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레플리카 [책과 삶]사랑을 열역학 제1법칙으로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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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레플리카 “사랑이 무엇이냐.” 이 질문으로 매 학기를 시작하는 공학 강의가 있다. “열역학 제1법칙으로 설명해 봐.” 침묵하는 학생들에게 교수가 열띤 설명을 한다. “사랑은 에너지(E)다! 에너지는 열정(Q: Heat)과 행동(W: Work)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E=Q-W!”
<사랑의 열역학>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석좌교수인 저자가 2016년부터 맡고 있는 기계공학 열역학 강의를 토대로 한 책이다. 열역학은 에너지가 어떻게 보존되고,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 딱딱한 공학의 언어를 사랑에 대입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에너지보존법칙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이 익숙함으로 바뀌고, 전 연인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것도 이 같은 법칙의 증거다. 사랑에 쏟은 에너지가 기억, 습관, 상처, 성장 같은 다른 형태로 남는다는 것이다.
사랑에 들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이유는 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한다. 시스템 전체에서 에너지는 보존되지만, 그 분배 방식은 보장되지 않는다. 당신이 100을 쏟아부어도 상대방이 30만 돌려줄 수 있고, 나머지 70은 ‘엔트로피’로 변환된다.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해지고, 한번 뱉은 말과 지나간 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인간관계도 똑같아. 100을 주고 10을 받아도, 20을 받아도 감사하면 그 관계는 오래간다. 비가역적 관계 맺음을 이해하는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
그리고 사랑은 ‘복사’처럼 전달해야 한다. 중간 매체를 통하는 ‘대류’는 왜곡이 있을 수 있기에, 태양이 1억5000만㎞를 가로질러 지구를 데우듯 ‘돌직구’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공식으로 사랑을 설명하지만 마음이 몽글몽글, 간질간질한 책이다. “그래서 사랑이 뭔가요?” 한 학기 수업을 마친 학생의 물음에 교수가 답한다. “열정을 가득 담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그 에너지가 바로 사랑이야.”
매년 한국에서 전체 사망자의 1%는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다. 고독사는 홀로 살던 사람이 홀로 임종기를 거치고 사망 후 방치되었다가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혼자 죽는 사람은 늘 있어왔고, 고독사에 이르게 된 저마다의 이유도 있다. 오랫동안 고독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했는가. 혼자 죽기까지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가.
개인의 성격이나 가족 해체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일자리와 주거, 복지와 지역사회, 인간관계가 차례로 끊어지는 과정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사회 밖으로 밀려나는지를 파고든다. 그 현장에는 사업 실패 후 혼자 살아가던 중년 남성, 팬데믹 속에서 고립된 노인, 시설을 나온 뒤 홀로 생계를 감당해야 했던 청년 등 구체적이고 치열했던 삶들이 있었다.
저자는 10년간 2만건 넘는 경찰 변사 기록을 검토하고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고립된 채 죽음에 이르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고독사를 개인의 불행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함께 살펴야 할 문제로 꺼내놓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는 책에 소개된 ‘S시 K동’이다. 2021년 S시에서 발생한 전체 고독사 중 48%가 K동에서 나왔고,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한 밀접 지역에 집중됐다. 이곳은 과밀한 주거지로 빠르게 개발되면서 행정과 공공영역이 자리 잡을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지역이었다. 고독사는 특정 생활 환경과 주거 구조, 약한 이웃 관계 속에서 동네가 함께 겪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때 도와줄 사람이 있습니까’ ‘낙심하거나 우울해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습니까’. 이 질문은 고독사 위험군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기 임신중지약인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의 국내 도입 방안 마련을 공개 지시하면서 5년 넘게 이어진 제도 공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관계부처들이 협의해 정부 차원의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가 후속 입법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그동안 모두 결론을 미뤄온 만큼 실제 제도화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플랫]“법 개정 없이 임신중지약 도입 가능” 의견 받고도 숨겨온 식약처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미프진 도입과 관련한 공식 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실무진 차원에서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제 공식 협의 자리를 마련해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프진과 관련해 “정부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낙태죄,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 이걸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약이)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고 사고가 난다”며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에게 허용 방안을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낙태죄 폐지, 다음을 상상하다]우리에겐 ‘새로운 상상력’ 사실은 ‘국제 표준’
