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극한 상황서 나온 ‘처벌 원치 않는다’는 말···“피해자 설득해 보호해야” >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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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폭력, 극한 상황서 나온 ‘처벌 원치 않는다’는 말···“피해자 설득해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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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113회 작성일 25-08-1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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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남 거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 남성 A씨는 앞서 여자친구 폭행으로 11차례나 신고당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았고 이후 살인을 저질렀다.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장재원도 마찬가지다. 주거침입과 폭행 등으로 4차례 신고를 당했지만,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다. 장씨는 풀려났고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전 연인의 폭행과 협박을 경찰에 신고한 피해자가 정작 경찰 조사에서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일은 관계성 범죄 사건에서 드물지 않다. 범죄 피해자의 심리를 연구해온 성현준 박사(충북경찰청 피해자전담경찰관)는 극한 상황에 몰린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한다.
성 박사는 먼저 관계성 범죄의 피해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증상을 겪는다고 말했다. 극도로 민감해져 끊임없이 주위를 경계하거나 자신의 상황을 외면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결국 대인관계가 붕괴하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노가 자신에게 표출될 수도 있다.
교제폭력과 스토킹 피해를 신고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성 박사는 “자신의 피해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며 “대부분 피해자는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을 때 신고하는 경향이 높고, 신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연락·접근하는 가해자들도 많아서 처벌 의사를 밝히는 것도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신고해 처벌받게 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보복·협박에 대한 두려움도 처벌을 주저하게 만든다. 성 박사가 참여한 ‘범죄피해평가를 활용한 범죄피해자의 재피해요인 분석’ 연구를 보면 범죄 피해자의 80% 이상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검찰이나 법원에서 구속영장이나 잠정조치가 기각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일 제주에서 경찰이 피해자를 폭행·감금한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 등을 신청했는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교제를 계속하겠다고 밝혀 모두 기각됐다.
최근 관계성 범죄가 살인 등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잦자 경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도 가해자를 구속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는 피해자의 통제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수사를 계속하는 경찰관에게 피해자가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성 박사는 “관계성 범죄의 현재 상황과 신고 전력·전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충분한 설득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피해자의 안전과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성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정보를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피해자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경찰 등 외부의 도움을 요청해 자기방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후반기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가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다. 과거 UFS 기간에 몰아서 실시했던 야외기동훈련(FTX)의 절반가량은 오는 9월에 분산해서 한다. 연합연습의 밀도를 조정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18일부터 UFS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미는 이번 UFS에 대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며 “연합·합동 전 영역 작전을 포함한 동맹의 대응 능력과 태세를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습은 예년과 비슷한 규모다. 한국군 참가 병력은 1만8000여명이고, 미군 병력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다.
UFS는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지휘소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FTX)으로 구성되는데, UFS 기간 계획됐던 40여건의 FTX 중 20여건이 9월로 연기된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극심한 폭염에 따른 훈련 여건의 보장, 연중 균형된 연합방위태세 유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이라며 “한·미가 협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에 실시하는 훈련은 대부분 대대급 이하 규모로 비행장 방호 훈련 및 피해 복구 훈련, 장비 정비지원 훈련 등이다. 윤석열 정부 때 진행한 UFS에서는 FTX가 모두 UFS 기간에 이뤄졌다.
이는 북한에 대한 자극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일부 FTX 연기가 통일부 건의에 따른 조정이냐는 취재진 질의에 “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긴장 완화와 평화·안정이 대한민국의 목표”라며 “이번 연습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담화에서 남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침략적 성격의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연속적인 강행으로 초연(화약 연기)이 걷힐 날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UFS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며 “남북관계 가늠자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틀 새 전남에서 이주노동자 3명이 숨졌다. 사망자 모두 안전장치와 보호장비 없이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노동력이 부족한 지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위험 노동을 대신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위험의 이주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11일 경찰과 노동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고흥군 한 새우양식장에서 감전사고로 사망한 태국인 A씨(28)는 사고 당일 처음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로 함께 사망한 베트남인 B씨(33)는 기존에 고용돼 일을 해왔다.
사고는 3.5m 깊이의 양식장 바닥을 청소하던 중 발생했다. 물이 고인 상태에서 배수를 위해 전기가 통하는 수중 모터를 손으로 만지다 감전됐다. 두 사람 모두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절연장갑과 방수화 등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오전 곡성군의 한 농로에서 베트남 국적 C씨(30대)가 몰던 지게차가 전도돼 숨졌다. 그는 2년 전 계절노동자로 입국한 뒤 파견업체를 통해 불법으로 해당 농가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게차 운전 자격은 없었다. 올 3월에는 전남 영암의 한 돼지농장에서 네팔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농장주의 폭언과 폭행 등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사망사고(유족급여 승인 기준)는 2022년과 2023년 각 85명에서 지난해 102명으로 20%(17명) 증가했다. 이 중 특히 지방에 많은 농업·임업·어업을 포함한 ‘기타 업종’의 이주노동자 사망사고가 2023년 8명에서 지난해 19명으로 갑절 이상 늘었다.
