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마케팅 샤넬·구찌 등 명품 수천만원어치 훔친 60대 가사도우미…징역형 집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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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마케팅 자신이 10년간 일한 집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을 훔친 60대 가사도우미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가정집에서 약 10년간 가사도우미로 일한 A씨는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샤넬과 구찌 등 고가의 명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4월 시가 8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비롯해 400만원 상당의 발렌시아가 원피스, 230만원 상당의 샤넬 신발 등 총 2080만원 상당의 물품을 가져간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비슷한 방식으로 올해 1월15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781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다른 가정에서도 장기간 절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약 10년간 일한 또 다른 집에서도 2020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39차례에 걸쳐 1170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동안 물건을 반복해서 절취했다”며 “그 가액이 상당해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훔친 물품을 피해자들에게 반환한 점,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도 이 정도로 힘든데 말 못하는 짐승은 오죽할까요.”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서 7년째 야생화와 함께 소를 기르고 있는 주재민씨(42)가 28일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주씨는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평소보다 3시간가량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야생화에 물을 주거나 잡초를 뽑는 게 일과의 전부다.
폭염 탓에 포기 나누기 등 야생화 번식 작업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소들은 식욕을 잃었다. 사료 섭취량이 평소보다 30~40% 정도 줄었다.
그는 “(야생화)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아예 죽어버린 품종도 있다. 올해 유독 덥고 습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품종이 많은 것 같다”며 “갈수록 더 더워져 여름이 오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은 덥고 습한 기운이 가득해 ‘찜통’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취재진이 찾은 중구 동성로는 평소보다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다만 동성로 및 반월당 지하 상점가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몰려 있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확실히 (평소보다) 오가는 사람이 줄었다. 그나마 10~20대들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보니 가게 문까지는 닫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거리에 나서는 행위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 쪽방촌 일대는 인적이 뚝 끊겼다. 중구 북성로1가 한 쪽방촌 업주는 “쪽방 주민들 중에서 낮 시간대에 방에 머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바깥 기온과 실내 온도가 거의 비슷한 데다 선풍기도 더운 바람만 뿜어내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1시쯤 쪽방 2층 복도는 34.7도로 실외(34도)보다 오히려 높았다. 대구에는 이날 오후 1시10분을 기해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전날까지 대구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국내에서도 더위 기세가 최고 수준을 보이는 지역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폭염 시기가 앞당겨지고 길게 유지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대구의 연평균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는 평년(1991~2020년) 기준 27.0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치는 36.7일로 평년보다 열흘가량 늘었다.
올해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 관측 이래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1994년(60일)의 경우 6월16일에 처음으로 폭염이 관측됐지만, 올해는 한 달 빠른 5월16일로 기록됐다.
역대 두 번째인 지난해(54일)보다도 4일 빠른 수준이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일수’도 평년(17.4일)에 비해 최근 10년(20.8일)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과 수도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 등에 따르면 올여름 지역 최대 전력수요(시간당 평균)는 지난 23일 오후 8시 6831㎿(메가와트)로, 전년도 최고치(6892㎿)에 근접했다. 올 들어 집계된 하루 최대 생활용수 사용량은 약 83만t(7월14일)으로 지난해 최대치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경북지역 농가에서는 대형 선풍기와 안개 분무시설 등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만 가축 폐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 27일까지 경북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7만5283마리로 집계됐다. 돼지 5400마리, 닭 6만9883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경북에서는 지난해에도 16만878마리(돼지 2만8367마리·닭 13만2511마리)가 폐사한 바 있다.
손후진 산란계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라면서 “(볕을 가리기 위한) 차단망을 치고 전해질 대체제, 비타민를 급유하는 등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쓰고 있지만 폐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서 20여년째 산란계 닭을 사육 중인 그는 지역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최근 폐사율이 급증하고 산란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 지회장은 “사흘 전만 해도 하루에 100마리 닭이 죽었는데 이틀 전 300마리, 오늘 아침에는 500마리가량이 폐사했다. 평상 시(50마리)에 비해 폐사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사료 섭취량도 줄었고 산란율 역시 10% 이상 떨어졌다. 제발 가을까지 살아남는 닭이 많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규수 경북 고령군 성삼면 박곡1리 이장(64)은 “낮 시간대에는 수시로 안내방송을 통해 어르신들이 밭에 나가지 말고, 가급적 마을회관에 모여서 지낼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한낮에는 마을에 발길이 뚝 끊길 정도여서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모인 자리마다 ‘이렇게 더운 건 내 평생 처음’이라며 입을 모은다. 요즘에는 주민들 안부 묻는 게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어르신과 쪽방주민 등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고 있다. 건설 현장 등에 대해서도 온열질환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는 광역도로 등 공공발주 공사 현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만 작업하도록 조치 중이다.