헌법재판소의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형법상 낙태죄는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당시 헌재는 2년 안에 대체 입법을 하라고 주문했지만,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등이 진행되지 않아 미프진 도입 문제 역시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돼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 등 100여개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현대약품은 2021년 7월부터 세 차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청 등에 따라 심사 절차를 자진 취하하거나 잠정 중단하면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자보건법상 처방 대상과 허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품목허가 여부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년 넘게 입법 공백이 이어진 데에는 정부와 국회가 종교계와 보수단체의 반발 등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논의를 추진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작성된 국회 모자보건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사단법인 ‘태아·여성보호 국민연합’ 등은 “임신 10주 이상 태아의 낙태를 금지해야 하며, 형법 개정 없이 모자보건법만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낙태죄 폐지나 차별금지법처럼 종교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을 의원이 언급하는 날이면 새벽부터 지역사무소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가 쏟아지곤 했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을 비롯해 임신중지 수단으로 수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주요 법안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열린 복지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입법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까지만 겨우 의견을 모았다. 당시 의원들은 법 개정 방향에 대해 여야가 이견이 있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상황 등을 고려해 복지부와 식약처,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먼저 합의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이스란 당시 복지부 제1차관은 “정부가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 국회와 정부 모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공개 지시로 논의는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국회와 정부가 후속 작업에 시동을 걸지 않으면 입법 공백이 다시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민단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논평을 내고 “입법 공백은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현행법 안에서도 행정절차를 진행해 가능한 범위에서 (임신중지)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임신중지약 도입이 특정 기업에 특혜가 되지 않도록 부담 가능한 적정 가격으로 도입하고, 건강보장의 차원에서 건강보험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혜인 기자 hyein@khan.kr
<사랑의 열역학>은 미국 서던메소디스트대 석좌교수인 저자가 2016년부터 맡고 있는 기계공학 열역학 강의를 토대로 한 책이다. 열역학은 에너지가 어떻게 보존되고,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 딱딱한 공학의 언어를 사랑에 대입한다.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가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에너지보존법칙이다. 사랑을 시작할 때의 설렘이 익숙함으로 바뀌고, 전 연인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것도 이 같은 법칙의 증거다. 사랑에 쏟은 에너지가 기억, 습관, 상처, 성장 같은 다른 형태로 남는다는 것이다.
사랑에 들인 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이유는 열역학 제2법칙으로 설명한다. 시스템 전체에서 에너지는 보존되지만, 그 분배 방식은 보장되지 않는다. 당신이 100을 쏟아부어도 상대방이 30만 돌려줄 수 있고, 나머지 70은 ‘엔트로피’로 변환된다.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복잡해지고, 한번 뱉은 말과 지나간 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인간관계도 똑같아. 100을 주고 10을 받아도, 20을 받아도 감사하면 그 관계는 오래간다. 비가역적 관계 맺음을 이해하는 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지.”
그리고 사랑은 ‘복사’처럼 전달해야 한다. 중간 매체를 통하는 ‘대류’는 왜곡이 있을 수 있기에, 태양이 1억5000만㎞를 가로질러 지구를 데우듯 ‘돌직구’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공식으로 사랑을 설명하지만 마음이 몽글몽글, 간질간질한 책이다. “그래서 사랑이 뭔가요?” 한 학기 수업을 마친 학생의 물음에 교수가 답한다. “열정을 가득 담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 그 에너지가 바로 사랑이야.”
매년 한국에서 전체 사망자의 1%는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다. 고독사는 홀로 살던 사람이 홀로 임종기를 거치고 사망 후 방치되었다가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혼자 죽는 사람은 늘 있어왔고, 고독사에 이르게 된 저마다의 이유도 있다. 오랫동안 고독사를 연구해온 저자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왜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했는가. 혼자 죽기까지 사회는 어디에 있었는가.
개인의 성격이나 가족 해체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일자리와 주거, 복지와 지역사회, 인간관계가 차례로 끊어지는 과정 속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사회 밖으로 밀려나는지를 파고든다. 그 현장에는 사업 실패 후 혼자 살아가던 중년 남성, 팬데믹 속에서 고립된 노인, 시설을 나온 뒤 홀로 생계를 감당해야 했던 청년 등 구체적이고 치열했던 삶들이 있었다.
