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출신변호사 [내 사건에, 내 자리를] 피해자에게도 ‘법적 정의 실현’의 욕구가 있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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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사법체계가 발전해오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잊힌 존재’였다고 설명했다. ‘피해자학’이라는 분야가 있긴 하지만 피의자(피고인)와 처벌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일반 형법 연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고 생소하다. 조 교수는 “이론적으로 보면 ‘잊힌 존재’로서 피해자의 지위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서 피해자학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지위’란 화두를 사회에 던진 건 법률전문가나 연구자들이 아닌 피해자들이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당한 일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피해자의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부끄러움과 피해자다움을 기대하는 ‘전형적 피해자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말하고, 뭉치고, 사회적 공감을 받는 장면이 점차 늘어나게 됐다. 피해자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면모가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조 교수는 한국에서 피해자의 당사자성이 주목받은 계기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꼽는다. 그는 “특히 젠더범죄의 경우 과거에는 피해자에게 사회적 낙인이 가해지다 보니 피해자가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했는데, 미투 이후 피해자가 사회적 공감을 받는 대상이 되며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봤다. 사회 전반적으로 ‘억울해도 참아라’, ‘내가 참아야지’하는 풍조가 옅어진 것도 작용했다. 조 교수는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는 피해자가 등장하면서 권리 의식이 강해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자신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법적 정의라고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미선 교수는 “피해자는 가해자가 처벌받아야 자신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관계에 있다. 절차적 지위를 떠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라고 했다. 예를 들어 만약 피해자가 신고한 성범죄가 범죄로 인정받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당한 일은 ‘우연한 사고’가 된다. 조 교수는 “가해자가 형사절차를 통해 무죄를 입증받으려는 욕구를 갖는 것과 반대로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정의 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은 정의 실현의 욕구에 점점 눈을 떠왔지만 제도는 여전히 ‘검사 대 피고인’ 이분법에 매여 있다. 여러 국가가 부대공소제도·사인소추제도(독일), 사소제도(프랑스), 피해자참가제도(일본) 등을 마련해 온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도 피해자에 관한 논의를 찾기 어려웠다.
향후 보완해야 할 제도에 관해 조 교수는 “피의자(피고인)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는 것처럼 피해자도 형사소송법상 피해자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자변호사 제도는 피해자의 형사절차상 피해를 방어하고 법률 조력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성폭력, 인신매매, 스토킹 등 형사특별법에 명시된 범죄군에만 피해자변호사 선임의 특례를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피해자변호사는 의견진술권 등을 갖는다.
형사특별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조 교수는 “근거법령이 없다면 검사와 재판부가 피해자 측 변호인을 단순 대리인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의견진술권도 재판장 재량에 따라 달라진다”고 짚었다. 그는 “새로운 범죄가 등장할 때마다 매번 형사특별법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피해자가 사건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돕는 지원체계 역시 부족하다며 “장기적으로 피해자가 원래의 삶 가까이 돌아가고 사건의 ‘종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독일에 유럽연합(EU)의 보호주의를 막아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가 중국 정부에 중국 기업들의 과잉생산과 가격 경쟁을 억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EU가 중국에 무역적자 해결을 요구하면서 중국의 자동차 산업 등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생산과 가격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EU 상공회의소는 중국의 제조업 발전을 “경이로운 기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중국의 산업 정책이 “종종 심각한 자원 배분 오류와 시장 비효율성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EU 상공회의소는 중국의 보조금 정책과 저평가된 위안화 등을 과잉생산 문제의 이유로 제기했으며, 수익성 없는 기업의 도산을 위한 파산 신청 및 인수합병 활동 촉진 등도 권고했다.
옌스 에스칼룬드 EU 상공회의소장은 “올해 처음으로 중국이 유럽에 미치는 영향과 유럽 산업계가 직면한 압력에 대한 견해가 수렴되는 것 같다”며 “만약 중국이 개별 회원국에 접근함으로써 유럽의 단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21일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중국과 EU는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이며 무역전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독일은 세계 주요 경제국이자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라며 “독일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EU 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말했다.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의 발표와 왕 부장의 통화는 EU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라며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는 최근 중국 측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대유럽 수출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U는 중국산의 EU 하이브리드차 시장 점유율을 현재 3분의 1 이상에서 약 15%로 낮추도록 요구했다. 중국이 자율적 수출 제한에 응하지 않을 경우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U의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은 2024년 10월 3800대에서 2026년 7월 5만대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EU는 2024년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의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산 전기차 수입 증가세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10%의 관세만 적용받는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입이 급증했다.