기후로 보는 한국사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 312쪽 | 1만9800원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던 장수왕은 427년 압록강 인근의 국내성에서 한반도 안쪽 평양으로 수도를 옮겼다. <삼국사기>에 한 줄 기록만 있을 뿐 천도의 이유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고려하면 국내성은 정중앙이었고 평양은 한쪽 구석이었다. 천도에는 큰 비용이 드는 데다가 수도에 자리 잡은 기득권의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장수왕은 왜 힘들게 천도했을까.
역사학자들은 국내성의 협소함, 동북아 최강국이었던 북위의 침공 우려, 황해를 건너면 가까운 송나라와의 교류 등을 천도 이유로 추정한다. 박정재는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본다. 고기후학자들이 ‘로마 온난기’라고 부르는 따뜻한 기후가 끝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1~2세기부터 6세기까지 한랭한 날씨가 이어졌다. 특히 420~430년쯤 강수량은 줄고 기온은 감소하는 최악의 날씨가 지속했다. 고구려는 전성기를 구가하며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상태였다. 추운 국내성 부근에서는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했을 것이다. 결국 장수왕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 더 따뜻한 남쪽으로 천도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한국사’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저자 박정재는 생물지리학, 고생태학, 고기후학을 연구하는 지리학자다. 역사학자가 아닌 지리학자가 역사서를 서술해도 되는 걸까. 저자는 자신의 견해가 역사학자에게는 “주제넘게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 책이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가설을 남용하며 모든 사회 변동을 기후변화로 설명하려 한다는 비판도 겸허히 수용한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지리학자가 역사서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생태계 붕괴 같은 환경문제는 역사학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인류세 문제는 어느 한 나라나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함께 겪고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기후로 보는 한국사>는 지리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처럼 일종의 ‘빅 히스토리’를 표방한 역사서다.
한국사 책이라고 했지만, 저자의 시선이 과거 한반도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저자는 장수왕 천도를 두고도 공시적·통시적 분석을 시도한다. 유럽에서도 장수왕 천도 시기와 맞물린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중반까지 유목민이 대거 이동했다. 훈족이 중앙아시아를 벗어나 흑해 쪽으로 움직였고, 이에 밀린 고트족·반달족 등이 서쪽으로 이동해 로마와 북아프리카를 흔들었다. 저자는 이를 당시 기후변화가 북반구 전역에 영향을 미친 증거로 본다. 기후변화로 인한 천도는 고대 왕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 도시’로 꼽혔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보르네오섬 정글 지대의 계획도시 누산타라로의 천도를 추진했다. 침수 우려가 높은 태국 수도 방콕의 이전 논의도 초기 단계다.
책을 읽으면 고대 문헌과 유물에 기대 서술됐던 역사의 흐름이 달리 보인다. 연나라계 유민 세력의 수장 위만은 고조선에 자리 잡은 뒤 준왕을 공격해 권좌에 올랐다. 그 배경엔 위만이 관리한 서쪽 변방의 시장이 풍요로운 날씨 덕에 예, 옥저, 부여인들의 무역 중심지로 떠올랐다는 사실이 있다. 반면 기후가 좋지 않으면 전쟁의 참화가 더욱더 거셌다. 기후가 안정적인 시기 대제국의 영토 확장 전쟁은 단시간 내 승패가 갈렸다. 반면 식량 부족과 기근에 따른 민란과 내란은 장기화하기 쉽고, 그 결과 기근은 더욱 심해진다. 혹독한 기후와 기근이 이어졌던 17세기 전 세계에서는 큰 전쟁이 터졌다. 유럽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라는 30년 전쟁(1618~1648)이 벌어졌고, 후금 세력은 명을 누르고 대륙을 차지했다. 병자호란과 정묘호란도 이 시기다. 흑점 수 증가와 화산 폭발 감소로 전 세기에 비해 기온이 높았던 18세기 세계에서는 전쟁이 크게 줄었다.
