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코오롱하늘채 실크처럼 부드러운 ‘팀 축구’로 ‘화려한 개인들’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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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코오롱하늘채 “특별한 팀이 화려한 개인들을 이겼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이 끝난 뒤 영국 BBC가 내놓은 평가다. 대회 내내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마이클 올리세 등 세계 최고 공격진을 앞세워 우승 후보 1순위로 평가받은 프랑스가 스페인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결과는 스페인의 2-0 승. 하지만 스코어보다 경기 내용의 차이가 훨씬 컸다.
BBC를 비롯해 ESPN, CNN, 가디언, 알자지라, 디애슬레틱 등 주요 외신들은 15일 하나같이 “스페인은 개인보다 팀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의 축구 전문가와 레전드들도 찬사를 쏟아냈다. BBC는 “스페인은 프랑스를 완전히 제압했다”며 “유럽 챔피언다운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고 전했다. BBC는 “스페인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축구(silky Spain)로 프랑스를 압도했다”고 표현했다. 프랑스는 유효슈팅을 단 세 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정규시간 대부분 동안 공격다운 공격조차 만들지 못했다. 디애슬레틱은 “프랑스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사실상 단 한 번의 유효슈팅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멤버인 파트릭 비에이라는 “프랑스의 톱 플레이어들이 모두 실종됐다”고 직설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집단적으로 스페인이 환상적인 경기를 했다. 프랑스는 경기의 모든 측면에서 밀렸다. 특히 전술적으로 완전히 당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 출신 로이 킨은 “프랑스는 팀처럼 뛰지 않았다. 뛰어난 개인들이 있었지만 팀은 아니었다”며 “반대로 스페인은 축구 자체가 즐거울 정도로 훌륭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크리스 서튼은 BBC를 통해 “이번 대회 내내 프랑스를 극찬했지만 스페인은 프랑스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며 “부드럽고 세련된 축구를 앞세운 스페인은 프랑스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모든 것의 중심에는 로드리가 있었다. 세계적인 스페인 축구 저널리스트 길렘 발라그는 “모든 것의 중심에는 로드리가 있었다. 그는 발롱도르를 받을 만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디애슬레틱 역시 “로드리는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번 스페인 대표팀을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과 비교했다. BBC는 “당시 스페인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조금씩 경기력이 살아나 결국 우승했다”며 “이번 대회 역시 카보베르데와 무승부로 시작했지만 토너먼트에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를 차례로 꺾으며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SPN 역시 “스페인은 지금 무적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프랑스를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표팀 킬리안 음바페는 “전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우리가 준비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경기 조절 능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인정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역시 “우리는 기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100%가 아니었다. 스페인을 더 어렵게 만들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스페인은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 승자와 오는 20일 오전 4시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에서 집값은 경제적 사안만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고, 정치적 쟁점이다. 집값이 급등하면 국민들 사이에 분노와 절망이 넘쳐나고, 정권까지 위태로워진다. 집값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 시중 유동성 수준, 세제·금융을 포함한 정부 정책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 심리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이런 복합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아주 단순화한 속설들이 생겨났다. ‘진보 정권에서는 집값이 뛴다.’ ‘세금과 규제가 집값을 올린다.’ 집값이 정치화되면서 만들어진 프레임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해묵은 집값 프레임이 다시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한다. 이르면 이달 말 집값 안정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국민대토론회까지 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지만 과연 정부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주택시장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을 지난 9일 만나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집값 안정 방안에 대해 들었다. 최 소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동원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 너무 온건한 종합부동산세 방안을 발표해 오히려 집값 급등을 초래한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 정부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합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2023년 윤석열 정부 때부터 급격하게 시작됐습니다. 그것이 누적되고 있는 거죠.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때 값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오르면서 정권을 내줬고요, 윤석열 정부 때 35억원으로 뛰었어요. 윤석열 정부는 짧게 끝났으니 단기간에 더 급등한 거죠. 대통령 탄핵 등 혼란이 극심해 우리가 큰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특히 지난해 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행정자료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전수분석한 결과 지난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14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그 후 이재명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며 하락세로 접어들어 올 1분기에 11억1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4, 5월)에 다시 상승하고 있는데, 그래도 12억3000만원 수준입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은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 윤석열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이 뛰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모든 규제 장치를 없애버렸잖아요.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도 풀고 부동산 규제 지역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빼고 다 없앴습니다. 이것이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영향을 크게 줬던 것 같아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주택시장에 50조원이 풀리기도 했고요.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지난해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재지정한 것이었습니다.”
