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이천년의 지혜, 화성인의 식탁에도 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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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신록(新綠)의 계절이라면, 여름은 녹음(綠陰)이 짙어지는 시기다. 살랑이는 봄비가 지나가면 겨우내 바싹 마른 잎은 연둣빛으로 물들고, 한여름의 쨍한 햇빛 속에서 초록잎은 무성하게 피어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산과 들은 푸른빛으로 저절로 일렁인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식물은 씨앗에서 아름드리나무까지 자라난다. 먹고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동물 입장에서는 더없이 부러운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어찌하여 식물은 저절로 자라는 듯 보이는 걸까.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는 ‘동물이 입으로 먹이를 먹고 자라듯, 식물은 뿌리로 흙을 먹고 자란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풀과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흙에서 뽑아내면 말라 죽기에 이는 직관적으로 그럴듯했다. 너무도 당연해 보였기 때문일까, 식물은 뿌리로 흙을 먹고 자란다는 ‘상식’을 진짜로 확인하는 사람이 등장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얀 판 헬몬트(1577~1644)는 화분에 건조된 흙을 약 90㎏ 넣고, 여기에 어린 버드나무를 심고 오직 물만 주면서 이를 키웠다. 5년 후 다시 측정해보니 버드나무는 2.3㎏에서 77㎏으로 약 33배나 자랐지만, 흙은 겨우 50g 남짓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그간 이 화분에 추가된 것은 오직 물뿐이었으니, 헬몬트는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을 성장하게 하는 것은 흙(땅)이 아니라, 물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럼 식물을 자라게 하려면 물만 주면 되는 것일까. 하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물 없이는 살 수 없어도 물만으로는 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뿌리를 내릴 흙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존 우드워드(1665~1728)는 민트 화분에 각각 증류수와 강물, 진흙이 섞인 흙탕물 등 다양한 물을 주며 물의 종류에 주목했다. 결과를 보니, 깨끗한 물보다는 흙탕물이 오히려 식물의 원활한 성장에 더 도움을 주었다. 우드워드는 흙탕물 속 무언가, 흙이 품고 있는 무언가가 식물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18세기가 되자 화학이 발전했고 어떤 대상을 구성하는 물질을 분석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식물학자이자 화학자인 소쉬르(1767~1845)는 식물이 태양빛을 쬐면 주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식물을 태워서 얻은 재를 분석해 여기서 칼슘, 칼륨, 마그네슘, 인, 황, 질소 등 수십가지에 이르는 원소들을 찾아냈다. 이산화탄소(CO2)와 물에서 얻을 수 있는 성분은 탄소(C)와 산소(O), 수소(H)뿐이니, 식물을 구성하는 다른 원소들을 식물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루트는 흙뿐이었다. 식물의 성장을 위해서는 물과 이산화탄소와 흙이 모두 필요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깨달았다. 정확히는 흙이 아니라, 그 흙이 함유하고 있는 각종 유기물과 무기염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물에 이 물질들을 섞어준다면 흙 없이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식물학자 빌헬름 크놉(1817~1891)은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물질을 담은 영양액인 크놉액을 개발했고, 이 액체만으로도 식물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음을 보여주어, 수경재배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20세기 들어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 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만들며, 뿌리로 토양 속에 함유된 무기물을 흡수해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이 모두 알려졌다. 식물이 뿌리로 흙을 먹고 산다는 직관에서 식물의 성장에 물과 이산화탄소와 여러 염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20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올해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에서는 미래 우주식량을 개발하는 ‘Deep Space Food Challenge’의 연장으로 ‘Mars to Table’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식물을 먹거리로 삼아온 인류인 만큼, 살아가는 행성이 달라져도 먹거리의 기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수천년 동안 식물의 성장에 대해 알아온 결과물이, 지구를 벗어난 전혀 다른 땅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어 화성인의 식탁에 오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더불어 부디 인류의 오랜 노하우가 우주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길 기원하는 바이다.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 시기가 빨라지는 가운데 5~6월 초여름에는 한여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을 기준으로 삼는 기존 폭염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체감과 환경을 중심으로 폭염에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31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이 공개한 ‘수요자 중심 체감 영향 기반 폭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최근 폭염 발생 시점은 과거 7~8월 중심에서 5~6월로 당겨졌다. 올해 봄철 평균 최고기온은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최고기온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빠르게 늘었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온열질환자 수도 증가했는데, 특히 5월 중순부터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과거 평균과 비교해도 올해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가동 초기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5~6월에는 비교적 낮은 최고기온 구간에서도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반면, 7~8월에는 더 높은 기온에서 환자가 집중됐다. 같은 기온이라도 초여름에는 인체가 더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해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기온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체감 영향과 시기별 위험을 반영한 상시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감시 기간 확대를 넘어 월별 위험 특성에 맞춘 차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더위와 신체 반응 분석을 위한 현장 기반 조사도 진행됐다. 지난해 8월18일부터 9월2일까지 인천지역 건설업·제조업·배달업 야외노동자 30명을 대상으로 작업 현장에서 생체반응을 관찰한 결과, 기온이 높아질수록 야외노동자의 심박수 변화 폭이 커지고 온열질환 위험도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기온 조건에서도 수요자의 활동 특성, 작업강도, 휴식 여부, 냉방 접근성, 연령, 건강 상태, 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기존 기상특보 중심의 공급자 관점 대응에서 벗어나 폭염 노출 환경과 체감 영향을 반영한 수요자 중심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주도하는 평화위원회가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완전 비무장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 합의안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무장 해제하고,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며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를 재건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마스도 이에 합의했다.
