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에 학교가?…오피스·초등학교 ‘동거’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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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고 하면 널따란 운동장이 있고, 저층의 건물이 있는 구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고층 빌딩 형태의 초·중·고교는 낯설지만 조만간 서울에서 마주할지 모른다. 비싼 도심지에 새로 학교 부지를 매입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할 때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운동장, 외부인 출입에 따른 안전 우려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1·29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히며 ‘빌딩형 학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시 구상대로 당초 6000가구 규모일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1만 가구로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신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학교 부지 확보가 어렵다보니 ‘빌딩’ 안으로 학교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6일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부 부지에서 인근 남정초등학교가 1.5㎞ 이상 떨어져 있어 통학하기에 먼 편”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초등학생 통학 거리 기준은 ‘1.5km 이내’여야 한다.
지난 1일부터 ‘도시형 캠퍼스법’이 시행되면서 ‘빌딩형 학교’를 분교 형태로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국토부는 일본 도쿄의 조토초등학교를 주요한 참고 사례로 보고 있다. 국토부 요청으로 건축공간연구원은 ‘도심 주거-학교 복합개발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에도 착수한 상태다.
일본의 조토초가 빌딩 내부로 들어간 까닭은 도쿄역 인근 땅값이 평당 10억원이 넘는 초고가 상업지라 넓은 학교 부지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조토초등학교는 도쿄역 뒤편 45층 규모(240m) 랜드마크 빌딩인 ‘미드타운 야에스’ 1~4층에 입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빌딩 상층부에는 미쓰이화학·스미토모생명 등 기업과 5성급 불가리 호텔이 들어서 있고, 지하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한국의 경우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직선거리 200m 이내 유흥주점 등 유해 상업시설이 제한돼 있다. 이 문제는 주거·학교 복합시설로 풀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학교가 있는 빌딩에는 유해시설 없이 주택 또는 오피스 시설만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땅값이 비싼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운동장을 갖춘 단독 부지 확보가 어렵다. 이에 뉴욕 등 대도시에선 협소한 부지에 건물을 위로 올려 효율성을 높인 이른바 ‘버티컬 스쿨(Vertical School)’이 대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뉴욕에서도 빌딩형 학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의 PS281 초등학교, 브롱크스의 PS46 에드거 앨런 포 초등학교 등은 5~6층짜리 수직형 건물을 쓰고 있다.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지역의 아서 필립고등학교는 시드니 최초의 빌딩형 학교로, 17층짜리 건물 전체를 단독으로 쓴다. 이 학교는 기존 학교로는 늘어난 재학생을 수용할 수 없어 고층 빌딩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에선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외국인 학교인 서울독일학교가 있다. 협소한 건물임에도 체육관, 강당, 라운지 공간, 도서관 등 다양한 교육 시설을 갖췄다. 특히 각 교실의 벽을 회전하게 만들어 제한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학교 설계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꼭 도심 용지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은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학교와 지역 커뮤니티를 결합한 ‘학교복합화’를 추진해왔다. 사이타마현의 요시카와 시립 미나미초등학교는 1층에는 도서관, 다목적 홀, 커뮤니티 센터 등 주민 이용시설, 2층 이상에는 학교시설을 배치했다. 학생들은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한다. 지요다 구립 쇼헤이 초등학교가 있는 9층짜리 고층 건물에는 유치원, 중학교, 아동관, 노인복지센터, 도서관이 층별로 입주해 있다.
다만 빌딩형 학교 개념이 낯설다 보니 학부모들은 거부감이 적지 않다. 외부인과 공동 사용하는 부분도 우려가 나온다.
학부모 강모씨는 “아들을 둔 엄마라 운동장에서 축구,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황모씨도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학교가 좋다”며 “어린이집, 유치원도 마당 넓은 곳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외부인이랑 같이 건물을 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설계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두진 건축가(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통화에서 “고밀도 도시에서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과 도시 기능의 복합성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학교 모델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일조, 안전, 외부인과의 동선 분리, 아이들의 신체활동 문제도 건축 설계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토초등학교는 건물 뒤편의 별도 출입구를 두어 외부인과 동선을 분리했다. 일조권 문제도 옥상 운동장으로 해결했다. 이 학교는 메인타워에 딸린 4층짜리 부속건물을 단독으로 쓰는데, 옥상 운동장은 개폐형 지붕을 달아 날씨에 따라 여닫을 수 있게 했다. 시드니 아서 필립고등학교도 빌딩 내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을 갖춰서 노후화된 학교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PS281 초등학교도 옥상 운동장을 설치해 일조권과 운동장 문제를 해결했다.