- 한국부동산원 분석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마지막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5.11%로 지난해 같은 기간(3.52%)보다 훨씬 높습니다.
“주택 거래 시 실거래가를 30일 이내 국토교통부에 신고토록 의무화돼 있습니다. 저희는 이 신고된 실거래가 전부를 바탕으로 분석합니다.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값 상승률은 실거래가일 수가 없습니다. 그 주에 매매가 됐다면 신고는 보통 나중에 되기 때문이죠. 신고된 정확한 금액이 아니라 호가 등이 종합된 일종의 가상 가격인 셈입니다.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조사원이나 공인중개사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부정확한 주간 동향을 폐지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 그래도 최근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맞지 않나요. 실제 가격이 크게 오른 아파트들 기사도 나오고 있고요.
“실거래가 평균으로 보면 올해는 아직 지난해 1분기보다 낮지만 일부 서울 아파트들은 올해 들어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주요 아파트들을 단지별로 구분해 최고가가 언제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는데, 서울 아파트의 17.3%가 올 1~5월에 최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이렇게 오른 아파트만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값이 올라간 아파트들에 ‘키 맞추기’ 심리가 생깁니다. 강남이 먼저 오르고, 그다음에 마·용·성, 경기도로 번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가격 상승이 초고가 아파트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다른 아파트들도 점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체감을 더 하는 거죠. 지금 집값은 조마조마한 상태, 자칫하면 대세 상승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 문재인 정부도 집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문재인 정부 때도 초반에는 집값이 잠잠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7월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안이 시장의 예상보다 워낙 약하게 나오면서 집값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이달 발표할 부동산세제 개편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 발표안이 기대했던 것보다 ‘별거 아니네’라는 상황이 되면 2018년과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정말 다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주는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 서울의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왜 그런가요.
“이제 서울의 일부 아파트는 사치재 내지는 투기재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재건축 예정이라고 해도 압구정 아파트가 128억원에 팔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언론들도 부동산 불패 신화를 연일 얘기하며 불을 때고 있고요. 최근엔 공교롭게도 주식시장 호황과 반도체 회사들의 막대한 성과급이 주택시장으로 몰릴 위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집값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집값 상승이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되는 건데요, 서울의 아파트가 전국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 거죠.”
- 그럼 어떻게 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이달 중 보유세 인상 등 세금 대책을 발표하는데,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집값 못 잡는다는 주장도 나오고요.
“주택가격 안정은, 특히 서울 아파트로 한정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정책 목표입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도 정부의 의지대로 안 될 수가 있어요. 서울의 주택가격은 금리나 국제적 자본 이동까지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대통령이 너무 자신하시는데 그래선 안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봤잖아요. 그때 공급이 안 됐던 것도 아니고. 수요 억제 정책도 할 수 있는 대로 다 했는데 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거든요. 세금 정책만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수요, 공급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있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윤석열 정부 때의 부자 감세가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를 매길 때 과세표준을 깎아주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도입돼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를 적용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더 올라갔다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각각 43~45%와 60%로 낮아졌습니다. 공시가격이 20억원일 경우 이명박 정부 때는 16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12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 겁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국회 법 개정 없이 정부가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공시가격을 시가에 맞게 현실화하는 공시가격 로드맵도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폐기해 버렸는데, 되살리지 않고 있습니다.”
-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크죠.
“대통령께서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망국적 부동산’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지금 서울 주택시장은 불만 대면 터지는 화약고 같은 상황입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 정부가 곧 부동산세제 대책을 발표할 텐데요.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간다’라는 분명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부동산세제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는 거예요. 양도소득세, 종부세, 재산세 모두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 발 앞으로 갔다가 한 발 뒤로 갔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금이 주택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지금은 세금이 올라가더라도 버티면 결국 내려간다라고 생각하니 먹힐 리가 없죠. 그래서 어렵겠지만 세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에 대한 설득 그리고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속 가능성이 있고, 정책 효과도 나타납니다.”
