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갤러리 [사설]78년만의 검찰 수사권 폐지, 국민 피해 없도록 후속 대책 전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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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갤러리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78년 만에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이 모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견제한다는 검찰개혁의 대명제가 제도화된 의미는 크다. 그러나 동시에 형사사법 체계가 크게 바뀌면서 초래될 수 있는 혼란과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도 남아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표결을 통해 종료한 뒤 형소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된 형소법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직접 수사 권한을 완전히 없앴다. 대신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을 구체화해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은 최장 2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토록 했다. 아울러 수사 관련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토록 하고 경찰의 사건 불송치에 대해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신설하는 등 피해자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모두 틀어쥐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그러다 보니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등 수사권 남용의 폐해가 컸고,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치 검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형소법 개정은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폐지하고 수사 관련 기관들이 서로 견제토록 해 정치 수사 및 인권 침해를 차단한다는 검찰개혁의 목표를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에 대해선 수사권을 박탈당한 검찰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경찰의 부실·편파 수사가 걸러지지 않고 사건이 묻혀버릴 수도 있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충분한 숙의 없이 서둘러 형소법 개정을 처리했다.
형소법 개정과 함께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까지 형사사건 처리 체계가 대폭 바뀌게 된다. 당장 사건 이첩으로 인한 경찰의 업무 과중과 사건 처리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다음 주 중 국민보고회를 열어 제도 변화를 설명하고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당내 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예상되는 혼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 재편 자체보다 사법 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억울함 없이 제대로 법의 구제받을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경찰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는 물론, 과도기적 사건 병목 현상 해소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이 느낀 고통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자신들에게 향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은 왜 개혁 대상이 됐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안착에 협력해야 한다. 경찰은 권한이 커진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해 국민의 걱정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대응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31일 나왔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날 서울 중구 특조위 대강당에서 ‘재난대응 매뉴얼의 현장 실표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현행 재난 관리 체계와 매뉴얼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현장 작동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임상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위기관리 매뉴얼만 1만5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비상 상황이 터지면 유관 기관 간 협업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지자체 재난 담당자의 평균 근무 기간이 2년 미만에 불과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응 주체도 파편화돼 있다”며 “미국의 재난 관리 체계를 참고해 평시에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조화하고 재난 시에는 행안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방기성 특조위원은 “현재 국가 안전관리 기본계획과 위기관리 매뉴얼 간 수직·수평적 연계성이 전혀 없어 일선 공무원들에게 과부하만 주고 있다”며 “미국의 긴급지원기능(ESF)을 본따 재난 유형별이 아닌 기능별 대응 계획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수의 기초 지자체 재난 담당 인력이 수십 개 매뉴얼을 숙지하고 법적 책임까지 지는 구조는 불가능하다”며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 책임·공동 성과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이태원 참사는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과 보신주의, 형식주의로 인해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며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게 할 명확한 감사와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관한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차례가 넘는 신고 전화에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현장 파악을 하지 않은 게 참사의 원인”이라며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논해도 기본적인 예방 대응이 미흡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경각심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홈플러스가 다음달 초 다시 문을 연다. 