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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 ‘이대남’ 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본능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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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5-07-2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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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유전체학을 연구하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최정균 교수는 전작 <유전자 지배 사회>에서 혐오와 같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부터 종교와 경제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지점을 진화적 관점으로 해석했다. 당시 책의 한 장을 할애해 보수와 진보에 대해 다뤘다. 이번엔 한 권의 책으로 ‘보수’만 다룬다. 하필이면 왜 보수인가에 주안점을 두고 읽다 보면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적 화두로 떠오른 한 현상과 마주한다. ‘젊은 남성층의 보수화’다.
책은 총 5장에 걸쳐 보수의 심리, 뇌, 유전자, 환경, 문화를 다룬다. 그리고 전작과 같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들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타고난 성질로 분류할 수 있는 유전자와 뇌, 심리는 상호보완하며 태생적 특질을 강화시킨다. 먼저 보수의 사전적 정의라 할 수 있는 ‘전통을 지킴으로써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과 가장 잘 부합하는 것으로 체제 정당화의 심리학을 끌고 온다.
보수본능최정균 지음동아시아 | 272쪽 | 1만6800원
현 체제를 수용하거나 옹호하며 인식론적 관점에서 혼란을 줄이고 안정된 세계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실존적 차원에서 생존에 관한 안정감을 관계론적으로는 타인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보수가 어떤 체제를 선택해 정당화한다기보다는 본성에 부합하게 구축된 체제를 옹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체제를 정당화하는 동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을 정당화하는 체제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보수의 뇌를 다룰 때는 휴리스틱에 주목한다. 휴리스틱이란 인간이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직관적인 규칙이나 단순한 전략 등을 일컫는다. 책은 보수성을 띨수록 복잡한 계산을 생략하고 빠르고 직관적인 휴리스틱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말한다. 다만, 더 많은 가능성을 탐구하지 않는 태도는 “인지적 나태함”의 증거라고도 말한다.
편도체와 교감신경은 생존을 위해 발달한 공포와 혐오라는 정서를 발동시키는 부위다. 세로토닌은 편도체 활동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데 ‘네이처’에 발표된 쥐 실험에 따르면 세로토닌은 ‘확장된 편도체’라는 부위에서 불안과 공포 반응을 촉진하는 신경회로를 작동시킨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수가 편도체를 더 많이 사용한다. 책은 보수의 이러한 유전형이 그들의 생존과 번식에 기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 세계 100개국 15만24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보수 성향의 가정에서 더 많은 자녀를 낳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배우자 혹은 연인에 대한 헌신도가 높다는 것도 확인됐다. 다만 이처럼 자신이 속한 특정한 집단이나 공동체를 우선하는 태도는 지역주의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보수의 민족주의와 연결된다.
보수의 유전자 등 타고난 성질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은 지난 책에 나온 것과 맥락상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야기가 좀 더 풍부하다. 또한 이번 책에서는 2030 남성들의 보수화를 다루며 문화와 환경의 개입을 좀 더 심도 있게 언급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책은 특정 유전자형이 집단 내에서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것이 관찰되려면 적어도 수십 세대가 소요되기에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젊은 남성층의 보수화는 유전자군의 변화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환경의 변화로 설명해야 하는데, 저자는 현시대 젊은 남성의 보수적 세계관이 “신다윈주의와 신자유주의 기조 위에 형성”됐다고 본다.
두 가지 모두 경쟁 중심의 적자생존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현 체제를 수용해 생존과 번식에 몰두하게끔 하는 보수의 태생적 특질과 상통한다. 경쟁 중심 사회 구조에서 과거의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이들은 보수적 세계관에 더욱 사로잡힌다.
