대 가장 강력한 공습 작전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공습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이란의 원유·가스 시설이나 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이는 필수의료시설 등에 전력을 차단하는 것이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에너지 시설 타격은 서로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인 만큼 급격한 확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란은 미국이 에너지 시설을 공습할 경우 중동 지역 내 미국 에너지 시설에 보복을 가하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한 상태였다.
미 온라인 매체인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전격 취소한 배경 중 하나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만류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통화 내용을 전달받은 한 관계자는 AP통신에 “사우디 측은 이란이 사우디 및 다른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상대로 검토 중인 새로운 대응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확전은 트럼프 대통령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시민의 지지율은 갈수록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AP통신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2는 이란과의 전쟁이 가치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문제 해결 방식을 지지한다는 공화당 지지자의 응답률은 61%로 나타나 불과 한 달 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위협 언사를 내뱉었다가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외교적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라늄 농축을 허가해주는 원자력 협상을 맺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고,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을 허가하겠다는 약속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은 교역 파트너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한다고 해서 그 합의가 실제로 유지될 수 있을 거라 믿기 어렵다는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윌 월도프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이란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군사력 사용을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최소한 이란에 낮은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기대 수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더힐에 말했다.
장마철이 끝나면 차 안 풍경이 달라진다. 아이스박스와 텐트, 튜브, 오리발 같은 여름휴가용 장비들이 뒷좌석과 트렁크를 채운다. 차는 이 기간이 되면 가장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동하고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장비를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 차에서 이뤄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출력도 가속 성능도 아니다. 장비와 몸을 정비할 ‘공간’이다.
지난 24일 기아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동해 해변을 돌았다. 물놀이를 위한 ‘베이스캠프’. 편하게 쉬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길 반복하며 EV9로 느낀 감상이었다.
펀다이빙을 즐기는 데 길이 1m 안팎의 ‘긴 오리발’(롱핀)은 늘 골칫거리였다. 내연기관 차량은 차 바닥에 단차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짐에 눌려 휘거나 깨질까 봐 차 바닥에 핀을 싣는 것도, 다른 짐 사이에 끼워 보관하는 것도 신경 쓰였다.
EV9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전기차 전용 프레임을 사용해 차량 바닥이 단차 없이 이어졌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했다. 여기에 3열 좌석을 접자 트렁크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커졌다. 롱핀도 부담 없이 실을 수 있었고,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담수로 씻은 핀과 스노클, 마스크 등 건조가 중요한 장비를 말리기도 쉬웠다.
EV9은 공간 활용이 인상적인 차였다. 특히 옷을 갈아입을 때 공간 활용성은 빛을 발했다. 한여름에 땀으로 젖은 옷을 벗고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는 일은 번거롭다. 에어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간이 좁은 차라면 더 그렇다. EV9은 송풍구가 2열로 바로 나와 땀을 식히기 수월했다. 높은 차체와 넓은 실내 덕에 몸을 움직일 때 걸리는 게 없었다. 2열에 있는 수동 차양은 주변 시선을 자연스럽게 가릴 수도 있었다. 물놀이를 준비하는 시간이 한결 여유로웠다.
도로에 오른 EV9은 차분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금세 붙었지만, 계기판만큼의 속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차체 흔들림이나 잔 진동이 적었다.
안정감이 높아서인지 운전의 재미는 덜했다. 피로감은 확실히 적었다. 운전자석 유리창으로 내비게이션과 주행 정보가 보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신경을 덜 분산시켰다. 차로를 자동 조절하고 앞차와 간격을 맞춰주는 주행 보조 기능들도 큰 차체로 인한 주행 부담을 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야였다. 얇은 앞 기둥(A필러)과 넓은 창 면적은 풍경을 차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구름이 걸린 산을 넘자 동해가 창문을 넘어 시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동행했던 친구는 “풍경 속을 달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조경에서 말하는 ‘차경’(창문 등을 통해 창밖의 풍광을 실내로 끌어오는 기법)이 떠올랐다. 풍경이 차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물놀이를 할 때는 실내 220V(볼트) 전기 콘센트의 활용도가 높았다. 물놀이 중간 차량에 멀티탭을 연결해 전기 포트로 라면을 끓였다. 전동식 펌프 샤워기를 연결해 몸에 묻은 바닷물도 씻어냈다. 식당과 샤워장을 따로 찾는 번거로움이 한결 줄었다. 전 좌석 C타입 단자가 있어 액션캠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기도 유용했다.
