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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성악학원 [단독]“초품아는 좋지만 운동회는 시끄러워”…운동회 소음민원 7년새 3배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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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94회 작성일 25-08-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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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학원 “운동회 소리가 시끄럽다”며 제기된 서울시 민원 건수가 최근 7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단지)’가 늘면서 두드러진 현상으로, 사회 공공의 문제로 협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내 초등학교 운동회 개최 관련 소음 민원은 2018년 77건에서 2024년 214건으로 2.7배 늘었다. 시교육청이 시내 609개 초등학교에 접수된 민원 건수를 조사해 처음 공개한 수치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2021년에는 민원수가 3~5건까지 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소된 2022년 67건의 민원이 접수된 후 2023년 189건, 2024년 214건 등으로 민원이 매년 증가 추세다.
운동회 전 협조를 구하기 위해 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센터 등에 안내문을 발송한 건수도 함께 늘었다. 같은 기간 협조 안내문 발송 건수는 2018년 140건에서 2024년 245건으로 1.7배 가량 많았다. 올 상반기 협조 안내문은 281건으로, 이미 지난해 건수를 초과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회 문화가 과거와 달리 운동회와 연관된 소리를 아이들의 학습 과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본인이 시끄럽다고 느끼면 소음 민원을 넣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민원을 의식해 운동회를 간소하게 치르는 경향도 나타난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많은 학교가 아파트에 밀접해 있어 민원을 의식하다보니 대부분의 운동회가 레크에이션 대행업체를 불러 체육관에서 게임을 즐기는 수준으로 끝난다”며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운동회의 본래 교육 목적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운동회 소음 민원 증가세가 ‘초품아’ 선호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교가 아파트와 매우 가깝다보니 소음도 더 크게 들려 민원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초품아는 안전한 통학환경을 제공해 맞벌이 부모의 선호도가 높고 거래가 활발할뿐더러 투자가치도 있다”며 “역설적으로는 학습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운동회 소음 문제를 사회 공공의 문제로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사회 문제로 인식해 모두가 해당구역에선 속도를 제한하는 것처럼 이번 논란도 돌봄 친화적인 양육문화를 만들기 위한 공공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학교도 지역사회에 시설을 개방하는 등 함께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아동의 놀권리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지역사회와 갈등을 예방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오는 8월 임시회의에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집단 휴학’을 해 온 의대생들이 학교에 복귀합니다. 길었던 의료대란도 끝날 기미를 보이는 것 같은데, 어쩐지 찝찝합니다. 유급·제적 등 불이익을 줄여달라는 의대생들의 요구를 정부가 사실상 다 들어주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거든요. 안 그래도 이번 의료대란으로 의사들의 과도한 특권의식이 낱낱이 드러난 터라 더 그렇습니다. 의료 붕괴를 막으려는 정부의 고민에도 공감하지만, 마음 한쪽에서는 ‘이게 맞나’ 싶은 분들이 많을 텐데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의대생 복귀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하며 집단 휴학한 의대생들이 1년5개월 만에 수업 복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반응이에요. 정부는 수업·실습 단축과 압축 등 대학들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학들은 1학기 유급 처분은 예정대로 하되 2학기 복학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의대 학사과정은 1년 단위라 1학기를 유급하면 내년에 복학해야 하는데요. 방학 등을 활용해 밀린 학점을 이수하도록 열어주면서 사실상 1학기 유급을 ‘없는 셈’으로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경우 본과 4학년은 내년 8월에, 본과 3학년은 2027년 2월 또는 8월에 각각 졸업할 수 있게 됩니다.
다음 달에 졸업하는 본과 3·4학년을 위한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시행도 검토합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을 받는 인턴·레지던트)들도 복귀를 선언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은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추진에 대한 반발 성격이 있었습니다. 정부는 연구 결과 고령화 등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으려면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고, 그러려면 당장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의대 증원이라는 명분은 있었지만 왜 2000명을 당장 늘려야 하는지 설득력은 부족했습니다. 2000명은 의대 정원(3058명)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폭의 증원이거든요. 그만큼 충분한 협의와 소통이 필요한데, 정부가 정책을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비판이 일었어요.
