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날개’ 단 TSMC···2분기 순이익만 ‘19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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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가 17일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337억9000만대만달러(약 44조1000억원)과 4634억2300만대만달러(약 21조8700억원)이다. 순이익은 3982억7000만대만달러(약 18조8000억원)로 시장 예상치(약 3779억대만달러)를 웃돌았다. 5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1.8%, 60.7% 증가한 수치다.
TSMC의 기록적인 2분기 실적은 여전히 강세인 인공지능(AI) 칩 수요가 이끌었다. TSMC는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AI 칩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 전체 매출의 74%를 차지한 것도 AI 학습 등에 사용되는 7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미세 공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실적이 엔비디아, AMD 등 고급 AI 칩 수요가 TSMC의 생산 능력을 초과할 만큼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TSMC 측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AI 관련 수요가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3분기에도 318억~330억대만달러의 견고한 매출 성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대만에 32%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폭우는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주말까지 이어질 걸로 예보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재난 사태라는 비상한 자세로 빈틈 없이 대응해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차제에 물폭탄이 일상화된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도시 시설 기준과 재난 대비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폭우는 그야말로 기록적이다. 충청권에는 16·17일 300~500mm의 비가 쏟아졌다. 1년 강우량의 35%에 해당하는 것으로, 200년에 한 번 꼴로 내릴 양이란다. 광주에도 17일 하루에 426.6mm의 비가 퍼부었다. 1939년 기상관측 이후 광주지역 역대 최고 일강수량으로, 평년 한달치 강우량보다 많다. 폭우는 18일에도 이어지면서 실종자 수색 작업마저 차질을 빚었다.
기상청은 19·20일 광주·전남과 부산·울산·경남 100∼200㎜, 충청권·전북과 대구·경북 50∼150㎜의 비가 더 내리고, 많은 곳은 300㎜도 넘길 수 있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17일 풍수해 위기 경보 최상위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한 터다. 2023년 8월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할 때 발령하고 1년 11개월 만이다.
폭우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오전 11시 기준 인명피해는 사망 4명, 실종 2명이고, 도로침수 328건, 토사유실 62건, 제방 유실 30건, 하천 범람 2건, 역사 침수 1건 등이 접수됐다. 전국 13개 시·도에서 주민 3995세대 5661명이 일시 대피 중이다. 농업 피해도 커서, 지자체들이 지난 17일 초동 조사했을 때 벼·콩·쪽파·수박 등 농작물 1만 3033ha(헥타르)가 침수됐다. 여의도 면적(290ha)의 45배 규모다.
당장 급선무는 추가 피해를 막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충분히 예측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대응을 잘하지 못해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례들이 보이는데 다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 지난 16일 발생한 오산 옹벽 붕괴 사고를 상기시킨 발언으로 보인다. 오산에서는 하루 전 “2차로 오른쪽 부분 지반이 침하하고 있다. 빗물 침투 시 붕괴가 우려된다”는 제보가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접수됐지만 보강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옹벽이 무너졌고, 이 사고로 옆 도로를 지나던 차량의 40대 운전자가 숨졌다. 적시에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이런 인재가 더는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반지하, 범람·산사태·붕괴·함몰 우려 지역 등 폭우 취약 지역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땅과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일시에 특정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지는 재난이 잦아지고 있다. 100년급·200년급 하는 물폭탄이 1~2년 새 되풀이됐다. 그럼에도 재난 대응 시스템은 수십년급 폭우 설계 상태인 게 많아 근본적인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기후 위기 심화 속도에 맞게 기후예측시스템을 시급히 업그레이드하고, 빗물 저장용량과 도심 시설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 언제까지 하늘만 탓할 것인가.
‘인천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이 17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과 만나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 동부지검을 찾았다. 만남에 앞서 백 경정은 “합수팀 수사는 범죄자의 셀프 수사”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백 경정은 이날 오후 동부지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내용이 오갈지)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지금 합수팀에서 취급하고 있는 사건도 언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동부지검에는 백 경정이 윤석열 정부 시기 영등포 형사과장으로 있으면서 제기한 세관 마약 밀수·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위한 합동수사팀이 꾸려져 있다.
