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기사 쪽방에 ‘안전고리’ 달았더니 냉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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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쪽방촌에서 만난 A씨는 “이제는 그동안 에어컨이 없이 어떻게 여기서 살았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한낮 기온은 32도에 육박했지만 쪽방건물 내부는 에어컨 덕에 냉기가 흘렀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전국 최초로 돈의동·창신동·남대문·서울역·영등포 쪽방촌 공용공간(복도)에 총 121대의 에어컨을 설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면 가장 좋지만 건물 노후화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차선책으로 복도마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설치해 냉기가 각 방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서울 5개 쪽방촌 공용공간에 설치된 에어컨은 229대에 달한다. 자치구와 집주인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에어컨 30대를 포함한 숫자다.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건물구조 문제 등으로 설치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면 서울에 에어컨이 없는 쪽방은 없다고 보면 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에어컨은 주민들이 모두 집밖으로 나가지 않은 이상 24시간 가동된다. 무더위쉼터에도 총 50대의 에어컨을 설치해 쪽방촌 주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이날도 많은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이 무더위쉼터를 찾아 일본어 공부를 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여성 주민들이었다. 아무리 에어컨을 가동해도 여성은 안전문제 때문에 방 문을 닫고 자야했다. 복도에는 냉기가 흐르는데 정작 여성들은 예전처럼 폭염에 시달려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3년 7월부터 쪽방촌에 거주하는 여성 주민을 대상으로 안전고리 설치작업을 추진했다. 올해 6월 기준 서울역(35곳), 영등포(30곳) 등 쪽방총 100곳에 안전고리 설치를 완료했다.
A씨가 밤새 문을 열어놓고 잘 수 있는 이유도 이 ‘안전고리’ 덕분이었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남성이다. 여성주민은 전체의 약 13.7%(6월 기준 307명)에 불과하다.
이종순씨(74·여)는 “이웃 남자분들이 해코지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안 한다”면서 “다만 요즘 좀도둑이 돌아다녀서 무서웠는데 안전고리 덕분에 낮에도 안심하고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달 중으로 안전고리 미설치 여성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벌여 추가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쪽방촌 에어컨 전기요금도 1대당 월 최대 10만원씩 3개월간 지급하고 있다. 주민들이 건물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에어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부 쪽방은 여전히 주인이 일부러 에어컨을 끄고 가는 경우도 있다. 상담소 관계자는 “그런 경우 현장에서 잘 설명하고, 에어컨 가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특히 만족도가 높은 시설은 ‘동행목욕탕’과 ‘밤더위대피소’다. 시는 샤워시설이 열악한 쪽방 사정을 고려해 인근 사우나와 협약을 맺고 주민들이 폭염을 피해 목욕하고, 잠도 잘 수 있는 일종의 ‘폭염 대피시설’도 마련했다. 5개 쪽방촌 인근 7개 사우나 시설이 ‘동행목욕탕’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중 5곳은 ‘밤더위 대피소’로도 활용된다.
주민 박종만씨(65)는 “행복한 투정이지만 에어컨 바람 때문에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잘 때도 있다”며 “밤새 푹 자면 새벽 5시에 눈을 뜨는데 그때 사우나(동행목욕탕)를 다녀와 하루를 시작하면 더 힘이 난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6월 말 기준 동행목욕탕 누적 이용자수는 1만7972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주민이 이용하는 셈이다. 밤더위대피소도 지난해 기준 3069명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49.5명이 다녀간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여성전용 야간 밤더위 대피소(은전 사우나)’도 운영하고 있다. 은전사우나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쪽방촌분들은 우유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 한다”며 “베개부터 이불까지 전부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어 그분들이 목욕도 하고 편히 주무시고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폭염에 더 취약한 쪽방주민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시는 공용에어컨 설치 및 전기료 지원, 밤더위 대피소, 쿨링포그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세심하게 지원방안을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취임 50일’을 맞았다.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한 터라 ‘국정기획위원회’가 그 자리를 대신 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향후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과제를 마련하는 책무를 안았다. 그래서였을까.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 앞에는 활동초반부터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이들은 저마다 제각각 간절한 호소와 외침을, 그리고 눈물과 한숨을 털어놨다. 그 안에는 ‘예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란 기대와 바람이 있었다.
기초법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은 지난 1일 국정기획위 앞에 찾아가 “기초생활 급여 보장 수준을 현실화하라”고 요구했다.
