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호텔 빈대가 걱정된다면? 여행가방의 안전지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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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호텔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캐리어를 침대나 바닥 위에 올려놓고 짐을 푼다. 하지만 피부과 전문의와 해충 전문가들은 이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 생활정보 매체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빈대(베드버그)가 걱정된다면 가장 먼저 여행가방을 둘 곳은 침대도, 카펫도 아닌 ‘욕실’이라고 전했다. 미국피부과학회(AAD)와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비슷한 예방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욕실은 빈대가 가장 싫어하는 공간 중 하나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먹기 위해 침대 매트리스의 이음새, 침대 헤드보드, 소파와 의자 등 천으로 덮인 가구의 틈에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타일 바닥과 욕조처럼 매끈한 표면에는 몸을 숨길 틈이 적어 상대적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객실에 들어오면 짐을 침대나 바닥에 내려놓기 전에 욕실 바닥이나 욕조 안에 잠시 두고 객실을 먼저 점검할 것을 권한다.
객실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은 침대다. 매트리스의 봉제선과 모서리, 헤드보드 뒤쪽, 침대 프레임의 틈, 소파와 쿠션의 이음새, 침대 주변 가구를 살필 필요가 있다. 빈대 자체뿐 아니라 검은 점처럼 보이는 배설물, 녹슨 색의 얼룩, 허물이나 작은 흰색 알도 빈대가 있었다는 흔적일 수 있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이용하면 틈새를 살펴보기 쉽다.
객실에 이상이 없다면 캐리어는 짐받이(러기지 랙) 위에 두는 것이 권장된다. 짐받이도 사용하기 전에 천 부분이나 연결 부위를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침대, 소파, 카펫 위에 가방을 올려두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여행 중에는 가방의 지퍼를 닫아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객실에서 빈대 흔적을 발견했다면 참고 묵기보다는 즉시 호텔 직원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방을 바꿀 경우에도 바로 옆방이나 맞은편 방보다는 다른 층이나 충분히 떨어진 객실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안심은 금물
빈대는 여행이 끝난 뒤 집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집에 돌아오면 캐리어를 침실로 바로 가져가지 말고, 먼저 내용물을 확인한 뒤 입었던 옷은 가능한 한 고온 건조기에서 말리고, 캐리어의 안팎과 바퀴, 지퍼 주변도 꼼꼼히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단순히 세탁만 하는 것보다 고온 건조가 빈대를 제거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빈대는 호텔의 등급이나 청결 상태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미국피부과학회는 고급 호텔이라도 여행객의 짐을 통해 빈대가 유입될 수 있으며, ‘깨끗한 호텔이라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몇 분만 투자해 객실을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들은 4년3개월 만에 승전보를 받았다. SK에코플랜트가 추진하던 ‘조곡 그린컴플렉스 산업단지’ 안에 숨겨져 있던 산업폐기물 매립장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다. 주민들은 폐기물 매립장을 ‘자원순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탓에 몇 년째 그 실체를 몰랐던 것이 가장 억울했다고 말했다.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담당 공무원은 “군청 홈페이지에 다 고시했다”고 답했다. 인터넷을 잘 쓰지 않는 70, 80대 농촌 어르신들에게 이는 사실상 ‘알리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이런 일은 예산군만의 사연이 아니다. 전북 정읍 옹동면에서는 채석장 연장 허가 서류에 주민설명회를 마쳤다는 사진까지 올라와 있었지만, 정작 마을 주민은 참석한 적이 없었다. 경북 고령군에서는 업체가 “주민 43명이 매립장에 찬성했다”는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알고 보니 그 주민들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주민들은 지하 20m짜리 지정폐기물 매립장 계획을 우연히 찾아낸 보고서 한 장 덕분에 겨우 막아냈다.