기대와 우려는 교차한다. 오랜 분쟁으로 신음한 가자지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당사국 이스라엘의 불만이 걸림돌이 돼 실제 합의 이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오늘 평화위원회가 하마스와 가자지구의 모든 무장단체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며 “(가자지구의) 지속적 평화와 안보를 향한 기념비적 진전”이라고 밝혔다.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의 치안 유지와 재건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올해 초 출범했다.
곧이어 하마스도 합의 사실을 인정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은 언론에 잇따라 입장을 밝히며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하마스 간부인 가지 하마드는 알아라비야 인터뷰에서 합의가 하마스의 종식 또는 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팔레스타인 민족을 구하기 위해 양보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합의안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위원회 발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합의문에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행정권 포기,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다국적 병력으로 구성된 국제안정화군의 가자지구 내 배치 등이 담겼다.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무장을 해제하고 지하 터널과 무기 생산 시설을 폐쇄한다.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철수는 단계별로 연동된다. 가자지구의 행정은 새롭게 출범할 통치기구 가자 국가행정위원회(NCAG)가 맡는다. 국제안정화군(ISF)은 새 정부와 협력해 치안을 담당하며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가자지구의 새로운 통치 체제 구축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가 마침내 새로운 팔레스타인 정부의 통치를 받게 되는 결정적 단계”라며 “새 정부는 평화위원회가 긴밀히 협력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2년9개월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핵심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 중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합의에 이스라엘의 요구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철군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마스 협상대표단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군이 먼저 철수하지 않는 한 무장해제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마지못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합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일단 미국의 압박이 변수다. 미 당국자는 “만약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이스라엘 간 사전 조율이 오간 정황도 보인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의 바락 라비드 기자는 이날 엑스에서 미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근 회담,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 간 후속 회담 등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국제안정화군(ISF) 진입을 승인한 점도 이러한 추정에 힘을 싣는다.
비무장화가 시작되더라도 평화 체제 안착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평화위원회 측은 무장 해제 작업에 짧게는 200일, 길게는 최대 350일이 걸릴 수 있으며 기술·실무적 문제로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합의의 세부 내용을 다듬는 작업도 필요한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애덤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이번 합의는 매우 중요하지만 획기적 전환점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마스 외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거나, 이스라엘 강경파가 하마스 무장을 주장하는 등 방해 공작을 펼칠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검증”이라고 말했다.