사건 당사자인 백 경정이 동부지검을 찾아 지검장을 만나는 것이 수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애초 공정성을 져버린 게 검찰”이라고 답했다. 백 경정은 “대검 컨트롤타워는 이 사건의 실제 범죄자”라며 “인원 구성은 달라졌겠지만 그 (검찰) 시스템이 이렇게 만들었는데, ‘셀프 수사’하겠다고 하니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경정은 “이 사건은 애초에 검찰 사건이었다”며 “(사건을) 인천지검 강력부에서 취급했고, 중앙지검 강력부가 또 한 번 취급했다”며 “검찰이 송치 요청을 했어야 하는데 역린을 건드리게 될 까봐 두려워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 상설특검 법안이 통과되니 다급하게 대검해서 합수팀을 꾸린 것”이라며 “셀프 수사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걸 받아들이면 대한민국 법치가 무너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경정은 대검 합수팀 수사에 협조할 의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이 그대로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백 경정은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인천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을 덮은 세력으로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합수팀 수사에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이 성사된 배경에 대해서는 “임 지검장이 발령을 받고 박정훈 대령(해병대수사단장)과 찾아뵈려고 했었다”며 “가끔 소통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사람의 정’이라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문이 나오는 것보다 공개석상에서 만나 할 얘기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임 지검장이) 의견을 주셔서 제가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백 경정은 이날 합수팀을 방문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다. “(임 지검장을) 만나 축하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그동안 변방을 떠돌며 고생하셨다 위로도 드릴 것”이라며 “마약 게이트, 세관 연루 마약 사건도 잠깐 언급하고 합수팀도 한번 볼 수 있으면 가서 어떻게 구성돼 운영되는지, 그 구성인원이 누군지 얼굴도 한번 뵙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임 지검장은 백 경정뿐 아니라 박 대령도 함께 만날 예정이었는데 박 대령 측은 개인 일정을 들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경기 가평에서 대피하던 주민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경찰과 소방 등에 따르면 20일 오전 4시30분쯤 경기 가평군 조종면 대보1리에서 주민 A씨(80)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A씨는 이날 대보교 월류로 대피령이 내려지자 가족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 함께 타고 있던 가족들은 무시히 대피했으나, A씨는 미처 탈출하지 못했고 결국 불어난 물에 실종됐다.
대보교 일대는 이날 오전 2시 40분을 기해 홍수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일대를 지나는 하천인 조종천은 오전 3시 20분 수위가 심각 단계인 6.4m를 넘어선 뒤 9.2m까지 올라 월류했다.
이에 가평군은 주민 대피령을 발령하고 대보교 일대 15가구 주민들을 고지대 비닐하우스로 대피시켰다.
현재 가평 대보교·가평교, 남양주 왕숙교·진관교·부평교, 포천 은현교, 고양 원당교, 정부 신곡교, 동두천 송천교, 포천대교 등에는 홍수 경보·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다른 경기북부 지역에서도 폭우로 인한 도로 통제 등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시 부평IC∼수목원 입구 양방향이 통제 중이다. 포천시 고장촌 삼거리∼내촌 교차로도 도로가 물에 잠겨 차량이 통행할 수 없는 상태다.
경기북부 10개 시·군 중 현재 포천·연천·가평에 호우경보가 발표 중이다. 나머지 7곳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해제됐다.
이날 오전 7시30분 기준 누적 강수량은 가평 북면 195.5㎜, 의정부 162.5㎜, 포천 가산 150㎜, 연천 군남 139.0㎜ 등이다.