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시설의 인허가는 대부분 주민 모르게 진행된다. 사업자는 주민에게 알릴 의무가 없고, 허가 여부를 정하는 위원회의 회의와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업자는 회의장에 들어가 사업을 설명하지만, 정작 그 시설과 함께 살아갈 주민은 참석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사태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개발사업에서 지자체의 권한이 큰 만큼 조례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에 전국 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만든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는 7가지 조례를 제안하고 있다.
조례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미리 알리고 함께 결정하자는 것이다. 유해 시설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즉시 인근 주민에게 문자로 알리고(사전고지 조례), 위원회 회의와 회의록을 공개하며(회의공개 조례), 업자만 발언하던 자리에 주민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주민참가 조례). 둘째, 사전 심의로 안전을 높이자는 것이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검증을 피해 가던 시설도 인허가 전에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하는 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하고, 폐기물 시설은 주거지·학교·하천에서 충분히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피해 주민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오롯이 주민 몫인 피해 입증을 지자체가 예비조사와 건강검진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개발 공약을 앞세운 정치인은 많았지만, 그 개발이 무엇인지 주민에게 미리 알리겠다고 약속한 이는 드물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5개 정당과 후보 42명이 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약속했고, 그중 16명이 당선됐다. 앞으로 지자체와 지방의회, 나아가 국회가 주민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밀어붙일 힘은 결국 시민의 요구와 연대다.
그 요구를 모으기 위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밀실 행정에 맞선 농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제도를 바꾸는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team-sigol.kr)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주, 포항, 천안, 평택, 김천, 봉화, 연천 등 모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환경오염시설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싸우는 주민들에게, 그리고 이 당연한 권리를 법과 제도로 되찾는 운동에 많은 관심과 연대가 모이기를 바란다.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번역도, 상담도, 그림도, 보고서 작성도 이제는 기술이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한다. 서로를 어떻게 돌보며 살아갈 것인가. 대한민국도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나지만, 지역사회의 연결은 예전보다 약해지고 있다. 기후재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부와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 삶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사회 변화와 함께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를 돕는 선의의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높이고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민 참여의 방식으로 그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자원봉사 내셔널 리포트’(2026)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돌봄과 기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유엔자원봉사단(UNV)의 2025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72개 국가와 지역에서 역대 최대인 1만7000여명의 유엔 자원봉사자가 전쟁과 재난, 기후위기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활동에 참여했다. 유엔이 25년 만에 2026년을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세자해, IVY2026)로 선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올해 IVY2026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자원봉사의 가치를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돌봄과 기후위기, 공동체 회복처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에 시민의 참여를 넓혀가자는 의미다. 기술과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은 결국 시민의 참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세계가 다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세자해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나, 우리, 그리고 지구를 위한 K자원봉사’를 비전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자원봉사 릴레이를 통해 세자해의 의미를 확산했다. 지금은 누구나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모두의 봉사 레시피’를 비롯해 학교와 기업,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다양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자원봉사가 누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세계 자원봉사 보고서는 자원봉사를 봉사시간이 아닌, 사회에 만들어내는 변화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자원봉사 참여 글로벌 지수’를 제시했다. 자원봉사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가 아니라 그 참여가 공동체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함께 살펴보자는 새로운 기준이다. 이는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원봉사의 힘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검게 물든 바다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수많은 사람이 방역과 돌봄으로 서로의 일상을 지켜냈다. 최근 잇따른 산불과 폭우 현장에서도 가장 먼저 달려가고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분들은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이렇듯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분명해진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2026년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다. 이는 자원봉사의 가치를 기념하는 한 해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세계적인 제안이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힘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세계가 다시 자원봉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결국 더 나은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국 생활정보 매체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빈대(베드버그)가 걱정된다면 가장 먼저 여행가방을 둘 곳은 침대도, 카펫도 아닌 ‘욕실’이라고 전했다. 미국피부과학회(AAD)와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비슷한 예방 수칙을 권고하고 있다.
