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성범죄변호사 [단독] 닦아주지 못하는 ‘소금의 눈물’···충격적 착취에도 염전은 ‘가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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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성범죄변호사 지난 28일 전남광주 영광군 염산면 한 염전은 바닷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경찰 수사 대상인 염부는 여전히 염전에 남아 소금 생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은 “그런 짓을 하고도 어떻게 아직도 소금을 만들 수 있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이 염전에서는 50∼60대 노동자 3명이 길게는 5년간 강제노동과 폭력 등에 시달렸다. 지난 5월22일, 얼굴에 온통 멍이 든 채 배회하던 김모씨(63)가 마을 주민에게 발견되면서 이곳 염전 노동자들의 처참한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을 수년간 임금도 없이 강제로 일시키면서 학대를 일삼아온 염전 업주 윤모씨(61)와 중간관리자 2명 등 모두 3명을 지난 7일 구속기소 했다.
노동자들의 피눈물로 소금을 생산하다 적발됐지만, 윤씨가 운영하던 염전 2곳은 지금도 아무런 제재 없이 소금을 만든다. 전남광주시와 영광군은 “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해당 염전의 소금제조업 허가를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시킬 규정이 모호하다”고 했다.
2015년 개정된 소금산업진흥법은 ‘염전근로자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강요행위를 한 것이 적발된 경우’ 행정처분 없이 곧바로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허가가 취소된 염전은 지난 10여년간 단 한 곳도 없다.
윤씨 염전은 그동안 세 차례나 해양수산부와 전남광주시, 영광군 등 당국의 실태조사를 받았지만 노동착취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도 김씨가 발견되기 불과 나흘 전, 점검반이 염전을 찾았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염전 노동착취’에는 당국의 허술한 대처와 점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17시간 노동에 밥도 안 줘…“악마의 염전”
“피해 노동자 3명 모두 일반인들과 비교해 안쓰러울 정도로 삐쩍 마른 상태였어요.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하고 일만 한 탓일 겁니다.”
서혜선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5월과 6월 영광 염전에서 구출된 노동자 3명과 관련해 “지능이 퇴화했을 정도로 심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매월 22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2021년 7월부터 윤씨 염전에서 일했다. 이모씨(62)도 2023년 10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노모씨(54)도 월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염전으로 왔다.
이들 3명은 모두 가족과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겨 오갈 곳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법적 보호자도 없는 상태였다. 장애인 등록은 돼 있지 않지만 모두 경계성 지적장애가 의심됐다.
구출 이후 검찰이 확인한 결과 김씨 지능지수는 81로 측정됐다. 이씨는 학창시절 지능지수가 111였지만 현재는 90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고교 시절 지능지수가 83이었던 노씨도 현재는 71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능지수 퇴화에 학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염전 생활은 참혹했다. 윤씨와 중간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작은 간이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오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게 했다.
염전은 보통 오전 4시부터 오전 10시쯤까지 일한 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쉰다. 이후 오후 4시쯤부터 오후 11시까지 소금을 거두고 창고로 옮기는 작업 등을 한다.
그러나 윤씨 염전에서 휴식은 없었다. 염전 인근 7000㎡에 달하는 밭에서 고추농사를 함께 하는 윤씨는 낮에 노동자들을 고추밭으로 데려갔다. 인근 주민은 “겨울에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작업하는 것을 봤다. 쉴 틈도 주지 않더라. 짐승에게도 그렇게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는 “쌀이 아깝다”는 이유로 오전 작업 직후와 오후 작업이 끝나는 늦은 밤, 하루 두 끼만 식사를 줬다. 치킨 등 간식도 자신들끼리만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인근 치킨집 업주는 “해당 염전에서 한번에 치킨 5∼6마리를 사 가곤 했다. 노동자들은 주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먹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중간관리자가 사둔 초코과자를 먹었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업주 등이 배고픔을 이용해 피해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3억 안주고, 기초수급비도 빼앗아
윤씨는 노동자들 통장을 관리하며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가장 긴 기간 일한 김씨가 받지 못한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으로도 총 2억9000여만원에 달한다. 다른 노동자들도 최소 수천만원을 받지 못했다. 윤씨는 이들에게 “임금 대신 염소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염소를 사주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노동자들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다른 염전 임금이나 기초생활수급비도 윤씨 차지였다. 2024년 10월 노동자 이씨가 신안군의 다른 염전에서 일하고 받은 임금 400만원이 입금되자 윤씨는 393만원을 개인적으로 출금해 사용했다.
