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법무법인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고유하고 다양하게 행복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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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폴란드 사람들 모두 성별에 관계없이 혼인하고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느냐 하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바르샤바 시청은 여전히 동성부부의 혼인증명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오로지 소송을 거쳐 혼인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판결을 얻어낸 부부의 혼인관계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 바르샤바 시청의 태도이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와 폴란드 최고행정법원 양쪽이 명확하게 판결을 내렸는데 이를 일부러 협소하게 해석하는 시 정부의 태도는 차별적이고 혐오적이다. 여기에 실망하여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바르샤바 시 정부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기도 했다.
바르샤바 시는 2014년도에 취임한 한나 그론키에비츠발츠 전임 시장 때부터 퀴어문화축제를 지지했다. 현 시장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퀴어문화축제 행진에도 참여하고 바르샤바 중심가 랜드마크 ‘문화과학궁전’에 무지갯빛 조명을 비추었다.
폴란드처럼 보수적인 국가에서 수도 바르샤바 시장님이 퀴어문화축제 행진단 선두에 서다니 굉장한 분이라고 나는 내심 부러워했다. 그런데 무지개 깃발은 들지만 혼인증명서는 발급해줄 수 없다니 ‘트 시장님’ 매우 실망이다.
한국에서는 2024년 7월 대법원이 동성 동반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배제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 해 10월 동성부부 11쌍이 수도권에서 혼인평등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4월 영남권 동성부부 3쌍이 부산, 대구, 울산 가정법원에서 소송을 시작했다. 혼인신고는 서류의 문제라서 신고서 양식의 ‘남편’과 ‘아내’를 ‘배우자1’과 ‘배우자2’ 정도로 바꾸면 된다. 나는 혼인신고할 때 10분도 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법적으로 성인이고 독신인 두 인간이 서로 사랑하여 자발적으로 혼인관계를 맺기로 결정했는데 누구는 10분 걸리고 누구는 소송을 해야 한다니 너무 불공평하다. 그래서 나는 혼인평등 캠페인 ‘모두의 결혼’을 적극 지지한다. (굿즈를 열심히 산다는 뜻이다.)
그런데 폴란드의 경우를 보니 사법적으로 승리하더라도 실제로 제도적인 평등, 나아가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평등을 이루기까지 또 갈 길이 멀 것 같다. 폴란드처럼 법원의 판결을 실무처에서 협소하게 해석하거나 인권운동가이고 연대자인 줄 알았던 정치인이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서는 것은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고 한국에서도 활동가들이 아마 많이 겪어온 상황일 것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 모든 일이 다 차별과 혐오의 소산이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 도입부에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고 썼다. 여기서 19세기의 ‘행복한 가정’은 남성이 가장으로서 지배하고 여성 배우자와 자녀들이 따르는 형태의 가정이다.
그런데 이런 ‘정상 가정’이라고 해서 다 행복한 것도 아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불행한 이유는 남편 알렉세이 카레닌이 고아로 자라 정서가 메마르고 차가운 인물이기 때문이라 설명된다. 이것은 명백히 고아에 대한 차별이다. 대대로 ‘정상 가정’이 아니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니 살기 너무 힘들다.
우리는 서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5월, 가정의달에 행복한 가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어른과 어른, 아이와 어른, 혈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비인간 동물과 반려인간, 어떤 조합이라도 함께 사는 존재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고 사랑한다면 행복한 가정이고,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충분히 뒷받침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다.
김성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2020년 21대 총선 후 정치를 떠났다. ‘다당제 연합정치’를 통해 정치의 미래를 바꿔보고자 했지만 실패했으니 책임을 진다는 이유였다.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와 두 차례 대선 당시 캠프들에서 입각이나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일절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조언하는 헌법기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돌아오자 두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했고, 이 대통령은 이 인사를 통해 어떤 ‘실용’ 철학을 보여주려 한 것인가. 지난달 9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자문회의 첫 전체회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문제나 성장을 위한 제안들이 나온 그 회의를 두고 보수진영은 진보나 여권에서 좀체 꺼내지 못한 ‘의미 있는 제언’이라고 호평했다.