여행 중 EV9은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놀이를 마친 뒤 뜨거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에어컨을 켰다. 주변 텐트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다가 ‘아, 이거 전기차였지’라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운전석 리클라이너를 눕혔다. 눈을 떠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차에서 잤다’는 느낌보다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개운하게 눈을 뜨니 운전대를 다시 잡고 싶어졌다. 미리 저장한 메모리시트 버튼을 눌렀다. 종아리까지 길게 뻗은 좌석이 순식간에 평소 운전 자세로 돌아왔다. 운행에 드는 비용도 저렴했다. 전기 충전 비용은 약 3만1000원. 내연기관 기반 대형 SUV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행 중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은 예상보다 선명하게 전달됐다.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는 않았지만, 노면의 질감 자체를 부드럽게 걸러주진 못했다. 대형 SUV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을 기대했던 터라 다소 아쉬웠다. 시속 100㎞가 넘으니 풍절음도 들렸다. 급가속 때의 전기모터 소리도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했다.
넓은 공간은 좋았지만 아기자기한 수납공간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큰 짐을 싣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작은 물건을 둘 자리는 많지 않았다. 지갑이나 SD카드처럼 자주 꺼내는 물건을 잠시 둘 공간이 부족했고, 도어트림도 개방형 구조라 작은 소지품을 보관하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의의 큰 틀’이 마련됐으니 공격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방금 받았다”며 “여기(합의)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개방,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수준의 군사적 위협과 힘, 역량을 바탕으로 이란에 맞설 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세계의 이익과 이란의 생존을 위해 ‘신속한 합의 도출’을 전제로 공격을 취소하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2일 군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에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새로운 거짓말”이라고 보도했다. 군 관계자들은 “최고 수준의 경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떠한 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CBS 방송 등 미 언론은 미·이스라엘이 주말인 1~2일 사이에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겨냥해 역대 가장 강력한 공습 작전을 계획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대대적인 공습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이란의 원유·가스 시설이나 발전소를 공격할 경우 이는 필수의료시설 등에 전력을 차단하는 것이어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에너지 시설 타격은 서로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인 만큼 급격한 확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란은 미국이 에너지 시설을 공습할 경우 중동 지역 내 미국 에너지 시설에 보복을 가하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한 상태였다.
미 온라인 매체인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전격 취소한 배경 중 하나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만류를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의 통화 내용을 전달받은 한 관계자는 AP통신에 “사우디 측은 이란이 사우디 및 다른 걸프 국가들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보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상대로 검토 중인 새로운 대응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확전은 트럼프 대통령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시민의 지지율은 갈수록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AP통신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의 약 3분의 2는 이란과의 전쟁이 가치 없는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문제 해결 방식을 지지한다는 공화당 지지자의 응답률은 61%로 나타나 불과 한 달 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위협 언사를 내뱉었다가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외교적 해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우라늄 농축을 허가해주는 원자력 협상을 맺겠다고 했다가 말을 바꿨고,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을 허가하겠다는 약속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 동안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은 교역 파트너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을 한다고 해서 그 합의가 실제로 유지될 수 있을 거라 믿기 어렵다는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의 윌 월도프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이란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군사력 사용을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최소한 이란에 낮은 수준의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기대 수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더힐에 말했다.
장마철이 끝나면 차 안 풍경이 달라진다. 아이스박스와 텐트, 튜브, 오리발 같은 여름휴가용 장비들이 뒷좌석과 트렁크를 채운다. 차는 이 기간이 되면 가장 활용도가 높아진다. 이동하고 옷을 갈아입고 쉬고 장비를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 차에서 이뤄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출력도 가속 성능도 아니다. 장비와 몸을 정비할 ‘공간’이다.
지난 24일 기아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으로 7번 국도를 따라 동해 해변을 돌았다. 물놀이를 위한 ‘베이스캠프’. 편하게 쉬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길 반복하며 EV9로 느낀 감상이었다.
