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리뷰 | 영화 ‘오디세이’]전쟁·괴수·모험 그리고 고뇌…놀런이 그린 ‘인간 스펙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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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검사출신변호사 스크린에 옮긴 ‘인류 최고 고전’신·영웅 이야기 아닌 인간에 초점승리하고도 고통 시달리는 군상들오늘날 전쟁의 유해함 곱씹게 해원전 속 여성들에게 주체성 부여전 장면 아이맥스 촬영 ‘압도적’
트로이 전쟁이 10년 만에 끝났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거대한 목마를 활용한 계책을 생각해내 그리스인들을 승리로 이끈 덕이다. ‘인류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이 영웅의 귀갓길을 노래한다. 괴물을 처치하며 섬과 섬을 건너던 바닷길, 신들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는 다시 꼬박 10년간 길을 잃고 방랑한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기원전에서부터 살아남은 이 유명한 이야기를 신과 영웅이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로 펼쳐낸다. 매 장면이 장엄하고 아름답다. 세이렌 등 설화 속 괴수들이 판타지적 신비로움을 더하면서도, 영화는 전쟁이 끝난 후 남겨진 이들의 고뇌에 묵직하게 집중한다. 작가주의적 블록버스터 거장인 놀런 감독의 작품 중 가히 최고작이다.
영화는 전쟁이 끝난 후 10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한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이미 고국에서 노래로만 전해지는 이가 됐다. 재산을 노린 남자들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게 구혼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집을 점거하고 있다. 신이 변장한 것일지도 모르니, 집을 찾은 손님을 환대하며 대접해야 한다는 ‘제우스의 법’ 때문에 이들을 쫓아낼 수도 없다.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스파르타로 밀행을 나간다.
아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과거가 된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파편으로 제시된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된 음유시인의 노랫말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오디세우스는 젊은 영웅의 모습이다. 반면 먼바다 건너, 여신 ‘칼립소’(샬리즈 세런)의 섬에 실재하는 백발의 오디세우스는 나이 들고 지쳐 있다. 자신이 잊은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는 그의 말이 신화로 친숙한 이야기들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오디세우스가 과거의 무용담을 전하는 비선형적 구성은 원작 <오디세이아>에 자주 등장한다.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 서사를 밀도 있게 가져가는 것은 놀런의 장기이기도 하다. 전작 <메멘토>와 <테넷>에서 시간과 기억은 주요한 영화적 장치였고, <덩케르크>는 세 가지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종점에서 하나로 맞물리는 형식을 취했다. <오디세이>는 전장과 바다에서 오디세우스가 보고 느낀 것을 플래시백으로 제시한다. 이 장면들은 과거를 편안히 돌아보는 것이 아닌, 세월의 풍파를 함께 겪어내는 것 같은 감각을 남긴다.
실제 촬영을 중시하는 놀런 감독의 철학이 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오디세이>는 70㎜ 아이맥스(IMAX) 필름으로 영화 전체가 촬영된 최초의 작품이다. 제작진은 직접 아이맥스 카메라 개발에 참여해 카메라 소음 및 발열로 장기 촬영이 어려웠던 문제를 일부 보완했다.
