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냄새·칼질 소리…오감에 새긴 이주민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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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센상 아시아 첫·최연소 수상글로벌 공연예술계서 주목‘쿠쿠’서 ‘하리보 김치’까지2주간 세 작품 무대에 올려“음식과 냄새에 기억·트라우마말보다 더 깊은 교류 하는 언어”
프랑스 아비뇽 미스트랄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무대 중앙을 차지한 포장마차다. 주황색 천막 너머로 조명이 불을 밝히고, 포장마차 주인은 “한국식 칵테일”이라며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만든다. 무대로 초대된 두 관객에게 잔이 건네지고 도마 위에서는 김치가 잘게 썰리기 시작한다. 구자하 연출의 최신작 <하리보 김치>는 이 낯설고도 정겨운 포장마차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예술가 구자하(42)의 작품들이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연극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아시아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받은 그는 현재 글로벌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하리보 김치>를 포함한 총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리보 김치>는 이주민으로서 작가 개인의 삶을 음식과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포장마차 주인이 된 구자하는 직접 소맥을 제조하고 김치전과 미역냉국 등 요리를 만들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풀어놓는다. 서울에서 독일 베를린, 다시 벨기에로 이어진 이주의 과정, 할머니가 싸준 김치가 베를린 집 발코니에서 터져 이웃들이 범죄 현장으로 오해했던 일화, 타국에서 끊임없이 “당신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던 이방인의 시간들이 담담한 농담과 노래, 영상에 담겨 흘러나온다.
무대는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과 미각까지 자극한다. 그가 직접 부친 김치전의 매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객석으로 번지고, 도마를 두드리는 칼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극장을 채운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로 올라와 김치전과 미역냉국을 나눠 먹으며 한국을 몸으로 체험한다. K팝과 드라마로 한국을 접했던 해외 관객들에게 한국 공연예술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공연이 끝난 후 극장 앞에서 만난 관객 소냐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구자하의 작품을 보기 위해 아비뇽을 찾았다며 “그동안 K팝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포장마차가 한국의 역사와 이방인의 외로움, 고향의 음식을 이야기하는 무대가 됐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10여년간 이어온 구자하의 창작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사회적 고립을 전기밥솥이라는 일상의 오브제로 풀어낸 대표작 <쿠쿠>, 한국 근현대 연극사를 되짚은 <한국 연극의 역사>, 그리고 이주민의 삶과 정체성을 포장마차라는 공간에 담아낸 신작 <하리보 김치>까지 차례로 관객을 만났다.
16일 모든 공연이 끝나고 현지에서 만난 구 작가는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어서 무척 감회가 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음식과 냄새를 중요한 연극적 언어로 삼은 그는 “사람마다 음식과 냄새에는 서로 다른 기억과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극중 치킨 냄새에서 5·18에 관한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 역시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그 기억은 아버지를 통해 제 삶에도 이어져 있다.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됐고, 결국 저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음식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성질은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말로 하는 언어보다 음식 문화를 통해서 서로의 차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정답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활동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구 작가는 여전히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로, 유럽에서는 한국인 아티스트로 불린다. 경계를 넘어 그에게 끝없는 창작의 열망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연극만이 가진 힘이다.
그는 “모든 것이 점점 더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연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예술”이라며 “무엇보다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며 참여와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연극이 가진 힘”이라고 강조했다.
구 작가는 현재 차기작 <비투비 케이팝(B2B K-POP)>을 준비 중이다. K팝 산업을 소재로 4명의 퍼포머와 함께하는 작품으로, 2029년까지 예정된 해외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제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회주의’는 미국 정치에서 불온한 단어였다. 유럽 주요 국가에는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 등을 표방하는 정당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매카시즘 같은 극단적 반공주의 영향으로 사회주의가 금기어가 돼왔다. 오랜 금기를 깨뜨린 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 칭한 샌더스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공립대학 무상교육·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등 ‘급진적’ 공약을 국가적 의제로 승격시켰다. 이를 계기로 비영리법인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회원이 급증했다. DSA는 민주당 당적을 활용해 선거에 출마한다. 2018년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한동안 침체하던 DSA의 부활을 알린 건 지난해 11월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다. 34세, 우간다 출생, 인도계, 무슬림. 소수자 정체성이 겹치고 겹친 그는 ‘생활물가’라는 연대의 언어로 “노동계층, 중산층, 상위중산층을 한데 묶어냈다”(뉴욕타임스). 임대료 동결·시내버스 무료화·무상보육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임기 6개월이 지나 실시된 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58%)가 부정 평가(26%)를 압도했다.
맘다니의 성공에 힘입어 민주사회주의 돌풍은 계속되고 있다. 클레어 발데스, 브래드 랜더, 다리알리자 아빌라 슈발리에, 멜라트 키로스 등이 뉴욕주와 콜로라도주 하원의원 경선에서 주류 정치인들을 꺾고 11월 중간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가 됐다.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37·한국명 홍윤정)은 DSA 정치인 중 처음으로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민주당 위스콘신 주지사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소득 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재앙”으로 꼽았다. “한쪽에선 ‘조만장자’(자산 1조달러 이상)가 탄생하는데 위스콘신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다. 어떤 노동자도 육아와 월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선 안 된다.”
진보든 보수든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터다.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의 더불어민주당도 ‘친명이냐 친청이냐’ 말고 ‘불평등 완화’ 같은 이슈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 강령 전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써놓은 당 아닌가.
