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모기 60만 마리 풀었다···알고 보니 새로운 ‘방역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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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수도 워싱턴 주택가에 올여름 모기 60만 마리를 풀었다. 얼핏 황당하게 들리지만,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 모기를 이용해 오히려 모기 개체 수를 줄이려는 새로운 방역 실험이다.
영국 BBC는 27일(현지시간) 이 사례를 소개하며 기후변화로 모기 매개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살충제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방역 기술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하는 곳은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해충방제 업체 ‘비 세이프 모스키토 컨트롤’이다. 이 회사는 올여름 워싱턴과 메릴랜드 지역 주택 25곳에 매주 약 1500마리씩, 모두 60만 마리의 수컷 모기를 방사하고 있다.
핵심은 방사되는 모기가 수컷이라는 점이다. 모기는 암컷만 사람의 피를 빨아 알을 만든다. 수컷은 꽃의 꿀이나 식물의 당분을 먹으며 사람을 물지 않는다.
여기에 방사되는 수컷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볼바키아(Wolbachia)라는 세균에 감염돼 있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이 야생 암컷과 교미하면 수정은 이뤄져도 알이 정상적으로 부화하지 못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세대 모기가 줄어드는 원리다.
미국 켄터키대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한 모스키토메이트가 이 모기를 공급하고 있다. 비 세이프 대표 토드 몽고메리는 “가능한 한 다른 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모기만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가장 친환경적인 방역 방법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살충제의 한계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살충제는 모기뿐 아니라 벌과 나비 같은 곤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일부 모기에서 살충제 내성이 생길 위험도 있다고 지적해왔다.
반면 볼바키아 방식은 특정 모기 종만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어 생태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BBC 역시 전문가들을 인용해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살포하는 방식보다 훨씬 표적화된 접근”이라며 다른 곤충이나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소개했다.
이 기술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국가환경청(NEA)은 2016년부터 볼바키아 수컷 모기를 대량 방사하는 ‘프로젝트 볼바키아)’를 추진해왔다.
BBC에 따르면 현재 대상 지역에서는이집트숲모기가 최대 90% 감소했고, 뎅기열 환자 발생도 최대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황열 등을 옮기는 대표적인 매개모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위험한 질병 매개 곤충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를 이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기술 확산이 시작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생명과학 기업 베릴리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약 3200만 마리의 볼바키아 감염 수컷 모기를 방사하는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모기의 활동 기간과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기존에는 발생하지 않던 지역까지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앞으로의 방역은 단순히 모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특정 모기만 정밀하게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끈적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고,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무더위와 장마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시원한 진저에일 한잔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처음 맛보았을 때, 상큼한 향과 혀끝을 톡 쏘는 청량감에 ‘오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생강은 감초만큼이나 널리 쓰이는 한약재다. 유럽에서는 한때 최음제로 사용되기도 했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음식과 약제에 두루 넣기도 했다. 생강은 강렬한 매운맛 속에 특유의 향긋함을 품고 있어 오래전부터 음식과 약재로 사랑받아왔다. 차갑게 마시면 갈증을 식혀주고, 따듯하게 달이면 한겨울 언 몸을 녹여준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나 세자가 ‘정신을 맑게 하고 더러운 기운을 물리치는’ 생강을 신하들에게 종종 하사했다. <논어>에 공자가 생강을 장복했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천자문>에도 ‘과일은 자두와 능금이, 채소는 겨자와 생강이 진귀하다(果珍李柰 菜重芥薑)’라 하였으니, 생강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신하들을 각별히 아꼈던 정조는 봄철에 생강 종자를 신하에게 나눠주며 부연했다. “생강(薑)이란 굳셈(彊)을 뜻한다. 단것은 주지 않고 매운 것을 주는 뜻은 내 일찍이 근신(近臣)에게 요구하던 바이다. 굳센 것이란 부정을 방지하는 것이니 그 성품은 늙을수록 더욱 맵다. 오래도록 복용하면 물들어가는 구습을 벗고 순수한 지경에 오를 것이다.”(<홍재전서> 53권)
이는 자기 수양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자강불식’의 자세로 자신을 갈고닦으며, 안일함을 경계하고 맡은 직분을 다하라는 독려였다. 신하들의 건강을 세심히 보살피는 임금의 마음과 그들이 건강한 몸과 굳센 정신으로 국사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었다. 생강은 정조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했다. 정조가 승하하기 직전 복용한 것 가운데에는 청심원과 소합원, 그리고 생강차(薑湯)가 있었다.