“우리 화로에는 특별히 남겨둔 따끈한 감자가 있다네. 축축한 습지와 진창길을 걷는 나그네 몫이라네.”(수전 캠벨 바톨레티, <검은 감자: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 중 아일랜드 옛 노랫말)
최근 ‘연구자공제회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연구자들만이 아니다. 학계를 포함해 사회적으로도, 더 나아가서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왜냐고? 희미해지고 허약해진 ‘서로 도움’의 정신을 ‘지식인’ 혹은 지식인이고자 하는 연구자들이 몸소 나서 복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최근에 이르는 약 30년 동안 사회적 연대와 협력에 대한 정치(국가)의 (의도적) 무관심과 무능함 그리고 ‘자기과시적(자기학대적) 성과주의’로 홀로 갈가리 찢겨 위계적 질서를 재생산하는 학계(대학)의 지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치가 해야 할 여러 일 중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게 하나 있다. 국가공동체의 지적 자원과 역량의 육성 및 관리이다. 이때 정치는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결코 ‘여의도 정치’만이 아니고, ‘대통령직과 정권의 차지 혹은 국회의원 배지 달기의 정치’만이 아니다. ‘서로 어울려 교제하는 공동체’라는 뜻을 가진 사회(society)의 구성을 통해 자기완결성을 띠는 문명 질서의 체계인 국가(polis/state)를 세우고 가꿔가는 실천이다. 즉 국가공동체를 유지 재생산하는 실천(politics)이 바로 정치다. 그런 정치를 구현하는, 단지 정치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의미의 정치인(politician)에 머물지 않는 이를 ‘정치가(statesman)’라고 한다. 그런데 그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또 그것을 수행하는 정치가를 낳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지적 자원과 역량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이룬 국가공동체를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가치와 규범이 필요하다. 가치와 규범은 그냥 보고 듣기 좋은 ‘공자님 말씀’이 아니다. 생각과 처지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서로 미워하고 다투면서도 ‘한곳’에 모여 같이 살아야만 할 이유이고, 같이 모여 살기 위해 지켜야만 할 약속이다. 근현대 문명은 그런 가치와 규범을 담기 위해 헌법이라는 텍스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대혁명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적어도 약 250년에 걸쳐 헌법에 같이 살아야 할 이유를, 같이 살기 위해 지켜야 할 약속을 담아 공통의 삶의 기초와 근간으로 삼았다.
지식인, 주변 도움으로 역량 발휘
그런 공통의 가치와 규범을 마련하고, 이를 헌법이라는 이름의 텍스트를 창안해 담아낸 이들이 바로 지적 자원이자 역량의 보유자이며 발휘자인 지식인·정치가들이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랑스 혁명의 사상과 이념을 선도한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 등이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로 불리는 벤저민 프랭클린,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등이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헌정주의라는 이름의 가치와 규범의 내용과 형식, 즉 사상과 이념을 생성하고 전파한 이들이다. 이들의 비판적 계승자이자 창의적 도전자로서 개성의 중요성과 사회적 자유주의를 주창했던 존 스튜어트 밀과 공산주의적 유토피아 정신을 복원했던 카를 마르크스도 빼놓을 수 없다.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반전사상과 세계평화 그리고 복지국가와 반제국주의 민족독립 혁명을 이끌었던 이들도 마찬가지로 떠올려야 할 지식인·정치가들이다.
이들이 이끌었던 의식혁명(계몽주의 운동)과 정치혁명(자유주의·민주주의·사회주의 혁명) 앞뒤로 혹은 그것을 관통하며 종교·과학·경제·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이들도 근현대 문명 질서로서의 국가공동체가 경제적 토대를 탄탄하게 만들면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했던 ‘지식인·혁신가’들이었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일제 식민지 시기와 분단-국가 형성-산업화-민주화라는 근현대사적 거대 변동의 역사 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그러나 가려지고 잊힌 이들을 포함한) 지식인·혁명가·운동가·정치가들이 있다.
