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영화 [고영의 문헌 속 ‘밥상’]빙수, 달콤한 전기가 등덜미로 달음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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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는 얼음이다. 얼음이든 완성된 빙수든 한여름에 오래 견딜 수 없다. 그럼에도 입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전까지는 버텨야 한다. 제과사는 이를 염두에 두고 빙수를 설계·시공한다. 여기에 유지방이 껴들면 아이스크림이다. 청량음료·냉차·소르베(sorbet)·셔벗(sherbet)·아이스크림은 뒤섞여 있다가 빙수를 통해 의미 있게 분화했다. 빙과(氷菓), 곧 얼음과자의 영역에서 빙수의 의의다.
인공 제빙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빙수를 만들었을까? 사람의 꾀에는 집요한 구석이 있다. 아득한 예부터 온 지구에 빙고(氷庫)가 있었다. 만년설의 얼음이든, 꽁꽁 언 강을 깨 켜고 캔 얼음이든, 빙고에 쟁였다가 온열질환에 약으로도 쓰고 빙과도 만들었다. 얼음 보관실의 마감이 석재면 석빙고, 토분이나 회면 토빙고, 목재면 목빙고다. 그 지붕을 짚이나 갈대나 왕골이나 띠로 덮은 빙고는 ‘초개빙고(草蓋氷庫)’라고 한다.
한반도는 어땠을까? 신라 때부터는 빙고를 써먹었다. 당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신당서> ‘신라전’에는 “여름에 음식물을 얼음 위에 둔다(夏以食置氷上)”는 구절이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 11월 얼음을 저장한 기록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장빙고(藏氷庫)’라는 시설 이름이 남아 있다.
19세기 말이 되자 한여름의 얼음은 인공 제빙 기술 덕분에 대중적인 빙과의 재료로 변신한다. 그러면서 권력자와 부자만 먹던 여름 빙수는 대중에게 퍼졌다. 식민지 시기에 얼음 공장이 돌아가던 서울·평양·인천·부산·마산·대구·영일·대전·원산·함흥·청진은 한반도에서 대중적인 빙수와 빙과의 시대를 열었다. 그러더니 이런 ‘문자 먹방’까지 태어났다.
“얼음의 얼음 맛은 아이스크림에보다도 밀크세-키(셰이크)에보다도 써억써억 갈아주는 ‘빙수’에 있는 것이다.”
“눈이 부시게 하얀 얼음 위에 유리같이 맑게 붉은 딸깃물이 국물을 지을 것처럼 젖어 있는 놈을 어느 때까지든지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 새빨간 데를 한술 떠서 혀 위에 살짝 올려놓아보라. 달콤한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하여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 것이다.”
“빙수에는 바나나물이나 오렌지물을 쳐 먹는 이가 있지마는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새빨간 딸깃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잡지 ‘별건곤(別乾坤)’ 1929년 제22호 속 ‘빙수’의 몇 문단이다. 글쓴이는 사회운동가이자 어린이 문학가인 방정환. 이 꼭지는 ‘파영생(波影生)’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했다. 빙수는 이렇듯 운동가한테서, 운동가의 모습을 얼른 떠올리기 힘든 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빙수는 먹을거리의 관능과 감각의 표현에서 전에 없던 수사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빙수가 빙수 한 그릇으로 다가 아니었다.
여성 고용률이 미진한데 사업주가 적극적으로 개선 노력도 하지 않은 41개사 명단이 공개됐다.
고용노동부는 6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를 미이행한 민간기업 40개사, 공공기관 1개사 등 총 41개사의 명단을 공표했다. 공공기관과 상시 직원 500인 이상 민간기업 등 2768개사 가운데 여성 고용률 또는 관리자 비율이 산업별, 규모별 평균의 70%에 못 미치고, 이행 촉구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곳이 공개 대상이다. 명단이 공표된 사업장은 조달청 우수조달물품 지정 심사 시 감점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란 고용 성평등을 위해 개별 기업이 자율적으로 여성 직원·관리자의 고용기준을 충족하도록 독려하는 제도로, 2006년부터 시행됐다. 대상 기업은 해마다 직종별·직급별 남녀 노동자의 수와 임금 현황 및 여성 고용에 관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올해는 민간기업 40개사, 공공기관 1개사 등 41개소가 이름을 올렸다. 규모별로 보면 1000인 미만이 35개사(85.37%)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1000인 이상은 6개사였다. 업종별로는 사업지원서비스업이 9개사(22%)로 가장 많았고, 육상운송 및 수상운송 관련업, 전자산업, 중공업 등이 각 4개사(9.8%)로 뒤를 이었다.
41개사 중 여성 관리자가 한명도 없는 곳이 31개사에 달했다. 다른 사업장들도 대부분 여성 관리자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세븐나이츠 등을 개발한 모바일 게임회사 넷마블넥서스는 여성 직원 비율이 29.31%였고, 여성 관리자 수는 0명으로 나타났다. 나이스신용정보는 여성 직원 비율은 81.28%에 달했지만, 여성 관리자 수는 0명이었다. 일본 닛토덴코의 한국 자회사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니토옵티칼의 여성 직원 비율은 32.86%였고, 여성 관리자 수는 1명이었다. 전체 근로자가 8293명인 한국GM은 여성 직원 비율이 3.68%(305명)에 그쳤다.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충북개발공사는 여성 직원 비율이 25%였고, 여성 관리자는 한명도 없었다.
