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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에디터의 창]일베 혐오놀이 그 후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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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4회 작성일 26-07-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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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었노?”
부산살이 30년을 끝내고 갓 상경했을 때 3대가 사대문 안에서 살고 있다는 한 남산골샌님은 아침인사를 장난삼아 이렇게 건네곤 했다. 딴에는 살갑게 쓴 경상도 사투리였겠지만, 경상도말 어법에는 맞지 않는 문장. 나는 곧바로 ‘문법교정’에 들어갔다. “우리는 ‘밥 먹었노’라고 안 한다. ‘밥 먹었나’다.”
경상도 사투리는 ‘~나’와 ‘~노’, 두 가지 의문형 종결어미가 있다. ‘예’나 ‘아니요’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은 ‘~나’로 끝난다. 그래서 ‘밥 먹었냐’는 ‘밥 먹었나’가 된다.
반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등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때는 ‘~노’로 끝맺음한다. ‘무슨 밥을 먹었느냐’는 ‘뭐 먹었노’가 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무섭냐’는 ‘무섭나’가 되고, ‘왜 무섭냐’는 ‘왜 무섭노’가 된다.
‘밥 먹었노’와 ‘밥 먹었나’의 차이는평서문, 감탄사까지 ‘노’를 붙여극우 성향의 일베에서 시작돼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조롱 담아
어느 날부터 인터넷 글에서 어색한 경상도 사투리가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겼노, 괜찮노, 즐겁노, 멋지노처럼 의문문뿐 아니라 평서문, 감탄문까지 무작정 ‘노’가 붙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국민적 애도가 끝난 이후쯤으로 기억한다. 2ch 같은 일본의 혐한 사이트에서 고인을 조롱하는 합성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곧 디시인사이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극우 성향 사이트에서 운지, 중력절(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비하하는 의미) 등과 함께 ‘노’를 붙인 단어가 쓰이기 시작했다.
유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의 성씨인 ‘노(盧)’를 문장 끝에 기계적으로 붙였다는 ‘썰’이다. 또 하나는 노 전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강조하며 군을 비판했던 “대한민국 군대 뭐 했노 이거야”에서 따왔다는 ‘썰’도 있다. 어느 쪽이든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혐오의 표현이다.
일베들은 경상도말만 조롱한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비하하며 문장 끝에 ‘~랑께’나 ‘~당께’를 억지로 붙여썼다. ‘그 말이 맞당께’ ‘이겼당께’ 식이다. 이들은 사투리가 가진 고유의 정서나 언어적 규칙을 무시하고 타인을 조롱하고 배척하기 위한 식별기호처럼 영호남 방언을 오염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베들의 조롱은 기성세대에 비판적이고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10대들에게 재밌는 놀이가 됐다. 10여년이 지나는 사이 이들이 퍼트린 혐오놀이는 문화가 됐다. 문제는 그러면서 혐오와 조롱, 비하에 무감각해진다는 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9.3%가 최근 1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의 혐오·차별·역사왜곡 표현을 접했다고 답했다. 혐오 표현의 유형으로는 정치인·유명인의 죽음 조롱(88.9%)과 특정 지역 비하(73.3%)가 많았다고 한다.
걸그룹 리센느의 리더 원이의 ‘무섭노’ 동영상 논란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상대가 “뭐야 무섭노?”라 묻고 이에 “무섭노”라고 응답하는 것은 일베식 혐오놀이의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이다. 다만 의도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에서 그도 피해자다.
‘노’ 붙이기가 단순한 경상도 사투리 인용일 뿐이라는 주장은 ‘스타벅스 가자’가 뭐가 잘못됐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스타벅스’라는 텍스트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콘텍스트(맥락)이기 때문이다. 그런 식이라면 백인들이 아시아인을 향해 눈을 찢는 행위도 비판하기 어렵다. 인종차별이라는 맥락을 빼고 보면 눈 찢는 행위가 문제일 수 없다.