하지만 의료대란이 이처럼 장기화한 것은 의대생·전공의들의 무리한 집단행동 탓도 큽니다. 수업 거부로 의대 교육을 파행시키고, 수련 이탈로 일선 의료현장에 큰 혼란을 불렀죠. 응급실 뺑뺑이, 수술 대기 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의료대란으로 인한 사망 등 피해가 없다’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의료대란 발생 후 6개월간 초과사망자가 3000명을 넘는다는 분석도 나와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의료대란은 결국 12·3 비상계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전환점을 맞습니다. 국정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지난 정부는 3월 의대 증원을 백지화합니다.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의정갈등도 어느 정도 누그러졌고, 의대생들도 7월부터는 수업에 복귀해야 24·25·26학번이 같이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복귀를 결정하게 됐죠.
결국 1년 반 동안의 의료대란은 시민들에게 큰 피해만 입혔을 뿐 그 무엇도 바꾸지 못했습니다. 특히 ‘특정 과 쏠림으로 인한 필수의료 붕괴’나 ‘지역 의료 접근성’ 같은, 의대 증원과 맞물려 논의됐어야 할 중요한 의제들은 희미해졌어요. 한 환자단체 대표는 “뭘 위해서 이렇게 견뎌온 것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정부로서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의대생들에게 지나친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복학 조건을 맞추려면 ‘맞춤형’으로 학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는 “학사 유연화는 없다”던 그간의 교육부 입장과 배치됩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무책임한 집단행동에 대한 사과와 책임 없는 특혜 제공이 반복되는 현실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특혜 재검토를 요구했어요.
안 그래도 이번 의료대란 내내 온 사회가 의사 집단의 특권·선민의식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국민들은 반에서 20~30등 하던 의사를 원치 않는다”거나 “응급실 돌다 더 죽어야 한다” 등 발언도 논란이 됐죠. 일부 전공의들은 병원에 복귀한 동료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했고요. 의사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로 ‘교육의 질 하락’을 들었지만, 저런 태도는 의사들의 본심이 ‘밥그릇 지키기’에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게 했습니다. 오죽하면 서울대 의대 교수들도 지난 3월 일부 학생들의 의대 복귀를 비난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향해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경쟁과 능력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의대 진학은 ‘사람을 살리는 사명’을 좇는 길보다는, 부와 특권을 보장받기 위한 ‘지대 추구’에 가깝게 변질됐습니다. 이번에 또 갱신된 ‘의대 불패’ 신화가 사회 전체의 불평등·경쟁지상주의를 가속하는 메시지가 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의대생들은 집단행동이 초래한 사회적 파장에 대해 반성하는 기색조차 없다”며 “이번 조치가 의사집단의 특권의식을 더 굳건히 만드는 것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의료대란을 제대로 수습하고 싶다면 일시적인 특혜를 넘어 의료 불평등을 해소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의사 집단의 자성도 필요합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어제(2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찾아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고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의사들의 다짐이 말뿐인 사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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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펫)보험’이 늘어나고 있다. 고양이 3마리를 키우는 기자는 얼마 전 한 손해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만 7세 고양이의 보험에 가입했다. 3곳 이상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봐도 보장 범위나 액수 등에 큰 차이는 없었다. 이를테면 일반·고급 상품에 따라 하루 15만~30만원(수술 이외) 한도에서 3만~5만원의 자기부담금을 차감한 금액의 70%까지 보장받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상품을 선택했고, 한달 보험료는 4만300원이었다. 며칠 전 첫 달 보험료 결제가 완료됐다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찝찝함이 생겼다. “그냥 적금을 들 걸 그랬나?”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병원비 부담을 완화해주는 펫보험 시장이 점진적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펫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10곳의 올해 5월 말 기준 펫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19만6196건으로 지난해 말(16만2111건)보다 21% 증가했다. 2018년 7005건과 비교하면 7년새 25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펫보험 시장의 절대적인 크기는 여전히 작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정한 지난해 반려견·묘의 숫자는 776만2000마리다. 전체 숫자를 생각하면 펫보험 가입률은 2.5%에 머문다.