미세먼지, 폭염 등 기후 변화로 과거만큼 운동장 활용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내체육관 설치를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넓은 운동장을 경험했던 학부모들은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운동장 활용도가 옛날과는 달라졌다”며 “폭염, 미세먼지로 과거처럼 학교 운동장 생활 자체가 어려워져서 많은 학교들이 실내체육관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유해시설과의 분리, 화재시 대피 통로 확보, 외부인과 분리된 출입구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빌딩형 학교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학교 공간이 시대 변화에 맞춰 다변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 학교의 전형적인 구조는 일제강점기 당시 도입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다. 일자형 건물, 구령대가 자리한 넓은 운동장은 군대 연병장이나 감옥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긴 복도를 따라 동일한 크기의 교실을 일렬로 배치한 편복도 형태 역시 학생 통제와 감시에 최적화된 설계다. 정작 일본은 1960년대 이후 해외 사례를 연구해 다양한 형태의 교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황 건축가는 “교육의 본질은 유지하되 공간의 형식은 시대에 맞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학교 유형을 유일한 정답으로 전제하기보다,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맞는 다양한 학교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시에 자리 잡은 세계유산들은 종묘와 비슷한 개발 이슈에 직면해 있습니다. 개발이 유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57·사진)은 지난 24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종묘 주변에서 개발이 추진되는 만큼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 주변에서 추진되는 개발 행위가 유산의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다.
그는 “종묘는 한국의 첫 세계유산 중 하나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유산”이라며 “이를 보존하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종묘를 “소중한 보석”에 비유한 그는 “이 보석이 앞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려면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개막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는 신규 유산 등재뿐 아니라 기존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와 위험유산 등재 여부를 함께 심의한다. 종묘는 이번 위원회의 보존 상태 심의 안건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정비 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세계유산의 경관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등은 오랜 논의 끝에 2018년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들어설 건물 높이 기준을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최고 높이를 145m로 상향 조정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전임 종로구청장이 퇴임 직전 재개발사업 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고시하자 국가유산청은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아소모 센터장은 세계유산 보존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전문가와 시민 등 여러 당사자의 협의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해진 절차와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기관”이라며 “이곳이 내놓는 결정과 조언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시 개발로 세계유산의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는 종묘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는 여러 건설사업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없이 진행되고, 새 국회의사당과 주차장이 역사적 도시경관을 훼손한 수리남의 ‘파라마리보 역사 지구’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무력 충돌뿐 아니라 도시 개발 역시 세계유산이 직면한 주요 위협임을 보여준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한국 관련 현안인 일본 사도광산에 대해서는 광산이 운영된 모든 시기의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충실히 알리도록 촉구하는 결정문이 지난 23일 채택됐다. 한국 정부는 ‘전체 역사’에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가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해설·전시 개선에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일본 정부에 한국 등 관련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해 모든 채굴 시기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권고 이행 상황을 담은 보존 상태 보고서는 2027년 12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아소모 센터장은 위원회 결정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행위”라며 “이번 결정은 21개 위원국의 합의로 채택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부속기관이던 치과를 독립시켜 서울대치과병원을 출범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장영일 서울대 치의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별세했다고 유족이 26일 전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치의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 치대 치과교정학교실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병원 치과진료부 교정과장과 치과진료 부원장을 지내며 치과병원 독립을 추진했고, 2003년 서울대치과병원 설립준비본부장을 맡았다. 2004년 병원 출범 이후에는 초대와 2대 병원장을 지냈다.대한치과교정학회장(1994~1996)을 맡아 국내 단일 치과학회 최초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치과전문의 제도 도입에도 기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고인평씨와 2남(장준호·장준석)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6시.