- 야당은 세금 올리는 것은 절대 반대합니다. 지금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여야 합의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사실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여당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보유세는 1000분의 1입니다. 실효세율이 0.15%밖에 되지 않습니다. 평균이 그렇고, 저렴한 집은 세율이 더 떨어집니다. 3억원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절반 깎이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에서 또 절반 깎여 과세표준이 6000만원 정도로 줄어들고 재산세는 10만원 내외가 됩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수준인지 묻고 싶어요. 납세자들 대부분은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지 공론의 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 종부세와 재산세 실체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왜 세금을 올려야 하는지 납득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 안 그래도 정부가 14일부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를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간이 너무 짧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하루 간격으로 부처별 토론회가 있고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까지 열흘 만에 다 끝납니다. 세금 문제는 단기간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이렇게 급조해서 짧게 진행되면 자칫 요식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숙의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의 부동산세제에 대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저는 양도세는 소득세이지 거래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많은 분들은 양도세가 거래세라고 생각하시죠. 이를 낮추는 것은 주택가격 안정은 물론, 자산 격차나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도 역행합니다. 지금도 1주택자는 각종 공제로 인해 양도소득을 다 가져갑니다. 현 양도세 구조는 1주택자의 경우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정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억원짜리 집을 사서 100억원에 팔아도 거의 세금이 없거든요. 양도세 낮추자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취득·등록세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상당히 높여놨는데, 윤석열 정부 때도 많이 낮추지 않아 보유세를 높이는 것을 전제로 어느 정도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 공급 확대가 집값·전셋값 잡는 데 핵심이라고 하는데요. 이재명 정부에서도 여러 공급 대책이 나왔고요.
“이재명 정부도 1년이 지났기 때문에 공급 대책도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이야 정부가 어쩔 수 없지만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에서는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서울, 수도권 도심에 6만호를 짓겠다는 계획도 여전히 구역 지정 정도 하는 단계여서 국민들이 체감을 할 수 없습니다. 공급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공급이 막힌 쪽이 빌라 등 비아파트 부문입니다. 전세사기 사태로 비아파트 시장이 붕괴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 공공임대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기 신도시라는 좋은 장치를 가지고 있잖아요. 3기 신도시에 공공임대, 공공분양 주택을 많이 늘려야 합니다. 신축에만 집착하지 말고 매입 임대주택 공급도 늘려야 해요. 기존 주택을 활용해 신축보다 빨리 공급할 수 있습니다.”
-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지금 초고가 아파트들의 배경에는 재건축 이슈가 있어요. 재건축이 될 것이거나 이미 재건축이 된 아파트라는 거죠. 재건축·재개발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 거지 속도전으로 마구 하면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서울시에서 2031년까지 재건축·재개발로 31만호를 착공하겠다는데, 이렇게 되면 공사 기간에 20만여호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공사를 위해 기존 주택을 철거해야 하니까요. 주민들의 이주 문제도 심각합니다. 재건축·재개발은 결국 다음 세대에게 빚을 남겨줍니다. 지금 용적률 꽉 채워서 재건축·재개발한 아파트들이 30~40년 후 낡은 집이 됐을 때는 엄청난 사회적 부담이 될 거예요.”
- 시장 원리상 재건축·재개발로 주택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신규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진 사례는 노태우 정부 때 200만호 건설, 이명박 정부 때의 보금자리주택 정도입니다. 재건축·재개발을 많이 해서 주택가격이 안정된 사례는 없죠. 이명박 정부 때의 주택가격 하락엔 글로벌 금융위기도 영향을 미쳤고요. 재건축·재개발은 저렴한 주택을 없애서 비싼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니죠. 문재인 정부 때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뛴 데는 이전 정부에서 재건축을 시작한 아파트들이 대규모로 입주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쩌다 보니 범여권은 김민석·정청래·조국의 무대가 됐다.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된 차기 대선 경쟁에서 그들은 지지를 얻든 잃든 각자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정치 중심에 서 있다. 반면 김부겸·우원식 같은 경륜 있는 정치인은 시야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이것이 개별 정치인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들이 어떻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침이 한국 정치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세 사람 중 한 명은 새 세대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성 정치인의 행태를 답습해 큰 실망을 안겨준 적이 있다.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건 당내 권력 구도의 변화, 계파 정치의 산물일 뿐이다. 아직 거쳐야 할 시험이 남아 있다.