다만 책은 이러한 분석은 “보수와 진보 성향의 분포가 사회 구조적 환경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우리가 어떤 문화적 정신에 따라 사회 구조와 환경을 구축하고 조성해가는지에 따라 정치 성향의 전반적인 양상과 흐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서 처음으로 종전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미국 측이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종전 가능성을 협상 의제에 처음으로 포함했다고 협상에 참여한 이스라엘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이 관리는 “이번 협상은 이전 협상들과 다르다”며 “이전에는 인질 석방을 다뤘지만 이번 협상은 종전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협상 의제에 “엄청난 잠재력과 관련된 많은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은 휴전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이스라엘군 철수 범위에 관해서도 양보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하마스가 휴전안에 합의하길 망설이고 있음에도 지난 17일 이스라엘이 새롭게 제안한 내용에 조만간 혹은 부분적으로 동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하마스는 이번 협상이 실제로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레츠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질 문제 특사인 애덤 볼러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마다 상황은 계속 악화할 것이니 협상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면서도 “(하마스의 휴전안 동의 가능성에 관해)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들은 논의의 진전을 위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는 휴전 협상에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됐다.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이날 가자지구 각지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에게 이스라엘군이 발포해 최소 93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위협적인 행동을 해 경고사격을 했지만 보도된 사상자는 기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사상자 수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지지’를 받는 노인일수록 유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장례 준비 등 자기 죽음을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망이 실제 삶의 마무리까지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22일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연구진은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진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를 기준으로 사회적 지지 수준을 0점부터 3점까지 매기고, 이를 바탕으로 전체 조사 대상 노인 9955명을 세 그룹(1점 이하, 2점대, 3점대)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지지가 가장 낮은 집단(1점 이하)에 비해 2점대 그룹은 죽음을 준비할 가능성이 1.33배, 3점대 그룹은 1.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죽음 준비’를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유서 작성, 장례 준비 등 8개 항목 중 하나 이상에 ‘예’로 응답한 경우로 정의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여부를 미리 결정하는 제도다.
죽음을 준비하는 데는 학력과 사회활동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대 졸업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고등학교 졸업자의 죽음 준비 가능성은 0.81배, 중학교 졸업자는 0.78배, 초등학교 이하 학력자는 0.72배 수준이었다.
동호회나 종교활동 등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노인의 죽음 준비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노인의 0.63배 수준에 그쳤다.
연구진은 “사회적 지지가 높을수록 죽음을 준비할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며 “이는 사회적 지지가 단순한 정서적 위로를 넘어 죽음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게 하는 핵심 요인임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인을 위한 죽음 준비 교육을 사회적 지지망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특히 사회적 고립 위험이 큰 노인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의 지지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책은 딸이 쓴 엄마의 이야기다. 김소영, 홍아란, 박하람 등 세 명의 1990년대생 딸이 각각 자신의 엄마인 최숙희, 우정아, 박경화의 삶을 기록했다. 엄마가 딸에게 자신의 생애를 들려주면, 딸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타이핑하되 딸의 시선에서 부연 설명을 다는 형식이다.
세 엄마의 삶은 다르다. 어린 시절도, 결혼 이후의 삶도, 딸과의 관계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참 닮았다. 이들은 모두 생계부양자였다. 슈퍼를 하고, 옷 가게를 열고, 심지어 집에서 방 한 칸을 꾸며 피부 관리숍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그 돈으로 자식을 먹이고 입히고 길렀다.
남편들은 하나같이 무심했다. “여자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 그들의 노동을 평가절하했다. 그래서일까. 엄마들은 자신의 삶을 깎아내리는 데 익숙했다. 자신이 겪은 고통마저 ‘견딜 만한 것’이라고 축소했다.
엄마는 딸과 인터뷰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게 된다. 과거를 회상하다 서러움이 북받쳐 딸과 함께 엉엉 운다. 스스로에게 숨긴 자신의 진심을 알게 되기도 한다.
손주 돌봄노동에 지친 엄마는 ‘손주가 어리니까’, ‘밖에서 일하는 것보단 애 보는 게 낫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자신마저 속인다. 그러다 인터뷰 말미 이같이 말한다. “나도 우리 집에서 살고 싶지, 그 집(아들 집)에서 살고 싶냐.”
엄마의 희생으로 자란 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엄마의 희생에서 답답함을 느낀다. “나는 엄마가 엄마만 생각하고 살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해보지만, 엄마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세 명의 엄마에게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곤 반가움과 먹먹함이 동시에 찾아온다.