80년 가까이 이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도 볼 수 없다. 무단 점거 논란을 빚는 유대인 정착촌 문제나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 여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길고 긴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합의가 현실화한다면 중동 역내 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압박해왔지만 사우디는 가자지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으로 제동이 걸린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에 양국이 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미국이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거래는 무효”라고 밝히면서 원자력 협정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평화 합의로 가자지구 문제 해결에 진전이 보일 경우, 사우디 입장에서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친이란 대리 세력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유지해 온 이란에는 악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달 초 치러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찾은 하마스 조문단에게 “합의서 서명을 서두르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이란이 하마스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84~322)는 ‘동물이 입으로 먹이를 먹고 자라듯, 식물은 뿌리로 흙을 먹고 자란다’고 말하며 처음으로 이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풀과 나무는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며, 흙에서 뽑아내면 말라 죽기에 이는 직관적으로 그럴듯했다. 너무도 당연해 보였기 때문일까, 식물은 뿌리로 흙을 먹고 자란다는 ‘상식’을 진짜로 확인하는 사람이 등장한 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얀 판 헬몬트(1577~1644)는 화분에 건조된 흙을 약 90㎏ 넣고, 여기에 어린 버드나무를 심고 오직 물만 주면서 이를 키웠다. 5년 후 다시 측정해보니 버드나무는 2.3㎏에서 77㎏으로 약 33배나 자랐지만, 흙은 겨우 50g 남짓 줄어들었을 뿐이었다. 그간 이 화분에 추가된 것은 오직 물뿐이었으니, 헬몬트는 이 실험을 통해 식물을 성장하게 하는 것은 흙(땅)이 아니라, 물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럼 식물을 자라게 하려면 물만 주면 되는 것일까. 하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물 없이는 살 수 없어도 물만으로는 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뿌리를 내릴 흙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존 우드워드(1665~1728)는 민트 화분에 각각 증류수와 강물, 진흙이 섞인 흙탕물 등 다양한 물을 주며 물의 종류에 주목했다. 결과를 보니, 깨끗한 물보다는 흙탕물이 오히려 식물의 원활한 성장에 더 도움을 주었다. 우드워드는 흙탕물 속 무언가, 흙이 품고 있는 무언가가 식물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18세기가 되자 화학이 발전했고 어떤 대상을 구성하는 물질을 분석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 식물학자이자 화학자인 소쉬르(1767~1845)는 식물이 태양빛을 쬐면 주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관찰하고, 식물을 태워서 얻은 재를 분석해 여기서 칼슘, 칼륨, 마그네슘, 인, 황, 질소 등 수십가지에 이르는 원소들을 찾아냈다. 이산화탄소(CO2)와 물에서 얻을 수 있는 성분은 탄소(C)와 산소(O), 수소(H)뿐이니, 식물을 구성하는 다른 원소들을 식물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루트는 흙뿐이었다. 식물의 성장을 위해서는 물과 이산화탄소와 흙이 모두 필요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 깨달았다. 정확히는 흙이 아니라, 그 흙이 함유하고 있는 각종 유기물과 무기염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물에 이 물질들을 섞어준다면 흙 없이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닐까. 식물학자 빌헬름 크놉(1817~1891)은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물질을 담은 영양액인 크놉액을 개발했고, 이 액체만으로도 식물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음을 보여주어, 수경재배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20세기 들어 여러 학자의 연구 결과 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만들며, 뿌리로 토양 속에 함유된 무기물을 흡수해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이 모두 알려졌다. 식물이 뿌리로 흙을 먹고 산다는 직관에서 식물의 성장에 물과 이산화탄소와 여러 염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20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올해 들어 미국 항공우주국에서는 미래 우주식량을 개발하는 ‘Deep Space Food Challenge’의 연장으로 ‘Mars to Table’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식물을 먹거리로 삼아온 인류인 만큼, 살아가는 행성이 달라져도 먹거리의 기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수천년 동안 식물의 성장에 대해 알아온 결과물이, 지구를 벗어난 전혀 다른 땅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어 화성인의 식탁에 오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더불어 부디 인류의 오랜 노하우가 우주인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길 기원하는 바이다.
기후변화로 폭염 발생 시기가 빨라지는 가운데 5~6월 초여름에는 한여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을 기준으로 삼는 기존 폭염 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체감과 환경을 중심으로 폭염에 대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31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이 공개한 ‘수요자 중심 체감 영향 기반 폭염 대응 방안’ 보고서를 보면, 최근 폭염 발생 시점은 과거 7~8월 중심에서 5~6월로 당겨졌다. 올해 봄철 평균 최고기온은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높은 최고기온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빠르게 늘었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온열질환자 수도 증가했는데, 특히 5월 중순부터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과거 평균과 비교해도 올해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가동 초기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상대적으로 많았다.
