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십자인대 재건술, 의사 경험 따라 결과 천차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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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려 달리고 뛰어오르는 스포츠 활동은 몸과 마음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치열한 승부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이 안타까운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포츠 의학이 초점을 맞추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최대한 부상을 예방하고 더 나은 신체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한편 손상을 입은 부위가 더 효과적으로 회복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국내 스포츠 의학 분야의 전문가이자 대한체육회 부회장인 서동원 바른세상병원장을 지난 10일 만나 전문 선수부터 일반 동호인까지 다양한 환자들을 치료해온 경험과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쌓게 된 이유가 있는지.
“개인적인 계기를 좀 얘기하자면 고교 2학년 때 반 대표로 축구 경기를 하다 상대편 골키퍼와 부딪혀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된 경험이 있다. 학교 앞 외과 의원을 갔는데, 당시엔 자기공명영상(MRI)도 없으니 원장이 상태를 파악도 못 해 무릎에 ‘빨간 약’만 바르고 붕대 감아주는 걸로 치료가 끝났다. 이후 뛸 때마다 무릎이 덜거덕거리며 낫질 않았고, 나중에 의대 들어가서야 내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단 걸 알게 됐다. 그게 좀 한이 맺혔는데, 몸이 재산인 스포츠 선수들에겐 더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스포츠 손상을 제대로 치료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실제 전문 선수들을 진료하는 경험은 어떻게 쌓게 됐는지.
“축구를 아주 좋아해서 대한축구협회가 팀 닥터를 모집하길래 지원했다. 그땐 개원의로 혼자 일하던 시절인데, 2~3주씩 아예 병원 문 닫고 선수 돌볼 정도로 스포츠 손상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를 하자는 욕구가 컸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도 쌓이고 이름도 알려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축구를 넘어 전체 국가대표 팀 닥터를 하게 됐다. 그때 의사 3명이 갔는데 한 명은 생리학, 또 한 명은 가정의학과다 보니 양궁·하키·유도 등등 전체 종목 선수들의 부상은 다 내가 봤다. 지금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하게 된 것도 사실 그때 선수였던 유승민 회장을 치료하면서 인연이 닿은 게 계기가 됐다.”
-국가대표 엘리트 선수의 손상 치료는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올림픽이란 세계적 무대에 출전하는 선수는 부상 없는 최상의 몸 상태에서 대회에 임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반대다. 금메달까지 딴 선수인데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손상이 심한 경우를 숱하게 봤다. 어떤 선수는 어깨가 올라가지 않고, 또 어떤 선수는 팔꿈치가 안 펴진다. 또 다른 선수는 양쪽 무릎 모두 전방 십자인대가 없다. 그런 상태라도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야 하니,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기준의 치료를 해야 한다. 몸에 이런저런 문제점은 있지만, 그걸 최대한 보완해서 기능을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치료를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쌓게 됐다.”
-특히 축구 선수 치료에서 쌓인 노하우도 있는지.
“전문의 자격을 2개 갖고 있다. 먼저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땄지만 더욱 전문성을 높이려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도 필요해 다시 취득했다. 내가 국내에서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치료가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이다. 파열된 인대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대를 이식할 때 뼈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그 방법과 위치, 고정 방식 등 변수가 많아 의사의 경험과 기술에 따라 결과가 너무나도 달라진다. 환자의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각의 치료에서 전문가인 의사들이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더 정확하고 우수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이달 13~28일 열리는 경향신문 주최 대통령 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유소년·청소년 체육 행사를 후원하고 의료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몸 상태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인가.
“어린 유소년 선수들을 진료하다 보면 골연골증이라는 질환이 생겨 만나는 경우가 있다. 골연골증이 어린 선수에게 생기는 대표적인 원인은 특히 관절이 혹사를 당했기 때문인데, 사실 제일 좋은 치료방법이 있긴 하다. 해당 부위에 구멍을 뚫어 연결 통로를 이어주거나, 손상이 매우 심하면 도려내기도 하는 치료다. 다만 그렇게 하면 운동선수로선 사망 선고를 받는 셈이다. 그러니 아예 혹사 자체를 막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배경에 팀의 성적으로 평가받는 감독·코치들이 제일 잘하는 유망주 선수를 계속 뛰게 하는 현실이 있다.”