정부가 1·29 공급대책을 발표하며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물량을 기존 6000가구에서 1만 가구로 늘리겠다고 밝히며 ‘빌딩형 학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시 구상대로 당초 6000가구 규모일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1만 가구로 늘어나면서 초등학교 신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학교 부지 확보가 어렵다보니 ‘빌딩’ 안으로 학교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26일 “교육청과 협의 중”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 일부 부지에서 인근 남정초등학교가 1.5㎞ 이상 떨어져 있어 통학하기에 먼 편”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초등학생 통학 거리 기준은 ‘1.5km 이내’여야 한다.
지난 1일부터 ‘도시형 캠퍼스법’이 시행되면서 ‘빌딩형 학교’를 분교 형태로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국토부는 일본 도쿄의 조토초등학교를 주요한 참고 사례로 보고 있다. 국토부 요청으로 건축공간연구원은 ‘도심 주거-학교 복합개발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에도 착수한 상태다.
일본의 조토초가 빌딩 내부로 들어간 까닭은 도쿄역 인근 땅값이 평당 10억원이 넘는 초고가 상업지라 넓은 학교 부지 매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서다. 조토초등학교는 도쿄역 뒤편 45층 규모(240m) 랜드마크 빌딩인 ‘미드타운 야에스’ 1~4층에 입주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빌딩 상층부에는 미쓰이화학·스미토모생명 등 기업과 5성급 불가리 호텔이 들어서 있고, 지하에는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다.
한국의 경우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직선거리 200m 이내 유흥주점 등 유해 상업시설이 제한돼 있다. 이 문제는 주거·학교 복합시설로 풀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학교가 있는 빌딩에는 유해시설 없이 주택 또는 오피스 시설만 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땅값이 비싼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운동장을 갖춘 단독 부지 확보가 어렵다. 이에 뉴욕 등 대도시에선 협소한 부지에 건물을 위로 올려 효율성을 높인 이른바 ‘버티컬 스쿨(Vertical School)’이 대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뉴욕에서도 빌딩형 학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뉴욕 맨해튼의 PS281 초등학교, 브롱크스의 PS46 에드거 앨런 포 초등학교 등은 5~6층짜리 수직형 건물을 쓰고 있다.
호주 시드니 파라마타 지역의 아서 필립고등학교는 시드니 최초의 빌딩형 학교로, 17층짜리 건물 전체를 단독으로 쓴다. 이 학교는 기존 학교로는 늘어난 재학생을 수용할 수 없어 고층 빌딩을 짓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에선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외국인 학교인 서울독일학교가 있다. 협소한 건물임에도 체육관, 강당, 라운지 공간, 도서관 등 다양한 교육 시설을 갖췄다. 특히 각 교실의 벽을 회전하게 만들어 제한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통적인 학교 설계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꼭 도심 용지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본은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학교와 지역 커뮤니티를 결합한 ‘학교복합화’를 추진해왔다. 사이타마현의 요시카와 시립 미나미초등학교는 1층에는 도서관, 다목적 홀, 커뮤니티 센터 등 주민 이용시설, 2층 이상에는 학교시설을 배치했다. 학생들은 별도의 출입구를 이용한다. 지요다 구립 쇼헤이 초등학교가 있는 9층짜리 고층 건물에는 유치원, 중학교, 아동관, 노인복지센터, 도서관이 층별로 입주해 있다.
다만 빌딩형 학교 개념이 낯설다 보니 학부모들은 거부감이 적지 않다. 외부인과 공동 사용하는 부분도 우려가 나온다.
학부모 강모씨는 “아들을 둔 엄마라 운동장에서 축구,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부모 황모씨도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학교가 좋다”며 “어린이집, 유치원도 마당 넓은 곳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외부인이랑 같이 건물을 쓰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우려는 설계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황두진 건축가(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통화에서 “고밀도 도시에서는 토지 이용의 효율성과 도시 기능의 복합성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학교 모델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일조, 안전, 외부인과의 동선 분리, 아이들의 신체활동 문제도 건축 설계를 통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토초등학교는 건물 뒤편의 별도 출입구를 두어 외부인과 동선을 분리했다. 일조권 문제도 옥상 운동장으로 해결했다. 이 학교는 메인타워에 딸린 4층짜리 부속건물을 단독으로 쓰는데, 옥상 운동장은 개폐형 지붕을 달아 날씨에 따라 여닫을 수 있게 했다. 시드니 아서 필립고등학교도 빌딩 내 실내체육관, 수영장 등을 갖춰서 노후화된 학교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PS281 초등학교도 옥상 운동장을 설치해 일조권과 운동장 문제를 해결했다.
