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의료수가 합리화·공공의료 국가책임 강화…난폭하지 않고도 개혁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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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2일 “의료수가가 제대로 책정돼 있느냐”면서 “수가 체계를 합리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 문제와 관련해 “국가 공동체의 책임을 확실히 강화해야 하며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의료수가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공공의료 확대 등 정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역 국립대병원을 서울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고, 인공지능(AI)을 지역 의료에 접목해 AI 기반 진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과거 의사를 상대로 신생아 의료 과실 등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해 본 일이 있다”면서 “그때 교과서대로 의사의 주의 의무를 다 지키려면 이 돈(의료수가)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다가 산부인과 의사를 아무도 안 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실이 됐다”면서 “의료수가 체계를 합리화하는 게 일단 중요하다. 수가 제도가 정말로 제대로 책정돼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를) 개인의 돈을 버는 영역으로 다 남겨두고, 거기에 도덕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유효한가”라며 “공공의료를 확장하려면 국가 공동체의 책임을 확실히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해서는 “전부 서울 인근의 큰 병원으로 몰리고 있는데 수요와 공급이 다 한쪽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역시 결국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균형 발전과 이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 측면에서도 의료 환경 개선이 핵심적 요소”라며 “결국 나와 가족이 아플 때 충분한 의료 환경이 보장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의료 개혁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의료체계의 혼란이 있긴 했는데, 국민들께서 ‘어느 사이에 이렇게 조용해졌나’ 싶을 정도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완료된 건 아니지만 의료 개혁의 중요한 부분인 의대 정원 문제와 지역 필수 의료 확보 문제가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은 큰 성과”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개혁이라는 게 쉽지 않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매우 난폭한 모습이 연출된다”며 “보통 울고, 싸우고, 시끄럽고, 대립하는 것을 상정하는데 그러지 않고도 대화와 설득을 통해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의료 개혁 과정에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 추진 전략을 보고했다. 정부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서울의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기존의 의료기관 중심인 의료전달체계를 환자의 중증도와 지역특성을 반영한 대·중·소 진료권 중심으로 재편한다. 정부는 또 AI를 지역의료 전반에 접목해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응급의료부터 동네 의원까지 AI 기반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정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지역의료를 활성화해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실현하고, 5극3특 중심의 지방 주도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선언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대체 불가한 선도자가 되겠다는 국가적인 출사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한 선언에는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브라질리아 현지에서 화상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핵심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AI 혁명의 최첨단에 서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방문 성과에 대해 “초대규모의 공급 투자 협력 등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인공지능 동맹’ 수준으로 격상했다”며 “세계적인 벤처 캐피탈과의 협력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 성과가 우리 경제에 더 큰 도약으로, 국민 삶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인공지능을 넘어 여타 첨단 산업, 또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미 순방의 기대 성과에 대해서는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핵심 국가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제 질서가 급속하게 재편되는 가운데, 외교적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다층화하는 노력은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남미는 엄청난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갖춘 곳으로, 외교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히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지역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는 대한민국과 정확하게 12시간 (시차로) 밤과 낮이 바뀐 상황”이라며 참모들에게 “여러분들 힘드시죠.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지에서 원격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원격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 의 투표 관리 부실 사태에 대한 후속 논의를 했다.
최승자 시인(74)의 첫 시선집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삶의 단면을 치열하고 적나라하게 응시하는 시들로 사랑받았던 시인의 47년 발자취를 담았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일찍이 나는’ 중)
시인의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에 수록된 첫 시 ‘일찍이 나는’이 이번 시선집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놓였다. “매독 같은 가을”(‘개 같은 가을’ 중), “고독한 이빨을 갈고 있는 살의, 아니 그것은 사랑”(‘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 중)처럼 강렬하고 지독한 시구가 이어진다.
시선집에는 그간 최 시인이 발표한 8권의 시집에서 골라 엮은 시 91편이 담겼다. 강성은, 김소연, 김행숙, 신해욱, 이민하, 이원, 이제니, 진은영, 하재연 등 활발하게 시작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 시인 9명이 시 선정에 참여했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최 시인은 2016년 <빈 배처럼 텅 비어>(문학과지성사) 이후 새로운 시집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신분열증 투병 이후 경북 포항에서 성경 필사를 하며 지낸 지가 꽤 됐다. 문학계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지만, 시는 쓰지 않고 있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그동안 내 시집들을 읽어주신 분께 작은 의미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조현병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이 수십 년 이어졌었고 그러나 천주교에 귀의하며 환한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이 시선집은 어떤 획을 긋는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봄 시선집 교정지를 들고 시인과 만났다는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최승자 시인의 건강이) 꽤 괜찮아 보였다”며 “시인이 마지막 시집 이후 여러 이유로 독자와 문학 쪽에 거리 아닌 거리를 뒀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선집 작업을 하니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셨다”고 전했다. 시선집은 지난해 말 기획돼 반년가량 준비 기간을 거쳐 나왔다.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판매돼 1000부가량 팔리기도 했다.
시선집 제목은 1984년 나온 그의 두 번째 시집인 <즐거운 일기>에 수록된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에서 따왔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중)
진은영은 해설에서 “우리는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예수님이 아님을 잘 안다. … 가끔은 이곳에 머물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우리는 최승자의 시구 곁으로 기어서 간다”고 썼다.