10.6m 높이로 구현한 트로이 목마와 그 공간 안에 숨어 버티는 병사들을 촬영한 장면이 특히 백미다. ‘키클롭스’(외눈박이 거인) 등 괴물을 최소한의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했고,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은 오디세우스 내면의 인도자 같기도 한 ‘아테네’(젠데이아)를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과 번개의 신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변화무쌍한 자연이 대신한다.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 세계 각국의 장엄한 자연을 보고 있자면,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 귀향한다는 것이 고대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그토록 늦어지는 것은, 신의 분노나 도와주지 않는 자연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는 칼립소의 섬을 7년간 벗어나지 못한 오디세우스의 마음 깊이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약탈과 강간, 살인은 전쟁과 한 묶음이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야만성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히 바라본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보이는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승리했지만 고통받는 그 얼굴을 보다 보면, 현대에도 계속되는 전쟁의 무용함과 유해함을 곱씹어보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이 중심에 있는 서사이지만, 마녀 ‘키르케’(서맨사 모턴) 등 여성 캐릭터들이 현대적으로 주체성 있게 각색됐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를 기다리기만 하는 아내가 아닌, 구혼자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감내하며 이타카를 지켜온 지혜로운 이다. 아들 텔레마코스와의 대화 등에서 그는 왕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보인다.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가 연기한 ‘헬레네’와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가 연기한 병사 ‘시논’ 캐스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북미에서 영화가 공개된 후에는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상황과 연기 모두 자연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오디세이>는 아시아 개봉 전 글로벌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북미 등에서 개봉 2주차 만에 글로벌 수익 6억5000만달러(약 9494억원)를 돌파했다. 놀런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기록으로 제작비 2억5000만달러(약 3651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172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까불거린다고 느낄 정도의 재기발랄함은 톰 홀랜드표 스파이더맨만의 특징이다. 10대의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 멤버들을 연예인 보듯 신기해하며 쓸데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애’였다. 우주적 위험이 덮쳐오더라도 고등학생 피터 파커의 고민은 또래다웠다. ‘좋아하는 MJ(젠데이아)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할까.’ ‘이번 수학여행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까.’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청소년 티를 벗고 청년이 된 스파이더맨을 만날 기회다. 20대에 접어든 피터는 사람으로서, 스파이더맨으로서 성장통을 겪는다.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의 사건으로 피터는 혼자가 됐다. 큰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는 세상을 떠났다. 연인 MJ와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를 비롯한 모두가 피터의 존재와 그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겁 없던 피터는 주변인이 위험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그는 4년간 ‘인간’으로서 고립을 자처하며, ‘스파이더맨’으로서 미국 뉴욕 퀸즈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한다.
고독은 약일까 독일까. 영화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거미인간’ 피터의 거미 DNA 비율이 폭주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기계식 웹슈터(거미줄 발사기)를 쓰던 몸이 자체적으로 거미줄이 생성하고, 감각이 과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터는 통제되지 않는 몸을 조절할 방법을 고민한다.
골방에서 슈트를 재단해 입는 가난한 청년 피터의 모습은 그간의 시리즈 중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원형에 가장 닿아 있다. 연출을 맡은 데스틴 크리튼 감독은 ‘피터가 이 옷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보이도록 원단의 질감과 주름 등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크리튼 감독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서정성이 가미됐으나, 시리즈 특유의 경쾌함은 그대로다. 피터가 우울한 것일 뿐 복면 쓴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능청스럽다. 총잡이 ‘프랭크’(존 번탈)가 만담 파트너로 등장한다. MJ를 향한 피터의 애달픈 외사랑은 MJ가 그를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증을 더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머릿속을 넘나들며 의식을 조종하는 미지의 적이 등장한다. 영화는 홀린 듯 몸을 확 젖혔다가, 미지의 존재가 빠져나가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의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인물들의 동작으로 무형의 공격을 시각화한다. 스파이더맨은 집게발로 공격하는 ‘스콜피온’(마이클 만도)과 일본 사무라이 집단을 연상시키는 ‘핸드’ 등을 다양한 범위의 거미줄 운용으로 상대한다.
영화에는 다른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오는 12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언니로부터 이름을 계승 받은 ‘블랙위도우’(플로렌스 퓨)가 조력자로 나오고, ‘헐크’(마크 러팔로)와는 호쾌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새 어벤져스 영화에 합류할 <엑스맨> 멤버 중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가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전율이 일게 한다. 다만 전사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다른 히어로들이 비중 있게 소개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최초로 제작 초기 단계부터 CJ CGV의 다면 특별관 포맷인 스크린X(SCREENX)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145분의 러닝타임 중 약 90분을 스크린과 양 옆면까지 3면의 화면으로, 빌딩 숲 사이를 가로지르고 공중에서 낙하하는 장면은 천장까지 확장한 4면으로 상영한다. 개봉 하루 전, 28일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서 체험한 바로는, 하늘이 배경일 때에는 개방감이 느껴졌지만 빌딩 숲이 배경일 때에는 벽에 불투명하게 비치는 장면들이 다소 답답해 보였다.
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형벌일까, 축복일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히어로물이 반복해 온 질문을 스파이더맨답게 풀어낸다. 과하게 사람을 믿어서 위기에 처할지라도 인간의 선함을 믿는 방식으로. 책임을 짊어지는 법을 익힌 스파이더맨은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불안하지 않다. 크레딧 이후 짧은 쿠키 영상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그의 활약이 계속될 것을 암시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다른 사람과 차를 함께 타는 것이 늘 부담스럽다. 운전 상황에 집중하느라 대화가 겉도는 것도 싫고 긴장과 졸음을 반복하다 찾아오는 정적도 불쾌하다. 노래를 함께 듣는다는 간단한 해결책도 있지만 그마저도 체력이 닳으면 자장가가 된다. 사이가 아무리 좋더라도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달리면 누구든 권태로운 부부가 되는 것만 같다.