펫보험이 존재하는지 몰라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거의 없다. 최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반려가구의 최근 2년간 치료비는 평균 102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펫보험을 알고 있는 반려가구는 91.7%에 달했지만 좁은 보장 범위와 부담스러운 보험료, 낮은 보상비율 등으로 보험 가입을 주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를 들어 펫보험은 접종이나 검진 등 예방을 위한 검사비를 보상하지 않는다. 구강질환이 심해져 치아를 뽑더라도 ‘발치’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은 보통 큰 돈이 들어갈 상황에 대비하는 것인데 하루 보상비율 70%를 제한해 최대한도 200만~250만원 수준의 수술비로는 보장받는 수준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동물병원에서 수술비용은 때론 수백만원이 넘는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가 합리적이어야 더 많은 소비자가 펫보험에 가입할 것임을 안다”면서도 “손해율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보험료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료로 수입이 들어오는 것보다 자칫 의료비 지급 등으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의 감독 지도에 따라 지난 5월부터 보상비율을 최대 70%로 축소하는 등의 개정된 펫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전까진 보상비율을 50~100%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 표준화 등 관련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펫보험을 기존처럼 운영하면 손해율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는 펫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한다. 업권 관계자는 “반려가구 대비 펫보험 가입률이 극히 낮아서 성장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내 첫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가 출범하기도 했다.
펫보험 시장이 개선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은 진료비 표준화다. 진료비를 예측할 수 있게금 표준화하는 작업이 따라야 펫보험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 사항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진료비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담보 금액을 늘리기도, 경쟁력 있는 요율로 승부를 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동물진료 권장 표준’ 고시를 통해 질병이나 진료 행위의 명칭을 표준화했지만, 이 명칭을 반드시 써야 할 의무는 없다. 같은 질환에도 동물병원마다 진료명이 달라 기초적인 통계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표준수가제’ 도입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5월 페이스북에서 “동물 병원비가 월 평균 양육비의 40%에 이른다”며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표준수가제를 도입하고 표준 진료 절차를 마련해 진료비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수의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이 있는 사람 의료는 수가를 정하고 그에 따라 의료 행위가 이뤄지지만, 동물 의료는 100% 민간 의료로 이뤄지고 있다”며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국가에서 가격을 통제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비싸더라도 고급 진료를 택하는 소비자가 있고, 비용이 부담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원을 찾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표준수가제 도입이나 표준화한 질병 명칭 등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방안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표준수가제는 한 번 폐지됐던 제도이기도 하고, 수의사의 진료비만 표준수가제를 적용하는 것에 이해관계자들의 반대가 강하다”며 “표준화한 질명 명칭 등의 사용 의무도 필요해 보이지만,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활동이 국정의 절반을 차지한다.” 최근 출간된 <바이든의 첫 100일>은 인수위 시간을 “정권의 첫 100일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결정적 시간”이라고 했다. 인수위 역할이 막중하고, 그 설계도가 국정의 이정표라는 의미다. 미국 역대 정부의 인수위원이었던 크리스토퍼 리델이 말한 ‘이어 제로’(Year Zero)도 인수위 중요성을 극대화한 통찰이다. 리델은 저서 <이어 제로>에서 “대통령 임기는 취임 직후부터가 아닌 선거운동 때부터 시작된다. 이 1년의 ‘제로 이어’를 치열하게 보내야 성공한 국정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인수위는 대통령 당선인만을 위한 기구가 아니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에게 제도적 지원을 하고,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돼도 당선인과 물러나는 정부가 긴밀하게 협의하는 문화가 지속된다. 축적된 정보와 협치의 동력, 미국 인수위의 힘이다.