EU는 중국산 하이브리드차 수출 제한 외에도 화학제품 등 다른 산업에서도 중국의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유럽산 제품 구매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6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EU의 대중 무역적자가 하루 10억 유로에 달한다며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두 번째 중국 충격이 이미 도래했다”며 EU가 양측 관계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EU와 중국 간의 무역 문제에서 온건한 입장이었지만 최근 자국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면서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부총리는 지난 17일 폭스바겐 본사를 방문해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서야 한다”며 “우리 산업을 위협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독일이 지금과는 다른 수준의 자신감과 단호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다음 달까지 중국에 무역적자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EU 통상 수장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이 다음 달 8~9일 베이징을 방문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회담한다.
(⑥편에서 이어짐)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4월, 주호(40·가명)는 국회의사당 7층 의안과 앞에서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다. 막으려는 자와 뚫으려는 자의 몸싸움이 치열했다. 대치는 몇 날 며칠 이어졌다. 주호는 나흘을 국회에서 먹고 자야 했다. 그는 국회의원실 보좌진이었다.
2019년에도 검찰개혁이 최대 정치 현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신속하게 처리하고자 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공수처 신설에 반대했다. 법안 접수를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이 국회 의안과 등을 점거했다. 막힌 문을 뚫으려는 민주당 사람들과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7년 만의 ‘동물국회’였다. 빠루(쇠지렛대), 망치, 장도리가 등장했고 다치거나 탈진한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갔다. 의원님들은 방송사 카메라가 철수하면 퇴근했지만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밤이고 낮이고 국회를 지켜야 했다. 밤이 오면 주호는 간이침대에 몸을 뉘였다. 병든 정치의 한복판에서 주호의 몸과 마음도 지쳐갔다.
주호를 처음 만난 건 2025년이다. 여러 중독 당사자들이 그랬지만 주호도 전혀 약물 문제가 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서글서글하고 주위 사람들을 묵묵히 돕는 사람이었다. 중독 당사자 공동체에서 생활하던 그는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때, 물건을 찾아야 할 때, 누군가 심부름을 다녀와야 할 때 언제나 주저 없이 “제가 할게요” 하고 말하곤 했다. 여진이 미나의 재판 일정 때문에(①편 참조) 고민하고 있을 때 주호는 별 말도 없이 재판 기일 변경 요청 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었다. 왕복 세 시간 거리를 운전해서 구치소에 있는 미나를 격려하러 오기도 했다. 그 먼 길을 달려와서 접견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이 고작이다.
주호는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말 잘 듣고 착실한 주호를 특히 어른들이 예뻐했다고 한다. 대학 진학도, 취직도 무난하게 했다. 큰 부침 없이 살아왔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 일은 고됐지만 보람 있고 즐거웠다. 입법의 최전선에서 일한다는 자긍심과 사명감도 컸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의원실 식구들과 같이 바다를 보러 놀러간 것, 바닷가에서 ‘영감님’ 흉을 보며 동병상련을 나눈 것이 주호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 주호의 뱃속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었다. 내시경 중 길이 4㎝의 종양이 발견됐다. 의사는 그냥 두면 암이 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주호는 개복 수술을 받았다. 배를 제법 갈라야 하는 큰 수술이었다. 더 늦기 전에 발견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주호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술 후 국회로 돌아가려니 몸이 예전같지 않았다. 계속 처지고 아팠다. 그전엔 쉽게 해내던 일들이 벅차고 짜증스러워졌다. 주호가 지친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에 한 달 병가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국회는 사람을 넉넉히 기다려 주는 곳이 아니었다. 주호는 동료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스스로를 다그치기로 했다.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와중에도 주호는 의원을 모시러 지역구를 오갔다. 비서가 직접 깨우러 가야만 일어나는 의원, 아침상에 ‘써니 사이드 업’ 계란후라이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의원, 젓갈 반찬이 없으면 역정을 내는 의원…. 주호는 이런 의원들에 비하면 그가 보좌하던 의원은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다만 서울에서 2시간 걸리는 지역구에서 매일 출퇴근하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었다. 새벽같이 의원을 태우러 지역에 가야 했다. 깊은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의원회관에 있는 수면실은 일부러 안 갔어요. 너무 푹 잠들면 못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주호는 늘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잤다. 졸음운전을 하는 날도 있었다. “이러다 정말 죽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몸이 긴장에서 자유로울 날이 없었다. 주호는 점점 우울해졌다. 일을 다 때려치우고, 때로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면서도 주호 안에 자리잡은 책임감은 ‘버텨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살기 싫지만 버티기는 해야 한다는 마음. 국회 생활은 이런 모순된 상태로는 지속할 수 없는 것이었다. 주호는 한계에 몰려 있었다. 이 상황을 넘기려면 ‘각성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잠을 덜 자고도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했다. 국회의 하루는 어느 곳보다도 빨리 시작되고 늦게 끝났으니까. 구글에서 여러 날 정보를 뒤졌다. 텔레그램 대화방 같은 정보들이 술술 흘러나왔다고 주호는 말했다. 각성제라는 답을 정해놓은 주호의 눈에 ‘필로폰’이 들어왔다.