펀다이빙을 즐기는 데 길이 1m 안팎의 ‘긴 오리발’(롱핀)은 늘 골칫거리였다. 내연기관 차량은 차 바닥에 단차가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짐에 눌려 휘거나 깨질까 봐 차 바닥에 핀을 싣는 것도, 다른 짐 사이에 끼워 보관하는 것도 신경 쓰였다.
EV9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전기차 전용 프레임을 사용해 차량 바닥이 단차 없이 이어졌다.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했다. 여기에 3열 좌석을 접자 트렁크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커졌다. 롱핀도 부담 없이 실을 수 있었고,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담수로 씻은 핀과 스노클, 마스크 등 건조가 중요한 장비를 말리기도 쉬웠다.
EV9은 공간 활용이 인상적인 차였다. 특히 옷을 갈아입을 때 공간 활용성은 빛을 발했다. 한여름에 땀으로 젖은 옷을 벗고 몸에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는 일은 번거롭다. 에어컨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공간이 좁은 차라면 더 그렇다. EV9은 송풍구가 2열로 바로 나와 땀을 식히기 수월했다. 높은 차체와 넓은 실내 덕에 몸을 움직일 때 걸리는 게 없었다. 2열에 있는 수동 차양은 주변 시선을 자연스럽게 가릴 수도 있었다. 물놀이를 준비하는 시간이 한결 여유로웠다.
도로에 오른 EV9은 차분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속도가 금세 붙었지만, 계기판만큼의 속도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차체 흔들림이나 잔 진동이 적었다.
안정감이 높아서인지 운전의 재미는 덜했다. 피로감은 확실히 적었다. 운전자석 유리창으로 내비게이션과 주행 정보가 보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신경을 덜 분산시켰다. 차로를 자동 조절하고 앞차와 간격을 맞춰주는 주행 보조 기능들도 큰 차체로 인한 주행 부담을 줄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시야였다. 얇은 앞 기둥(A필러)과 넓은 창 면적은 풍경을 차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구름이 걸린 산을 넘자 동해가 창문을 넘어 시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동행했던 친구는 “풍경 속을 달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조경에서 말하는 ‘차경’(창문 등을 통해 창밖의 풍광을 실내로 끌어오는 기법)이 떠올랐다. 풍경이 차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물놀이를 할 때는 실내 220V(볼트) 전기 콘센트의 활용도가 높았다. 물놀이 중간 차량에 멀티탭을 연결해 전기 포트로 라면을 끓였다. 전동식 펌프 샤워기를 연결해 몸에 묻은 바닷물도 씻어냈다. 식당과 샤워장을 따로 찾는 번거로움이 한결 줄었다. 전 좌석 C타입 단자가 있어 액션캠과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충전하기도 유용했다.
여행 중 EV9은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놀이를 마친 뒤 뜨거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에어컨을 켰다. 주변 텐트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다가 ‘아, 이거 전기차였지’라는 생각에 마음을 놓고 운전석 리클라이너를 눕혔다. 눈을 떠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차에서 잤다’는 느낌보다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개운하게 눈을 뜨니 운전대를 다시 잡고 싶어졌다. 미리 저장한 메모리시트 버튼을 눌렀다. 종아리까지 길게 뻗은 좌석이 순식간에 평소 운전 자세로 돌아왔다. 운행에 드는 비용도 저렴했다. 전기 충전 비용은 약 3만1000원. 내연기관 기반 대형 SUV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주행 중 노면의 요철을 지날 때 충격은 예상보다 선명하게 전달됐다. 차체가 크게 출렁이지는 않았지만, 노면의 질감 자체를 부드럽게 걸러주진 못했다. 대형 SUV 특유의 안락한 승차감을 기대했던 터라 다소 아쉬웠다. 시속 100㎞가 넘으니 풍절음도 들렸다. 급가속 때의 전기모터 소리도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했다.
넓은 공간은 좋았지만 아기자기한 수납공간은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큰 짐을 싣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작은 물건을 둘 자리는 많지 않았다. 지갑이나 SD카드처럼 자주 꺼내는 물건을 잠시 둘 공간이 부족했고, 도어트림도 개방형 구조라 작은 소지품을 보관하기에는 다소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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