-스포츠 현장에서 본 경험으로 그런 혹사를 막을 대책이 있다고 보는지.
“제도적으로 혹사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 팀의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골고루 경기를 뛰게 하면 된다. 유소년 대회에는 규정을 마련해서 예컨대 연속 세 경기 이상은 못 뛰게 한다든지, 아니면 출전시간이 연속 180분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든지 할 수가 있다. 이런 규정이 있으면 경기 일정 중간에 하루나 이틀 푹 쉬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토너먼트 같은 단기 대회도 매일 경기를 여는 대신 휴식일을 두는 등 선수 보호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에 재능을 보이는 유소년 선수는 혹사에 시달릴 위험이 있는 반면, 또래의 일반 학생들은 학업 부담 때문에 신체활동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있다.
“엘리트 스포츠는 물론 중요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엘리트가 나오기 위해선 저변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내 청소년들은 여가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지, 운동을 잘 안 한다. 그러면 과체중과 비만, 당뇨 문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이 시기 몸에서는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나오는데 그걸 건강하게 소모할 수 없는 환경에선 계속 스트레스가 쌓이고 공격적으로 바뀌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각자의 적성이나 흥미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활성화하면 이런 문제 중 상당 부분을 풀 수가 있고, 학업에서도 신체적 스트레스를 풀면 집중력이 올라가므로 도움이 된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서 학교 스포츠 정책에 관해 제언하고 싶은 지점이 있나.
“학교에서의 체육 지도가 더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냥 공 하나 던져주고 뛰어놀라고 하는 대신 체계적인 규칙과 승부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재미도 있고, 규칙을 지키면서 승부를 의식하는 경기를 하다 보면 열의를 갖고 숨이 차는 운동을 하게 돼서 신체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이기겠다는 눈빛과 악착같은 면을 살리는 승부가 있어야 스포츠를 통해 재미는 물론 교훈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체계적인 체육 교육을 받아야 성인이 돼서도 건강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 국가 차원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스포츠 손상을 포함해 관절·척추 분야 치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병원의 성장 사례가 세계적 경영학자의 저서에도 소개가 됐던데.
“처음엔 이성호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가 바른세상병원의 발전 사례를 경영학 논문으로 쓰고 싶다고 하더니 발표까지 했더라. 그 논문이 경영학계 학회에서도 소개되고,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논문에 소개된 우리 병원 사례를 본 거다. 코틀러 교수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보인 쪽은 의료 철학에 관해서였는데, 내가 항상 강조했던 지점이 단순한 치료뿐 아니라 이후 재활과 회복 과정을 거쳐 환자가 자신의 본업을 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삶의 질을 회복시키려면 의료의 질도 높여야 하는데, 병원 입장에선 더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당장 비용이 나갈 수는 있어도 그만큼 질 좋은 의료를 접한 환자들에게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이 경영학자들이 볼 때는 재미있었나 보다.”
-사실 전문 선수의 규모가 일반 환자 수보다 작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투자가 당장 눈에 띄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라고 국내 다양한 종목의 팀 닥터와 트레이너들이 모인 단체와도 협약을 맺었다. 운동 선수들을 수술하고, 주사 놓고, 회복시키려면 운동치료사들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충분한 인력을 갖춘 재활센터가 드물다 보니 우리 병원에 주목한 것이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그게 다 비용이지만 의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투자이기도 한 셈이다. 또 어깨나 무릎 힘줄의 염증 치료에 쓰는 레이저 물리치료기를 최근 3대 도입했는데, 가장 성능 좋은 이태리산 고강력 레이저 기기라 국산보다 가격이 20배 가량 비싸다. 그만큼 침투력이 좋아 치료 효과는 좋아도 레이저 한 번 쏠 때 건강보험에서 받는 수가는 기기 가격과 무관하게 동일하니 이해타산만 따지면 하지 말아야 할 투자다. 그래도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뚝심 있게 가는 거다.”