이에 비해 한국 인수위는 체계적 준비도, 충분한 시간도, 축적된 정보도 부족하다. 대통령 탄핵 후엔 아예 인수위 시간도 없다. 이재명 정부도 인수위 현판을 달지 못한 채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두 번째다. 인수위 대신 국정기획위원회가 새 정부 5년을 설계하고 구상한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그 무게를 “기관차(국정기획위)가 열차(정부)를 앞서야 하는데 같이 달리고 있어 불안하다”는 말로 표현했다. 이 위원장은 150여명의 위원들과 공약 이행을 위한 실행계획, 5년의 국가 비전을 마련하고 있다. “내란을 이겨낸 시민들의 염원이 가장 중요한 국정철학”이라 한 이 위원장은 “시민들과 연대하고, 시민 목소리를 국정에 담는 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중순쯤 대국민 보고를 마치고 60여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이 위원장을 지난 25일 서울 창성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 국정기획위 활동이 막바지에 왔습니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 5년의 국정 설계도를 짜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선 때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아 대부분 다 다뤄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고된 작업입니다. 대선 때는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말하고 페이스북에 올렸던 내용도 중요한 공약이었죠. 이런 내용을 모두 합쳐서 경중, 완급을 챙기는 중입니다. 단순히 정책만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도 많았습니다. 예산도 따져봐야 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도 적지 않았지요. 대한민국의 현재, 미래를 전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기관차가 열차 앞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나란히 가고 있어 불안한 상황 아닌가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 100대 국정과제를 추리겠다고 했는데 정리가 됐나요. 국정기획위는 향후 상설기구로 전환하나요.
“이달 말에 국정과제 세부항목, 정부 조직개편 모두 완성할 예정입니다. 모두 취합하니 100개는 넘을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대통령 서면보고, 8월 첫주에 대면보고, 그다음 주 대국민 보고를 하고 8월 말에 백서를 발간하는 일정입니다. 다만 ‘트럼프 변수’가 너무 커 일정은 유동적입니다. 관세 협상, 통상 문제 때문에 정부 일정 전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입니다. 국정기획위는 일단 8월15일까지 활동할 예정이지만 일주일 정도 당겨지거나 늦어질 수도 있고요. 국정기획위 활동 종료 후 정책 연속성을 위해 과거 정책기획위원회처럼 대통령 직속 상설기구 같은 조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을 추려 국정 장·단기 과제를 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중복과제가 많은 편인가요.
“공통 공약을 분류해 보니 국민의힘과는 110개 정도, 약 40%가 겹치더군요. 굉장히 많아 적지 않은 공약을 수용했습니다. 특히 민생 공약은 국민의힘도 외면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검찰, 해양수산부에 대한 ‘갑질 논란’이 있었습니다. 실상은 어땠나요.
“뭐랄까요, 의도적으로라도 갑질이 필요한 부처가 있습니다. 내란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던 국방부, 검찰, 경찰, 방통위, 기획재정부는 부처 수습과정에서 불법이나 이에 준하는 범칙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이런 문제를 정리해야 합니다. 부처 수뇌부의 의지를 따르다 보니 법 저촉 문제 등 일종의 과·오용이 생긴 거지요. 빨리 본연의 위치로 돌아와야 합니다. 처음엔 기재부답지 않은 보고서가 나왔어요. 우스갯소리지만 기재부 갑질은 기재부 보고서 실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방부는 보고 때 보니 눈빛이 냉랭하더군요. 심지어 검찰이 제출한 공약이행 계획서, 보고서 그 어디에도 새 정부의 첫 번째 공약인 수사·기소 분리가 아예 없었습니다. 그 문제를 지적하면서 ‘보고받지 않겠다. 다시 준비해 보고해 달라’고 했더니 다시 제출한 보고서도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검찰이 업무보고를 하지 못한 첫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공약 이행계획을 본래 취지와 현실 상황, 그리고 본질적으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판단하겠단 겁니다. 이런 우리의 태도를 갑질이라 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겁니다.”
- 대선 경선 때부터 인수위가 가동되는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사실상 ‘인수위 부재’라 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인수위의 진화가 필요한 때 아닌가요.