다른 인물은 상대를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는 활극이 정치 인생 전부인 사람이다. 또 다른 인물은 이미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관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에 관해 두 차례 검증대에 섰고 성적표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납작해졌는지를 말해준다.
시대 요구를 자기 품에 담아내기 위해 분투했던 비주류 정당은 주류 기득권이 된 이후 다른 정당으로 변모했다. 공동체 비전을 갈고닦는 일이 아니라, 이미 획득한 자산을 독차지하려는 상속 싸움에 몰두한다.
싸움은 단순하다. 당이 소부족 연합체로 전락한 상황이라, 당 전체의 지지를 얻지 않아도 충성도 높은 소부족 하나만 장악하면 당내 권력 경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렇게 한국 정치라는 넓은 운동장은 작은 마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마당 다툼을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마당놀이다.
이 마당놀이에서는 보편적 정치 윤리보다 부족적 도덕률이 더 중요해진다. 의리, 친명, 친청, 적통 같은 부족언어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자기 부족의 시조로 끌어올려 신성화하면 부족주의 서사가 완성된다.
부족주의가 정치 문법이 되면 정치는 너무 쉬운 일이 된다. 정치는 다른 입장을 가진 상대를 설득하고, 그와 타협하는 일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 균형점을 찾으며, 절제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기 비전을 밀고 나갈 줄 알아야 하는 정교한 과업이다.
이제는 그 까다롭고 힘들고 더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을 만들고, 눈치 보다 줄서기 하면 그만이다. 일단 편가르기를 하면, 자동으로 우리 편은 선이고 상대편은 악이 된다. 그러면 혐오와 배제는 정당화되고, 나아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 된다. 정치는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처세술이다.
정치가 쉬워지면, 시민에게 남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부족언어가 지배하는 정치에서 쟁점마다 스스로 판단하는 고된 일을 감수하거나, 정치의 장을 떠나거나. 정치가 쉬워지면, 시민이 힘들어진다.
이런 정치에서 김부겸·우원식 같은 정치인은 설 자리가 없다. 두 사람은 혐오와 적대, 분열을 정치무기로 쓰지 않았다. 갈등 조정과 타협의 중요성을 잘 이해했고, 실천하려 했다.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덕목이다. 그러나 통합과 대화가 실종된 시대에는 그 평범함이 희귀한 자질이 된다. 부족주의가 그들을 특별한 정치인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이 정말 지도자라면,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스스로 우뚝 설 존재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런 영웅에 기대는 체제가 아니다. 상식과 절제를 갖춘 정치인이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잘 작동하는 체제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큰 바위 얼굴의 부재가 아니라, 정치적 평범성의 부재다. 그것이 두 사람을 돌아보게 만든다.
두 사람의 행동을 촉구한다. 여기서 더 물러서면 정치의 정상화는 더 멀어진다. 성공은 언제나 모방을 낳는다. 부족정치가 성공모델이 되는 순간,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소부족장이 되려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민주당에 실망한 당 안팎의 시민을 믿고 통합과 대화의 정치로 성과를 낸다면, 다른 정치인들도 뒤따를 것이다. 부족정치를 실패모델로, 통합정치를 성공모델로 바꾸는 것. 두 사람에게 주어진 과업이다. 통합과 대화는 유약함의 증표가 아니라 자신감의 증거다.
분열정치를 이기는 힘은 증오와 악다구니가 아니라, 존중과 절제다. 악귀를 쫓는 것은 몽둥이가 아니라 마늘이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이 끝난 뒤 영국 BBC가 내놓은 평가다. 대회 내내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마이클 올리세 등 세계 최고 공격진을 앞세워 우승 후보 1순위로 평가받은 프랑스가 스페인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결과는 스페인의 2-0 승. 하지만 스코어보다 경기 내용의 차이가 훨씬 컸다.