물론 저자가 역사의 동인으로 기후만을 드는 것은 아니다. 정조의 치세기(1776~1800)는 세계적 대기근의 시대와 겹쳤다. <정조실록>에는 진휼, 구휼, 환곡 등 피해 대책이 자주 언급됐다. 정조의 조선은 백성의 삶이 피폐해질 위기에서도 제도를 정비해 나라가 도탄에 빠지는 상황을 막아낸 것이다. 반면 화산 폭발 빈도가 높고 흑점 수가 적어 기온이 눈에 띄게 떨어진 순조 재위 기간(1800~1834)에는 홍경래의 난(1811)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했고, 이후 조선의 국력은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청나라 최고의 군주로 꼽히는 강희제는 중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61년간(1661~1722) 통치했다. 이 시기 조선은 경신대기근, 을병대기근 등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청나라는 가뭄 방지, 홍수 조절, 사회 안전망 구축 등으로 번영을 이뤘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쟁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하라사막 남부 사헬 지대에 있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는 1980~2000년대 분쟁에 휩싸였다. 이 지역의 가뭄과 사막화가 유목민과 농경민의 반목을 심화했기 때문이다. 2006~2010년 시리아의 기록적인 가뭄은 2011년 발발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주로 기온이 떨어졌을 때 집단 간 충돌이 발생했다면 앞으로는 기온이 오를 때 그러할 것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저자는 동굴 석순, 습지의 꽃가루, 나무의 나이테로 과거의 강수량, 기온, 날씨를 파악한 뒤 이를 옛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비교해 새로운 형태의 역사서를 써냈다. 과거의 역사학계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현재의 학제 연구에서는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저자가 암시하는 대로 인류의 위기는 역사학, 지리학, 경제학, 정치학 등 분과 학문의 영역을 넘어설 만큼 거대하다. 이 책의 일부 대목에 비약, 추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거대한 위기의 시대에 새롭고 도전적인 형태의 학문이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가정집에서 약 10년간 가사도우미로 일한 A씨는 집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샤넬과 구찌 등 고가의 명품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지난해 4월 시가 8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비롯해 400만원 상당의 발렌시아가 원피스, 230만원 상당의 샤넬 신발 등 총 2080만원 상당의 물품을 가져간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비슷한 방식으로 올해 1월15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781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다른 가정에서도 장기간 절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약 10년간 일한 또 다른 집에서도 2020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39차례에 걸쳐 1170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동안 물건을 반복해서 절취했다”며 “그 가액이 상당해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다만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훔친 물품을 피해자들에게 반환한 점,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사람도 이 정도로 힘든데 말 못하는 짐승은 오죽할까요.”
대구 달성군 논공읍에서 7년째 야생화와 함께 소를 기르고 있는 주재민씨(42)가 28일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주씨는 최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평소보다 3시간가량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소들에게 사료를 주고 야생화에 물을 주거나 잡초를 뽑는 게 일과의 전부다.
폭염 탓에 포기 나누기 등 야생화 번식 작업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소들은 식욕을 잃었다. 사료 섭취량이 평소보다 30~40% 정도 줄었다.
그는 “(야생화)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아예 죽어버린 품종도 있다. 올해 유독 덥고 습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품종이 많은 것 같다”며 “갈수록 더 더워져 여름이 오면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은 덥고 습한 기운이 가득해 ‘찜통’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취재진이 찾은 중구 동성로는 평소보다 유동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다만 동성로 및 반월당 지하 상점가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몰려 있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확실히 (평소보다) 오가는 사람이 줄었다. 그나마 10~20대들을 중심으로 돌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보니 가게 문까지는 닫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거리에 나서는 행위 자체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 쪽방촌 일대는 인적이 뚝 끊겼다. 중구 북성로1가 한 쪽방촌 업주는 “쪽방 주민들 중에서 낮 시간대에 방에 머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바깥 기온과 실내 온도가 거의 비슷한 데다 선풍기도 더운 바람만 뿜어내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1시쯤 쪽방 2층 복도는 34.7도로 실외(34도)보다 오히려 높았다. 대구에는 이날 오후 1시10분을 기해 폭염경보가 발령됐다. 전날까지 대구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다.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릴 정도로 국내에서도 더위 기세가 최고 수준을 보이는 지역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폭염 시기가 앞당겨지고 길게 유지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대구의 연평균 ‘폭염일수’(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는 평년(1991~2020년) 기준 27.0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치는 36.7일로 평년보다 열흘가량 늘었다.