동승의 고통을 참으려다 생긴 나의 이상한 버릇 중 하나는 창밖에 보이는 이정표를 영어로 의역해 읽는 것이었다. “마운틴 맥파이” 까치산. “오프닝 미들 스쿨” 개봉중학교. “더 에러 타운” 오류동. “헤븐리킹 스테이션” 천왕역.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로 가는 경로 위엔 훌륭한 지명들이 넘쳐났다. 온수역을 거치며 감격에 겨워 “웜 워터 빌리지”를 외쳤더니 운전하던 친구가 이제 그만하라며 점잖게 내 입을 막았다.
무안해진 나는 한동안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 놓인 무한의 터널을 지나며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아!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친구는 내가 한 곡을 다 부르는 동안 무신경한 남편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남편을 야속해하는 부인이 되어 넋두리를 이어갔다. “조용필의 히트곡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지. 그런데 그거 알아? 조용필의 고향은 부산이 아니야… 조용필은 경기도 화성, 화성이 낳은 슈퍼스타지. 멋있어. 우리의 가왕이 ‘화성에서 온 남자’라는 게…” 나의 열변에도 한참 대답이 없던 친구는 길이 밀리지도 않는데 도착시간이 계속 늘어난다며 긴 운전의 피로를 애꿎은 내비게이션에 넘겼다.
“너 화성시에 대해서 찾아본 적 있어? 화성시의 영어이름은 ‘마스(Mars)’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오히려 녹초가 되어버린 나는 위키피디아에 화성을 검색해 성능 나쁜 인공지능(AI)처럼 읽기를 시작했다. “화성은 경기도 내 재정 자립도 1위인 도시입니다. 또한 전국 4위의 부자 지자체입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앞으로 부유해질 도시’에 충남 아산시와 함께 나란히 4, 5위를 기록한 도시이지요. 그러나 둘 중 누가 4위인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화성시 출신의 유명인으로는 축구선수 차범근, 코미디언 이용진, 래퍼 쿤디판다, 유튜버 ‘유채훈의 웃음극장’, 그리고 ‘응가 거부 준우’가 있습니다.”
“‘응가 거부 준우’가 대체 뭐야? 그것도 래퍼나 유튜버 이름이야?” 주차장을 찾느라 운전에 집중하던 친구도 그 이름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는지 내 말꼬리를 잡아 물었다. “네. ‘응가 거부 준우’는 SBS에서 방영되었던 아동 솔루션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온 출연자로 배변을 거부하는 아동 출연자였습니다. ‘응가’의 ‘응’ 자만 들어도 혼비백산! 변기 그림자만 봤다 하면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 배변이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온몸으로 거부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고 현재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은 무더위로부터 신체와 정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니 피서란 일종의 방역 행위다. 차 안에서 시시한 농담을 마구 늘어놓으며 나는 함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고안된 모든 형태의 노력을 ‘피서’라 부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재난 같은 더위 속에서 그 방역 수단은 결코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기에 나는 차가운 호텔 수영장 물속에서 온종일 몸을 이완하는 사람들의 피서가 궁금한 만큼 선풍기 한 대만으로 익어가는 여름을 버티는 이들, 열기가 가득 찬 창고와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온몸으로 버텨내는 이들의 피서도 궁금해진다.
부천에 도착한 뒤 친구에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위원장이 배우 장미희씨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운전의 피로에서 해방된 친구는 장미희씨가 남긴 불멸의 수상소감 “아름다운 밤이에요!”를 간드러지게 외치면서 수많은 인파 사이를 춤추듯 걸으며 우아하게 극장으로 향했다.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휴가가 정말로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랐다. 돌아가는 길엔 퍼부을 또 다른 농담들을 떠올리면서.