“그렇죠. 미국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부터 국정이 시작되는 셈이지요. 그에 비해 우리는 60일이라는 짧은 기간만 활동하기 때문에 축적된 지식, 정당과의 협업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대선 경선 후보가 확정되면 인수위 활동이 가능하도록 인수위법을 새로 제정해야 합니다. 경선 때 사전 인수위를 꾸려 여야 후보들이 각각 내각 구상도 밝히면 책임 정치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 사전 인수위는 국정운영 실태를 잘 모르는 야당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인수위가 대통령 당선인 지원기구에 불과한 현실은 바꿔야 합니다. 또 탄핵 후 치러진 이번 대선처럼 비상상황엔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 인수위법은 ‘대통령 당선일로부터 60일 내외 지원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입니다. 법이 아닌 대통령령이 활동 근거인 현실도 달라져야 합니다.”
- 특정 분야 가릴 것 없이 세계사적 급변기입니다. 이 급변기에 대한민국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까요.
“국민소득 3만달러대에 진입한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정상적이라면 지금은 4만달러대를 돌파해야 하는데 지체된 상황입니다.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는 끝이라는 걸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면 미국은 8만달러를 넘었고 유럽 선진국도 5만달러대에 진입했습니다. 여전히 3만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는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게 냉정한 현실입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깔딱고개를 넘기 전 상황이라 해야 하나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위험한 건 힘들다고 지치면 그대로 미끄러질 수 있단 사실입니다. 자칫하면 중진국 초반이나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낙오될 수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위험한 시기입니다.”
-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향후 5년뿐 아니라 5년 이후 미래에 대비하는 ‘새로운 국가론’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 기반을 갖춰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주의적 요소가 상당히 강합니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를 외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재명 정부가 민주주의로의 회복을 말했지만 여기에 머물 수 없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헌법 1조만으로 안 됩니다. 선진국은 개인의 인권과 독자성을 존중하고, 자기 삶의 행복이 중요한 사회입니다. 인권과 행복추구권, 즉 기본권을 극대화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게 기본사회입니다. 선진국 기반이 되는 제도를 갖추고, 구성원 모두의 기본권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지요. 시대마다 기본권 개념이 다른 것을 이해하면서 점점 ‘기본’의 선을 높이는 것, 다시 말하면 성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방법론과 선진국에 진입하는 방법론은 달라야 합니다. 지금까진 추격과 모방의 힘으로 달려왔지만 이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선도해야 할 때입니다. ‘퍼스트 무버’로 우리 위치를 바꿔야 한다는 거죠. 한 단계 높은 기본사회로 도약하려면 모방과 추격에서 창조와 선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이를 성장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기본사회와 성장을 두 축으로 하고 민주주의 회복, 성장, 행복이라는 3대 기조를 지향하는 게 이재명 정부의 새로운 국가론입니다.”
- 성장도 중요하지만 삶의 존엄을 보장하는 게 기본사회 철학이란 의미로 들립니다. 그런데 공약을 보면 전통적 복지 개념으론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 개념을 확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데요.
“기본이란 말은 모든 국민을 차별 없이 대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과 같은 폭염을 피할 만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충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각자 필요한 에너지는 다르겠지만 생존할 수 있는 기본을 지원한다는 게 기본소득 정신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만큼은 살아야 한다는 것, 기본을 왜소화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헌법 10조 정신(행복추구권)의 폭을 넓히자는 게 기본소득입니다. 지금 지역화폐를 통해 민생회복지원금이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누가 얼마나 어려운지 가리기 어려운 경우 구매·소비력을 높여야 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한정해 지역화폐로 나눠 드리면 경기회복이 빨라집니다. 요즘 식당 모습이 달라졌을 겁니다. 오후 9시면 손님이 없어 문 닫던 식당들이 밤 11시에도 영업합니다. 기본소득은 이처럼 소득으로 사람을 대하는 가장 예의 바른 방식입니다. 인권과 권리를 담아 국민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기본금융도 하고 싶습니다.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대통령 직속의 국가기본사회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합니다.”
- ‘중도보수’ ‘실용’이라는 국정 비전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실현할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민주당 강령은 바꾸지 않아도 될까요.