올해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 관측 이래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던 1994년(60일)의 경우 6월16일에 처음으로 폭염이 관측됐지만, 올해는 한 달 빠른 5월16일로 기록됐다.
역대 두 번째인 지난해(54일)보다도 4일 빠른 수준이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일수’도 평년(17.4일)에 비해 최근 10년(20.8일)새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과 수도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대구본부 등에 따르면 올여름 지역 최대 전력수요(시간당 평균)는 지난 23일 오후 8시 6831㎿(메가와트)로, 전년도 최고치(6892㎿)에 근접했다. 올 들어 집계된 하루 최대 생활용수 사용량은 약 83만t(7월14일)으로 지난해 최대치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경북지역 농가에서는 대형 선풍기와 안개 분무시설 등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만 가축 폐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지난 27일까지 경북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7만5283마리로 집계됐다. 돼지 5400마리, 닭 6만9883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경북에서는 지난해에도 16만878마리(돼지 2만8367마리·닭 13만2511마리)가 폐사한 바 있다.
손후진 산란계협회 대구경북지회장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폭염”이라면서 “(볕을 가리기 위한) 차단망을 치고 전해질 대체제, 비타민를 급유하는 등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쓰고 있지만 폐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서 20여년째 산란계 닭을 사육 중인 그는 지역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최근 폐사율이 급증하고 산란율은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손 지회장은 “사흘 전만 해도 하루에 100마리 닭이 죽었는데 이틀 전 300마리, 오늘 아침에는 500마리가량이 폐사했다. 평상 시(50마리)에 비해 폐사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사료 섭취량도 줄었고 산란율 역시 10% 이상 떨어졌다. 제발 가을까지 살아남는 닭이 많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규수 경북 고령군 성삼면 박곡1리 이장(64)은 “낮 시간대에는 수시로 안내방송을 통해 어르신들이 밭에 나가지 말고, 가급적 마을회관에 모여서 지낼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한낮에는 마을에 발길이 뚝 끊길 정도여서 사람 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모인 자리마다 ‘이렇게 더운 건 내 평생 처음’이라며 입을 모은다. 요즘에는 주민들 안부 묻는 게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폭염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어르신과 쪽방주민 등 취약계층 보호에 나서고 있다. 건설 현장 등에 대해서도 온열질환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는 광역도로 등 공공발주 공사 현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만 작업하도록 조치 중이다.
기후로 보는 한국사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 312쪽 | 1만9800원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던 장수왕은 427년 압록강 인근의 국내성에서 한반도 안쪽 평양으로 수도를 옮겼다. <삼국사기>에 한 줄 기록만 있을 뿐 천도의 이유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고구려의 광대한 영토를 고려하면 국내성은 정중앙이었고 평양은 한쪽 구석이었다. 천도에는 큰 비용이 드는 데다가 수도에 자리 잡은 기득권의 반발도 있었을 것이다. 장수왕은 왜 힘들게 천도했을까.
역사학자들은 국내성의 협소함, 동북아 최강국이었던 북위의 침공 우려, 황해를 건너면 가까운 송나라와의 교류 등을 천도 이유로 추정한다. 박정재는 ‘기후변화’를 원인으로 본다. 고기후학자들이 ‘로마 온난기’라고 부르는 따뜻한 기후가 끝나면서 동아시아에서는 1~2세기부터 6세기까지 한랭한 날씨가 이어졌다. 특히 420~430년쯤 강수량은 줄고 기온은 감소하는 최악의 날씨가 지속했다. 고구려는 전성기를 구가하며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상태였다. 추운 국내성 부근에서는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했을 것이다. 결국 장수왕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금 더 따뜻한 남쪽으로 천도했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한국사’라는 제목이 붙었지만 저자 박정재는 생물지리학, 고생태학, 고기후학을 연구하는 지리학자다. 역사학자가 아닌 지리학자가 역사서를 서술해도 되는 걸까. 저자는 자신의 견해가 역사학자에게는 “주제넘게 들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 책이 “복잡한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가설을 남용하며 모든 사회 변동을 기후변화로 설명하려 한다는 비판도 겸허히 수용한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지리학자가 역사서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 위기, 자원 고갈, 생태계 붕괴 같은 환경문제는 역사학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인류세 문제는 어느 한 나라나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함께 겪고 있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기후로 보는 한국사>는 지리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처럼 일종의 ‘빅 히스토리’를 표방한 역사서다.