트로이 전쟁이 10년 만에 끝났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거대한 목마를 활용한 계책을 생각해내 그리스인들을 승리로 이끈 덕이다. ‘인류 최고의 고전’으로 불리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이 영웅의 귀갓길을 노래한다. 괴물을 처치하며 섬과 섬을 건너던 바닷길, 신들의 분노를 산 오디세우스는 다시 꼬박 10년간 길을 잃고 방랑한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는 기원전에서부터 살아남은 이 유명한 이야기를 신과 영웅이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로 펼쳐낸다. 매 장면이 장엄하고 아름답다. 세이렌 등 설화 속 괴수들이 판타지적 신비로움을 더하면서도, 영화는 전쟁이 끝난 후 남겨진 이들의 고뇌에 묵직하게 집중한다. 작가주의적 블록버스터 거장인 놀런 감독의 작품 중 가히 최고작이다.
영화는 전쟁이 끝난 후 10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한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오디세우스’(맷 데이먼)는 이미 고국에서 노래로만 전해지는 이가 됐다. 재산을 노린 남자들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에게 구혼하겠다는 핑계를 대며 집을 점거하고 있다. 신이 변장한 것일지도 모르니, 집을 찾은 손님을 환대하며 대접해야 한다는 ‘제우스의 법’ 때문에 이들을 쫓아낼 수도 없다.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는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스파르타로 밀행을 나간다.
아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사이, 과거가 된 아버지 오디세우스의 모험은 파편으로 제시된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된 음유시인의 노랫말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오디세우스는 젊은 영웅의 모습이다. 반면 먼바다 건너, 여신 ‘칼립소’(샬리즈 세런)의 섬에 실재하는 백발의 오디세우스는 나이 들고 지쳐 있다. 자신이 잊은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하는 그의 말이 신화로 친숙한 이야기들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오디세우스가 과거의 무용담을 전하는 비선형적 구성은 원작 <오디세이아>에 자주 등장한다.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 서사를 밀도 있게 가져가는 것은 놀런의 장기이기도 하다. 전작 <메멘토>와 <테넷>에서 시간과 기억은 주요한 영화적 장치였고, <덩케르크>는 세 가지 다른 시간대의 인물들이 종점에서 하나로 맞물리는 형식을 취했다. <오디세이>는 전장과 바다에서 오디세우스가 보고 느낀 것을 플래시백으로 제시한다. 이 장면들은 과거를 편안히 돌아보는 것이 아닌, 세월의 풍파를 함께 겪어내는 것 같은 감각을 남긴다.
실제 촬영을 중시하는 놀런 감독의 철학이 이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오디세이>는 70㎜ 아이맥스(IMAX) 필름으로 영화 전체가 촬영된 최초의 작품이다. 제작진은 직접 아이맥스 카메라 개발에 참여해 카메라 소음 및 발열로 장기 촬영이 어려웠던 문제를 일부 보완했다.
10.6m 높이로 구현한 트로이 목마와 그 공간 안에 숨어 버티는 병사들을 촬영한 장면이 특히 백미다. ‘키클롭스’(외눈박이 거인) 등 괴물을 최소한의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했고,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은 오디세우스 내면의 인도자 같기도 한 ‘아테네’(젠데이아)를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하늘과 번개의 신 제우스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변화무쌍한 자연이 대신한다.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등 세계 각국의 장엄한 자연을 보고 있자면, 맨몸으로 바다를 건너 귀향한다는 것이 고대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을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귀향이 그토록 늦어지는 것은, 신의 분노나 도와주지 않는 자연 때문만이 아니다. 영화는 칼립소의 섬을 7년간 벗어나지 못한 오디세우스의 마음 깊이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약탈과 강간, 살인은 전쟁과 한 묶음이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의 야만성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히 바라본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보이는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승리했지만 고통받는 그 얼굴을 보다 보면, 현대에도 계속되는 전쟁의 무용함과 유해함을 곱씹어보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이 중심에 있는 서사이지만, 마녀 ‘키르케’(서맨사 모턴) 등 여성 캐릭터들이 현대적으로 주체성 있게 각색됐다.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를 기다리기만 하는 아내가 아닌, 구혼자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감내하며 이타카를 지켜온 지혜로운 이다. 아들 텔레마코스와의 대화 등에서 그는 왕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보인다. 흑인 배우 루피타 뇽오가 연기한 ‘헬레네’와 트랜스젠더 배우 엘리엇 페이지가 연기한 병사 ‘시논’ 캐스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있었으나, 북미에서 영화가 공개된 후에는 논란이 사그라들었다. 상황과 연기 모두 자연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오디세이>는 아시아 개봉 전 글로벌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북미 등에서 개봉 2주차 만에 글로벌 수익 6억5000만달러(약 9494억원)를 돌파했다. 놀런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기록으로 제작비 2억5000만달러(약 3651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172분. 15세 이상 관람가.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까불거린다고 느낄 정도의 재기발랄함은 톰 홀랜드표 스파이더맨만의 특징이다. 10대의 스파이더맨은 어벤져스 멤버들을 연예인 보듯 신기해하며 쓸데없는 질문을 쏟아내는 ‘애’였다. 우주적 위험이 덮쳐오더라도 고등학생 피터 파커의 고민은 또래다웠다. ‘좋아하는 MJ(젠데이아)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할까.’ ‘이번 수학여행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낼까.’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청소년 티를 벗고 청년이 된 스파이더맨을 만날 기회다. 20대에 접어든 피터는 사람으로서, 스파이더맨으로서 성장통을 겪는다.