기초생활수급 당사자인 박용수씨(60)는 유육종증이라는 난치병 환자다. 2018년 수급을 받기 시작할 때는 생계 급여로 월 50만원을 받았다. 지금은 76만원을 받는다. 이 중 12만원은 집 관리비로 나간다. 병원에서는 ‘잘 챙겨먹으라’는 말을 듣지만 900㎖ 우유 한 통에 3000원이 넘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박씨는 ‘급여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2018년에는 수급액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이 실제 중위소득보다 20만원 낮았는데, 지난해에는 기준 중위소득이 53만원 더 적었다고 한다. 박씨는 “생계 급여 현실화를 공약한 이 대통령이 수급비 현실화를 이뤄달라”며 “관리비도 ‘주거 급여’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귀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3)는 지난 1일 국정기획위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시위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는 그는 배달플랫폼의 ‘정보 비대칭성’에 화가 나서 시위에 나섰다고 했다. 예전에는 일정 금액 당 일정 거리 내에 노출이 되는 ‘깃발 광고’를 해서 광고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달플랫폼이 광고 방식을 바꾸고, 클릭당 금액을 부과하는 광고로 바뀌면서 누가, 어떤 경로로 클릭을 했는지를 알 수 없게 됐다.
김씨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은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광고 집행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늘리고 배달플랫폼이 일방적으로 배달수수료를 올리고, 부당하게 약관을 변경하지 않도록 하는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씨는 “배달플랫폼이 ‘불투명한 운영’으로 높은 영업 이익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지난 3일부터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경복궁역을 거쳐 국정기획위 앞으로 행진했다. 이들은 국정기획위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외쳤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여전히 존재하는 장애등급제 때문에 중증장애인들은 자립하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며 “윤석열 정부 때 퇴보했던 정책이 이재명 정부 때도 반복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장애인 권리를 위한 충분한 예산을 편성하라”고 말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1~6급으로 분류한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의 개별적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2019년 7월1일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이를 대체한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는 의학적 손상 기준을 척도로 15개 등급으로 장애인의 서비스 ‘필요도’를 판단한다.
노주현 동두천옛성병관리소철거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사무국장은 지난 3일 국정기획위 앞을 찾았다. 그는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자락에 있는 성병관리소 건물을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노 사무국장은 “미군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여전히 ‘양공주’란 이름으로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한다”며 “곳곳에 있던 국가가 저지른 폭력의 흔적을 봉합해야 대한민국이 진정 내란을 딛고 일어섰다는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1973년부터 1988년까지 동두천시에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소’를 운영하며 성병 검사에서 탈락한 미군 성매매 여성들을 이곳에 가뒀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9월 소요산 개발 사업을 위해 이 건물을 철거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1일 공대위를 찾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성병관리소 건물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국정기획위를 찾아 부산 등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과 경남 밀양시 등 송전선로가 지나는 곳의 주민들과 함께 “노후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1986년부터 전남 영광에서 원전을 감시했다. 2012년에는 영광 원전에 ‘위조 부품’이 사용됐던 것이 드러났고, 2019년에는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열 출력 급증’ 사고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영광 발전소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며 “안전하지 않은 핵발전소부터라도 운영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일 ‘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국정기획위까지 행진했다. 국정기획위 앞에서 이들은 “지혜복 교사를 부당해고한 서울시교육청 감사를 진행하고 성평등한 학교를 위해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라”고 말했다.
지혜복 교사는 “2030 여성들이 광장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고 있는 정부가 성평등하지 못한 인사 논란, 정책 기조를 드러내는 것에 큰 분노를 느낀다”며 “A학교는 하나의 계기일 뿐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해 안전한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상담부장으로 재직했던 지씨는 2023년 5월 남학생들의 여학생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해 민원을 제기한 뒤 다른 학교로 전보됐다. 이후 ‘부당 전보’라며 출근을 거부하다 해임됐다.
지난 9일 형제복지원과 영화숙·재생원 등 1980~90년대 집단수용시설에서 인권 침해를 겪은 피해자들도 국정기획위 앞에 나섰다. 이들은 “집단수용시설 피해자 지원 정책 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라”고 요구했다.