개혁연구원이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섭노’ 발언이 일베식 표현이라는 응답은 16.7%에 그쳤고, 특히 20~30대에서는 ‘사투리’라는 응답이 7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이를 근거로 정치권에 이념공세를 멈추라고 주장했지만 역으로 우리 사회에 일베놀이가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알려주는 반증이 될 수도 있어 끔찍스럽다. 어쩌면 ‘노’놀이를 시작했던 일베들은 이 설문조사를 보며 뒤에서 낄낄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점심시간, 병원 밖에서 새소리가 크게 들렸다. 좀 이상했다. 날카로운 중저음으로 쉬지 않고 울어댔다. 천적에게 노출되기 때문에 새가 한곳에 오래 머물며 크게 우는 일은 드물다. 새가 위험에 처한 걸까? 밖을 살피려고 창문을 열자마자 울음소리가 뚝 끊겼고, 창을 닫으니 곧 다시 크게 울기 시작했다. 같은 무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같았다. 순간 짧은 생각이 스쳤다. 6월인 지금은 새들의 번식기였지! 자세히 보니 통로 끝 어둠 속에 작은 털 뭉치가 보였고 그 안에서 반짝 눈이 깜빡였다. 어린 참새였다.
참새들은 봄철에 번식을 시작한다. 둥지에 알을 낳아 2주가량 품으면 부화한다. 그때부터 새들은 하루 종일 먹이를 물어와 새끼들을 키운다. 약 15일 동안 성장하면 어린 새들은 둥지를 떠나는데, 이것을 이소(離巢)라고 한다. 이소가 시작되면 부모들은 먹이를 물고 새끼들 코앞까지 갔다가 주지 않고 다시 둥지 밖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둥지를 떠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새끼 새가 망설이고 주춤하면 부모 새들은 크게 소리 지르듯 날카롭게 울어댄다. 하지만 누구도 그 첫 비행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이소 중에 많은 새끼 새가 죽음을 맞는다. 바닥에 떨어져 크게 다치기도 하고 천적에게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참새가 울고 있는 곳은 건물 사이에 생긴 좁은 틈이었는데,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고 높이는 2m 이상이었다. 날개깃과 비행에 필요한 근육이 다 자라지 않은 어린 새가 스스로 이곳을 벗어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고양이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다. 이소 중 떨어진 어린 새를 발견했을 때 부모 새가 주변에 없고 천적의 위험이 있다면 구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종이 상자를 준비해 공기가 통하도록 작은 구멍 여러 개를 만들었다. 포르르 짧게 뛰듯이 날아가는 녀석을 손수건으로 덮어 감싸 올렸다. 손바닥에 작고 가쁜 숨이 느껴졌다. 수건을 젖혀보니 어린 새 특유의 선명한 노란색 부리와 대롱 깃(덜 자란 깃)이 군데군데 보였다. 다행히 부족한 비행 능력을 제외하고는 전신 활력이 양호해 보였다. 이제 이 녀석을 찾고 있을 어른 참새들을 찾아야 했다. 병원 밖으로 나오니 멀리서 참새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상자 안에서 조용했던 아기 참새가 큰 소리로 맹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참새 둘이 빠른 저공비행으로 나타나 큰 소리로 화답하듯 울었다. 바로 옆에 개나리 관목이 있었는데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에 숨을 공간이 많아 어린 새를 올려두기에 적당해 보였다. 작은 가지 위에 어린 참새를 놓아두었다. 내 주변에서 경계비행을 하던 부모 참새들은 그제야 어린 참새 주변으로 가서 정신없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구조 성공이었다.
어느 겨울 아침, 눈 쌓인 덤불에 옹기종기 모여 햇볕을 쬐고 있는 한 무리의 참새를 본 적이 있다. 마음속에서 경외심이 솟아올랐다. 초여름 이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가을을 통과해 겨울에 도달한 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존의 대장정을 거쳐왔지만 새들은 자기 삶을 뽐내지 않는다. 그저 살아간다. 나도 이들처럼 담백하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새들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게 된다.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12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판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1호 헌법연구관으로 법제처장을 지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은 수사의 핵심 권한이라 할 수 있는 체포영장,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의 신청권을 검사의 독점적 배타적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헌법은 비록 검찰청을 폐지하여 검사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까지는 막고 있지 않지만 수사 주체로서의 검사가 가진 수사권의 완전 박탈은 헌법의 체계 정당성의 원리에 반하여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려면 헌법을 개정해 영장 신청권을 제헌헌법처럼 검사 대신 수사기관으로 바꾸거나 법률에 위임해야 한다”며 “수사와 기소를 원칙적으로 분리하는 일본도 헌법에는 검사의 수사권 관련 규정이 없다”고 썼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서는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당장 지지층 눈치나 당리당략에 매달려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기본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 어떤 제도든 이를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 역시 그런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적었다.
이 위원장은 “나아가 심각한 국론 분열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안들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헌법과 건전한 국민상식에 따라 논의되고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며 “그것이 헌법이 추구하는 정치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자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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