근현대 문명과 이들의 등장·활약이 오로지 지식인·정치가들만의 개별적인 탁월함 때문이었을까? 애초 권력과 부를 가진 가문의 자손이 아닌 한(설사 그 자손이라 해도), 개인 혹은 집단의 ‘도움’을 받았고 그 도움으로 지적 역량을 함양하고 발휘하며 사회적 명망을 얻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가령 볼테르, 몽테스키외, 루소를 비롯한 계몽주의 지식인들은 마담(귀부인)들의 후원과 보호를 받는 ‘살롱의 아이들’이었다. 카를 마르크스는 혁명 동지이자 방적공장 경영자였던 ‘친구 엥겔스’의 도움을 받았다. 제임스 와트는 글래스고대학과 의류 사업가 매슈 볼턴의 도움을 받았다. 베트남의 호찌민은 민족독립을 위해 전쟁의 희생을 감내한 인민의 지지와 애정으로 ‘불멸의 지도자’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가들은 동료 학우와 시민의 지지·성원과 가족의 희생을 바탕으로 투사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집권 세력의 경험까지 쌓은 (비록 정치가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처럼 거창하지 않아도 한국에 사는 우리의 주변에서 가깝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우리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는 김장하 선생의 도움으로 법관이 되어 헌정 질서 수호에 앞장서고(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학자가 되어 생명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다(이준호 서울대 교수).
대부분의 연구자 생활고 시달려
원칙적으로 지적 자원과 역량의 육성을 위한 도움을 앞장서 줘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 질서의 원리로 규범화하고 제도화해야 하는 건 정부(government)다. ‘통치하다(gorvern)’란 말은 배의 키를 잡고 방향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즉 정부는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결정짓는 키를 잡고 방향을 정할 권한과 책임을 도맡고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정부 인식과 태도를 담은 정책이 국가공동체 자체가 지적 자원과 역량 육성에 힘을 쏟을지 말지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간 한국의 정부는 이런저런 연구 지원 제도와 정책을 통해 지적 자원과 역량의 육성에 힘을 쏟아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지적 역량의 보유자이고 발휘자여야 하는 연구자들 대부분은 그런 지원 제도와 정책에서 도움을 얻고 있지 못하다. 이른바 ‘불안정 연구자’의 처지에 놓여 있다. 연구비는 고사하고, 직업 안정성은 물론이고 생계의 안정마저 위협받고 있다.
김민환·구승우·권기현·박지훈·최은혜의 보고서 ‘불안정 연구자 현황’(경제인문사회연구회, 2023)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불안정 연구자들의 월평균 소득이 한국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363만원에 이르지 못한다. 300만원 미만이 무려 76.4%에 달한다. 이때 불안정 연구자란 대학의 정규직 교수가 아닌 대학원생, 강사, 학술연구교수, 독립연구자, 대학 부설 연구소 연구교수 등이다. 의료비가 부담 된다는 경우도 57.7%에 달한다. 그런데도 대출 및 금융서비스 이용(금융 접근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들이 관계적 단절, 소속감 부재와 같은 사회적 고립의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정부의 이런저런 연구 지원 제도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연구자들이 이런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런 정책의 목적이 사실은 국가공동체 차원에서의 지적 자원과 역량의 육성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것을 위한 호의적 관계의 구성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공제회 설립 추진은 바로 그런 현실에서 나타난 ‘서로 도움’의 실천이고, 그것을 기리는 정신의 복원을 위한 실천이다. ‘불안정 연구자 현황’에 따르면 불안정 연구자 조사 대상자 중 74.8%가 공제회 가입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비록 가입자에 한정되는 공제회의 형식을 빌려서 도모하는 시도이지만, 정부와 학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서로 도움의 질서를 만드는 맹아 혹은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런 실천이야말로 진짜 정치의 모태이기도 하기에.
<검은 감자: 아일랜드 대기근 이야기>의 저자는 대기근 시절에도 나그네를 위해 따뜻한 감자를 남겨놓는다는 아일랜드인을 가리켜, “살려고 아등바등하면서도 품위를 지키려고 애쓴 사람들”이라고 했다. 연구자공제회 추진은 자신도 나그네이면서 다른 나그네와 함께하며 서로를 도우려는 ‘품위 있는 자들의 실천’이다. 이를 통해 ‘서로 도움’의 정신과 규칙이 우리 국가공동체와 삶의 방식을 혁신할 새로운 가치와 규범으로 다시금 세워져 가길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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