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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이 하면 ‘찌질함’도 미학이 된다…‘모자무싸’ 황동만이 밉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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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6-05-0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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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만은 좋아하기 힘든 인물이다. 대학에서 함께 영화를 꿈꿨던 ‘8인회’ 선후배들은 영화감독 데뷔를 하거나 영화사 일원이 됐다. 어느덧 나이 마흔. 황동만만 지망생으로 남았다. 애잔할 법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이제 버거워한다. 무능해서가 아니라 태도 때문이다. 황동만은 “남 잘되는 거에 미쳐 죽고, 남 안 되는 거에 행복해 죽는 놈”이다. 친구의 영화가 망하면 위로를 건네기는커녕 그 영화가 별로인 이유를 신이 나 떠드는 편이다. 시끄러운 잘난 척에서는 자격지심이 투명하게 읽힌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모자무싸)는 웬만해서는 옆에 두고 싶지 않은 영화계 주변인 황동만을 주인공으로 한다. ‘지안’(아이유)에게 “편안함에 이르렀나” 물으며 막을 내린 tvN <나의 아저씨>(2018), ‘구씨’(손석구)에게 “날 추앙해요”라고 명령하는 ‘미정’(김지원)의 말로 시작하는 JTBC <나의 해방일지>(2022)를 쓴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다.
외로움과 초라함. 드러내놓지 않지만 다들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극에 풀어놓는 건 박 작가의 장기다. 박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찌질함’의 집약체, 황동만은 여태껏 그가 만든 캐릭터 중 가장 참아주기 어려운 인물이다. 하지만 황동만을 미워하기도 어렵다. 배우 구교환(44)의 ‘밉지 않은’ 연기 덕이다.
살짝 높은 목소리의 구교환은 대사의 리듬을 조절하며 노래하듯 연기한다. 구질구질한데 기묘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독립영화계 총아’로 연출·연기를 겸하던 시절부터 구교환의 전매특허였다. 헤어진 연인에게 ‘제작 지원을 받게 되었으니 연애 다큐멘터리를 같이 찍자’고 연락하거나(<연애다큐>, 2015) 출연한 영화 파일을 받지 못하자 감독들을 손수 찾아가 내놓으라고 요구하는(<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 2013) 영화 속 그의 모습이 그러했다. 황동만은 이 캐릭터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화계를 떠돌았다면 맞이했을 법한 미래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드라마 업계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연기하는 이 배우를 극을 환기하는 조연으로 활용하곤 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2021)에서 그가 연기한 병장 ‘한호열’은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실없는 농담으로 가볍게 바꿔놨다. 영화 <탈주>(2024)에서는 속을 알 수 없는 북한 보위부 장교 ‘리현상’으로 분해 위압적인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26년은 구교환이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해다. 지난해 12월31일 개봉한 구교환·문가영 주연의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는 올해 초 260만명을 동원하며 깜짝 흥행에 성공했다. 헤어진 두 사람이 10년 뒤 우연히 다시 만나 옛 연애를 돌아보는 내용의 영화에서도 구교환의 밉지 않은 매력이 빛났다. 원작인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의 남자 주인공 ‘린젠칭’(정백연)이 이기적으로 보였다면, 한국판 영화에서 구교환이 맡은 ‘은호’는 화를 내는 상황에서도 모질어 보이지 않는다.
<모자무싸>의 황동만에게서 구교환표 캐릭터들이 밉지 않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구교환이 내보이는 꿈을 꾸는 듯한, 때로는 아이 같은 눈빛을 보면 황동만이 싫어지려다가도 응원하게 된다. “나는 더, 더, 더 무가치해질 거고, 너희를 더, 더, 더, ‘빡치게’ 할 거거든!”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무가치’라는 낯선 단어가 든 대사도 구교환이 아이처럼 떼쓰는 듯한 톤으로 내지르면 퍽 어울린다. 황동만이 남몰래 느끼는 고독과 불안을 보여주는 장면에선 정석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구교환은 자신만의 독특함을 완급 조절해 전달할 줄 안다.
올해는 구교환의 해라고도 할 만하다. 이달 열리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받은 연상호 감독 영화 <군체>에서 좀비 감염 사태를 일으킨 생물학 박사 서영철 역으로 관객을 만난다. 감독으로서도 찾아온다. 구교환은 다음 달 개막하는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트레일러 연출을 맡았다. 7일 공개되는 영화제 홍보 영상에는 배우 김태리, 손석구가 나온다.