욕실은 빈대가 가장 싫어하는 공간 중 하나다. 빈대는 사람의 피를 먹기 위해 침대 매트리스의 이음새, 침대 헤드보드, 소파와 의자 등 천으로 덮인 가구의 틈에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 타일 바닥과 욕조처럼 매끈한 표면에는 몸을 숨길 틈이 적어 상대적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낮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객실에 들어오면 짐을 침대나 바닥에 내려놓기 전에 욕실 바닥이나 욕조 안에 잠시 두고 객실을 먼저 점검할 것을 권한다.
객실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곳은 침대다. 매트리스의 봉제선과 모서리, 헤드보드 뒤쪽, 침대 프레임의 틈, 소파와 쿠션의 이음새, 침대 주변 가구를 살필 필요가 있다. 빈대 자체뿐 아니라 검은 점처럼 보이는 배설물, 녹슨 색의 얼룩, 허물이나 작은 흰색 알도 빈대가 있었다는 흔적일 수 있다. 휴대전화 손전등을 이용하면 틈새를 살펴보기 쉽다.
객실에 이상이 없다면 캐리어는 짐받이(러기지 랙) 위에 두는 것이 권장된다. 짐받이도 사용하기 전에 천 부분이나 연결 부위를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침대, 소파, 카펫 위에 가방을 올려두는 것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여행 중에는 가방의 지퍼를 닫아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객실에서 빈대 흔적을 발견했다면 참고 묵기보다는 즉시 호텔 직원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방을 바꿀 경우에도 바로 옆방이나 맞은편 방보다는 다른 층이나 충분히 떨어진 객실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안심은 금물
빈대는 여행이 끝난 뒤 집으로 따라오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집에 돌아오면 캐리어를 침실로 바로 가져가지 말고, 먼저 내용물을 확인한 뒤 입었던 옷은 가능한 한 고온 건조기에서 말리고, 캐리어의 안팎과 바퀴, 지퍼 주변도 꼼꼼히 점검할 것을 권고한다. 단순히 세탁만 하는 것보다 고온 건조가 빈대를 제거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빈대는 호텔의 등급이나 청결 상태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미국피부과학회는 고급 호텔이라도 여행객의 짐을 통해 빈대가 유입될 수 있으며, ‘깨끗한 호텔이라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몇 분만 투자해 객실을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충남 예산군 신암면 주민들은 4년3개월 만에 승전보를 받았다. SK에코플랜트가 추진하던 ‘조곡 그린컴플렉스 산업단지’ 안에 숨겨져 있던 산업폐기물 매립장 계획이 백지화된 것이다. 주민들은 폐기물 매립장을 ‘자원순환시설’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탓에 몇 년째 그 실체를 몰랐던 것이 가장 억울했다고 말했다.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담당 공무원은 “군청 홈페이지에 다 고시했다”고 답했다. 인터넷을 잘 쓰지 않는 70, 80대 농촌 어르신들에게 이는 사실상 ‘알리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
이런 일은 예산군만의 사연이 아니다. 전북 정읍 옹동면에서는 채석장 연장 허가 서류에 주민설명회를 마쳤다는 사진까지 올라와 있었지만, 정작 마을 주민은 참석한 적이 없었다. 경북 고령군에서는 업체가 “주민 43명이 매립장에 찬성했다”는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알고 보니 그 주민들은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들은 적이 없었다. 충북 괴산군 사리면 주민들은 지하 20m짜리 지정폐기물 매립장 계획을 우연히 찾아낸 보고서 한 장 덕분에 겨우 막아냈다.
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시설의 인허가는 대부분 주민 모르게 진행된다. 사업자는 주민에게 알릴 의무가 없고, 허가 여부를 정하는 위원회의 회의와 회의록은 공개되지 않는다. 사업자는 회의장에 들어가 사업을 설명하지만, 정작 그 시설과 함께 살아갈 주민은 참석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사태를 알게 된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되돌리기 어렵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개발사업에서 지자체의 권한이 큰 만큼 조례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에 전국 8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만든 ‘난개발·환경오염 방지 및 주민알권리 조례 운동본부’는 7가지 조례를 제안하고 있다.