기초생활수급비 횡령에도 적극적이었다. 윤씨는 지난 2월 김씨 주소지를 영광군으로 옮겨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시켰다. 두달 후 김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수급비가 지급되자 이 돈에도 손을 댔다. 최근까지 윤씨가 횡령한 수급비는 255만원에 이른다.
폭행과 감금도 일상적으로 반복됐다. 윤씨는 김씨 등이 작업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때리는 것은 물론 빨랫줄로 고추밭 기둥이나 소금창고 대들보에 수 시간 묶어 두기도 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가두기도 했다.
올해 초 이 염전에서 일했던 일반인 노동자는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자신이 목격한 참혹한 일들을 진술하며 “악마 소굴 같았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씨 등은 검찰에 “우리는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돌봐왔다”고 주장했다.
■구조 4일 전 진행된 합동조사는 ‘문제없음’
이 염전은 2020년부터 3번이나 정부 실태조사를 받았지만 노동착취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영광에서 염전을 빌려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장애가 의심되는 노동자들이 5~6명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폭언 등을 목격한 인근 업주가 영광군에 조사를 요청했다. 영광군과 경찰 등이 염전을 찾았지만 “근로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돼 있다”며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조사를 종료했다. 강명수 영광천일염생산자협의회 회장은 “당시 철저한 조사가 있었다면 윤씨가 오랜 기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 염전은 2025년 7월 전남광주시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고용한 노동자가 없다”는 말만 듣고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5월18일에도 이 염전은 2년마다 해수부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실시하는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심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있던 김씨가 인근 마을주민에게 발견되기 나흘 전이다. 그러나 염전을 찾은 조사팀은 일반인 노동자 1명만 면담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염전 강제노동 사건이 반복하는 데는 당국이 염전 실태조사를 진행하기 전 업주들에게 조사 일정 등을 미리 공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씨도 당시 조사관들이 염전을 찾기 전 노동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강제 조사권이 없는 실태조사의 한계를 토로한다. 전남광주시와 영광군은 “염전 실태조사는 행정조사여서 업주에게 사전 통보를 해줘야 한다”며 “사실 ‘고용한 노동자가 없다’고 하면 강제로 조사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윤씨는 지난해 영광지역 69개 염전을 대상으로 하는 대한염업조합 검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국산천일염 인증을 받아 소금을 출하하기 위해 반드시 검사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인근 업주들로서는 오히려 윤씨의 눈치를 봐야 했다.
■‘신고의무제’ 도입하고 처벌 강화해야
구조된 노동자 3명은 검찰 도움으로 현재 장애인 자립시설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검찰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이들에 대한 장애인등록을 추진하고 성년후견인 등 지정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긴급생계비와 의료비 등도 지급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들에 대해 지난달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정하고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수부와 전남광주시 등은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윤씨 염전의 허가 취소를 머뭇거리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전남 신안에서 장애인 등이 장기간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사건이 드러난 이후 소금산업진흥법을 개정했다. ‘염전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강요행위를 한 것이 적발된 경우’ 영업정지 없이 곧바로 허가를 취소하고 지원금도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후 2021년과 2023년 신안 염전에서 노동착취 사건이 또 발생했다. 하지만 허가가 취소되거나 지원금이 환수된 사례는 없다. 박영민 노무사는 “법 취지는 노동착취에 대해 당국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한 것인데, 법원 판단을 핑계로 처분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리고 말했다.
이동학대 신고의무자처럼 염전 노동착취를 알게 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도록 하는 ‘신고의무제’ 도입 필요성도 나온다. 서 부장검사는 “아동학대에 신고의무가 부여된 것처럼 염전 업무를 보는 공무원과 염업조합 등에 노동착취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일염 산업에 종사하는 염전 업주들은 노동착취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가 부족한 노동력 때문인 만큼 이와 관련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염전은 통상 4월에서 9월까지 운영하는 만큼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계절노동자 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다.
일본 출장 중 기업 내 연구소 한 곳을 방문했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는데, 연구소 소개를 담당한 연구원이 인사말을 하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박사학위 전공이 철학이었던 것이다. 다른 연구원들의 전공과 연구 분야를 봐도 통계나 빅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자는 없었다. 오히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상호 얽힘에 관한 다소간 추상 수준이 높고 이론적인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구성원이 대다수였다.