정조는 학문을 깊이 탐구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에 힘썼다.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군주였지만, 동시에 손수 신하를 챙기는 인간적인 임금이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엄격했던 그는 신하들에게도 올바른 마음으로 국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나누어준 생강의 매운맛에는 그러한 다짐과 당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열치열.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생강차 한잔이 구습에 젖은 나를 다시 다그쳐주기를.
전북 김제 금산면 용화마을 경로당 앞에 지난 20일 대형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보행보조기(실버카)를 밀고 온 어르신들이 한 명씩 차례로 버스에 올라탔다.
30도를 웃도는 바깥 열기와 달리 버스 내부는 쾌적했다. 어르신들 교육용으로 가져온 꽃의 향기가 버스 내부에 퍼졌다. 금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김제시는 2023년 전국 최초로 체험형 이동학습 공간 ‘달리는 모두 배움터’를 시작했다. 버스가 교육 공간이 되는 형태다. 이날 버스는 작은 원예교실로 변했다.
양쪽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접이식 작업대에는 화분과 꽃, 배양토, 굵은 모래가 가지런히 놓였다. 어르신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옮겨 심었다.
“과한 습도를 막으려면 먼저 굵은 모래를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위에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심으면 돼요.” 강사의 설명에 맞춰 주민들의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최고령자인 송영순 어르신(93)은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았는데, 이런 걸 내 손으로 만들어볼 줄은 몰랐다”며 “읍내 교육장에 가려면 차편부터 걱정이었는데 교육 버스가 마을 앞으로 오니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학습과 거리가 멀었던 윤점용·이영숙씨 부부도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도 시내까지 나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버스가 마을로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농촌에서 배움은 사실 이동권 문제에 가깝다.
교육부의 ‘2025년 평생교육통계 및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를 보면, 농촌 주민이 평생교육 시설까지 이동하는 평균 거리는 15.2㎞로 도시(3.8㎞)의 4배에 달한다. 운영 프로그램은 도시보다 2.9배 적고, 참여율도 10.3%포인트 낮다.
교육 시설은 부족하고 버스 노선마저 줄면서 농어촌 고령 주민들에게 읍내에 있는 평생학습관은 닿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것이다.
김제시는 ‘찾아가는 교실’에서 해답을 찾았다. 교육 공간이 마을을 순회해 주민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지역의 사회적기업인 ‘선한나무’가 보유한 버스를 교육용으로 개조하고, 강사 은행제에 등록된 지역 강사를 연계했다. 버스에 탈 수 있는 인원은 한 번에 15명 안팎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달리는 모두 배움터의 올해 상반기 예산은 4900만원이다. 기존에 보유한 버스와 지역 강사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상반기에만 50개 마을을 찾아 주민 750명에게 수업 기회를 제공했다.
박은실 강사는 “요양보호사 부축을 받으면서까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도 있다”며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교육은 언제 열리느냐’고 물으실 만큼 배움 열의가 크다”고 말했다.
수업이 인기를 끌면서 버스 한 대로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번 찾은 마을을 다시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김제시는 하반기 운영을 확대해 더 많은 마을 주민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은혜 김제시 교육가족과 주무관은 “교육 시설 접근이 어려운 읍면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배움이 먼저 찾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27일(현지시간) 이 사례를 소개하며 기후변화로 모기 매개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살충제 의존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방역 기술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을 진행하는 곳은 미국 메릴랜드주 실버스프링의 해충방제 업체 ‘비 세이프 모스키토 컨트롤’이다. 이 회사는 올여름 워싱턴과 메릴랜드 지역 주택 25곳에 매주 약 1500마리씩, 모두 60만 마리의 수컷 모기를 방사하고 있다.