한국사 책이라고 했지만, 저자의 시선이 과거 한반도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저자는 장수왕 천도를 두고도 공시적·통시적 분석을 시도한다. 유럽에서도 장수왕 천도 시기와 맞물린 4세기 후반에서 5세기 중반까지 유목민이 대거 이동했다. 훈족이 중앙아시아를 벗어나 흑해 쪽으로 움직였고, 이에 밀린 고트족·반달족 등이 서쪽으로 이동해 로마와 북아프리카를 흔들었다. 저자는 이를 당시 기후변화가 북반구 전역에 영향을 미친 증거로 본다. 기후변화로 인한 천도는 고대 왕국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라앉는 도시’로 꼽혔다.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보르네오섬 정글 지대의 계획도시 누산타라로의 천도를 추진했다. 침수 우려가 높은 태국 수도 방콕의 이전 논의도 초기 단계다.
책을 읽으면 고대 문헌과 유물에 기대 서술됐던 역사의 흐름이 달리 보인다. 연나라계 유민 세력의 수장 위만은 고조선에 자리 잡은 뒤 준왕을 공격해 권좌에 올랐다. 그 배경엔 위만이 관리한 서쪽 변방의 시장이 풍요로운 날씨 덕에 예, 옥저, 부여인들의 무역 중심지로 떠올랐다는 사실이 있다. 반면 기후가 좋지 않으면 전쟁의 참화가 더욱더 거셌다. 기후가 안정적인 시기 대제국의 영토 확장 전쟁은 단시간 내 승패가 갈렸다. 반면 식량 부족과 기근에 따른 민란과 내란은 장기화하기 쉽고, 그 결과 기근은 더욱 심해진다. 혹독한 기후와 기근이 이어졌던 17세기 전 세계에서는 큰 전쟁이 터졌다. 유럽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쟁이라는 30년 전쟁(1618~1648)이 벌어졌고, 후금 세력은 명을 누르고 대륙을 차지했다. 병자호란과 정묘호란도 이 시기다. 흑점 수 증가와 화산 폭발 감소로 전 세기에 비해 기온이 높았던 18세기 세계에서는 전쟁이 크게 줄었다.
물론 저자가 역사의 동인으로 기후만을 드는 것은 아니다. 정조의 치세기(1776~1800)는 세계적 대기근의 시대와 겹쳤다. <정조실록>에는 진휼, 구휼, 환곡 등 피해 대책이 자주 언급됐다. 정조의 조선은 백성의 삶이 피폐해질 위기에서도 제도를 정비해 나라가 도탄에 빠지는 상황을 막아낸 것이다. 반면 화산 폭발 빈도가 높고 흑점 수가 적어 기온이 눈에 띄게 떨어진 순조 재위 기간(1800~1834)에는 홍경래의 난(1811) 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했고, 이후 조선의 국력은 완연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청나라 최고의 군주로 꼽히는 강희제는 중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61년간(1661~1722) 통치했다. 이 시기 조선은 경신대기근, 을병대기근 등으로 고초를 겪었으나, 청나라는 가뭄 방지, 홍수 조절, 사회 안전망 구축 등으로 번영을 이뤘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쟁은 현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사하라사막 남부 사헬 지대에 있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는 1980~2000년대 분쟁에 휩싸였다. 이 지역의 가뭄과 사막화가 유목민과 농경민의 반목을 심화했기 때문이다. 2006~2010년 시리아의 기록적인 가뭄은 2011년 발발해 현재까지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주로 기온이 떨어졌을 때 집단 간 충돌이 발생했다면 앞으로는 기온이 오를 때 그러할 것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저자는 동굴 석순, 습지의 꽃가루, 나무의 나이테로 과거의 강수량, 기온, 날씨를 파악한 뒤 이를 옛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비교해 새로운 형태의 역사서를 써냈다. 과거의 역사학계에서는 보기 힘들었지만 현재의 학제 연구에서는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저자가 암시하는 대로 인류의 위기는 역사학, 지리학, 경제학, 정치학 등 분과 학문의 영역을 넘어설 만큼 거대하다. 이 책의 일부 대목에 비약, 추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거대한 위기의 시대에 새롭고 도전적인 형태의 학문이 필요하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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