한국에서 경험해온 바에 따르면, 이런 ‘비실용적’인 연구자가 영리기업 연구소는커녕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 혹은 대학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는 하고 싶은 연구만 하지 말고 그래도 좀 취업 가능성이 있는 공부를 하라는 조언이 일상적으로 통용된다. 그러니 이 소개가 놀랍고 신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리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연구소를 운영한다고?
놀라움은 배가됐다. 그래도 기업 내 연구소인 만큼 자사 제품 이용자의 만족도 조사나 시장 반응 분석, 하다못해 시장 동향 분석 등 기업 운영과 긴밀히 관련돼 보이는 업무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고 했다. 회사는 연구소에 무얼 요구하느냐고 물었는데, 그저 각자가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가끔 보고하는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러워졌다. 내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랬다. 내가 속한 연구소는 국가 연구사업을 수행 중이고, 이 연구사업은 매년 정량적인 연구 및 사업 실적을 계획하고 그 수행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연구비 얼마당 논문 한 편’과 같은 식으로 내려오는 가이드라인, 그리고 다음에도 사업을 계속하려면 다른 연구소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것들이 모여 올해의 정량 실적을 훌륭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아니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런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나는 사회학자 부르디외로부터 ‘필요로부터의 거리’라는 개념을 배워 알고 있다. 당장 긴급한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취향을 갖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특별한 성취를 얻을 개연성이 커진다. 현재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취미나 과외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았던 대학생이, 훗날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이런 경로는 사실, 당장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거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성적을 사수하는 데 신경 써야 하는 조건의 학생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단기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야 하는 내 지금의 삶은, 어쨌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공허함과 닿아 있다. 몇개월 안에 논문 한 편으로 완성할 수 있는 크기의 연구만 하는 삶, 내가 하는 일의 의미보다는 우선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일을 쳐내는 삶,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까봐 겁내는 삶은 사실 내가 꿈꿔왔던 연구자로서의 야망과는 큰 거리가 있다. 모두들 이런 단기 실적 사회에 피로를 느끼지만, 왜 제도는 계속 이 방향으로만 설계되는 걸까? 필요로부터의 거리를 갖고 싶다. 한국은 그런 식으로 방향을 바꿔도 될 정도로는, 여유를 가져도 되는 수준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이 염전에서는 50∼60대 노동자 3명이 길게는 5년간 강제노동과 폭력 등에 시달렸다. 지난 5월22일, 얼굴에 온통 멍이 든 채 배회하던 김모씨(63)가 마을 주민에게 발견되면서 이곳 염전 노동자들의 처참한 실상이 세상에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을 수년간 임금도 없이 강제로 일시키면서 학대를 일삼아온 염전 업주 윤모씨(61)와 중간관리자 2명 등 모두 3명을 지난 7일 구속기소 했다.
노동자들의 피눈물로 소금을 생산하다 적발됐지만, 윤씨가 운영하던 염전 2곳은 지금도 아무런 제재 없이 소금을 만든다. 전남광주시와 영광군은 “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해당 염전의 소금제조업 허가를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시킬 규정이 모호하다”고 했다.
2015년 개정된 소금산업진흥법은 ‘염전근로자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강요행위를 한 것이 적발된 경우’ 행정처분 없이 곧바로 허가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유로 허가가 취소된 염전은 지난 10여년간 단 한 곳도 없다.
윤씨 염전은 그동안 세 차례나 해양수산부와 전남광주시, 영광군 등 당국의 실태조사를 받았지만 노동착취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올해도 김씨가 발견되기 불과 나흘 전, 점검반이 염전을 찾았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염전 노동착취’에는 당국의 허술한 대처와 점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17시간 노동에 밥도 안 줘…“악마의 염전”
“피해 노동자 3명 모두 일반인들과 비교해 안쓰러울 정도로 삐쩍 마른 상태였어요.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하고 일만 한 탓일 겁니다.”
서혜선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부장검사는 지난 5월과 6월 영광 염전에서 구출된 노동자 3명과 관련해 “지능이 퇴화했을 정도로 심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매월 220만원을 주겠다”는 말에 속아 2021년 7월부터 윤씨 염전에서 일했다. 이모씨(62)도 2023년 10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노모씨(54)도 월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염전으로 왔다.
이들 3명은 모두 가족과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겨 오갈 곳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법적 보호자도 없는 상태였다. 장애인 등록은 돼 있지 않지만 모두 경계성 지적장애가 의심됐다.
구출 이후 검찰이 확인한 결과 김씨 지능지수는 81로 측정됐다. 이씨는 학창시절 지능지수가 111였지만 현재는 90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고교 시절 지능지수가 83이었던 노씨도 현재는 71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능지수 퇴화에 학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염전 생활은 참혹했다. 윤씨와 중간관리자들은 노동자들을 작은 간이 컨테이너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오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하게 했다.