핵심은 방사되는 모기가 수컷이라는 점이다. 모기는 암컷만 사람의 피를 빨아 알을 만든다. 수컷은 꽃의 꿀이나 식물의 당분을 먹으며 사람을 물지 않는다.
여기에 방사되는 수컷은 자연계에도 존재하는 볼바키아(Wolbachia)라는 세균에 감염돼 있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이 야생 암컷과 교미하면 수정은 이뤄져도 알이 정상적으로 부화하지 못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세대 모기가 줄어드는 원리다.
미국 켄터키대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한 모스키토메이트가 이 모기를 공급하고 있다. 비 세이프 대표 토드 몽고메리는 “가능한 한 다른 생물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모기만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가장 친환경적인 방역 방법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살충제의 한계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살충제는 모기뿐 아니라 벌과 나비 같은 곤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일부 모기에서 살충제 내성이 생길 위험도 있다고 지적해왔다.
반면 볼바키아 방식은 특정 모기 종만 선택적으로 줄일 수 있어 생태계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BBC 역시 전문가들을 인용해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살포하는 방식보다 훨씬 표적화된 접근”이라며 다른 곤충이나 동물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장점으로 소개했다.
이 기술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국가환경청(NEA)은 2016년부터 볼바키아 수컷 모기를 대량 방사하는 ‘프로젝트 볼바키아)’를 추진해왔다.
BBC에 따르면 현재 대상 지역에서는이집트숲모기가 최대 90% 감소했고, 뎅기열 환자 발생도 최대 8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황열 등을 옮기는 대표적인 매개모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위험한 질병 매개 곤충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를 이 프로그램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기술 확산이 시작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생명과학 기업 베릴리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약 3200만 마리의 볼바키아 감염 수컷 모기를 방사하는 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평균기온이 오르면서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치쿤구니야열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WHO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가 모기의 활동 기간과 서식 범위를 넓히면서 기존에는 발생하지 않던 지역까지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BBC는 “앞으로의 방역은 단순히 모기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특정 모기만 정밀하게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끈적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고, 잠시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무더위와 장마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시원한 진저에일 한잔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한다. 처음 맛보았을 때, 상큼한 향과 혀끝을 톡 쏘는 청량감에 ‘오호~!’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생강은 감초만큼이나 널리 쓰이는 한약재다. 유럽에서는 한때 최음제로 사용되기도 했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음식과 약제에 두루 넣기도 했다. 생강은 강렬한 매운맛 속에 특유의 향긋함을 품고 있어 오래전부터 음식과 약재로 사랑받아왔다. 차갑게 마시면 갈증을 식혀주고, 따듯하게 달이면 한겨울 언 몸을 녹여준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이나 세자가 ‘정신을 맑게 하고 더러운 기운을 물리치는’ 생강을 신하들에게 종종 하사했다. <논어>에 공자가 생강을 장복했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천자문>에도 ‘과일은 자두와 능금이, 채소는 겨자와 생강이 진귀하다(果珍李柰 菜重芥薑)’라 하였으니, 생강은 오래전부터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다.
신하들을 각별히 아꼈던 정조는 봄철에 생강 종자를 신하에게 나눠주며 부연했다. “생강(薑)이란 굳셈(彊)을 뜻한다. 단것은 주지 않고 매운 것을 주는 뜻은 내 일찍이 근신(近臣)에게 요구하던 바이다. 굳센 것이란 부정을 방지하는 것이니 그 성품은 늙을수록 더욱 맵다. 오래도록 복용하면 물들어가는 구습을 벗고 순수한 지경에 오를 것이다.”(<홍재전서> 53권)
이는 자기 수양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자강불식’의 자세로 자신을 갈고닦으며, 안일함을 경계하고 맡은 직분을 다하라는 독려였다. 신하들의 건강을 세심히 보살피는 임금의 마음과 그들이 건강한 몸과 굳센 정신으로 국사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뜻이 함께 담겨 있었다. 생강은 정조의 마지막 순간에도 함께했다. 정조가 승하하기 직전 복용한 것 가운데에는 청심원과 소합원, 그리고 생강차(薑湯)가 있었다.