홈플러스는 매장 면적과 상품 수를 줄이고 자체 브랜드(PB) 상품 위주로 구색을 갖추는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와 유사하게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기를 노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선 납품업체·소비자 신뢰 회복이 회생 성공의 전제조건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홈플러스 일반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노사 간담회에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이 들어오면 7일 이내에 임시 휴점 중인 67개 매장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DIP 2000억원이 입금되는 시점은 이달 31일, 혹은 다음달 3일로 예상돼 늦어도 8월10일에는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평균 약 1300평 규모인 매장을 600~1000평 이내의 식품 위주 매장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측은 기존 신선·가공식품 납품업체들과 납품 재개를 협의 중이며, 2000억원을 상품 공급에 최우선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노조에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한 다음날인 지난 22일, 영업 재개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 면적을 축소하고, 회전율이 빠른 식품과 PB, 생필품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겠다면서 이를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6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는 상품을 냉동·간편식과 계절 한정 상품 등 위주로 약 4000개만 진열하고, 이 가운데 80% 이상을 PB 상품으로 구성하는 영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한국판 트레이더조’ 선언은 운영자금이 부족한 홈플러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장 1곳에 재고를 채우려면 약 30억~35억원이 든다. 67개 매장에 물건을 진열하는 데만 2000억원을 다 써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현재 밀린 상품대금과 노동자 임금과 퇴직금, 임대료, 공과금 등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축소 영업이 불가피한 상황을, 미국에서 핫한 트레이더조의 영업 방침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레이더조의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한 PB 상품이 아닌, 그곳에서만 파는 특색 있는 상품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독점상품을 사기 위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트레이더조 매장을 일부러 찾는다. 이는 강한 자본력과 신뢰, 상품 기획력을 바탕으로 납품업체와 독점적 공급 계약을 맺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납품대금이 밀리고 상품 공급이 끊기면서 납품업체와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상황이다. 납품업체가 납품을 재개하고 소비자가 매장을 다시 찾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앞선 관계자는 “납품대금 미납이 발생하기 전에 2000억원이 투입됐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 있다”며 “업계에서 이미 신뢰가 훼손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PB 상품이 1400여종에 달하지만 기존 PB 상품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기존 상품 품목을 줄여서 진열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협력업체와 협의해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례로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상품 품목 수는 약 5000종에 불과하지만, 이마트에서 파는 상품 수를 줄여놓은 게 아니라 트레이더스용으로 별도 개발한 상품이 상당수란 얘기다. 영업 면적을 줄여도 임차료와 공과금 등 고정비는 별반 차이가 없는 문제도 남는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9월4일이다. 홈플러스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영업하면서 현금 창출력을 증명해 채권단과 인수 의향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달 안에 신규 상품을 내놓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당장은 회전율 높은 신선식품 등으로 이익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장기적으로 협력사·소비자 신뢰를 회복해 트레이더조 같은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표결을 통해 종료한 뒤 형소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된 형소법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직접 수사 권한을 완전히 없앴다. 대신 검사의 보완수사요구권을 구체화해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은 최장 2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토록 했다. 아울러 수사 관련 모든 자료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기록토록 하고 경찰의 사건 불송치에 대해 고소인·피해자·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신설하는 등 피해자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모두 틀어쥐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그러다 보니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등 수사권 남용의 폐해가 컸고,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정치 검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이번 형소법 개정은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폐지하고 수사 관련 기관들이 서로 견제토록 해 정치 수사 및 인권 침해를 차단한다는 검찰개혁의 목표를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소법 개정에 대해선 수사권을 박탈당한 검찰뿐 아니라 시민사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경찰의 부실·편파 수사가 걸러지지 않고 사건이 묻혀버릴 수도 있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8월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충분한 숙의 없이 서둘러 형소법 개정을 처리했다.
형소법 개정과 함께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까지 형사사건 처리 체계가 대폭 바뀌게 된다. 당장 사건 이첩으로 인한 경찰의 업무 과중과 사건 처리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다음 주 중 국민보고회를 열어 제도 변화를 설명하고 범죄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당내 기구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 예상되는 혼란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 재편 자체보다 사법 서비스를 받는 국민이 억울함 없이 제대로 법의 구제받을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정부·여당은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경찰 수사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는 물론, 과도기적 사건 병목 현상 해소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국민이 느낀 고통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자신들에게 향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은 왜 개혁 대상이 됐는지 반성하고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안착에 협력해야 한다. 