프랑스 아비뇽 미스트랄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무대 중앙을 차지한 포장마차다. 주황색 천막 너머로 조명이 불을 밝히고, 포장마차 주인은 “한국식 칵테일”이라며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만든다. 무대로 초대된 두 관객에게 잔이 건네지고 도마 위에서는 김치가 잘게 썰리기 시작한다. 구자하 연출의 최신작 <하리보 김치>는 이 낯설고도 정겨운 포장마차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하는 예술가 구자하(42)의 작품들이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연극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아시아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받은 그는 현재 글로벌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하리보 김치>를 포함한 총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리보 김치>는 이주민으로서 작가 개인의 삶을 음식과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포장마차 주인이 된 구자하는 직접 소맥을 제조하고 김치전과 미역냉국 등 요리를 만들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삶을 풀어놓는다. 서울에서 독일 베를린, 다시 벨기에로 이어진 이주의 과정, 할머니가 싸준 김치가 베를린 집 발코니에서 터져 이웃들이 범죄 현장으로 오해했던 일화, 타국에서 끊임없이 “당신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던 이방인의 시간들이 담담한 농담과 노래, 영상에 담겨 흘러나온다.
무대는 시각과 청각을 넘어 후각과 미각까지 자극한다. 그가 직접 부친 김치전의 매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객석으로 번지고, 도마를 두드리는 칼 소리가 리드미컬하게 극장을 채운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로 올라와 김치전과 미역냉국을 나눠 먹으며 한국을 몸으로 체험한다. K팝과 드라마로 한국을 접했던 해외 관객들에게 한국 공연예술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공연이 끝난 후 극장 앞에서 만난 관객 소냐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구자하의 작품을 보기 위해 아비뇽을 찾았다며 “그동안 K팝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하다.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포장마차가 한국의 역사와 이방인의 외로움, 고향의 음식을 이야기하는 무대가 됐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10여년간 이어온 구자하의 창작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사회적 고립을 전기밥솥이라는 일상의 오브제로 풀어낸 대표작 <쿠쿠>, 한국 근현대 연극사를 되짚은 <한국 연극의 역사>, 그리고 이주민의 삶과 정체성을 포장마차라는 공간에 담아낸 신작 <하리보 김치>까지 차례로 관객을 만났다.
16일 모든 공연이 끝나고 현지에서 만난 구 작가는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일 수 있어서 무척 감회가 새롭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 음식과 냄새를 중요한 연극적 언어로 삼은 그는 “사람마다 음식과 냄새에는 서로 다른 기억과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극중 치킨 냄새에서 5·18에 관한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 역시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니지만 그 기억은 아버지를 통해 제 삶에도 이어져 있다. 냄새라는 감각을 통해 아버지를 더 이해하게 됐고, 결국 저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음식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성질은 ‘언어’라고 생각한다”며 “말로 하는 언어보다 음식 문화를 통해서 서로의 차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정답게 교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에서 활동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구 작가는 여전히 어느 한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로, 유럽에서는 한국인 아티스트로 불린다. 경계를 넘어 그에게 끝없는 창작의 열망을 불어넣는 것은 결국 연극만이 가진 힘이다.
그는 “모든 것이 점점 더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연극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는 예술”이라며 “무엇보다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며 참여와 연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연극이 가진 힘”이라고 강조했다.
구 작가는 현재 차기작 <비투비 케이팝(B2B K-POP)>을 준비 중이다. K팝 산업을 소재로 4명의 퍼포머와 함께하는 작품으로, 2029년까지 예정된 해외 프로젝트와 더불어 국제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회주의’는 미국 정치에서 불온한 단어였다. 유럽 주요 국가에는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공산주의 등을 표방하는 정당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매카시즘 같은 극단적 반공주의 영향으로 사회주의가 금기어가 돼왔다. 오랜 금기를 깨뜨린 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다.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 칭한 샌더스는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공립대학 무상교육·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등 ‘급진적’ 공약을 국가적 의제로 승격시켰다. 이를 계기로 비영리법인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회원이 급증했다. DSA는 민주당 당적을 활용해 선거에 출마한다. 2018년에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한동안 침체하던 DSA의 부활을 알린 건 지난해 11월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다. 34세, 우간다 출생, 인도계, 무슬림. 소수자 정체성이 겹치고 겹친 그는 ‘생활물가’라는 연대의 언어로 “노동계층, 중산층, 상위중산층을 한데 묶어냈다”(뉴욕타임스). 임대료 동결·시내버스 무료화·무상보육으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임기 6개월이 지나 실시된 시에나대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58%)가 부정 평가(26%)를 압도했다.
맘다니의 성공에 힘입어 민주사회주의 돌풍은 계속되고 있다. 클레어 발데스, 브래드 랜더, 다리알리자 아빌라 슈발리에, 멜라트 키로스 등이 뉴욕주와 콜로라도주 하원의원 경선에서 주류 정치인들을 꺾고 11월 중간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가 됐다.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37·한국명 홍윤정)은 DSA 정치인 중 처음으로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민주당 위스콘신 주지사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그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소득 불평등을 “가장 심각한 재앙”으로 꼽았다. “한쪽에선 ‘조만장자’(자산 1조달러 이상)가 탄생하는데 위스콘신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다. 어떤 노동자도 육아와 월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아선 안 된다.”
진보든 보수든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 터다. 전당대회를 앞둔 한국의 더불어민주당도 ‘친명이냐 친청이냐’ 말고 ‘불평등 완화’ 같은 이슈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 강령 전문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써놓은 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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