정조는 학문을 깊이 탐구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에 힘썼다. 그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군주였지만, 동시에 손수 신하를 챙기는 인간적인 임금이기도 했다. 자신에게도 엄격했던 그는 신하들에게도 올바른 마음으로 국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가 나누어준 생강의 매운맛에는 그러한 다짐과 당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열치열.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생강차 한잔이 구습에 젖은 나를 다시 다그쳐주기를.
전북 김제 금산면 용화마을 경로당 앞에 지난 20일 대형 버스 한 대가 멈춰 섰다. 보행보조기(실버카)를 밀고 온 어르신들이 한 명씩 차례로 버스에 올라탔다.
30도를 웃도는 바깥 열기와 달리 버스 내부는 쾌적했다. 어르신들 교육용으로 가져온 꽃의 향기가 버스 내부에 퍼졌다. 금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김제시는 2023년 전국 최초로 체험형 이동학습 공간 ‘달리는 모두 배움터’를 시작했다. 버스가 교육 공간이 되는 형태다. 이날 버스는 작은 원예교실로 변했다.
양쪽 벽면을 따라 설치된 접이식 작업대에는 화분과 꽃, 배양토, 굵은 모래가 가지런히 놓였다. 어르신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옮겨 심었다.
“과한 습도를 막으려면 먼저 굵은 모래를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위에 배양토를 채우고 식물을 심으면 돼요.” 강사의 설명에 맞춰 주민들의 손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을 최고령자인 송영순 어르신(93)은 “평생 농사만 지으며 살았는데, 이런 걸 내 손으로 만들어볼 줄은 몰랐다”며 “읍내 교육장에 가려면 차편부터 걱정이었는데 교육 버스가 마을 앞으로 오니 앞으로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학습과 거리가 멀었던 윤점용·이영숙씨 부부도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도 시내까지 나가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버스가 마을로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농촌에서 배움은 사실 이동권 문제에 가깝다.
교육부의 ‘2025년 평생교육통계 및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 실태조사’를 보면, 농촌 주민이 평생교육 시설까지 이동하는 평균 거리는 15.2㎞로 도시(3.8㎞)의 4배에 달한다. 운영 프로그램은 도시보다 2.9배 적고, 참여율도 10.3%포인트 낮다.
교육 시설은 부족하고 버스 노선마저 줄면서 농어촌 고령 주민들에게 읍내에 있는 평생학습관은 닿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것이다.
김제시는 ‘찾아가는 교실’에서 해답을 찾았다. 교육 공간이 마을을 순회해 주민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지역의 사회적기업인 ‘선한나무’가 보유한 버스를 교육용으로 개조하고, 강사 은행제에 등록된 지역 강사를 연계했다. 버스에 탈 수 있는 인원은 한 번에 15명 안팎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달리는 모두 배움터의 올해 상반기 예산은 4900만원이다. 기존에 보유한 버스와 지역 강사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상반기에만 50개 마을을 찾아 주민 750명에게 수업 기회를 제공했다.
박은실 강사는 “요양보호사 부축을 받으면서까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도 있다”며 “수업이 끝난 뒤에도 ‘다음 교육은 언제 열리느냐’고 물으실 만큼 배움 열의가 크다”고 말했다.
수업이 인기를 끌면서 버스 한 대로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번 찾은 마을을 다시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한계도 있다. 김제시는 하반기 운영을 확대해 더 많은 마을 주민이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은혜 김제시 교육가족과 주무관은 “교육 시설 접근이 어려운 읍면 주민에게 지속적으로 배움이 먼저 찾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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