지난 4월29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2년 만에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애초 원안은 2020년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22대 국회인 작년 3월 새로 법안이 발의되고, 7월에 국회사무처의 검토 의견을 받은 후 9개월 만에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것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흐름마저 바꾼 비극으로 기억되는 세월호 참사는 재난 안전,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무, 공적 추모라는 행위의 가치, 나아가 생명이라는 헌법적 가치 등을 일깨운 전환점이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고매한 사상이 아니라 지난 참사들의 고통스러운 집단적 경험과 반복되는 슬픔이 쌓여 새겨진 법안이다.
이 법안에는 독자적 가치가 있다. 우선 이 법은 국민의 안전권을 선언하고 국가 및 지자체의 책무를 명확히 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참사 유가족들에게 절실했던 안전사고 피해자의 권리(정보 제공을 받을 권리, 조사에 참여할 권리, 지원을 받을 권리 등)를 선언하고, 안전사고의 발생 원인과 국가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를 보장하며, 국민생명안전위원회를 통해 생명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사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설치를 통한 독립적 조사 보장, 기억과 추모 사업 지원, 피해자 정보 누설 금지 등은 국가의 오랜 부재를 메우는 조문들이나 다름없다. 이 모든 것들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라는 피해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모습이다.
2025년 3월 원안과 이번 수정안을 비교할 때 사회의 기본 이념과 방향을 선언한다는 의미가 있는 기본법으로서 아쉬움은 있다. 우선 수정안은 원안의 ‘모든 사람’을 ‘모든 국민’으로 수정했다. 대신 외국인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를 두었다. 기본권의 주체로 사람과 국민 사이를 오가던 2018년 개헌 논의가 떠오르는 수정이다. 이태원 참사에서 스러진 외국인들을 생각할 때 단서 조항은 의미 있으나, 이 법의 표제인 ‘생명’을 생각하면 원안이 갖추었던 기본법으로서의 품격은 다소 희석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에야 배운 교훈은 참사 피해자가 ‘유가족’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안은 피해자의 범위에 ‘목격자로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을 포함시켰는데, 수정안은 피해자를 일단 ‘안전사고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구체적인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그런데 굳이 안전사고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 한정하는 단서를 두었다. 소송 남발 우려가 근거라지만 기본법이라면 불신에 근거한 실무적 우려보다는 미처 인식하지 못한 피해자를 발견해 두껍게 보호하는 길을 열어두는 쪽이 더 어울린다. 설령 피해자의 경계가 의심스러운 소송이 제기되어도 판례를 통해 사회적 인식에 부합하는 선을 그어나갈 수 있다.
수정안은 국가가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자체만 보면 훌륭한 선언이지만, 원안은 ‘반영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원안에는 피해자 정보 누설 및 모욕 행위의 처벌 조항이 있었으나 수정안은 정보 누설의 법정형은 상향하면서 모욕죄는 삭제했다. 피해자의 권리 중 ‘생사가 분명하지 아니한 자의 수색을 요구할 권리’ 및 ‘언론 취재 및 일반인의 접근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사라졌고, 독립조사기구의 조사 관할도 제한되었다. 이 조문들이 보호해줄 수 있었을 장면들이 떠오른다.
법은 통과를 위해 길들여지는 과정을 거친다. 그것이 정치의 본질이긴 하다. 이 법은 현 수정안만으로도 커다란 의미가 있다. 기본법으로서 반걸음을 마저 내딛지 못한 부분들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 법을 통과시키고자 땀 흘렸을 수많은 이들을 꼽아본다. 지금은 익숙해 보일지 몰라도 12년 전까지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피해자의 다양함과 권리들, 국가의 책무, 그리고 생명의 가치가 선언된 것은 소중한 역사적 진보이다. 유가족들께 감사하다.
이 법이 쓸모없어지는 세상을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럽게 여전히 재난이 반복되지만, 이 법에 담긴 눈물과 고통, 치열한 논쟁, 시혜 아닌 권리, 그리고 반성은 현재와 그 세상을 이어줄 것이다. 아직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대통령령 마련, 위원회 구성, 관계 법령 정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가는 어디 있었냐는 시민들의 질문에 국가가 성실하게 답해야 할 때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목요일 오후를 비워뒀다. 각료를 만나거나 참모들과 일정을 소화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아직 만나본 적 없는 분야의 사람들을 불러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분야도 국적도 가리지 않았다. 오르반은 질문을 쏟아냈고 주로 들었다. 이 시간에 참석했던 한 교수에게 직접 전해 들은 얘기다.