“이 대통령이 우리 정부를 중도보수 정부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강령에서 변하지 않는 내용이 서민과 중산층입니다. 보수를 정의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헌법을 준수하자는 것보다 더한 보수가 있을까요. 민주당이 서민·중산층·시장경제를 강조한 것 자체가 보수정당이라는 뜻입니다. 또 한국 정치사에서 민주당보다 오른쪽에 있던 정당이 제 스스로 극단으로 치우쳐 왜소해졌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극우파를 제외한 전체 영역을 확보했습니다. 전 국민의 6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통합을 강조한 것도 그만큼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이 조갑제·정규재씨를 만나고 보수 쪽 인사로 알려진 윤여준 전 장관을 대선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모셨고 야권 인사인 권오을 전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했습니다.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내란을 물리친 시민들의 힘으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광장 시민들과의 연합, 시민들의 목소리를 국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약해 보입니다.
“시민사회가 ‘사회대개혁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는데 명칭은 다르지만 현재 대통령실·총리실과 함께 논의하며 준비 중입니다. 연합정치는 원칙적으로 정당과 시민사회 간 협약이지만 국정기획위도 실천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국민통합을 위한 개헌’을 국정과제 중점 사업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방향은 확정됐습니까.
“대략적인 방향과 필요한 요소는 정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중임제, 4년 연임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 권력구조 개편 관련 문제는 담지 않았습니다. 이런 부분은 상대가 있고 가변성이 커서 국정기획위가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 최근 인사 파동이 새 정부 초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검증 문제를 넘어선 사태로 보입니다.
“새 정부 인사 기조가 기우뚱거린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적어도 국민을 거역하는 인사를 하겠단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정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봅니다. 다만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은 통합 차원이라 해도 너무 넓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주변을 두루 살피는 검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전통적 한·미관계로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대미·대중 관계 방향에 어떤 조언을 했나요.
“공약엔 구체적으로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한·미 동맹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합니다. 트럼프가 저런 식으로 나와도 동맹 관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안보는 명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쌀이나 쇠고기처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우리에게도 미국이 갖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선산업이 그렇습니다. 거의 붕괴된 미국의 조선 생태계를 재건하게 도와주고 우리의 수출 생태계를 지켜낸다면 상호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담 조직을 구상하고 있나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는 안보실과 정책실이 맡고 있습니다. 기재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주무부처 장관들이 실무 영역에서 컨트롤 가능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대라서 일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로선 소고기·쌀 문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할지가 중요합니다. 일본의 예에서 보다시피 미국은 5500억달러를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황당하게도 투자를 하되 투자 항목을 미국이 정하겠다 하고 수익의 90%를 가져가겠다고 하는 겁니다. 이런 경우가 어디 있을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교역 국가라 미국이라는 시장을 잘 분석해야 합니다. 국민들 보시기엔 너무 지나치다 해도 때론 냉정한 상황 인식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일본보다 못하면 실패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됩니다. 우리는 일본과 조건이 다릅니다.”
- 정부 조직개편의 지향점과 실제 진행 방향을 듣고 싶습니다.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미래 위기에 대응하는 개편에 역점을 뒀습니다. 생각보다 개편 수요가 많더군요, 기재부는 예산 편성 오차가 너무 커서 펑크가 큰 게 확인됐습니다. 관리재정수지 100조가 펑크나는 등 부자감세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너무 힘이 커서 스스로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기재부 예산 편성 기능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고, 부처엔 기획력을 키우라고 주문했습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분리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합치는 게 낫다고 봤습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중복 업무도 정리하고요. 기후·에너지 문제는 국제적 조류에 발맞춰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었습니다.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고용평등도 포함해 기능을 강화하되 성평등 정책을 성소수자까지 확장하는 문제 등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할 건지는 여지가 있습니다. 검찰개혁은 기소와 수사 분리에 중점을 뒀습니다.”
- 검찰개혁과 관련해, 국정기획위는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두자고 했지만, 법무부는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하고 특별수사청을 신규 설치하자는 의견인데 조율이 됐나요.
“이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겁니다.”
-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통일부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했는데 확정됐나요.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변경하려면 헌법적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개헌 전까진 현행 헌법 규정을 준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멘토로 불립니다. 두 사람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한 말인가요.
“나는 이 대통령의 수없이 많은 조력자 중 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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