BBC를 비롯해 ESPN, CNN, 가디언, 알자지라, 디애슬레틱 등 주요 외신들은 15일 하나같이 “스페인은 개인보다 팀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의 축구 전문가와 레전드들도 찬사를 쏟아냈다. BBC는 “스페인은 프랑스를 완전히 제압했다”며 “유럽 챔피언다운 완벽한 경기 운영으로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고 전했다. BBC는 “스페인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축구(silky Spain)로 프랑스를 압도했다”고 표현했다. 프랑스는 유효슈팅을 단 세 개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정규시간 대부분 동안 공격다운 공격조차 만들지 못했다. 디애슬레틱은 “프랑스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사실상 단 한 번의 유효슈팅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멤버인 파트릭 비에이라는 “프랑스의 톱 플레이어들이 모두 실종됐다”고 직설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집단적으로 스페인이 환상적인 경기를 했다. 프랑스는 경기의 모든 측면에서 밀렸다. 특히 전술적으로 완전히 당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장 출신 로이 킨은 “프랑스는 팀처럼 뛰지 않았다. 뛰어난 개인들이 있었지만 팀은 아니었다”며 “반대로 스페인은 축구 자체가 즐거울 정도로 훌륭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크리스 서튼은 BBC를 통해 “이번 대회 내내 프랑스를 극찬했지만 스페인은 프랑스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며 “부드럽고 세련된 축구를 앞세운 스페인은 프랑스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모든 것의 중심에는 로드리가 있었다. 세계적인 스페인 축구 저널리스트 길렘 발라그는 “모든 것의 중심에는 로드리가 있었다. 그는 발롱도르를 받을 만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디애슬레틱 역시 “로드리는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고 평가했다. BBC는 이번 스페인 대표팀을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과 비교했다. BBC는 “당시 스페인도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조금씩 경기력이 살아나 결국 우승했다”며 “이번 대회 역시 카보베르데와 무승부로 시작했지만 토너먼트에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를 차례로 꺾으며 절정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ESPN 역시 “스페인은 지금 무적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프랑스를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만큼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대표팀 킬리안 음바페는 “전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우리가 준비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스페인의 경기 조절 능력이 우리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인정했다.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역시 “우리는 기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100%가 아니었다. 스페인을 더 어렵게 만들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스페인은 잉글랜드-아르헨티나전 승자와 오는 20일 오전 4시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에서 집값은 경제적 사안만이 아니다. 사회적 문제이고, 정치적 쟁점이다. 집값이 급등하면 국민들 사이에 분노와 절망이 넘쳐나고, 정권까지 위태로워진다. 집값은 주택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 시중 유동성 수준, 세제·금융을 포함한 정부 정책은 물론 시장 참여자들 심리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이런 복합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아주 단순화한 속설들이 생겨났다. ‘진보 정권에서는 집값이 뛴다.’ ‘세금과 규제가 집값을 올린다.’ 집값이 정치화되면서 만들어진 프레임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해묵은 집값 프레임이 다시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한다. 이르면 이달 말 집값 안정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국민대토론회까지 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지만 과연 정부는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주택시장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온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을 지난 9일 만나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집값 안정 방안에 대해 들었다. 최 소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동원한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때 너무 온건한 종합부동산세 방안을 발표해 오히려 집값 급등을 초래한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재명 정부 들어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폭등했다고 합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2023년 윤석열 정부 때부터 급격하게 시작됐습니다. 그것이 누적되고 있는 거죠.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 때 값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오르면서 정권을 내줬고요, 윤석열 정부 때 35억원으로 뛰었어요. 윤석열 정부는 짧게 끝났으니 단기간에 더 급등한 거죠. 대통령 탄핵 등 혼란이 극심해 우리가 큰 관심을 갖지 못했지만 특히 지난해 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행정자료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전수분석한 결과 지난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14억2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그 후 이재명 정부 들어 각종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며 하락세로 접어들어 올 1분기에 11억1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2분기(4, 5월)에 다시 상승하고 있는데, 그래도 12억3000만원 수준입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은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 윤석열 정부 때 아파트 가격이 뛰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모든 규제 장치를 없애버렸잖아요.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도 풀고 부동산 규제 지역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빼고 다 없앴습니다. 이것이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영향을 크게 줬던 것 같아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주택시장에 50조원이 풀리기도 했고요.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지난해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재지정한 것이었습니다.”
- 한국부동산원 분석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마지막 주까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5.11%로 지난해 같은 기간(3.52%)보다 훨씬 높습니다.