16년 장기 집권하는 동안 오르반은 사법부를 길들이고 언론을 장악했다. 유럽연합은 그를 사실상의 독재자로 규정하며 자금을 끊었다. 헝가리 민주주의 지수는 해마다 미끄러졌다. 오르반이 무엇을 했는지는 기록이 말해준다. 그런 그가 올 4월 총선에서 졌다. 오르반의 16년 집권은 막을 내린다.
그 오르반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은 우상처럼 떠받들었다. 트럼프는 “탁월하고 강력한 지도자”라고 했고, 밴스는 오르반의 이민 정책과 엘리트 혐오 정치 언어를 미국 우파의 교본처럼 인용했다. 총선을 앞둔 두 달 동안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서 여러 차례 오르반 지지를 선언했고, 밴스는 지난달 직접 부다페스트까지 날아가 유세 집회에서 “빅토르 오르반을 재선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외쳤다.
그들이 오르반에게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분명했다. 전권을 쥐고 행정명령으로 뜻한 대로 통치하며,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면서 권좌를 지키는 법, 그 기술이었다. 권력을 확대하고 반대 세력을 무력화하는 방식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목요일 오후의 얘기, 즉 낯선 목소리를 불러들여 듣는 습관은 배우지 않았다.
권력이 길어질수록 측근만 남는다. 정보는 좁아지고 판단은 굳는다. 오르반은 그나마 그것은 알았다. 그래서 매주 한 번씩 자신의 세계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였다.
트럼프의 전임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했다. 오바마는 회의 때 테이블 안쪽 핵심 인사들이 독점하는 발언 구조를 깨기 위해 끝에 앉은 보좌진을 지목해 의견을 구했다. 바이든 역시 부통령 시절부터 대통령 일일브리핑(PDB)을 꼼꼼히 챙기고 후속 질문을 준비했다. 분석관이나 해당 분야 전문가가 동석해 현안을 더 깊이 검토했고, 새로 입수된 정보에 대해서도 그 자리에서 추가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런 업무 방식은 그대로 이어졌다.
트럼프 1기 때 이 브리핑은 산발적이었다. 한 장짜리 개조식 정리로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1기 임기 말에는 공개 일정에 브리핑이 한 차례도 잡히지 않은 기간도 있었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정보가 브리핑에 포함돼 있었지만 트럼프는 몰랐거나 묵인했다. 2기가 되자 경향은 짙어졌다. 이견을 낸 참모들은 떠났고 남은 이들은 고개를 먼저 끄덕이는 사람들이다.
트럼프는 듣지 않는 대신 쏟아낸다. 2025년 한 해 동안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은 6168개, 하루 평균 18개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세 시간 동안 158개를 연달아 올린 날도 있었다. 국내 모 기관은 사무실 TV 모니터를 CNN 같은 뉴스 채널 대신 트루스소셜에 연결해 놓는다고 한다. 트럼프의 다음 발언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이란 전쟁 이후 그의 메시지는 더 거칠어졌다. “48시간 안에 지옥 불이 쏟아진다” “문명 전체가 죽을 것이다” “꽉 막힌 돼지처럼 질식하고 있다”는 식이다.
언론사 전화도 직접 받는다. 미·이란 전쟁을 둘러싼 메시지는 매체마다 조금씩 달랐고, 같은 날 오전과 오후가 달랐다. 협상 중이라고 했다가 협상은 없다고 했다. 이란이 아직 합의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처럼 여러 매체에 흘렸고, 이란 측은 “소셜미디어로 협상하며 합의하지 않은 사안에 서명한 것처럼 비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측근들조차 익명으로 “대통령의 게시물이 협상을 방해하고 있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세계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를 해석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다.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말이 흘러나가는 것, 그것이 트럼프 백악관의 작동 방식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라도 했던 오르반도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그런 시도조차 안 보인다. 부지런히 수입한 것은 오르반의 권력 기술이었고, 끝내 보이지 않는 것은 목요일 오후였다.
가장 강한 나라의 대통령이 가장 좁은 세계 안에서 가장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트럼프가 아닌 전 세계가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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