-향후 병원 경영 측면에서 지향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 병원에서 430명 정도가 함께 일한다. 국내의 한 유명 의류·패션기업에서 비슷한 규모로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데, 그곳은 연 매출이 1조5000억원씩 나오더라. 매출로는 우리 병원이 비교가 안 되겠지만 매출 대비 고용 창출 능력만 보면 우리가 훨씬 더 뛰어난 셈이다. 게다가 430명의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게 하는 업무환경과 문화 면에서도 자부심이 있다. 내가 축구에 느끼는 매력이 바로 키가 크든 작든, 돈이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평등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경직되지 않은 사회와 문화 속에서 축구도 더 발전한다는 점이다. 나는 축구에서 배운 이 교훈을 직장문화에도 적용해 평등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최대한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내부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곪아터져서 자멸한다. 나는 경영이란 그 반대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합리적인 이해와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자란 아이들은 웬만한 잔병은 걸리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 배를 곯아 영양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병에 잘 걸린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마음에 뒷심이 있어서 웬만한 어려움은 여유롭게 넘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사리 좌절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철철이 보약, 끼니마다 고기를 과다하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자칫 큰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과다한 사랑, 지나친 물질적 풍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다 해주는 과보호는 아이를 망가뜨린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흔히 문제아로 여긴다. 개중에는 밤이면 폭주족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배달 청소년들을 모두 문제아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하는 아이들은 거친 이미지와 달리 어렵게 번 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건전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상담가들에 따르면 진짜 심각한 문제아들은 오히려 집에서 다 챙겨줘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 가운데 많다고 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라는, 과잉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공부만 하면 집안일을 할 필요도, 돈을 벌 필요도 없다. 아버지는 교육비와 용돈을 대고 필요한 것은 다 사준다. 어머니는 밥도, 빨래도, 청소도 해주고 심지어 스케줄까지 짜준다. 요즘은 대학에 가도 어머니들이 수강 신청을 대신 해주고 성적이 안 나오면 교수에게 항의한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 구직할 때도 면접 시험장에 따라간단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고마워할까? 평생을 뒷바라지했는데 이젠 자식들이 자기 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푸념하는 어머니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자식들한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 자기들 잘되라고 한 것이지.” 그러고는 또 “내가 자기들을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상반된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한다.
자녀들에게 모든 걸 다 주었지만, 아니 모든 걸 다 줘서 버림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물려준 재산을 모두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자식들이 입을 싹 씻고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한테 통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밤에도 옆구리에 꼭 끼고 주무신다는 것이다. 자식들은 다시 선물 보따리를 들고 할머니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넓혀야 해요.” “사업이 어려워요.” 그러나 할머니는 단 한 푼도 자식들에게 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나 죽은 뒤 가져가라.” 자식들은 할머니 비위를 맞추느라 무진 애를 썼다.
드디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기 무섭게 자식들은 할머니의 통장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푼도 없는 빈 통장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통쾌하게 한 방 먹이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무조건 주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신 게 아닐까.
혹여 자녀 손에 물이라도 묻힐까 걱정하고,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 늘 안달인 부모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과보호이고 집착이다. 자녀가 자신을 떠나서는 살지 못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부모가 사망하면 자녀는 수십년을 헤맨다.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존재가 사라져버리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 배우자는 잘 안다. 자기 배우자가 효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다 주지 말고 적절하게 주어야 한다. 정신의학자 스콧 펙은 말했다. “사랑은 지각 있게 주는 것이며, 또 지각 있게 안 주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아이가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며 다 해주려 든다면 그것은 자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병 때문이다.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쌓게 된 이유가 있는지.