전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에서의 사건으로 피터는 혼자가 됐다. 큰엄마 메이(마리사 토메이)는 세상을 떠났다. 연인 MJ와 친구 네드(제이콥 배덜런)를 비롯한 모두가 피터의 존재와 그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잊었다. 겁 없던 피터는 주변인이 위험해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다. 그는 4년간 ‘인간’으로서 고립을 자처하며, ‘스파이더맨’으로서 미국 뉴욕 퀸즈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한다.
고독은 약일까 독일까. 영화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거미인간’ 피터의 거미 DNA 비율이 폭주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기계식 웹슈터(거미줄 발사기)를 쓰던 몸이 자체적으로 거미줄이 생성하고, 감각이 과민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피터는 통제되지 않는 몸을 조절할 방법을 고민한다.
골방에서 슈트를 재단해 입는 가난한 청년 피터의 모습은 그간의 시리즈 중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원형에 가장 닿아 있다. 연출을 맡은 데스틴 크리튼 감독은 ‘피터가 이 옷을 직접 만들었다’는 것이 보이도록 원단의 질감과 주름 등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크리튼 감독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2021)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 영화를 연출하게 됐다.
서정성이 가미됐으나, 시리즈 특유의 경쾌함은 그대로다. 피터가 우울한 것일 뿐 복면 쓴 스파이더맨은 여전히 능청스럽다. 총잡이 ‘프랭크’(존 번탈)가 만담 파트너로 등장한다. MJ를 향한 피터의 애달픈 외사랑은 MJ가 그를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증을 더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머릿속을 넘나들며 의식을 조종하는 미지의 적이 등장한다. 영화는 홀린 듯 몸을 확 젖혔다가, 미지의 존재가 빠져나가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의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인물들의 동작으로 무형의 공격을 시각화한다. 스파이더맨은 집게발로 공격하는 ‘스콜피온’(마이클 만도)과 일본 사무라이 집단을 연상시키는 ‘핸드’ 등을 다양한 범위의 거미줄 운용으로 상대한다.
영화에는 다른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하면서, 오는 12월 개봉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기도 한다. 언니로부터 이름을 계승 받은 ‘블랙위도우’(플로렌스 퓨)가 조력자로 나오고, ‘헐크’(마크 러팔로)와는 호쾌한 한판 대결을 펼친다. 새 어벤져스 영화에 합류할 <엑스맨> 멤버 중 ‘진 그레이’(세이디 싱크)가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은 전율이 일게 한다. 다만 전사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다른 히어로들이 비중 있게 소개되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로는 최초로 제작 초기 단계부터 CJ CGV의 다면 특별관 포맷인 스크린X(SCREENX) 상영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145분의 러닝타임 중 약 90분을 스크린과 양 옆면까지 3면의 화면으로, 빌딩 숲 사이를 가로지르고 공중에서 낙하하는 장면은 천장까지 확장한 4면으로 상영한다. 개봉 하루 전, 28일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서 체험한 바로는, 하늘이 배경일 때에는 개방감이 느껴졌지만 빌딩 숲이 배경일 때에는 벽에 불투명하게 비치는 장면들이 다소 답답해 보였다.