미세먼지, 폭염 등 기후 변화로 과거만큼 운동장 활용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내체육관 설치를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넓은 운동장을 경험했던 학부모들은 반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운동장 활용도가 옛날과는 달라졌다”며 “폭염, 미세먼지로 과거처럼 학교 운동장 생활 자체가 어려워져서 많은 학교들이 실내체육관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유해시설과의 분리, 화재시 대피 통로 확보, 외부인과 분리된 출입구 등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빌딩형 학교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학교 공간이 시대 변화에 맞춰 다변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 학교의 전형적인 구조는 일제강점기 당시 도입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한다. 일자형 건물, 구령대가 자리한 넓은 운동장은 군대 연병장이나 감옥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긴 복도를 따라 동일한 크기의 교실을 일렬로 배치한 편복도 형태 역시 학생 통제와 감시에 최적화된 설계다. 정작 일본은 1960년대 이후 해외 사례를 연구해 다양한 형태의 교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황 건축가는 “교육의 본질은 유지하되 공간의 형식은 시대에 맞게 진화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의 학교 유형을 유일한 정답으로 전제하기보다,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맞는 다양한 학교 모델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시에 자리 잡은 세계유산들은 종묘와 비슷한 개발 이슈에 직면해 있습니다. 개발이 유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장(57·사진)은 지난 24일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종묘 주변에서 개발이 추진되는 만큼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 주변에서 추진되는 개발 행위가 유산의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다.
그는 “종묘는 한국의 첫 세계유산 중 하나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유산”이라며 “이를 보존하는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했다. 종묘를 “소중한 보석”에 비유한 그는 “이 보석이 앞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려면 세계유산영향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개막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에서는 신규 유산 등재뿐 아니라 기존 세계유산의 보존 상태와 위험유산 등재 여부를 함께 심의한다. 종묘는 이번 위원회의 보존 상태 심의 안건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정비 촉진계획을 변경하면서 세계유산의 경관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왔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등은 오랜 논의 끝에 2018년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들어설 건물 높이 기준을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로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가 최고 높이를 145m로 상향 조정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고, 전임 종로구청장이 퇴임 직전 재개발사업 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고시하자 국가유산청은 시정명령과 직권취소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아소모 센터장은 세계유산 보존을 둘러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전문가와 시민 등 여러 당사자의 협의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해진 절차와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유산청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기관”이라며 “이곳이 내놓는 결정과 조언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시 개발로 세계유산의 가치가 훼손되는 문제는 종묘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는 여러 건설사업이 세계유산영향평가 없이 진행되고, 새 국회의사당과 주차장이 역사적 도시경관을 훼손한 수리남의 ‘파라마리보 역사 지구’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렸다. 무력 충돌뿐 아니라 도시 개발 역시 세계유산이 직면한 주요 위협임을 보여준다.
이번 회의의 또 다른 한국 관련 현안인 일본 사도광산에 대해서는 광산이 운영된 모든 시기의 ‘전체 역사’를 현장에서 충실히 알리도록 촉구하는 결정문이 지난 23일 채택됐다. 한국 정부는 ‘전체 역사’에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가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의 해설·전시 개선에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일본 정부에 한국 등 관련 당사국과 긴밀히 협의해 모든 채굴 시기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반영하라고 권고했다. 권고 이행 상황을 담은 보존 상태 보고서는 2027년 12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아소모 센터장은 위원회 결정의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에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행위”라며 “이번 결정은 21개 위원국의 합의로 채택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부속기관이던 치과를 독립시켜 서울대치과병원을 출범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장영일 서울대 치의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별세했다고 유족이 26일 전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서울 중앙고와 서울대 치의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 치대 치과교정학교실 교수로 재직했다. 서울대병원 치과진료부 교정과장과 치과진료 부원장을 지내며 치과병원 독립을 추진했고, 2003년 서울대치과병원 설립준비본부장을 맡았다. 2004년 병원 출범 이후에는 초대와 2대 병원장을 지냈다.대한치과교정학회장(1994~1996)을 맡아 국내 단일 치과학회 최초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치과전문의 제도 도입에도 기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고인평씨와 2남(장준호·장준석)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8일 오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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