남찬섭 전국집단수용시설피해생존자 지원단장은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들은 과거 폭력의 트라우마로 피해를 인지하거나 피해 인정 신청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모든 피해자들이 소송에 가지 않고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직권 조사를 실시하고 피해자 회복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기 진화위는 총 26개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신청을 받아 1069명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국가책임을 인정했다. 피해자들은 “신청받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전수 직권조사 시행 등을 담은 국정과제 요구안을 국정기획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15일 국정기획위를 찾아 “새만금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새만금신공항에 대해 해외 생태 전문가들은 ‘세계 자연유산과 생태적으로 연결돼 동등한 가치를 지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비행기 조종사 협회에서도 ‘조종사라면 새만금신공항 위치에 공항을 지어선 안 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또 다른 ‘공항 참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공항 부지에서는 어류, 조류, 갯벌 생명 90% 이상이 이미 말살됐다. 그런데도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에 기대어 많은 생명이 살고 있기도 한 곳”이라며 “2023년 기준 활용률이 0.8%에 불과한 공항을 짓겠다고 마지막 남은 터전까지 빼앗는 것은 야만”이라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도 지난 15일 국정기획위 앞에서 “이주노동자도 일하는 곳을 옮길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노동 조건은 여전히 열악하다. 경북 구미에서는 지난 7일 폭염에 공사장에서 일하던 23살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앉은 채 숨졌다. 전남 영암군에서는 지난 2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똘시 분머걸(28)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장주가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에게는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도, 거부할 권리고, 선택할 기회도 없다”며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모든 인종차별적인 이주노동제도를 폐지하고 실질적으로 이주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노동허가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국정기획위를 찾아 간담회를 했다.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는 단순히 계약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적 문제가 아니라 무분별한 대출과 보증, 임대차 행정 부재 등으로 일어난 사회적 재난”이라며 “이러한 부동산 왜곡 현상은 전 국민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고 전세사기의 근본적 해결이 국민 주거권 보장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 등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통과됐다. 이 공동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라고 이름 붙였듯 범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위원회 등을 마련해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보조금 자율경쟁이 시작됐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약 11년 만에 폐지돼 이동통신3사와 대리점·판매점들이 자유롭게 보조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 혜택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정보에 어두운 소비자들은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보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2일부터 단통법이 폐지되고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된다. 그간 단통법하에서는 이통사의 공시지원금과 유통점(대리점·판매점)의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 이내)만 받을 수 있었는데 이 같은 ‘상한선’이 사라진다. 단말기 가격을 초과하는 지원금도 계약서에 제대로 명시만 한다면 ‘합법’이다. 또한 가입유형별(신규가입·번호이동·기기변경) 및 요금제별 지원금 차별도 허용된다.
애초 단통법은 정보에 밝은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값싸게 구입하는 반면 다수 소비자는 제값을 주고 사는 등 보조금 시장의 왜곡이 심화돼 2014년 제정됐다. 그러나 단통법이 도입되자 “이제는 모두가 비싸게 산다”는 비판이 이어져 지난해 국회는 단통법을 폐지키로 했다.
‘단통법 폐지’가 애초 취지대로 소비자 혜택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원금을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게 된 이통3사와 유통점이 ‘고가 단말기’와 ‘고가 요금제’에만 재원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단통법 도입 이전의 ‘정보력에 따른 차별’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이통3사와 유통점의 지원금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정보 소외 계층은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이통사·유통점의 마케팅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보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 등 건전한 유통환경 조성을 위한 시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면서 “당장은 이통사와 유통점의 지원금 자율 게시, 단통법 폐지에 맞춘 새로운 계약서의 의무 적용, 특정 유통점 지원금이 부적절하게 많은지에 관한 모니터링 등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의 실효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특정 휴대전화 단말기에 대해 50만원 지원금을 주겠다고 게시해놓고 실제로는 요금제별로 지원금이 세세하게 달라진다면, 게시 정보가 큰 의미가 없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 법적 근거를 갖추고 기준을 세워 공시케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가입유형별·요금제별 차별 금지를 완전히 풀었는데 일부 다시 도입해야만 정보 소외 계층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소외 계층을 위한 계약서·안내 창구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한석현 YMCA 시민중계실장은 “정부가 말하는 것은 각자 알아서 정보를 파악하라는 ‘각자도생’에 가깝다”면서 “정보 소외 계층이 최소한 기만적인 계약에 내몰리지 않게끔 계약서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철회·항변권도 더 보장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노인 등에게는 지원금과 단말기 가격, 요금제에 대한 정보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전담상담사를 배치하거나 전화상담 창구 같은 것이 필요하다”면서 “자급제폰과 알뜰폰 활용에 대한 홍보도 적극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우선 혼란을 막기 위해 이통3사와 함께 ‘단통법 폐지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주 2회 운영하며 시장 현황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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