“주택 거래 시 실거래가를 30일 이내 국토교통부에 신고토록 의무화돼 있습니다. 저희는 이 신고된 실거래가 전부를 바탕으로 분석합니다.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값 상승률은 실거래가일 수가 없습니다. 그 주에 매매가 됐다면 신고는 보통 나중에 되기 때문이죠. 신고된 정확한 금액이 아니라 호가 등이 종합된 일종의 가상 가격인 셈입니다. 전문가라고는 하지만 조사원이나 공인중개사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전부터 부정확한 주간 동향을 폐지해야 한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 그래도 최근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맞지 않나요. 실제 가격이 크게 오른 아파트들 기사도 나오고 있고요.
“실거래가 평균으로 보면 올해는 아직 지난해 1분기보다 낮지만 일부 서울 아파트들은 올해 들어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주요 아파트들을 단지별로 구분해 최고가가 언제 나타났는지를 분석했는데, 서울 아파트의 17.3%가 올 1~5월에 최고점을 경신했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이렇게 오른 아파트만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값이 올라간 아파트들에 ‘키 맞추기’ 심리가 생깁니다. 강남이 먼저 오르고, 그다음에 마·용·성, 경기도로 번저나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가격 상승이 초고가 아파트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다른 아파트들도 점점 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체감을 더 하는 거죠. 지금 집값은 조마조마한 상태, 자칫하면 대세 상승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 문재인 정부도 집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문재인 정부 때도 초반에는 집값이 잠잠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7월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정부가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안이 시장의 예상보다 워낙 약하게 나오면서 집값에 불을 지폈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주택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이달 발표할 부동산세제 개편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 발표안이 기대했던 것보다 ‘별거 아니네’라는 상황이 되면 2018년과 동일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정말 다 쓰는구나’라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주는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 서울의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왜 그런가요.
“이제 서울의 일부 아파트는 사치재 내지는 투기재가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재건축 예정이라고 해도 압구정 아파트가 128억원에 팔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입니다. 언론들도 부동산 불패 신화를 연일 얘기하며 불을 때고 있고요. 최근엔 공교롭게도 주식시장 호황과 반도체 회사들의 막대한 성과급이 주택시장으로 몰릴 위험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집값도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집값 상승이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만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강화되는 건데요, 서울의 아파트가 전국의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는 거죠.”
- 그럼 어떻게 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요. 정부가 이달 중 보유세 인상 등 세금 대책을 발표하는데, 일각에서는 세금으로 집값 못 잡는다는 주장도 나오고요.
“주택가격 안정은, 특히 서울 아파트로 한정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정책 목표입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도 정부의 의지대로 안 될 수가 있어요. 서울의 주택가격은 금리나 국제적 자본 이동까지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움직입니다. 대통령이 너무 자신하시는데 그래선 안 될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 봤잖아요. 그때 공급이 안 됐던 것도 아니고. 수요 억제 정책도 할 수 있는 대로 다 했는데 저금리 상황으로 인해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거든요. 세금 정책만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수요, 공급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할 수 있는 걸 안 하고 있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윤석열 정부 때의 부자 감세가 원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보유세를 매길 때 과세표준을 깎아주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도입돼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80%를 적용했는데, 문재인 정부 때 더 올라갔다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각각 43~45%와 60%로 낮아졌습니다. 공시가격이 20억원일 경우 이명박 정부 때는 16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부과했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12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긴 겁니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국회 법 개정 없이 정부가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 손을 대지 않고 있습니다. 공시가격을 시가에 맞게 현실화하는 공시가격 로드맵도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폐기해 버렸는데, 되살리지 않고 있습니다.”
- 세금을 올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크죠.
“대통령께서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망국적 부동산’을 정상화시키겠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죠. 지금 서울 주택시장은 불만 대면 터지는 화약고 같은 상황입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너무 안타깝습니다.”
- 정부가 곧 부동산세제 대책을 발표할 텐데요.
“‘우리 사회는 어디로 간다’라는 분명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부동산세제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는 거예요. 양도소득세, 종부세, 재산세 모두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한 발 앞으로 갔다가 한 발 뒤로 갔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세금이 주택가격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습니다. 사람들이 지금은 세금이 올라가더라도 버티면 결국 내려간다라고 생각하니 먹힐 리가 없죠. 그래서 어렵겠지만 세금과 관련해서는 국민에 대한 설득 그리고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속 가능성이 있고, 정책 효과도 나타납니다.”