염전은 보통 오전 4시부터 오전 10시쯤까지 일한 뒤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쉰다. 이후 오후 4시쯤부터 오후 11시까지 소금을 거두고 창고로 옮기는 작업 등을 한다.
그러나 윤씨 염전에서 휴식은 없었다. 염전 인근 7000㎡에 달하는 밭에서 고추농사를 함께 하는 윤씨는 낮에 노동자들을 고추밭으로 데려갔다. 인근 주민은 “겨울에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작업하는 것을 봤다. 쉴 틈도 주지 않더라. 짐승에게도 그렇게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노동자들에게는 “쌀이 아깝다”는 이유로 오전 작업 직후와 오후 작업이 끝나는 늦은 밤, 하루 두 끼만 식사를 줬다. 치킨 등 간식도 자신들끼리만 먹는 경우가 많았다.
인근 치킨집 업주는 “해당 염전에서 한번에 치킨 5∼6마리를 사 가곤 했다. 노동자들은 주지도 않고 자기들끼리만 먹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은 중간관리자가 사둔 초코과자를 먹었다가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업주 등이 배고픔을 이용해 피해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금 3억 안주고, 기초수급비도 빼앗아
윤씨는 노동자들 통장을 관리하며 임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가장 긴 기간 일한 김씨가 받지 못한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으로도 총 2억9000여만원에 달한다. 다른 노동자들도 최소 수천만원을 받지 못했다. 윤씨는 이들에게 “임금 대신 염소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염소를 사주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노동자들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다른 염전 임금이나 기초생활수급비도 윤씨 차지였다. 2024년 10월 노동자 이씨가 신안군의 다른 염전에서 일하고 받은 임금 400만원이 입금되자 윤씨는 393만원을 개인적으로 출금해 사용했다.
기초생활수급비 횡령에도 적극적이었다. 윤씨는 지난 2월 김씨 주소지를 영광군으로 옮겨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시켰다. 두달 후 김씨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수급비가 지급되자 이 돈에도 손을 댔다. 최근까지 윤씨가 횡령한 수급비는 255만원에 이른다.
폭행과 감금도 일상적으로 반복됐다. 윤씨는 김씨 등이 작업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때리는 것은 물론 빨랫줄로 고추밭 기둥이나 소금창고 대들보에 수 시간 묶어 두기도 했다. 자동차 트렁크에 가두기도 했다.
올해 초 이 염전에서 일했던 일반인 노동자는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자신이 목격한 참혹한 일들을 진술하며 “악마 소굴 같았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윤씨 등은 검찰에 “우리는 갈 곳 없는 노동자들을 가족처럼 돌봐왔다”고 주장했다.
■구조 4일 전 진행된 합동조사는 ‘문제없음’
이 염전은 2020년부터 3번이나 정부 실태조사를 받았지만 노동착취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영광에서 염전을 빌려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장애가 의심되는 노동자들이 5~6명 있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폭언 등을 목격한 인근 업주가 영광군에 조사를 요청했다. 영광군과 경찰 등이 염전을 찾았지만 “근로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돼 있다”며 특별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조사를 종료했다. 강명수 영광천일염생산자협의회 회장은 “당시 철저한 조사가 있었다면 윤씨가 오랜 기간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 염전은 2025년 7월 전남광주시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고용한 노동자가 없다”는 말만 듣고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 5월18일에도 이 염전은 2년마다 해수부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실시하는 실태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심하게 폭행당한 흔적이 있던 김씨가 인근 마을주민에게 발견되기 나흘 전이다. 그러나 염전을 찾은 조사팀은 일반인 노동자 1명만 면담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염전 강제노동 사건이 반복하는 데는 당국이 염전 실태조사를 진행하기 전 업주들에게 조사 일정 등을 미리 공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씨도 당시 조사관들이 염전을 찾기 전 노동자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강제 조사권이 없는 실태조사의 한계를 토로한다. 전남광주시와 영광군은 “염전 실태조사는 행정조사여서 업주에게 사전 통보를 해줘야 한다”며 “사실 ‘고용한 노동자가 없다’고 하면 강제로 조사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윤씨는 지난해 영광지역 69개 염전을 대상으로 하는 대한염업조합 검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국산천일염 인증을 받아 소금을 출하하기 위해 반드시 검사원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인근 업주들로서는 오히려 윤씨의 눈치를 봐야 했다.