김 부의장을 지난 10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났다. 김 부의장은 지금 한국의 상황을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 출범 이후 자유무역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정치·경제·안보 질서는 붕괴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인류사적 전환도 목전이다. 그는 경제와 안보를 더 이상 따로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5년의 숨구멍과 1년의 대전환 창이 열려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를 과감한 구조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과거 성공을 가져온 익숙한 관행과 결별하고 혁신을 통한 ‘성장다운 성장’, ‘포용다운 포용’을 위한 사회적 연대, 경제안보 역량 확충의 ‘세 축’으로 이 위기에 응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정치가 길을 열기를 당부했다. 내란의 상처가 아물면 적대를 넘어 “시대적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그런 정치로 바뀌면 좋겠다”고 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기용하자 ‘탕평’이란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지금도 정확한 스토리는 모릅니다. 다만 이래저래 조금 확인이 되는 건 인사의 폭을 넓히고 통합적인 인사를 해보고 싶어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여기는 정부 부처와는 다른 얘기들, 또 어떤 경우 쓴소리도 해야 하는 헌법상 자문기구니까 여러 분이 추천한 것 같습니다. 조금 이례적인 건 대통령이 저하고 일면식이 없거든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경우도 이명박 정부 국제경제비서관을 했기 때문에 발탁 안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로는 가장 유능하고 국제적으로도 존재감 있는 분이어서 후임 총재로 원픽이었는데 그냥 딱 선택하더라고요.”
- 이전 정부에서도 입각 제안을 한 것으로 압니다. 이재명 정부 제안을 수용하신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좀 작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지금 대한민국에 5년의 숨구멍, 1년의 대전환의 창이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중국에 다 따라잡혀서 우리 제조업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갔는데, 미·중 갈등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방파제처럼 막아주는 역할을 하게 됐고 5년의 숨구멍이 열렸습니다. 이 기회에 경제를 대전환해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도 강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나 구조개혁은 이번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이 오기 전 1년 정도가 유일한 모멘텀입니다. 경제 대전환에 작은 기여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차에 대통령이 일면식도 없는 저를 발탁하려는 의지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이 직면한 경제 현실 고민다른 목소리 낼 수 있을 것 같아이재명 정부서 작은 기여 결심
경제정책 과제, 이념보다 실용전 정부와는 다른 유연한 대응다만 ‘실용의 방향성’은 숙제
실질적인 성장·포용·경제안보3대 축 기반으로 위기에 맞서야특히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 등정치가 새로운 미래 열어주길
- 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가 그런 고민이 담긴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저대로 그런 문제의식을 담아 ‘익숙한 것으로부터 결별할 때다. 대한민국은 유연전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얼핏 느끼기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이제 뭔가 중장기적인 경제정책의 기조·전략을 정립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후문에는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 대응과 지속 성장의 과제’라는 제목을 정하셨다고 해요. 그동안은 긴급한 현안 대응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비상한 시기에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경제 체질 개선, 대전환 준비를 해보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기존 정부 부처 견해와 다르더라도 각자 전문성에 맞는 얘기를 마음껏 하도록 그날 해줬거든요.”
- 전체회의 발표나 토론 내용을 보면 이 대통령이나 여권의 기조와는 다른 부분도 많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빛과 그림자, 윤석열 정부가 했던 거친 정책들의 교훈 위에 서 있습니다. 대통령이 그 점은 정말 예리하고도 유연하게 다음 단계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게 좀 이념적 지향성을 가지면서 실제 경제정책으로 작동하진 못하고 논란은 엄청나게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런 게 있으니 이 대통령은 성장을 중시해야 한다, 그래서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쪽으로 해보자 이건 확고한 것 같아요. 그다음에 서민을 위한다지만 결과가 서민한테 안 좋은 걸 하기보다 소득이나 기회 면에서나 계기를 자꾸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나친 감세라든가, 부동산 규제를 확 다 풀어버린다든가 하면서 경제정책에 서민은 아예 없었잖아요.”
- 경제정책 면에서 이전 정부와 차별점이 확실히 있다는 것이죠.
“이념적 접근보다 현재 요구되는 경제정책 과제를 놓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건 확실합니다. 이 대통령이 불안정 노동자의 어려움은 해결해주면서 유연성도 좀 확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여러 차례 하고 있잖아요. 이재명 정부는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자는 측면에선 문재인 정부랑 다르면서도, 모두를 위한 성장이 되도록 분배나 사회적 안전망을 체계적으로 접근하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름의 균형점을 갖고 있고, 이 점에서는 굉장히 차별성이 있습니다. 다만 남은 숙제는 ‘실용적인 것까지는 좋은데, 아무리 실용이라도 방향성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건데 대한민국 모두에게 주어져 있는 숙제입니다.”