주인공 성기훈을 통해 머니게임 규칙 거부한 ‘오겜’ 황동혁 감독‘케데헌’ 속 진우의 희생은 ‘돈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가치’ 웅변
‘기업 출신’ 문화·과학 수장 후보들 향한 우려 시선 불식하려면현장 목소리 경청하고 기초과학 등 근본적인 분야에 관심 가져야
6월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생들 성적을 처리하면서 힘들었던 내게 큰 위안이 된 두 작품이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일주일 간격을 두고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오징어 게임> 시즌3였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던 <오징어 게임> 2·3편이 내게는 세 가지 층으로 중첩된 게임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층위의 게임은 게임장에서 거액을 놓고 벌어지는 참가자들 사이의 ‘오징어 게임’이다. 2·3편의 게임장이 1편의 게임장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 1편에 비해 게임장 내부와 외부의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했다는 점, 그에 따라 참가자들 개개인의 사연과 서사가 평면적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3편의 게임들은 두 번째 및 세 번째 층위의 게임을 펼쳐놓기에 아주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층위의 게임은 성기훈과 프런트맨 황인호(이병헌)의 게임이다. 오징어 게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들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생존을 위해 이타심을 버려야 한다. 돈과 생존 앞에 무너지는 인간성,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밑바닥 모습을 VIP들이 보고 즐기는 것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성기훈 같은 참가자가 많으면 오징어 게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게임판을 운영하는 프런트맨의 처지에서는 구원자가 된 듯한 성기훈의 ‘영웅 놀이’가 마뜩잖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황인호는 성기훈을 물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굴복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 봐야 너도 별수 없는 인간 아니냐?”라는 점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성기훈에게 칼을 건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런데도 왜 성기훈은 황인호의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마지막에 비극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것이 성기훈에게는 황인호와의 게임에서 이기는 길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기훈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사람은…”을 통해 그는 짐승으로 살기보다 사람으로 죽기를 선택했다.
지금처럼 삶의 모든 가치가 돈과 자본의 논리로 획일화된 세상의 기준으로는 성기훈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다.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황인호의 말을 듣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문득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유행했던 운동권 노래의 한 자락,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대목이 떠올랐다. 아무리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라고는 하지만 자본의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가 있음을 우린 너무 오래 잊고 지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
두 번째 층위의 게임에서의 성기훈의 선택은 마지막 층위의 게임에서 이 드라마를 만든 황동혁 감독의 선택과도 닮은 것 같다. 황 감독은 왜 할리우드 스타일의 익숙한 결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할리우드에 익숙한 해외 시청자 중에는 할리우드 문법을 완전히 전복시킨 황 감독의 결말에 당황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새로운 2·3편을 앞두고 많은 시청자는 성기훈이 게임판을 어떻게 뒤엎고 프런트맨을 응징할 것인지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런 익숙한 흥행 법칙은 드라마 속 오징어 게임을 작동시키는 법칙과 본질에서 똑같다.
황 감독은 다른 게임의 규칙으로 다른 가치를 제시했다. 그의 결말은 자신의 드라마 속 성기훈의 선택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이 세상에는 돈과 자본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가 있음을 성기훈의 비극적 선택을 통해 이중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넷플릭스라는 거대자본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인 황 감독이 그 머니게임의 규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메시지를 고집한 선택 자체가 오징어 게임 속 구도와 너무 닮았다.
