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홈트 [기고]‘세기의 협상’ 또 멈췄다···생산 감축 없는 플라스틱 조약, 기후위기 해결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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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의장이 13일에 내놓은 초안에는 플라스틱 원료 추출부터 생산까지를 의미하는 ‘상류 단계’ 관련 내용이 삭제되거나 자발적 조치로 돼 있어, 이를 지지하는 103개국의 의지뿐만 아니라 지난 3년간의 협약 과정을 무력화시켰다.
15일 문서는 13일 초안에 비해 전반적으로 구체성이 강화됐다. 전문에 “현 생산·소비 수준은 지속 불가능하며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선주민과 지역사회의 지식 체계가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원칙도 새로 들어갔다. 조항별로는 단순한 ‘제조·수출입 통제’에서 ‘생산·소비의 감축과 단계적 퇴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인체 건강 위험·화학물질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등 폐기물·재활용·보건 분야에서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플라스틱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규제, 강력한 이행 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았다. 지구의벗 인터내셔널의 샘 코사르 코디네이터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쓰레기 관리 협정이 아니라 불평등 교정을 위한 정의의 도구가 돼야 한다”며 북반구 국가들의 재정 기여와 오염자 책임 강화를 촉구했다.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 단계까지 포괄하는 강력한 협약이 필요하다. 플라스틱 오염은 폐기물 관리뿐 아니라 생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대부분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고, 지금 추세라면 2060년까지 생산량은 3배로 늘어난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역사상 처음으로 플라스틱 생산에 법적 상한선을 둘 기회이고, 이 순간을 놓친다면 위기는 더 가속될 것이다.
협상장 밖에서는 이 위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환경을 주제로 설치미술을 10년간 이어온 아티스트 벤자민 폰 웡은 ‘인간 건강’을 다룬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너무 직설적이고 분열적인 주제가 됐다. 협상 당사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이며, 협상장 안팎에서 잊히기 쉬운 ‘인간 건강과 권리’를 되살려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가장 잃어서는 안 되는 건 희망이다. 움직이고 시도하면 변화는 반드시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결국 INC-5.2는 합의 없이 끝났지만, 시민사회는 “형식적인 합의라면 차라리 연기가 낫다”는 입장이다. 2022년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이 천명한 전 생애주기 접근과 생산 감축의 야심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협약은 사실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네바 협상장에서 다수 국가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생산 감축에는 89개국, 화학물질 규제에는 120개국, 건강 조항에는 130개국, COP 의사결정에서 투표 허용에는 120개국이 지지를 보냈다. 반대 국가는 20~25개국 수준에 불과했다. 다수 의지는 이미 생산 감축·화학물질 규제·보건·절차적 개혁에 모이고 있다.
협상 내내 소극적이던 한국 정부의 마지막 발언도 주목됐다. 협상 말미,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깊은 아쉬움을 표하며 ‘플라스틱 관련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간 가교 역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한국이 국제 협상장에서 말한 ‘가교’ 역할을 국내에서 실천할 기회다. 로드맵이 단순한 재활용 확대를 넘어서 생산 감축, 유해 화학물질 규제, 정의로운 전환을 명확히 담을 때 한국은 국제 사회의 다수와 함께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향한 전환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과제는 분명하다. 우리는 산업계의 이해가 아니라 다수 시민과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플라스틱 위기를 단순한 폐기물 문제가 아니라 기후·건강·정의의 위기로 직시할 수 있는가. 국제 협상장에서 확인된 다수의 의지는 이미 그 답을 향하고 있다. 이제 한국 사회가 응답할 차례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 정상들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제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추진 등을 논의했지만 이번 회담이 평화협정 체결과 종전으로 이어지기까지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유럽 정상들에게 제시한 새로운 의제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집단방위와 비슷한 안전 보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문제와 미·러·우크라이나 3자 정상회담 추진 등 크게 두 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나토식 안전 보장은 러시아가 거부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CNN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에 가입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야망을 좌절시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 그가 우크라이나에 나토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합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이날 백악관 회담을 앞두고 외교부 명의로 “우크라이나에 나토 회원국 군대가 주둔하는 모든 시나리오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나토 수준의 집단방위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간 나토 회원국들은 한 회원국이 무력 침공당하면 모든 회원국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나토 조약 5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꺼려왔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미군 파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러·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성사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개전 이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양자 정상회담 요구를 무시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러·우크라이나 양자 및 미국을 포함한 3자 정상회담 구상을 공유한 뒤에도 크렘린궁은 해당 제안이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날 미·우크라이나·유럽 회담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영토 할양 문제는 향후 평화협상 과정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평화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를 받고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과 자포리자 일부를 돌려주는 안을 내걸었다.