남들과 다른 특별함은 형벌일까, 축복일까.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히어로물이 반복해 온 질문을 스파이더맨답게 풀어낸다. 과하게 사람을 믿어서 위기에 처할지라도 인간의 선함을 믿는 방식으로. 책임을 짊어지는 법을 익힌 스파이더맨은 이제 어디에 내놓아도 불안하지 않다. 크레딧 이후 짧은 쿠키 영상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그의 활약이 계속될 것을 암시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다른 사람과 차를 함께 타는 것이 늘 부담스럽다. 운전 상황에 집중하느라 대화가 겉도는 것도 싫고 긴장과 졸음을 반복하다 찾아오는 정적도 불쾌하다. 노래를 함께 듣는다는 간단한 해결책도 있지만 그마저도 체력이 닳으면 자장가가 된다. 사이가 아무리 좋더라도 차를 타고 1시간 이상 달리면 누구든 권태로운 부부가 되는 것만 같다.
동승의 고통을 참으려다 생긴 나의 이상한 버릇 중 하나는 창밖에 보이는 이정표를 영어로 의역해 읽는 것이었다. “마운틴 맥파이” 까치산. “오프닝 미들 스쿨” 개봉중학교. “더 에러 타운” 오류동. “헤븐리킹 스테이션” 천왕역.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로 가는 경로 위엔 훌륭한 지명들이 넘쳐났다. 온수역을 거치며 감격에 겨워 “웜 워터 빌리지”를 외쳤더니 운전하던 친구가 이제 그만하라며 점잖게 내 입을 막았다.
무안해진 나는 한동안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 놓인 무한의 터널을 지나며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아!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친구는 내가 한 곡을 다 부르는 동안 무신경한 남편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남편을 야속해하는 부인이 되어 넋두리를 이어갔다. “조용필의 히트곡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지. 그런데 그거 알아? 조용필의 고향은 부산이 아니야… 조용필은 경기도 화성, 화성이 낳은 슈퍼스타지. 멋있어. 우리의 가왕이 ‘화성에서 온 남자’라는 게…” 나의 열변에도 한참 대답이 없던 친구는 길이 밀리지도 않는데 도착시간이 계속 늘어난다며 긴 운전의 피로를 애꿎은 내비게이션에 넘겼다.
“너 화성시에 대해서 찾아본 적 있어? 화성시의 영어이름은 ‘마스(Mars)’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에어컨 바람 때문에 오히려 녹초가 되어버린 나는 위키피디아에 화성을 검색해 성능 나쁜 인공지능(AI)처럼 읽기를 시작했다. “화성은 경기도 내 재정 자립도 1위인 도시입니다. 또한 전국 4위의 부자 지자체입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앞으로 부유해질 도시’에 충남 아산시와 함께 나란히 4, 5위를 기록한 도시이지요. 그러나 둘 중 누가 4위인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화성시 출신의 유명인으로는 축구선수 차범근, 코미디언 이용진, 래퍼 쿤디판다, 유튜버 ‘유채훈의 웃음극장’, 그리고 ‘응가 거부 준우’가 있습니다.”
“‘응가 거부 준우’가 대체 뭐야? 그것도 래퍼나 유튜버 이름이야?” 주차장을 찾느라 운전에 집중하던 친구도 그 이름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는지 내 말꼬리를 잡아 물었다. “네. ‘응가 거부 준우’는 SBS에서 방영되었던 아동 솔루션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온 출연자로 배변을 거부하는 아동 출연자였습니다. ‘응가’의 ‘응’ 자만 들어도 혼비백산! 변기 그림자만 봤다 하면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 배변이라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온몸으로 거부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고 현재 근황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은 무더위로부터 신체와 정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니 피서란 일종의 방역 행위다. 차 안에서 시시한 농담을 마구 늘어놓으며 나는 함께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고안된 모든 형태의 노력을 ‘피서’라 부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재난 같은 더위 속에서 그 방역 수단은 결코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기에 나는 차가운 호텔 수영장 물속에서 온종일 몸을 이완하는 사람들의 피서가 궁금한 만큼 선풍기 한 대만으로 익어가는 여름을 버티는 이들, 열기가 가득 찬 창고와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온몸으로 버텨내는 이들의 피서도 궁금해진다.
부천에 도착한 뒤 친구에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의 위원장이 배우 장미희씨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운전의 피로에서 해방된 친구는 장미희씨가 남긴 불멸의 수상소감 “아름다운 밤이에요!”를 간드러지게 외치면서 수많은 인파 사이를 춤추듯 걸으며 우아하게 극장으로 향했다.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에게 주어진 단 하루의 휴가가 정말로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랐다. 돌아가는 길엔 퍼부을 또 다른 농담들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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