언뜻 성기훈과 황 감독의 선택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선택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강력한 일본제국의 군대에 맞서 총을 들고 저항했던 의병들과 독립군들, 계엄군에 맞서 도청을 끝까지 지켰던 광주 시민들, 생존과 실리가 아닌 더 큰 가치를 선택했던 그분들 덕분에 우리는 독립을 맞을 수 있었고 수십 년 뒤의 내란 쿠데타를 진압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과는 전혀 다른 장르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도 성기훈과 비슷한 선택을 한 인물인 진우를 만날 수 있다. 어린이 시청 가능 애니메이션에서 주요 등장인물이 비극적으로 희생하는 장면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대하고 예상했을까? 영화 속 진우의 선택은 성기훈만큼이나 언뜻 이해하기 어렵고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아마도 진우 또한 하루를 살더라도 온전한 자기 자신의 본모습으로 살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설정을 포함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디즈니나 픽사 등의 애니메이션 문법에 익숙한 서양 시청자들에게 매우 색다르게 다가갔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인물들에게 감정적으로 동조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이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드라마의 여러 요소를 직간접적으로 차용한 덕분으로 보인다. 한국드라마는 특히 감정의 ‘빌드업’을 섬세하게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지루하게 흐르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면서도 흡인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감정의 공명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다 세련된 색감과 완성도 높은 음악, 각종 한국적 요소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냥 사람들에게 나쁜 해만 끼치는 서양 악령들과 달리 한국의 악령은 나름의 서사와 한을 가지고 있어 그 한이 풀리면 사람을 괴롭히지 않는다. 해외 시청자들이 진우를 추모하는 공간을 오프라인에 직접 만들 정도로 열광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네 한의 정서가 그들에게도 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례 없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와중에 문화정책을 총괄할 새 정부의 주무장관이 지명되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최휘영 후보자를 소개하면서 “기자와 온라인 포털 대표, 여행 플랫폼 창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과 경험을 보유하고 계신 분”이라며 “민간 출신의 전문성과 참신성을 기반으로 K컬처 시장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의 구상을 현실로 만들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새로운 CEO”라고 소개했다.
한국 영화와 한국드라마의 열렬한 팬인 입장에서 보자면, 콘텐츠 창작활동과는 거리가 멀고 문화산업의 유통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이 문화부처 수장이 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다. 비서실장의 소개말에서 드러났듯이 여전히 문화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돈벌이 전문가’를 앞세운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 5월 나는 이 지면을 통해 당시 이재명 후보의 문화예술인 관련 공약이 ‘경제·산업’ 항목에 포함된 사실을 지적하며 문화예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을 우려했었다. ‘3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문체부 장관 지명의 변을 보며 나의 이런 우려는 점점 더 현실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문화운동단체인 ‘문화연대’에서도 지난 11일 자로 최휘영 지명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광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제외하고 문체부 정책 영역의 다른 부분에 대해 과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통합적인 문화정책 수립과 추진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미국의 보잉사가 고급 엔지니어들을 배척하고 재무 전문가들을 앞세워 숫자 관리에만 몰두하다 항공기 안전 관련 기술적 신뢰를 잃었다는 세평이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의 상전벽해 이면에도 엔지니어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빅테크 기업에서 엔지니어가 중요하듯 문화계에서는 창작자의 시각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마음껏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그 결과를 공개할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300조원 시장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시장이라는 것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돈만 된다면 업체들이 300조원이든 400조원이든 만들 수 있지만, 정부는 시장이 돌보지 않는 풀뿌리 창작자부터 먼저 돌봐야 한다.
‘유통업자’ 출신의 장관이 한류 300조원 시대를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그 300조원이 누구를 위한 돈인지, 얼마나 지속 가능한 것인지는 더 큰 의문으로 남게 될 것이 확실하다. ‘창작자’의 관점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 같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아이돌도 어른들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자본주의의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가 공공의 이름을 걸고 있어야 할 곳은 ‘업자’의 편이 아니라 ‘창작자’의 편이다.
성기훈을 통해 게임의 법칙을 거부했던 황동혁 감독이 추구했던 가치는 돈과 자본으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 말하자면 인간성과 작가정신이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 자체가 반자본주의적이다. 그 덕분에 지금의 한류가 가능했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 현장의 ‘판돈’은 커졌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다양한 작품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의 문체부 장관이라면 황 감독 같은 창작자들의 고집을 가장 우선으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주제넘게 잘 알지도 못하는 문화 분야에 이렇게 걱정을 앞세우는 이유는 과학 분야도 근본적으로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과학은 자본의 논리가 우선으로 작동하지 않는, 아니 작동해서는 안 되는 분야이다. 이런 점은 문화계와 무척 닮았다. 대통령실에 신설된 AI 수석에 이어 과기정통부 장관에까지 기업 출신의 AI 전문가가 등용된 까닭에 AI로 치환되지 않거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것들이 방치되고 훼손되는 건 아닌지 어쩔 수 없이 염려하게 된다. 부디 나의 걱정이 섣부른 기우로 끝나길, 신임 장관 후보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의 목소리부터 더 잘 챙겨 듣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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