- 야당은 세금 올리는 것은 절대 반대합니다. 지금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여야 합의라는 것이 가능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사실 야당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여당 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 보유세는 1000분의 1입니다. 실효세율이 0.15%밖에 되지 않습니다. 평균이 그렇고, 저렴한 집은 세율이 더 떨어집니다. 3억원짜리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에서 절반 깎이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에서 또 절반 깎여 과세표준이 6000만원 정도로 줄어들고 재산세는 10만원 내외가 됩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수준인지 묻고 싶어요. 납세자들 대부분은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무엇이 최선인지 공론의 장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 종부세와 재산세 실체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왜 세금을 올려야 하는지 납득시키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 안 그래도 정부가 14일부터 부동산 정책 국민대토론회를 시작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간이 너무 짧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하루 간격으로 부처별 토론회가 있고 대통령 주재 대토론회까지 열흘 만에 다 끝납니다. 세금 문제는 단기간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이렇게 급조해서 짧게 진행되면 자칫 요식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충분한 숙의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의 부동산세제에 대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저는 양도세는 소득세이지 거래세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많은 분들은 양도세가 거래세라고 생각하시죠. 이를 낮추는 것은 주택가격 안정은 물론, 자산 격차나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도 역행합니다. 지금도 1주택자는 각종 공제로 인해 양도소득을 다 가져갑니다. 현 양도세 구조는 1주택자의 경우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하라는 정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억원짜리 집을 사서 100억원에 팔아도 거의 세금이 없거든요. 양도세 낮추자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취득·등록세의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상당히 높여놨는데, 윤석열 정부 때도 많이 낮추지 않아 보유세를 높이는 것을 전제로 어느 정도 조정할 여지는 있다고 봅니다.”
- 공급 확대가 집값·전셋값 잡는 데 핵심이라고 하는데요. 이재명 정부에서도 여러 공급 대책이 나왔고요.
“이재명 정부도 1년이 지났기 때문에 공급 대책도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이야 정부가 어쩔 수 없지만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에서는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아닙니다. 서울, 수도권 도심에 6만호를 짓겠다는 계획도 여전히 구역 지정 정도 하는 단계여서 국민들이 체감을 할 수 없습니다. 공급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공급이 막힌 쪽이 빌라 등 비아파트 부문입니다. 전세사기 사태로 비아파트 시장이 붕괴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 공공임대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기 신도시라는 좋은 장치를 가지고 있잖아요. 3기 신도시에 공공임대, 공공분양 주택을 많이 늘려야 합니다. 신축에만 집착하지 말고 매입 임대주택 공급도 늘려야 해요. 기존 주택을 활용해 신축보다 빨리 공급할 수 있습니다.”
-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대폭 풀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지금 초고가 아파트들의 배경에는 재건축 이슈가 있어요. 재건축이 될 것이거나 이미 재건축이 된 아파트라는 거죠. 재건축·재개발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해야 하는 거지 속도전으로 마구 하면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서울시에서 2031년까지 재건축·재개발로 31만호를 착공하겠다는데, 이렇게 되면 공사 기간에 20만여호가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공사를 위해 기존 주택을 철거해야 하니까요. 주민들의 이주 문제도 심각합니다. 재건축·재개발은 결국 다음 세대에게 빚을 남겨줍니다. 지금 용적률 꽉 채워서 재건축·재개발한 아파트들이 30~40년 후 낡은 집이 됐을 때는 엄청난 사회적 부담이 될 거예요.”
- 시장 원리상 재건축·재개발로 주택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요.
“신규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진 사례는 노태우 정부 때 200만호 건설, 이명박 정부 때의 보금자리주택 정도입니다. 재건축·재개발을 많이 해서 주택가격이 안정된 사례는 없죠. 이명박 정부 때의 주택가격 하락엔 글로벌 금융위기도 영향을 미쳤고요. 재건축·재개발은 저렴한 주택을 없애서 비싼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니죠. 문재인 정부 때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뛴 데는 이전 정부에서 재건축을 시작한 아파트들이 대규모로 입주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쩌다 보니 범여권은 김민석·정청래·조국의 무대가 됐다.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된 차기 대선 경쟁에서 그들은 지지를 얻든 잃든 각자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우며 정치 중심에 서 있다. 반면 김부겸·우원식 같은 경륜 있는 정치인은 시야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가. 이것이 개별 정치인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들이 어떻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부침이 한국 정치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세 사람 중 한 명은 새 세대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기성 정치인의 행태를 답습해 큰 실망을 안겨준 적이 있다.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건 당내 권력 구도의 변화, 계파 정치의 산물일 뿐이다. 아직 거쳐야 할 시험이 남아 있다.