저자는 10년간 2만건 넘는 경찰 변사 기록을 검토하고 고독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어떻게 고립된 채 죽음에 이르는지 추적했다. 그 결과 고독사를 개인의 불행으로만 보지 않고 우리 사회가 함께 살펴야 할 문제로 꺼내놓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 사례는 책에 소개된 ‘S시 K동’이다. 2021년 S시에서 발생한 전체 고독사 중 48%가 K동에서 나왔고, 특정 지점을 중심으로 한 밀접 지역에 집중됐다. 이곳은 과밀한 주거지로 빠르게 개발되면서 행정과 공공영역이 자리 잡을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갖지 못한 지역이었다. 고독사는 특정 생활 환경과 주거 구조, 약한 이웃 관계 속에서 동네가 함께 겪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때 도와줄 사람이 있습니까’ ‘낙심하거나 우울해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습니까’. 이 질문은 고독사 위험군이 아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초기 임신중지약인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의 국내 도입 방안 마련을 공개 지시하면서 5년 넘게 이어진 제도 공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관계부처들이 협의해 정부 차원의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국회가 후속 입법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이다. 다만 정부와 국회가 그동안 모두 결론을 미뤄온 만큼 실제 제도화까지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플랫]“법 개정 없이 임신중지약 도입 가능” 의견 받고도 숨겨온 식약처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미프진 도입과 관련한 공식 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실무진 차원에서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지만, 이제 공식 협의 자리를 마련해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프진과 관련해 “정부에 조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낙태죄,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 이걸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약이)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고 사고가 난다”며 “방치하는 건 옳지 않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무책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에게 허용 방안을 논의해보라고 지시했다.
[낙태죄 폐지, 다음을 상상하다]우리에겐 ‘새로운 상상력’ 사실은 ‘국제 표준’
헌법재판소의 2019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형법상 낙태죄는 사실상 효력을 잃었다. 당시 헌재는 2년 안에 대체 입법을 하라고 주문했지만,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등이 진행되지 않아 미프진 도입 문제 역시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 목록에 등재돼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 등 100여개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 판권을 보유한 현대약품은 2021년 7월부터 세 차례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약처의 자료 보완 요청 등에 따라 심사 절차를 자진 취하하거나 잠정 중단하면서 허가가 나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자보건법상 처방 대상과 허용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품목허가 여부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년 넘게 입법 공백이 이어진 데에는 정부와 국회가 종교계와 보수단체의 반발 등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논의를 추진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작성된 국회 모자보건법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사단법인 ‘태아·여성보호 국민연합’ 등은 “임신 10주 이상 태아의 낙태를 금지해야 하며, 형법 개정 없이 모자보건법만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한 국회 관계자는 “낙태죄 폐지나 차별금지법처럼 종교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을 의원이 언급하는 날이면 새벽부터 지역사무소 전화가 마비될 정도로 항의 전화가 쏟아지곤 했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을 비롯해 임신중지 수단으로 수술뿐 아니라 약물 투여까지 포함하는 내용의 모자보건법 개정안 3건이 발의됐다. 그러나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해당 법안을 주요 법안으로 논의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열린 복지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입법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까지만 겨우 의견을 모았다. 당시 의원들은 법 개정 방향에 대해 여야가 이견이 있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상황 등을 고려해 복지부와 식약처,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먼저 합의안을 마련해서 국회에 보고해 달라고 주문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이스란 당시 복지부 제1차관은 “정부가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으나, 이후 국회와 정부 모두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 대통령의 공개 지시로 논의는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국회와 정부가 후속 작업에 시동을 걸지 않으면 입법 공백이 다시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민단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논평을 내고 “입법 공백은 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현행법 안에서도 행정절차를 진행해 가능한 범위에서 (임신중지)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해야 한다”며 “임신중지약 도입이 특정 기업에 특혜가 되지 않도록 부담 가능한 적정 가격으로 도입하고, 건강보장의 차원에서 건강보험 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혜인 기자 hye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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