주호는 본디 호기심이 많았고 궁금하면 해 보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주호는 본래의 주호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거죠. 그때는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주호에게 필로폰은 버틸 수 없는 시간을 지나가게 해줄 묘약처럼 보였다. 2019년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무슨 약인지 알았다면 당연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끌림만 있고, 주호가 알아야 할 정보는 없었다. 한국 사회가 아직 본격적으로 마약 문제를 앓기 전이었다. 끊기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주호가 아는 건 거기까지였다. 자신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던지기 수법’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주호가 약을 살 때만 해도 판매자와 구매자가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대면으로 돈과 물건을 거래했다. 딜러는 차로 2시간 거리를 이동해 주호를 만나러 오기도 했다.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돌아보니 남는 장사였다. 한 번 물건을 산 고객은 거의 반드시 충성 고객이 된다. 그렇게 그의 팔에 주사기가 꽂혔다.
첫 투약. 약을 사두고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 며칠을 놔뒀다. 약 하는 사람들을 찾아서 같이 해보기로 했다. 물론 좋았지만 ‘이거 없이는 못 살겠다’는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젠 더 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힘들 때만 가끔씩 사용하면 되는 약물 같았다. 적은 양만 했는데도 정신이 충분히 각성돼서, 남은 약은 사람들에게 주고 왔다.
착각이고 오만이었다.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주호의 머릿속을 약이 지배하고 있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운전하는 중에도, 국회에 있을 때도… 계속해서 생각났다. 하는 방법도 알았겠다, 주호는 혼자 알아서 약을 하기 시작했다.
첫 투약 후 두 달 만에 주호는 검거됐다. 운이 나빴다. 10년, 20년 약을 해도 걸리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그 운은 주호의 것이 아니었다. 수사기관에게 국회 보좌진 신분인 주호는 일종의 횡재였다. 기사도 나왔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진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던지기로 구매하려다 덜미’. 주호가 어떻게든 버텨보려던 국회는 순식간에 전 직장이 됐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빨간 줄’도 그어졌다.
안간힘을 써서 남아있으려던 곳에서 튕겨 나오고 나니 그 다음은 끝없는 공허였다. 허무가 주호를 마음껏 집어삼켰다. “며칠은 망연자실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되고 나니까 약을 안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약이나 실컷 하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계속 했어요. 막 했어요.”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경찰에 잡혔다. 착실한 모범생, 성실한 보좌진 주호는 수감 신세가 됐다. 이걸로 끝이었을까? 출소한 주호는 또 약에 손을 댔다. 마약은 끈질기게 사람을 망치고, 징역은 약 끊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그는 2년 만에 다시 철창에 들어갔다. 12·3 비상계엄 이후 며칠 뒤 세상에 나왔다.
2019년의 주호는 필로폰이 아니라 위로와 안식이 필요했다. 7년 전 자신이 안쓰럽고 위태로웠다는 것을 지금은 알 수 있다. 주호는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 자부심과 자존심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망가진 생각은 이거였다. “당시에는 정치판 물도 이상하게 들었던 것 같아요. 나까지 뭐 된 것 같은 착각. 난 안 걸릴 거고, 걸려도 힘 잘 쓰면 한 번 정도는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말 같지 않은 생각이죠.”
주호는 1년 가까이 단약 중이다. 지나온 시간을 술술 풀어준 끝에 주호는 말했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제 이야기가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⑧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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