러시아가 돌려주겠다고 한 지역의 면적은 약 440㎢에 불과하고 돈바스는 6600㎢에 이른다. 더군다나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의 75% 정도만 점령한 상태라 러시아가 말하는 영토 교환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땅을 받고 우크라이나 땅을 주는’ 형태다. 우크라이나 영토 할양은 개헌이 필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주제라 영토 문제에서 타협하는 것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평화협상의 또 다른 복병으로 여겨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한 내에 러시아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 및 러시아의 무역 상대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실제로는 인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데 그쳤다. 지난 15일 미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선 자신이 추진해왔던 휴전 합의 시도를 중단하고 푸틴 대통령의 영토 요구안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대리인을 자처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의 입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트럼프가 젤렌스키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한 후 마지막으로 대화한 사람은 푸틴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유럽 정상들과의 회담 내용을 전달했다.
외신들은 미·우크라이나·유럽 정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쳤지만 실질적인 결과물은 없다면서 이는 재앙이 벌어지지 않은 것을 진전으로 여겨야 할 정도로 대서양 동맹이 균열돼 있음을 보여줄 뿐이라고 짚었다. 마이클 키미지 윌슨센터 연구원은 CNN 인터뷰에서 이날 회담이 환상과 다름없는 “판타지 외교”였다며 “모두가 판타지에 참여하는 순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디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협상 타결 낙관론을 회의적으로 평가하며 “러시아의 전쟁 외교 행보에 익숙하지 않은 트럼프 정부가 러시아의 발언을 오해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러시아의 입장은 전혀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저는 이 재판에서 저를 제외하면 모두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법원종합청사 311호, 텔레그램 성착취방 ‘목사방’ 총책으로 기소된 김녹완(33)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이현경) 심리로 열리는 김녹완의 재판 혐의는 강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이다.
김녹완은 텔레그램에서 ‘자경단’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피해자 49명에 대한 성착취물 1090개를 제작하고, 피해자 36명의 성착취물을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인 피해자 10명을 협박해 나체 사진 286개를 촬영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녹완은 스스로 ‘목사’라 칭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도사’ ‘예비 전도사’ 직위를 부여해 또 다른 피해자를 포섭하게 하는 등 피라미드식 조직 체계를 구축해 ‘목사방’을 꾸렸다. 확인된 피해자만 261명, 국내 역대 최대 규모의 디지털 성착취 범죄로 기록됐다.
앞서 ‘박사방’ 조주빈의 범행이 언론에 보도된 2020년 5월 그 수법을 배워 범행했다는 김녹완은 지난 2월 구속 기소된 이후 줄곧 ‘범죄단체 조직’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1일 공판에서는 “‘자경단’은 단체가 아니다. 저 이외의 사람들은 다 피해자인 사건”이라며 자신이 혼자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김녹완은 “어린 친구들이 다 저한테 협박당해서, 나체 사진이 박제당하기 싫다는 마음에 제가 시키는 대로 추가 범행을 한 것”이라며 “이게 무슨 폭력배 조직처럼 상하관계가 있거나 돈을 나눠갖는 그런 개념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보고 ‘목사’ ‘전도사’ 호칭에 빠졌다. 체계가 잡혀있는 게 그럴싸해 보여서 그랬던 것 같다”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 목사방 운영방식을 보면 그의 주장과 다르게 범죄단체처럼 운영된 정황이 엿보인다. 김녹완은 ‘자경단 행동강령’을 만들어 전도사 등 조직원들에게 ‘일어나면 그날 포섭 계획을 보고할 것’, ‘활동 사항을 실시간으로 보고할 것’ 등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김녹완은 “그냥 체계적인 척하려고 그랬다”고 했지만 전도사 활동으로 함께 기소된 조모씨는 “아침 9시에서 새벽 2~3시까지 하루종일 김녹완과 연락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녹완이 연락 안 될 때 빼고는 학교나 학원에 가서도 수시로 보고해야 했고, 김녹완이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녹완이 내 성착취물을 가지고 있어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텔레그램 채널에서 나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5~6명 있었는데, 그걸 보고 ‘전도사’보다 높은 직급이 많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 일부를 대리하고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조은호 변호사는 “범행 당시 피해자들은 자신을 조종하는 사람 뒤에 거대한 조직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협박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단순히 멋있어 보여서 따라하려고 했다’ ‘범죄 단체가 아니었다’고 하는 건 피해를 축소시키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9일 검찰이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의 띠지를 분실한 것과 관련해 감찰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19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정 장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문제와 관련해 진상 파악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 감찰부는 감찰3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구성해 서울남부지검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1억6500만원의 현금다발을 발견했는데 이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의 ‘관봉권’이었다. 관봉권은 5만원권 100장을 띠지로 묶고, 이 묶음을 10개씩 비닐로 포장해 스티커를 붙인 것을 말한다. 띠지와 스티커엔 지폐 검수 날짜와 담당자 이름 등이 적혀있다.
남부지검은 담당 수사관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일부 띠지 등을 잃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담당 수사관이 수사 경험이 적어 띠지를 분실한 듯하다”며 “당시 띠지를 분실한 후 분실 경위를 담은 수사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검찰 수사에서 해당 관봉권과 관련해 “기도비로 받은 것”이라면서도 “누구한테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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