5~6월에는 비교적 낮은 최고기온 구간에서도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반면, 7~8월에는 더 높은 기온에서 환자가 집중됐다. 같은 기온이라도 초여름에는 인체가 더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해 온열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폭염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기온 중심 대응에서 벗어나 체감 영향과 시기별 위험을 반영한 상시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감시 기간 확대를 넘어 월별 위험 특성에 맞춘 차등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더위와 신체 반응 분석을 위한 현장 기반 조사도 진행됐다. 지난해 8월18일부터 9월2일까지 인천지역 건설업·제조업·배달업 야외노동자 30명을 대상으로 작업 현장에서 생체반응을 관찰한 결과, 기온이 높아질수록 야외노동자의 심박수 변화 폭이 커지고 온열질환 위험도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폭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기온 조건에서도 수요자의 활동 특성, 작업강도, 휴식 여부, 냉방 접근성, 연령, 건강 상태, 흡연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기존 기상특보 중심의 공급자 관점 대응에서 벗어나 폭염 노출 환경과 체감 영향을 반영한 수요자 중심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가 주도하는 평화위원회가 3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완전 비무장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 합의안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무장 해제하고,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며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를 재건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마스도 이에 합의했다.
기대와 우려는 교차한다. 오랜 분쟁으로 신음한 가자지구가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당사국 이스라엘의 불만이 걸림돌이 돼 실제 합의 이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오늘 평화위원회가 하마스와 가자지구의 모든 무장단체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위한 역사적 합의에 도달했다”며 “(가자지구의) 지속적 평화와 안보를 향한 기념비적 진전”이라고 밝혔다.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의 치안 유지와 재건을 총괄하는 최고 의사 결정기구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올해 초 출범했다.
곧이어 하마스도 합의 사실을 인정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들은 언론에 잇따라 입장을 밝히며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하마스 간부인 가지 하마드는 알아라비야 인터뷰에서 합의가 하마스의 종식 또는 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팔레스타인 민족을 구하기 위해 양보를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합의안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평화위원회 발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합의문에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행정권 포기,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다국적 병력으로 구성된 국제안정화군의 가자지구 내 배치 등이 담겼다.
합의에 따라 하마스는 무장을 해제하고 지하 터널과 무기 생산 시설을 폐쇄한다.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철수는 단계별로 연동된다. 가자지구의 행정은 새롭게 출범할 통치기구 가자 국가행정위원회(NCAG)가 맡는다. 국제안정화군(ISF)은 새 정부와 협력해 치안을 담당하며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의 완충 역할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가자지구의 새로운 통치 체제 구축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자지구가 마침내 새로운 팔레스타인 정부의 통치를 받게 되는 결정적 단계”라며 “새 정부는 평화위원회가 긴밀히 협력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약 2년9개월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핵심 당사국인 이스라엘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침묵 중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합의에 이스라엘의 요구가 충분히 담기지 않았다”며 이스라엘 정부가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 무장 해제가 이뤄지기 전까지 가자지구에서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철군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마스 협상대표단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군이 먼저 철수하지 않는 한 무장해제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마지못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합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일단 미국의 압박이 변수다. 미 당국자는 “만약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이스라엘 간 사전 조율이 오간 정황도 보인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의 바락 라비드 기자는 이날 엑스에서 미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근 회담,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스티브 윗코프 미 중동 특사 간 후속 회담 등에서 해당 사안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전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국제안정화군(ISF) 진입을 승인한 점도 이러한 추정에 힘을 싣는다.
비무장화가 시작되더라도 평화 체제 안착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평화위원회 측은 무장 해제 작업에 짧게는 200일, 길게는 최대 350일이 걸릴 수 있으며 기술·실무적 문제로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합의의 세부 내용을 다듬는 작업도 필요한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애덤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이번 합의는 매우 중요하지만 획기적 전환점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마스 외 무장단체가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거나, 이스라엘 강경파가 하마스 무장을 주장하는 등 방해 공작을 펼칠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건 검증”이라고 말했다.
80년 가까이 이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도 볼 수 없다. 무단 점거 논란을 빚는 유대인 정착촌 문제나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 여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가 길고 긴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합의가 현실화한다면 중동 역내 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압박해왔지만 사우디는 가자지구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해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으로 제동이 걸린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에 양국이 서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미국이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지 않으면, 거래는 무효”라고 밝히면서 원자력 협정도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번 평화 합의로 가자지구 문제 해결에 진전이 보일 경우, 사우디 입장에서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나설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친이란 대리 세력을 통해 역내 영향력을 유지해 온 이란에는 악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달 초 치러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찾은 하마스 조문단에게 “합의서 서명을 서두르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다만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만큼 이란이 하마스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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