“개인적인 계기를 좀 얘기하자면 고교 2학년 때 반 대표로 축구 경기를 하다 상대편 골키퍼와 부딪혀 전방 십자인대가 손상된 경험이 있다. 학교 앞 외과 의원을 갔는데, 당시엔 자기공명영상(MRI)도 없으니 원장이 상태를 파악도 못 해 무릎에 ‘빨간 약’만 바르고 붕대 감아주는 걸로 치료가 끝났다. 이후 뛸 때마다 무릎이 덜거덕거리며 낫질 않았고, 나중에 의대 들어가서야 내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졌단 걸 알게 됐다. 그게 좀 한이 맺혔는데, 몸이 재산인 스포츠 선수들에겐 더욱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스포츠 손상을 제대로 치료해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실제 전문 선수들을 진료하는 경험은 어떻게 쌓게 됐는지.
“축구를 아주 좋아해서 대한축구협회가 팀 닥터를 모집하길래 지원했다. 그땐 개원의로 혼자 일하던 시절인데, 2~3주씩 아예 병원 문 닫고 선수 돌볼 정도로 스포츠 손상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를 하자는 욕구가 컸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도 쌓이고 이름도 알려져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축구를 넘어 전체 국가대표 팀 닥터를 하게 됐다. 그때 의사 3명이 갔는데 한 명은 생리학, 또 한 명은 가정의학과다 보니 양궁·하키·유도 등등 전체 종목 선수들의 부상은 다 내가 봤다. 지금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하게 된 것도 사실 그때 선수였던 유승민 회장을 치료하면서 인연이 닿은 게 계기가 됐다.”
-국가대표 엘리트 선수의 손상 치료는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올림픽이란 세계적 무대에 출전하는 선수는 부상 없는 최상의 몸 상태에서 대회에 임할 거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반대다. 금메달까지 딴 선수인데 의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손상이 심한 경우를 숱하게 봤다. 어떤 선수는 어깨가 올라가지 않고, 또 어떤 선수는 팔꿈치가 안 펴진다. 또 다른 선수는 양쪽 무릎 모두 전방 십자인대가 없다. 그런 상태라도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야 하니,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기준의 치료를 해야 한다. 몸에 이런저런 문제점은 있지만, 그걸 최대한 보완해서 기능을 발휘하고 좋은 성적을 얻는 데 초점을 맞추는 치료를 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경험을 쌓게 됐다.”
-특히 축구 선수 치료에서 쌓인 노하우도 있는지.
“전문의 자격을 2개 갖고 있다. 먼저 재활의학과 전문의를 땄지만 더욱 전문성을 높이려면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도 필요해 다시 취득했다. 내가 국내에서 가장 잘한다고 자부하는 치료가 전방 십자인대 재건술이다. 파열된 인대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대를 이식할 때 뼈에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그 방법과 위치, 고정 방식 등 변수가 많아 의사의 경험과 기술에 따라 결과가 너무나도 달라진다. 환자의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각의 치료에서 전문가인 의사들이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더 정확하고 우수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이달 13~28일 열리는 경향신문 주최 대통령 금배 전국고등학교축구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유소년·청소년 체육 행사를 후원하고 의료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몸 상태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인가.
“어린 유소년 선수들을 진료하다 보면 골연골증이라는 질환이 생겨 만나는 경우가 있다. 골연골증이 어린 선수에게 생기는 대표적인 원인은 특히 관절이 혹사를 당했기 때문인데, 사실 제일 좋은 치료방법이 있긴 하다. 해당 부위에 구멍을 뚫어 연결 통로를 이어주거나, 손상이 매우 심하면 도려내기도 하는 치료다. 다만 그렇게 하면 운동선수로선 사망 선고를 받는 셈이다. 그러니 아예 혹사 자체를 막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려운 배경에 팀의 성적으로 평가받는 감독·코치들이 제일 잘하는 유망주 선수를 계속 뛰게 하는 현실이 있다.”
-스포츠 현장에서 본 경험으로 그런 혹사를 막을 대책이 있다고 보는지.