- 정권 초기고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자신감이 맞물려 가능한 실용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혁신경제로 가야 한다고 다들 말을 하는데 이 혁신경제라는 게 사람 잡는 겁니다. 끊임없이 기존 틀을 깨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걸 의미하거든요. 인공지능 전환이 왜 잘 안됩니까? AI를 기업 조립라인에 갖다 붙인다고 AI시대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일하는 방식, 조직하는 방식, 의사결정하는 방식 모든 걸 바꾸라고 요구하는 게 AI 전환입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면 안 하려고 그러잖아요. 숙련공의 숙련 자체를 데이터로 전환해보려 하니까 ‘그러면 데이터만 뺏어가고 해고할 거 아니냐’고 합니다. 말로만 인공지능 전환할 일이 아니라 여기에 따르는 사회적 합의와 청사진이 필요합니다.”
- 정규직도 불안한 AI시대에 노동자들이 유연화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제 세금을 어느 수준으로 걷고 복지와 사회적 안전망을 어느 정도로 넓히면서 노동시장을 좀 유연하게 갈 거냐 하는 문제가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그냥 유연화만 해라, 보호만 하자 이런 식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거 지난 수십년간 겪어봤지 않습니까? 이 세 축을 함께 합의를 봐야 됩니다.”
- 자문회의나 김 부의장의 역할이 여권에서 다른 그런 목소리를 내는 거로 봐도 될까요.
“대통령은 정부 부처나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보고를 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굳이 헌법기관으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둔 이유는 민간의 견해라든가, 다른 전문가의 견해, 혹은 좀 의견이 다른 그룹의 지혜까지도 자문해 대통령이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일 겁니다. 그런 역할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조금씩 해나가려고 합니다.”
- 김 부의장은 ‘성장다운 성장, 포용다운 포용’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이 시점에 특히 중요한 건 인적 투자입니다.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여서 이젠 평생직장을 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옛날처럼 서너 달짜리 직업훈련해서 현장에 재투입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최소 1년 길게는 2년 이상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지금 국민내일배움카드 제도라고 있습니다. 학원 수강료 등을 지원해준다는 거죠. 한 몇개월 해서 해결될 것 같으면 이렇게 해도 되죠. 근데 1년, 2년이 필요하면 먹고살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1년도 좋고 2년도 좋고 중위소득의 일정 수준을 보장받는 생애계좌 제도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평생 기본소득은 좀 먼 얘기니까요.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하는 사회적 인출권 제도랑 비슷한 겁니다. 족보가 있습니다.”
- ‘포용다운 포용’이 정규직 노조만의 과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약자들이 조직되지 않은 게 더 문제 아닐까요.
“목소리 크고 조직력이 센 쪽이 지금까지는 성과를 많이 가져가는 구조였습니다. 지금 목소리가 약한 쪽을 제대로 포용하는 게 과거 노사관계에서 근로자한테 좀 잘해주자는 것과는 다른 관점입니다. 약한 노동자들 힘을 키워주려면요, 조직이 잘된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이 절실합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원리대로 잘되고 있는 것 같습니까? 회사도 요리 빼고 저리 빼고, 원청 노동조합은 하청과 교섭하면서 자기들 몫이 줄어들까봐 경영진에게 태클을 하나씩 걸어놓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1·2차 대전 때 수천만명이 죽고 나서 산업별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노동운동이 본격화됐기 때문에 파업이 가능한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임금 체계가 재정리된 거죠. 그러니까 유럽 산업별 노조가 가졌던 숙련도 중심의 균등화·유연화 원리가 작용이 안 된 겁니다.”
- 유연전환이 규제 완화 등 전반적인 사회 유연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고도성장기를 거치면서 경직화된 구조들이 있습니다. 기업도 노동계도 그런 부분들은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가령 산업의 유연전환 이런 거는 다 동의해요. 잘 팔릴 수 있는 물건으로 미래에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산업의 품목과 기술의 성격을 바꿔야 하잖아요. 노동의 유연성 문제인데, 노동의 유연성만 갖고 따로 접근하면 우리 사회가 유연전환 능력을 갖추기보다 실랑이하다가 끝날 거라고 봅니다. 조세 부담을 어느 정도 할지, 복지와 안전망은 어느 정도로 갖출지와 노동시장 유연성을 함께 이야기해야 합니다. 생애계좌로 기본소득을 한 1~2년 적용해보자는 제안도 그런 차원입니다.”
- 대전환을 위해선 결국 사회적 합의밖에는 없는 건가요.
“모든 걸 사회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면 그 또한 책임을 미루는 겁니다. 정권을 가진 쪽에 보다 1차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봐야 될 것 같고요. 그다음에 정치권이 중요해요. 정치권이 자꾸 사회적 합의로 미루지 말고 조금 방향성만 잡아주면 사회적 합의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사회적 합의 모델이 통했어요. 엄청난 위기가 닥치니까 노사정이 나름 타협을 합니다. 그때가 급성질환이라면 지금은 만성질환입니다. 그러니까 ‘개혁 좋은데, 내 거는 건드리지 마’ 이런 분위기고요. 이게 앞으로 우리 발목을 잡을 거예요. 결국은 정치가 종합적으로 예술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고받기가 아니라, 어떤 비전에 대한 공유와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해야 합니다.”