계절·단기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안전관리·감독 의무에서 벗어나는 구조적 취약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전체 취업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이지만, 사고사망자 중 외국인 비율은 12.3%로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고용 및 관리의 사각지대 문제, 그리고 사회적 무관심이 빚은 ‘인재’라고 지적한다.
감전사고가 난 새우양식장만해도 어업 현장은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많아 고용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업주는 안전교육·건강검진·근로감독 의무에서도 비껴가고, 미등록 인력을 산재보험 없이 투입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대부분의 사고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문제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고, 직업소개소·브로커 단속, 계절이주노동자 제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택배사들이 배송을 멈추는 8월14일 ‘택배 없는 날’에 쿠팡은 올해도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측은 배송 기사들이 이미 자유롭게 쉬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압도적 산업재해율을 자랑하는 쿠팡이야말로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주요 택배사들은 대부분 오는 14일 택배 배송을 중단한다.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 등이 매년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 휴무로 지정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14일 전후로 배송을 멈춘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위해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20년부터 도입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택배 물량이 폭증해 과로로 쓰러져 목숨을 잃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택배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실질적으로 휴가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에 1년 중 하루라도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쿠팡은 아직까지 단 한번도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쿠팡의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37%로 업계 1위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택배사인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 자체가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회사들이 쉴 때 쿠팡만 배송을 진행하면서 쿠팡 매출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노동자들의 경우 연휴 동안 물량이 몰리면서 오히려 노동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쿠팡은 올해에도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쿠팡CLS 관계자는 “쿠팡 위탁배송업체 택배기사 중 휴무를 취하는 비율이 매일 30% 이상이고, 그 수가 6000명 이상에 달한다”며 “주 6~7일 배송을 하는 다른 택배사들과 달리 쿠팡 기사들은 이미 자유롭게 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LS는 매일매일이 ‘택배 쉬는 날’인 셈”이라고 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촉구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파업과 불매운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쿠팡본부 등은 이날 오전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월14일 하루라도 더 쉬어야 덜 죽고 덜 다칠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우리사회가 화답하여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택배 없는 날”이라며 “쿠팡은 자유로운 휴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한여름에 자유롭게 휴가를 가는 쿠팡 택배노동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냐. 자유로운 휴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헌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사람 잡는 쿠팡의 로켓배송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쿠팡이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으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14일 쿠팡을 멈추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지난 7일 “모든 택배사가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게 되면 중소상공인의 영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고 주장했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택배 없는 날 참여는 개인사업자인 ‘퀵플렉서’의 생계에 직접적 타격”이라고 말했다. 쿠팡 직고용 정규직 배송 기사들인 쿠팡친구 노조는 4일 “택배 없는 날이 시행되면서 업무가 쿠친들에게 전가된다면 과연 택배 없는 날이 맞냐”며 “쿠친들에게 업무 부담으로 돌아오는 택배 없는 날 시행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빠른 속도로 나라를 안정시키고 있다.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안으로나 밖으로나 한 치 앞도 보기 힘들었던 대한민국의 상태를 돌이켜보면 이는 높이 평가해야 할 성취다. 이렇게 산적해 있는 현안들이 하나둘씩 신속하게 해결되어가면 조만간 한숨 돌리면서 더 먼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며, 그때가 되면 ‘이제 어떤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응당 더욱 중장기적인 전망과 구상을 가지고 응답해야 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준비된 대답의 하나로 크게 주목을 끄는 것이 바로 ‘기본사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에 기본소득을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실행에 옮겼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리고 이후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그 문제의식은 보편적 기본서비스와 ‘공동생산’ 등으로 발전 확장되었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그렇게 장시간 축적된 경험과 고민을 정제해 새로운 틀로 꺼내든 것이 ‘기본사회’ 구상이며, 이는 최근 출간된 도서 <기본사회>(이한주·은민수·김정훈·신영민 저)에서 그 지향과 내용의 일단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21세기의 사회정책이 안고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중반에 형성된 기존의 복지국가와 사회정책의 틀은 오늘날의 삶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맞지 않게 되었다. 우선 노동시장의 현실이 달라졌다. 20세기의 사회정책은 암묵적 명시적으로 ‘완전고용’이 정상적인 상태라는 명제를 전제로 삼았다. 즉 사람들이 일할 수 있고 또 일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경제생활은 기본적으로 노동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을 기초로 해 노동시장의 작동에 필연적으로 따라오거나 혹은 그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가지 삶의 위험에 대처하는 것이 복지제도와 사회정책의 과제라는 것이 그 생각의 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노동시장은 도대체 ‘완전고용’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으로 변해버렸다. 노동의 형태가 무수히 다양해지면서 설령 통계에서 ‘취업자’로 잡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구체적인 노동의 형태를 보면 자영업자인지 근로자인지 알 수 없게 된 경우가 많으며, 고용과 계약의 성격 또한 불안정하기 짝이 없어서 실업자와의 구별조차 애매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로 인해 모든 일하는 사람이 감내해야 할 이른바 ‘인생 리스크’는 양적으로도 크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형태에 있어서도 기존의 제도와 정책으로는 대처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으로 크게 변해버렸다. 여기에 축복인지 저주인지 알 수 없는 기대수명의 획기적인 연장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인생 리스크’는 20세기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사람들이 인생에서 기대하는 바도 21세기에 들어 크게 달라졌다. 산업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삶의 형태 또한 다양해졌으며, 그 다양성은 계층과 지역에 따라 갈수록 더 늘어났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기획해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국가주의적’인 20세기의 복지제도 및 사회정책이 불만족스러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감시하는 폭력적인 ‘생활 세계의 식민화’로까지 여겨지게 되었다.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는 계속 늘어만 갔으며, 사람들이 인생주기에서 감당해야 할 위험은 양적으로도 늘어났고 질적으로도 심각해졌다.