“제도적으로 혹사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 팀의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골고루 경기를 뛰게 하면 된다. 유소년 대회에는 규정을 마련해서 예컨대 연속 세 경기 이상은 못 뛰게 한다든지, 아니면 출전시간이 연속 180분을 넘기지 못하게 한다든지 할 수가 있다. 이런 규정이 있으면 경기 일정 중간에 하루나 이틀 푹 쉬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다. 토너먼트 같은 단기 대회도 매일 경기를 여는 대신 휴식일을 두는 등 선수 보호 시스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에 재능을 보이는 유소년 선수는 혹사에 시달릴 위험이 있는 반면, 또래의 일반 학생들은 학업 부담 때문에 신체활동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있다.
“엘리트 스포츠는 물론 중요하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거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엘리트가 나오기 위해선 저변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내 청소년들은 여가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게임을 하지, 운동을 잘 안 한다. 그러면 과체중과 비만, 당뇨 문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이 시기 몸에서는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나오는데 그걸 건강하게 소모할 수 없는 환경에선 계속 스트레스가 쌓이고 공격적으로 바뀌는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학교에서부터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각자의 적성이나 흥미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활성화하면 이런 문제 중 상당 부분을 풀 수가 있고, 학업에서도 신체적 스트레스를 풀면 집중력이 올라가므로 도움이 된다.”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서 학교 스포츠 정책에 관해 제언하고 싶은 지점이 있나.
“학교에서의 체육 지도가 더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냥 공 하나 던져주고 뛰어놀라고 하는 대신 체계적인 규칙과 승부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재미도 있고, 규칙을 지키면서 승부를 의식하는 경기를 하다 보면 열의를 갖고 숨이 차는 운동을 하게 돼서 신체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이기겠다는 눈빛과 악착같은 면을 살리는 승부가 있어야 스포츠를 통해 재미는 물론 교훈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체계적인 체육 교육을 받아야 성인이 돼서도 건강한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 국가 차원의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스포츠 손상을 포함해 관절·척추 분야 치료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병원의 성장 사례가 세계적 경영학자의 저서에도 소개가 됐던데.
“처음엔 이성호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가 바른세상병원의 발전 사례를 경영학 논문으로 쓰고 싶다고 하더니 발표까지 했더라. 그 논문이 경영학계 학회에서도 소개되고,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도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논문에 소개된 우리 병원 사례를 본 거다. 코틀러 교수가 중점적으로 관심을 보인 쪽은 의료 철학에 관해서였는데, 내가 항상 강조했던 지점이 단순한 치료뿐 아니라 이후 재활과 회복 과정을 거쳐 환자가 자신의 본업을 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삶의 질을 회복시키려면 의료의 질도 높여야 하는데, 병원 입장에선 더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당장 비용이 나갈 수는 있어도 그만큼 질 좋은 의료를 접한 환자들에게서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이 경영학자들이 볼 때는 재미있었나 보다.”
-사실 전문 선수의 규모가 일반 환자 수보다 작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투자가 당장 눈에 띄긴 쉽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라고 국내 다양한 종목의 팀 닥터와 트레이너들이 모인 단체와도 협약을 맺었다. 운동 선수들을 수술하고, 주사 놓고, 회복시키려면 운동치료사들이 따로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충분한 인력을 갖춘 재활센터가 드물다 보니 우리 병원에 주목한 것이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선 그게 다 비용이지만 의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하는 투자이기도 한 셈이다. 또 어깨나 무릎 힘줄의 염증 치료에 쓰는 레이저 물리치료기를 최근 3대 도입했는데, 가장 성능 좋은 이태리산 고강력 레이저 기기라 국산보다 가격이 20배 가량 비싸다. 그만큼 침투력이 좋아 치료 효과는 좋아도 레이저 한 번 쏠 때 건강보험에서 받는 수가는 기기 가격과 무관하게 동일하니 이해타산만 따지면 하지 말아야 할 투자다. 그래도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뚝심 있게 가는 거다.”