경찰은 권한이 커진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으로 재탄생해 국민의 걱정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 대응 매뉴얼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31일 나왔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날 서울 중구 특조위 대강당에서 ‘재난대응 매뉴얼의 현장 실표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현행 재난 관리 체계와 매뉴얼의 구조적 한계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현장 작동성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자로 나선 임상규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위기관리 매뉴얼만 1만5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비상 상황이 터지면 유관 기관 간 협업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연구관은 “지자체 재난 담당자의 평균 근무 기간이 2년 미만에 불과해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응 주체도 파편화돼 있다”며 “미국의 재난 관리 체계를 참고해 평시에 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조화하고 재난 시에는 행안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역할을 조율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방기성 특조위원은 “현재 국가 안전관리 기본계획과 위기관리 매뉴얼 간 수직·수평적 연계성이 전혀 없어 일선 공무원들에게 과부하만 주고 있다”며 “미국의 긴급지원기능(ESF)을 본따 재난 유형별이 아닌 기능별 대응 계획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옥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소수의 기초 지자체 재난 담당 인력이 수십 개 매뉴얼을 숙지하고 법적 책임까지 지는 구조는 불가능하다”며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 책임·공동 성과 평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이태원 참사는 매뉴얼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안전불감증과 보신주의, 형식주의로 인해 사람이 움직이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며 “사람과 조직을 움직이게 할 명확한 감사와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관한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차례가 넘는 신고 전화에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현장 파악을 하지 않은 게 참사의 원인”이라며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을 논해도 기본적인 예방 대응이 미흡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송두환 특조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경각심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이러한 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 취소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홈플러스가 다음달 초 다시 문을 연다. 홈플러스는 매장 면적과 상품 수를 줄이고 자체 브랜드(PB) 상품 위주로 구색을 갖추는 미국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와 유사하게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기를 노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선 납품업체·소비자 신뢰 회복이 회생 성공의 전제조건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홈플러스 일반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전날 노사 간담회에서 긴급운영자금(DIP) 2000억원이 들어오면 7일 이내에 임시 휴점 중인 67개 매장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DIP 2000억원이 입금되는 시점은 이달 31일, 혹은 다음달 3일로 예상돼 늦어도 8월10일에는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평균 약 1300평 규모인 매장을 600~1000평 이내의 식품 위주 매장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사측은 기존 신선·가공식품 납품업체들과 납품 재개를 협의 중이며, 2000억원을 상품 공급에 최우선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노조에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법원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한 다음날인 지난 22일, 영업 재개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 면적을 축소하고, 회전율이 빠른 식품과 PB, 생필품 위주로 매장을 운영하겠다면서 이를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6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슈퍼마켓 체인 트레이더조는 상품을 냉동·간편식과 계절 한정 상품 등 위주로 약 4000개만 진열하고, 이 가운데 80% 이상을 PB 상품으로 구성하는 영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한국판 트레이더조’ 선언은 운영자금이 부족한 홈플러스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장 1곳에 재고를 채우려면 약 30억~35억원이 든다. 67개 매장에 물건을 진열하는 데만 2000억원을 다 써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현재 밀린 상품대금과 노동자 임금과 퇴직금, 임대료, 공과금 등까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축소 영업이 불가피한 상황을, 미국에서 핫한 트레이더조의 영업 방침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트레이더조의 경쟁력은 단순히 저렴한 PB 상품이 아닌, 그곳에서만 파는 특색 있는 상품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독점상품을 사기 위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트레이더조 매장을 일부러 찾는다. 이는 강한 자본력과 신뢰, 상품 기획력을 바탕으로 납품업체와 독점적 공급 계약을 맺어야 가능한 전략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납품대금이 밀리고 상품 공급이 끊기면서 납품업체와 소비자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상황이다. 납품업체가 납품을 재개하고 소비자가 매장을 다시 찾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앞선 관계자는 “납품대금 미납이 발생하기 전에 2000억원이 투입됐다면 얘기가 달랐을 수 있다”며 “업계에서 이미 신뢰가 훼손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PB 상품이 1400여종에 달하지만 기존 PB 상품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기존 상품 품목을 줄여서 진열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그곳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협력업체와 협의해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례로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상품 품목 수는 약 5000종에 불과하지만, 이마트에서 파는 상품 수를 줄여놓은 게 아니라 트레이더스용으로 별도 개발한 상품이 상당수란 얘기다. 영업 면적을 줄여도 임차료와 공과금 등 고정비는 별반 차이가 없는 문제도 남는다.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은 9월4일이다. 홈플러스는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영업하면서 현금 창출력을 증명해 채권단과 인수 의향자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달 안에 신규 상품을 내놓고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는 어렵다”며 “당장은 회전율 높은 신선식품 등으로 이익을 남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장기적으로 협력사·소비자 신뢰를 회복해 트레이더조 같은 독자적 입지를 구축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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