▼ 고희진 기자 gojin@khan.kr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의료수가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공공의료 확대 등 정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역 국립대병원을 서울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고, 인공지능(AI)을 지역 의료에 접목해 AI 기반 진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과거 의사를 상대로 신생아 의료 과실 등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해 본 일이 있다”면서 “그때 교과서대로 의사의 주의 의무를 다 지키려면 이 돈(의료수가)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러다가 산부인과 의사를 아무도 안 하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실이 됐다”면서 “의료수가 체계를 합리화하는 게 일단 중요하다. 수가 제도가 정말로 제대로 책정돼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의료를) 개인의 돈을 버는 영역으로 다 남겨두고, 거기에 도덕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유효한가”라며 “공공의료를 확장하려면 국가 공동체의 책임을 확실히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 의료 공백에 대해서는 “전부 서울 인근의 큰 병원으로 몰리고 있는데 수요와 공급이 다 한쪽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역시 결국 공적 역할을 강화하는 데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균형 발전과 이를 위한 정주 여건 개선 측면에서도 의료 환경 개선이 핵심적 요소”라며 “결국 나와 가족이 아플 때 충분한 의료 환경이 보장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의료 개혁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당시) 의료체계의 혼란이 있긴 했는데, 국민들께서 ‘어느 사이에 이렇게 조용해졌나’ 싶을 정도로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완료된 건 아니지만 의료 개혁의 중요한 부분인 의대 정원 문제와 지역 필수 의료 확보 문제가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은 큰 성과”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개혁이라는 게 쉽지 않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대체로 매우 난폭한 모습이 연출된다”며 “보통 울고, 싸우고, 시끄럽고, 대립하는 것을 상정하는데 그러지 않고도 대화와 설득을 통해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의료 개혁 과정에서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 추진 전략을 보고했다. 정부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역 국립대학병원을 서울의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기존의 의료기관 중심인 의료전달체계를 환자의 중증도와 지역특성을 반영한 대·중·소 진료권 중심으로 재편한다. 정부는 또 AI를 지역의료 전반에 접목해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응급의료부터 동네 의원까지 AI 기반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정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지역의료를 활성화해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실현하고, 5극3특 중심의 지방 주도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선언은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시대를 이끄는 대체 불가한 선도자가 되겠다는 국가적인 출사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한 선언에는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 핵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브라질리아 현지에서 화상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핵심 강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AI 혁명의 최첨단에 서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방문 성과에 대해 “초대규모의 공급 투자 협력 등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인공지능 동맹’ 수준으로 격상했다”며 “세계적인 벤처 캐피탈과의 협력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런 성과가 우리 경제에 더 큰 도약으로, 국민 삶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인공지능을 넘어 여타 첨단 산업, 또 문화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남미 순방의 기대 성과에 대해서는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핵심 국가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단단하게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국제 질서가 급속하게 재편되는 가운데, 외교적 네트워크를 다변화하고 다층화하는 노력은 국가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남미는 엄청난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갖춘 곳으로, 외교의 지평을 한층 더 넓히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지역 중 하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여기는 대한민국과 정확하게 12시간 (시차로) 밤과 낮이 바뀐 상황”이라며 참모들에게 “여러분들 힘드시죠.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지에서 원격으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원격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 의 투표 관리 부실 사태에 대한 후속 논의를 했다.
최승자 시인(74)의 첫 시선집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삶의 단면을 치열하고 적나라하게 응시하는 시들로 사랑받았던 시인의 47년 발자취를 담았다.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일찍이 나는’ 중)
시인의 첫 시집 <이 시대의 사랑>에 수록된 첫 시 ‘일찍이 나는’이 이번 시선집에서도 가장 앞자리에 놓였다. “매독 같은 가을”(‘개 같은 가을’ 중), “고독한 이빨을 갈고 있는 살의, 아니 그것은 사랑”(‘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 중)처럼 강렬하고 지독한 시구가 이어진다.
시선집에는 그간 최 시인이 발표한 8권의 시집에서 골라 엮은 시 91편이 담겼다. 강성은, 김소연, 김행숙, 신해욱, 이민하, 이원, 이제니, 진은영, 하재연 등 활발하게 시작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 시인 9명이 시 선정에 참여했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이 시대의 사랑’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한 최 시인은 2016년 <빈 배처럼 텅 비어>(문학과지성사) 이후 새로운 시집을 발표하지 않았다. 정신분열증 투병 이후 경북 포항에서 성경 필사를 하며 지낸 지가 꽤 됐다. 문학계 인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지만, 시는 쓰지 않고 있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그동안 내 시집들을 읽어주신 분께 작은 의미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조현병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이 수십 년 이어졌었고 그러나 천주교에 귀의하며 환한 길을 걷고 있는 나로서는 이 시선집은 어떤 획을 긋는다는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봄 시선집 교정지를 들고 시인과 만났다는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최승자 시인의 건강이) 꽤 괜찮아 보였다”며 “시인이 마지막 시집 이후 여러 이유로 독자와 문학 쪽에 거리 아닌 거리를 뒀던 상황이었는데 ‘이런 선집 작업을 하니 감사한 일’이라고 말하셨다”고 전했다. 시선집은 지난해 말 기획돼 반년가량 준비 기간을 거쳐 나왔다. 지난달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판매돼 1000부가량 팔리기도 했다.
시선집 제목은 1984년 나온 그의 두 번째 시집인 <즐거운 일기>에 수록된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에서 따왔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중)
진은영은 해설에서 “우리는 분명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예수님이 아님을 잘 안다. … 가끔은 이곳에 머물 이유가 전혀 없다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기분이 들 때면 우리는 최승자의 시구 곁으로 기어서 간다”고 썼다.
▼ 고희진 기자 goj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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