■‘신고의무제’ 도입하고 처벌 강화해야
구조된 노동자 3명은 검찰 도움으로 현재 장애인 자립시설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검찰은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이들에 대한 장애인등록을 추진하고 성년후견인 등 지정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긴급생계비와 의료비 등도 지급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들에 대해 지난달 ‘인신매매 피해자’로 확정하고 생계비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도 해수부와 전남광주시 등은 “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윤씨 염전의 허가 취소를 머뭇거리고 있다.
정부는 2014년 전남 신안에서 장애인 등이 장기간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사건이 드러난 이후 소금산업진흥법을 개정했다. ‘염전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강요행위를 한 것이 적발된 경우’ 영업정지 없이 곧바로 허가를 취소하고 지원금도 환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후 2021년과 2023년 신안 염전에서 노동착취 사건이 또 발생했다. 하지만 허가가 취소되거나 지원금이 환수된 사례는 없다. 박영민 노무사는 “법 취지는 노동착취에 대해 당국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한 것인데, 법원 판단을 핑계로 처분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리고 말했다.
이동학대 신고의무자처럼 염전 노동착취를 알게 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즉시 신고하도록 하는 ‘신고의무제’ 도입 필요성도 나온다. 서 부장검사는 “아동학대에 신고의무가 부여된 것처럼 염전 업무를 보는 공무원과 염업조합 등에 노동착취 신고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천일염 산업에 종사하는 염전 업주들은 노동착취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가 부족한 노동력 때문인 만큼 이와 관련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염전은 통상 4월에서 9월까지 운영하는 만큼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계절노동자 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다.
일본 출장 중 기업 내 연구소 한 곳을 방문했다.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었는데, 연구소 소개를 담당한 연구원이 인사말을 하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박사학위 전공이 철학이었던 것이다. 다른 연구원들의 전공과 연구 분야를 봐도 통계나 빅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자는 없었다. 오히려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의 상호 얽힘에 관한 다소간 추상 수준이 높고 이론적인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 구성원이 대다수였다.
한국에서 경험해온 바에 따르면, 이런 ‘비실용적’인 연구자가 영리기업 연구소는커녕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 혹은 대학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박사과정 학생들에게는 하고 싶은 연구만 하지 말고 그래도 좀 취업 가능성이 있는 공부를 하라는 조언이 일상적으로 통용된다. 그러니 이 소개가 놀랍고 신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리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연구소를 운영한다고?
놀라움은 배가됐다. 그래도 기업 내 연구소인 만큼 자사 제품 이용자의 만족도 조사나 시장 반응 분석, 하다못해 시장 동향 분석 등 기업 운영과 긴밀히 관련돼 보이는 업무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고 했다. 회사는 연구소에 무얼 요구하느냐고 물었는데, 그저 각자가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를 가끔 보고하는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부러워졌다. 내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그랬다. 내가 속한 연구소는 국가 연구사업을 수행 중이고, 이 연구사업은 매년 정량적인 연구 및 사업 실적을 계획하고 그 수행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구한다. ‘연구비 얼마당 논문 한 편’과 같은 식으로 내려오는 가이드라인, 그리고 다음에도 사업을 계속하려면 다른 연구소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 같은 것들이 모여 올해의 정량 실적을 훌륭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아니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런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듯하다.
나는 사회학자 부르디외로부터 ‘필요로부터의 거리’라는 개념을 배워 알고 있다. 당장 긴급한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취향을 갖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특별한 성취를 얻을 개연성이 커진다. 현재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취미나 과외 일에만 몰두하는 것 같았던 대학생이, 훗날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는 경우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이런 경로는 사실, 당장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거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성적을 사수하는 데 신경 써야 하는 조건의 학생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단기 성과를 꾸준히 만들어야 하는 내 지금의 삶은, 어쨌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공허함과 닿아 있다. 몇개월 안에 논문 한 편으로 완성할 수 있는 크기의 연구만 하는 삶, 내가 하는 일의 의미보다는 우선 해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일을 쳐내는 삶,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을까봐 겁내는 삶은 사실 내가 꿈꿔왔던 연구자로서의 야망과는 큰 거리가 있다. 모두들 이런 단기 실적 사회에 피로를 느끼지만, 왜 제도는 계속 이 방향으로만 설계되는 걸까? 필요로부터의 거리를 갖고 싶다. 한국은 그런 식으로 방향을 바꿔도 될 정도로는, 여유를 가져도 되는 수준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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