조례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미리 알리고 함께 결정하자는 것이다. 유해 시설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즉시 인근 주민에게 문자로 알리고(사전고지 조례), 위원회 회의와 회의록을 공개하며(회의공개 조례), 업자만 발언하던 자리에 주민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주민참가 조례). 둘째, 사전 심의로 안전을 높이자는 것이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검증을 피해 가던 시설도 인허가 전에 전문가와 주민이 참여하는 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하고, 폐기물 시설은 주거지·학교·하천에서 충분히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 피해 주민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오롯이 주민 몫인 피해 입증을 지자체가 예비조사와 건강검진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개발 공약을 앞세운 정치인은 많았지만, 그 개발이 무엇인지 주민에게 미리 알리겠다고 약속한 이는 드물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5개 정당과 후보 42명이 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약속했고, 그중 16명이 당선됐다. 앞으로 지자체와 지방의회, 나아가 국회가 주민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도록 밀어붙일 힘은 결국 시민의 요구와 연대다.
그 요구를 모으기 위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밀실 행정에 맞선 농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제도를 바꾸는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team-sigol.kr)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주, 포항, 천안, 평택, 김천, 봉화, 연천 등 모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환경오염시설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싸우는 주민들에게, 그리고 이 당연한 권리를 법과 제도로 되찾는 운동에 많은 관심과 연대가 모이기를 바란다.
인공지능(AI)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번역도, 상담도, 그림도, 보고서 작성도 이제는 기술이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오히려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한다. 서로를 어떻게 돌보며 살아갈 것인가. 대한민국도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늘어나지만, 지역사회의 연결은 예전보다 약해지고 있다. 기후재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정부와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 삶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다.
사회 변화와 함께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누군가를 돕는 선의의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높이고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민 참여의 방식으로 그 의미가 넓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자원봉사 내셔널 리포트’(2026)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준다. 돌봄과 기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사회에서 자원봉사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유엔자원봉사단(UNV)의 2025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72개 국가와 지역에서 역대 최대인 1만7000여명의 유엔 자원봉사자가 전쟁과 재난, 기후위기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활동에 참여했다. 유엔이 25년 만에 2026년을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세자해, IVY2026)로 선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올해 IVY2026에서 ‘지속 가능 발전’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분명하다. 자원봉사의 가치를 기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돌봄과 기후위기, 공동체 회복처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에 시민의 참여를 넓혀가자는 의미다. 기술과 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일은 결국 시민의 참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세계가 다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세자해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나, 우리, 그리고 지구를 위한 K자원봉사’를 비전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자원봉사 릴레이를 통해 세자해의 의미를 확산했다. 지금은 누구나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모두의 봉사 레시피’를 비롯해 학교와 기업, 시민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다양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자원봉사가 누구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세계 자원봉사 보고서는 자원봉사를 봉사시간이 아닌, 사회에 만들어내는 변화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자원봉사 참여 글로벌 지수’를 제시했다. 자원봉사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가 아니라 그 참여가 공동체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함께 살펴보자는 새로운 기준이다. 이는 자원봉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원봉사의 힘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은 검게 물든 바다를 다시 일으켜 세웠고, 코로나19 시기에는 수많은 사람이 방역과 돌봄으로 서로의 일상을 지켜냈다. 최근 잇따른 산불과 폭우 현장에서도 가장 먼저 달려가고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분들은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었다. AI가 많은 것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일수록 이렇듯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분명해진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2026년 세계 자원봉사자의 해도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있다. 이는 자원봉사의 가치를 기념하는 한 해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세계적인 제안이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지켜내는 힘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세계가 다시 자원봉사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결국 더 나은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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