-향후 병원 경영 측면에서 지향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 병원에서 430명 정도가 함께 일한다. 국내의 한 유명 의류·패션기업에서 비슷한 규모로 직원을 고용하고 있던데, 그곳은 연 매출이 1조5000억원씩 나오더라. 매출로는 우리 병원이 비교가 안 되겠지만 매출 대비 고용 창출 능력만 보면 우리가 훨씬 더 뛰어난 셈이다. 게다가 430명의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게 하는 업무환경과 문화 면에서도 자부심이 있다. 내가 축구에 느끼는 매력이 바로 키가 크든 작든, 돈이 많든 적든, 남자든 여자든 평등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경직되지 않은 사회와 문화 속에서 축구도 더 발전한다는 점이다. 나는 축구에서 배운 이 교훈을 직장문화에도 적용해 평등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최대한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내부의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곪아터져서 자멸한다. 나는 경영이란 그 반대로 자유롭게 소통하며 합리적인 이해와 의견 수렴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음식을 충분히 먹고 자란 아이들은 웬만한 잔병은 걸리지 않는다. 반면 어린 시절 배를 곯아 영양이 부족했던 아이들은 성장하면서도 병에 잘 걸린다.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은 마음에 뒷심이 있어서 웬만한 어려움은 여유롭게 넘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사리 좌절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철철이 보약, 끼니마다 고기를 과다하게 먹고 자란 아이들은 자칫 큰 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과다한 사랑, 지나친 물질적 풍요, 하나부터 열까지 부모가 다 해주는 과보호는 아이를 망가뜨린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는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흔히 문제아로 여긴다. 개중에는 밤이면 폭주족으로 변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배달 청소년들을 모두 문제아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일을 하는 아이들은 거친 이미지와 달리 어렵게 번 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에 건전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상담가들에 따르면 진짜 심각한 문제아들은 오히려 집에서 다 챙겨줘서 부족함 없이 자란 아이들 가운데 많다고 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라는, 과잉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그저 공부만 하면 집안일을 할 필요도, 돈을 벌 필요도 없다. 아버지는 교육비와 용돈을 대고 필요한 것은 다 사준다. 어머니는 밥도, 빨래도, 청소도 해주고 심지어 스케줄까지 짜준다. 요즘은 대학에 가도 어머니들이 수강 신청을 대신 해주고 성적이 안 나오면 교수에게 항의한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해 구직할 때도 면접 시험장에 따라간단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부모에게 고마워할까? 평생을 뒷바라지했는데 이젠 자식들이 자기 말은 듣지도 않는다고 푸념하는 어머니들이 꼭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자식들한테 바라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다 자기들 잘되라고 한 것이지.” 그러고는 또 “내가 자기들을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상반된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한다.
자녀들에게 모든 걸 다 주었지만, 아니 모든 걸 다 줘서 버림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어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물려준 재산을 모두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지만, 자식들이 입을 싹 씻고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한테 통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 밤에도 옆구리에 꼭 끼고 주무신다는 것이다. 자식들은 다시 선물 보따리를 들고 할머니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커서 집을 넓혀야 해요.” “사업이 어려워요.” 그러나 할머니는 단 한 푼도 자식들에게 주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나 죽은 뒤 가져가라.” 자식들은 할머니 비위를 맞추느라 무진 애를 썼다.
드디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기 무섭게 자식들은 할머니의 통장을 펼쳐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 푼도 없는 빈 통장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에 통쾌하게 한 방 먹이고 돌아가신 할머니는 무조건 주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신 게 아닐까.
혹여 자녀 손에 물이라도 묻힐까 걱정하고, 하나라도 더 주지 못해 늘 안달인 부모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과보호이고 집착이다. 자녀가 자신을 떠나서는 살지 못하게 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기도 하다.
그런 부모가 사망하면 자녀는 수십년을 헤맨다.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존재가 사라져버리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그 배우자는 잘 안다. 자기 배우자가 효자가 아니라는 것을.
자녀를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면 다 주지 말고 적절하게 주어야 한다. 정신의학자 스콧 펙은 말했다. “사랑은 지각 있게 주는 것이며, 또 지각 있게 안 주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아이가 고생하는 건 못 보겠다며 다 해주려 든다면 그것은 자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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