다른 인물은 상대를 창으로 찌르고 칼로 베는 활극이 정치 인생 전부인 사람이다. 또 다른 인물은 이미 고위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관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에 관해 두 차례 검증대에 섰고 성적표도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이 정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정치가 얼마나 납작해졌는지를 말해준다.
시대 요구를 자기 품에 담아내기 위해 분투했던 비주류 정당은 주류 기득권이 된 이후 다른 정당으로 변모했다. 공동체 비전을 갈고닦는 일이 아니라, 이미 획득한 자산을 독차지하려는 상속 싸움에 몰두한다.
싸움은 단순하다. 당이 소부족 연합체로 전락한 상황이라, 당 전체의 지지를 얻지 않아도 충성도 높은 소부족 하나만 장악하면 당내 권력 경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렇게 한국 정치라는 넓은 운동장은 작은 마당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마당 다툼을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그건 마당놀이다.
이 마당놀이에서는 보편적 정치 윤리보다 부족적 도덕률이 더 중요해진다. 의리, 친명, 친청, 적통 같은 부족언어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기에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자기 부족의 시조로 끌어올려 신성화하면 부족주의 서사가 완성된다.
부족주의가 정치 문법이 되면 정치는 너무 쉬운 일이 된다. 정치는 다른 입장을 가진 상대를 설득하고, 그와 타협하는 일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 균형점을 찾으며, 절제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기 비전을 밀고 나갈 줄 알아야 하는 정교한 과업이다.
이제는 그 까다롭고 힘들고 더딘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을 만들고, 눈치 보다 줄서기 하면 그만이다. 일단 편가르기를 하면, 자동으로 우리 편은 선이고 상대편은 악이 된다. 그러면 혐오와 배제는 정당화되고, 나아가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이 된다. 정치는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처세술이다.
정치가 쉬워지면, 시민에게 남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부족언어가 지배하는 정치에서 쟁점마다 스스로 판단하는 고된 일을 감수하거나, 정치의 장을 떠나거나. 정치가 쉬워지면, 시민이 힘들어진다.
이런 정치에서 김부겸·우원식 같은 정치인은 설 자리가 없다. 두 사람은 혐오와 적대, 분열을 정치무기로 쓰지 않았다. 갈등 조정과 타협의 중요성을 잘 이해했고, 실천하려 했다.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덕목이다. 그러나 통합과 대화가 실종된 시대에는 그 평범함이 희귀한 자질이 된다. 부족주의가 그들을 특별한 정치인으로 만든 것이다.
그들이 정말 지도자라면, 어떤 난관이라도 뚫고 스스로 우뚝 설 존재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그런 영웅에 기대는 체제가 아니다. 상식과 절제를 갖춘 정치인이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잘 작동하는 체제다. 한국 정치의 문제는 큰 바위 얼굴의 부재가 아니라, 정치적 평범성의 부재다. 그것이 두 사람을 돌아보게 만든다.
두 사람의 행동을 촉구한다. 여기서 더 물러서면 정치의 정상화는 더 멀어진다. 성공은 언제나 모방을 낳는다. 부족정치가 성공모델이 되는 순간,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소부족장이 되려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민주당에 실망한 당 안팎의 시민을 믿고 통합과 대화의 정치로 성과를 낸다면, 다른 정치인들도 뒤따를 것이다. 부족정치를 실패모델로, 통합정치를 성공모델로 바꾸는 것. 두 사람에게 주어진 과업이다. 통합과 대화는 유약함의 증표가 아니라 자신감의 증거다.
분열정치를 이기는 힘은 증오와 악다구니가 아니라, 존중과 절제다. 악귀를 쫓는 것은 몽둥이가 아니라 마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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