인생 리스크 이전과 크게 달라져
이러한 21세기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정책의 틀을 모색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의 구상을 들 수 있다. 저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모든 성인 개개인에게 일정한 액수의 현금을 직접 지급함으로써 ‘실질적인 자유’를 보장하자는 구상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현금 지급 대신 의료, 주거, 교육, 교통, 통신 등의 영역에서 현물 서비스를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자는 보편적 기본서비스의 구상도 나오게 되었다. 이는 보편적 기본소득에 비해 소요되는 재원 규모가 훨씬 작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개개인에게 사회적 경제적 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의 시도로 각광을 받았다. 또한 ‘공동생산’에 대한 논의와 실험도 나타났다.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정부의 여러 사회정책들을 관료 기구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풀뿌리의 여러 조직과 단체들이 그 입안은 물론 실행 과정에까지 참여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함께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기본사회’ 구상은 생애주기 소득 보장, 기본서비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세 개의 기둥으로 삼고 있다. 방금 이야기한 기본소득, 기본서비스, ‘공동생산’의 개념을 하나로 엮어낸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애주기의 여러 단계를 통과하게 되어 있으며, 그때마다 고유한 위험을 안게 된다. 청년이 장년이 되고 장년이 노년이 되는 것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일이 아니며, 그 전환을 최대한 순탄하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참여소득을 도입해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사회 성원으로서의 활동성을 고양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과 서비스의 생산 및 공급에 있어서 지역과 풀뿌리의 필요 욕구가 반영되고 또 직접 참여할 기회를 확보하는 방법으로서 사회적 경제 영역을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역량 발전시켜 경제 번영 동력으로
주목할 점은, ‘기본사회’가 그 정당성의 근거로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권을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좁은 의미의 개인의 자유뿐만 아니라 노동과 복지에 걸친 사회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는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새로운 요소는 그렇게 보장받아야 할 사회적 권리의 범위를 모든 개개인의 역량 발전으로까지 확장해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란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여러 능력과 역량을 최대한으로 개발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하는 철학적 관점이 그 근저에 있으며, 이제 우리 헌법이 표방하고 있는 민주주의 또한 그 의미를 크게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단순히 국민주권의 원칙이 관철되는 국가의 구성이라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저마다의 역량을 발전시켜 자신의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적 집단적인 역량의 발전은 다시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혁신으로 연결되어 지속적인 경제 번영의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러한 ‘기본사회’ 구상을 구체화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으니, 조만간 그 출범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에 국가 차원에서 이렇다 할 만한 제도나 정책의 큰 변화가 벌어질 것으로 기대할 일은 아닐 것이다. ‘기본사회’의 구상 자체가 국가가 주도하는 위로부터 아래로의 획일적인 제도 구축이 아니라 풀뿌리 단위로부터 그 실정에 맞는 다양한 실천 형태가 발전해 나와야 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실천과 시도가 벌어진다면 이는 지역 단위에서의 여러 실험으로 나타날 것이며, 여기에서 성공적인 모범 사례를 발굴하고 서로 배우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각종 위험에 휩싸인 것은 개인의 삶만이 아니다. 인구 위기, 기후위기, 인공지능의 도래로 촉발될 사회 경제적 격변 등이 다가오고 있다. 또 이러한 굵직한 위기들이 서로 엮이면서 만들어낼 이른바 ‘복합위기’의 두려운 가능성도 다가오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이러한 위기에 대처할 ‘회복 탄력성’을 제고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밑바닥이 튼튼한 ‘기본사회’ 구상이 큰 적실성을 가지고 있다. ‘기본사회’가 구상을 넘어서 현실에 구현될 수 있도록 그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이번 정부가 남길 수 있는 소중한 정치적 유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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