-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런 역량이나 문화를 갖고 있을까요.
“소원이 있다면 우리 광장의 시민들이 노벨 평화상을 받는 거, 지방선거 이후 1년 정도 구조개혁의 창이 열린 동안 경제 대전환의 모멘텀을 만드는 겁니다. 국민의힘은 그런 의미에서 깊은 각성을 해야 됩니다. 무장을 한 위로부터의 내란은 국가폭력이잖아요. 여기에서는 민주공화국을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국민의힘은 이 당연한 얘기를 환골탈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여권에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협력하라고 요구를 해봐야 국민이 못 받아들이는데 의미가 있겠습니까. 보수정치에 혁명적인 대개편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보수정치도 사는 길이고, 굵직한 국가적 과제들에 대한 정치권의 합의 내지 협의도 한 발짝 진척이 가능합니다.”
- 보수정당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진전되기 어렵다는 진단으로 들립니다.
“민주공화국을 지키고자 했던 분들만이 포용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위로부터의 내란이 다시는 불가능하도록 정비가 이루어지고 나면, 민주·공화를 지켰던 광장의 시민들이 극단 세력을 제외하고는 함께 머리를 맞대 대한민국 미래를 논의할 마음의 준비는 가졌으면 합니다. 내부의 논란이 종식되고 더 큰 사회적·국민적 통합력이 발휘되는 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거죠. 이런 측면에선 여당도 내부 권력투쟁으로 간다면 내란 극복 의미라든가,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기민하고 유연한 현안 대응 의미를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 국민의힘의 퇴행 원인은 무엇입니까. 단순히 장동혁 대표 문제입니까, 구성원들의 문제인 겁니까.
“당이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배제하는 쪽으로 온 것이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개혁파도 소장파도 있었고 시장경제를 존중하면서도 복지는 강화하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다 쫓겨나거나 배제되거나 하면서 민주주의의 왜소화라고 할까, 세력과 정책의 지평이 껍데기만 남는 방향으로 온 겁니다. 국민의힘이 잘 봐야 되는 게 수도권 상황이에요. 수도권이 자신들 정치적 기반으로부터 떠난 상황에선 소선거구제가 무덤이라는 걸 알아야 하는데 그걸 깨닫지도 못해요. 수도권 선거구별로 5~8%포인트 차로 지고도 120여개 의석 중 국민의힘은 20석밖에 못 갖습니다. 이걸 왜 못 고치느냐, 특정 지역 헤게모니 때문인 건 다 아는 거잖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김 부의장은 “꼭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청년’에 관한 이야기였다.
“올해 1분기 경제가 전기 대비 무려 1.7% 성장했어요. 전년 동기 대비론 3.6%나 성장했습니다. 무역도 수출도 증시도 이런 지표들은 다 좋아졌잖아요. 그런데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1분기 청년 실업률이 최근 들어 가장 높은 7.4%입니다. 근데 이거도 허수예요. 실제로는 더 심각합니다. 확장 실업률은 17~20% 안팎일 거예요. 이 부분에 정부와 정치권이 보다 집중해야 합니다. 청년세대의 정치적 대표성도 문제입니다. 15대 총선부터 통계를 보면 국회의원 중 20~30대 비율이 149개국 중 최하위권입니다. 여든 야든 청년을 비례적으로 대표하는 것에 실패했고, 의도적으로 억눌러왔습니다. 정당들이 함께 노력해 공공 정책에 청년들의 대표성과 프리즘이 작동되게 하는 게 경제 측면에서도 미래 지향적 정치를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 청년세대의 대표성이 높아지면 정치가 좀 바뀔까요. ‘반전’을 오래 하셨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정치가 달라질 거라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들도 정치적 기회를 달라고 요구만 하는 건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미래세대다운 정치적 비전과 정책 대안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검증해야 합니다. 혼자 이래저래 공천받기 위해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집단적인 정치 주체 형성을 위한 노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 자문회의 부의장을 계기로 정치에 복귀할 뜻은 없습니까.
“전혀 없어요. 왜냐하면 정치는 남을 당선시켜줄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해야 해요. 자기 혼자 아등바등하고, 의정활동 좀 잘한다는 것으로 정치 오래 할 생각 하면 안 됩니다. ‘5년의 숨구멍, 1년의 창’ 모두 딱 시민으로서의 바람인 것이고, 정치는 더 이상 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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