그간 여성고용률은 2006년 30.77%에서 2024년 38.49%로, 관리자 비율은 2006년 10.22%에서 2024년 22.47%로 꾸준히 늘어왔다. 이정한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장 내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남녀가 평등한 일터 조성에 가교 역할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7일 김건희 특검팀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과 관련해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배보윤·송진호 변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팔다리를 잡고 다리를 들어서 끌어내려는 시도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불법행위 관련자들에게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특검 측은 이날 오전 8시25분부터 서울구치소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피의자(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로 부상 등의 우려가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전 9시40분 집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변호인을 접견하기 위해 접견 장소로 나갔다. 이후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것을 제안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자 강제집행 지휘를 시작했다.
송 변호사는 “10여명의 젊은 사람이 달려들어 안은 윤 전 대통령의 팔을 끼고 다리를 들어서 차에 탑승시키려고 했다”며 “완강히 거부하니까 의자를 들고 의자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을 옮기려 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의자가 뒤로 빠지면서 윤 전 대통령이 땅바닥에 넘어졌다는 게 송 변호사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허리를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팔을 세게 잡아서 팔이 빠질 것 같다고 놔달라고 해서 강제력을 조금씩 벗어났다”며 “이 모든 게 불법이라고 말했지만, 2차 3차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변호인이 명백히 불법이라고 했음에도 특검이나 구치소 관계자는 변호인에게 나가라고 요구했다”며 “체포영장 집행에 당연히 변호인이 입회해야 한다. 저희는 당연히 거부했다”고 밝혔다. 송 변호사는 “변호인이 불법 영장집행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하고, 말하면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하겠다고 하는 과정이 되풀이 됐다”며 “무법천지였다. 법치국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어이없다. 도저히 묵과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철수한 뒤 윤 전 대통령은 1시간가량 변호인과 접견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은 허리와 팔 등에 통증을 호소했고, 오전 11시에 진료를 받기 위해 구치소 의무실로 갔다.
배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미리 진술을 안 하겠다고 통보를 했음에도 물리력, 강제력을 행사해서 강제인치하려는 건 그 자체가 진술 강요나 다름 없고, 형사적으로도 강요죄”라며 “지금 수감된 모든 전국의 재소자뿐 아니라 형사처벌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향후 이런 인권침해적 행위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이 추석 전에 검찰·언론·사법 등 3대 개혁을 마무리하겠단다. 반가운 일이다. 뭐 하나 빠뜨리면 안 되는 중요한 과제니 잘 챙겨야겠지만, 각각의 상황은 좀 다르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숱한 연구와 논의가 있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 거다.
문제는 사법개혁이다. 그 필요성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풀어준 판사 지귀연이나 대선 국면에 뛰어들어 이재명 후보를 출마조차 못하게 하겠다던 대법원장 조희대와 대법관들의 전횡만으로도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사법개혁은 중요하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당장 현행 헌법 규정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헌법 제104조의 규정이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대법원 구성은 오로지 대통령과 대법원장에게 달려 있다.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관련 공판을 파기환송하며 후보 지위마저 박탈하려고 할 때, 10명이나 되는 대법관이 유죄 취지 파기환송에 나선 것은 그들을 대법관 자리에 앉혀준 사람이 윤석열이었다는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은 대법원장을 통해 법원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전혀 없다. 고작해야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는 헌법 제103조 규정이 전부다. 이런 뻔한 요구는 공허하다. 법원의 권위가 원고나 피고, 검사 등 재판 당사자와 달리 저 높은 법대에 앉아 있기에 생기는 게 아니듯, 헌법에 적힌 공허한 규정에 기대 판사가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믿을 수는 없다.
영장청구가 검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것처럼, 재판이 온통 판사의 몫처럼 여겨지게 한 헌법 조문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선 상식이 된 배심제, 참심제마저 우리에겐 ‘국민참여재판’으로 에둘러가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헌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사법 작용에 대한 국민 주권은 온통 멈춰 있다. 국민참여재판은 그저 판사를 위한 자문적 성격에서 맴돌 뿐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민주주의 국가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유독 사법부만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법원의 권위를 인정할 만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만한 근거는 사실 어디에도 없다. 판사는 국민이 선출한 공무원도 아니고, 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사실상 전혀 없기 때문이다.
판사가 사법시험이나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고 법원의 채용 절차를 통과했다는 것 말고, 그가 다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도 되는 민주적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판사들이 지귀연이나 조희대가 그랬던 것처럼 내란이나 대선 등 중요한 국면에서만 막가는 건 아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흔히 말하는 가벼운 사건에서는 훨씬 더하다. 검찰 공소장을 그대로 판결문(또는 약식명령)에 옮기는, 유치하게도 오탈자마저 똑같이 베끼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도대체 사법 통제라는 게 작동이나 하고 있을까 싶은 대목도 많다.
사법개혁이 절실하지만, 그저 대법관 숫자를 두 배 또는 몇배로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과제는 아니다. 현행 헌법 체계에선 대법관 숫자를 아무리 늘려도 대법원장 조희대가 고른 사람만이 대법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은 단계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언제 가능할지 모를 개헌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추석 전에는 논란이 적은 사안이나 개헌 없이도 가능한 쟁점을 중심으로 한 걸음 내딛되, 진짜배기 사법개혁은 중단 없이 계속해야 한다. 개헌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많다. 판사 충원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국민참여재판을 실질화해 배심원단의 평의 결과에 구속력이 생기도록 하고, 국민참여재판을 모든 형사사건과 징벌적 손해배상 사건, 노동사건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법원의 무죄 선고에 대해 기계적 항소나 상고를 하는 관행도 바꿔야 한다. 형사사건에서의 항소나 상고는 법질서 확립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나 피고인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가 큰 경우, 법원이 중대한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를 했을 경우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 법 왜곡죄를 신설해 판사 등 법집행 공무원이 의도적으로 법률을 왜곡하면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법원을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뭐가 되었든 제대로 논의하고, 제대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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