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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노동과 삶]시키는 자 없는 과로, 알고리즘이라는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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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6-05-25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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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소득과 승진, 인정과 경력 개발, 가족과 나의 안정된 삶. 그러나 과로와 산재, 아플 때도 일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까지 ‘자발적 선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강제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몰아붙이다 죽음에 이르게 되는 노동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몇해 전 5월, 한 쿠팡 새벽배송 기사가 밤샘 배송을 마친 뒤 자택에서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다. 41세였다. 유가족은 그가 관리자에게 보낸 문자를 발견했다. “개처럼 뛰고 있다.” 사망 전 12주 동안 그는 주 평균 73시간21분, 주 6일 야간노동을 했다. 그가 떠난 두 달 뒤 같은 회사의 또 다른 새벽배송 노동자가 숨졌다. 2026년 2월에도 한 새벽배송 기사가 배송 도중 쓰러졌고, 투병 끝에 사망했다. 이 죽음들을 단순한 사고라 부를 수 있을까.
한국의 산업재해는 여전히 낡고도 잔혹한 문제다. 2025년 한국의 산재 사망자는 1735명, 하루 평균 약 6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 숫자의 한가운데에 이제 새로운 유형의 산재가 들어와 있다. 플랫폼 노동의 위험이 새롭게 얹히고 있다. 배달라이더 산재 승인 건수는 2019년 1075건에서 2023년 6405건으로 6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렇다면 이 위험은 누가 만드는가. 회사는 명령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노동자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무언가가 작동하고 있다. 알고리즘이다.
사회학자 마이클 버라워이는 제조업 노동자들이 경영진이 설계한 ‘게임의 규칙’을 받아들이며 스스로 노동 강도를 높이는 현상을 ‘설계된 동의’라고 불렀다. 강제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걸린 게임에 참여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에서 이 메커니즘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 관리자가 했던 일을 이제 알고리즘이 한다. 다만 더 보이지 않고, 더 개인화되며, 더 작은 단위로 쪼개져 작동한다.
플랫폼에서는 알고리즘이 일을 배정하고, 평가하고,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는 종속을 경험하지만, 자신을 종속시키는 상대를 정확히 식별하기 어렵다. 별점, 등급, 배차 우선순위 등은 노동자에게 매 순간 자기 관리를 요구한다. 한 건의 호출, 한 번의 배달, 하나의 일감으로 쪼개진 노동은 ‘진짜 고용’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작은 단위들이 쌓이며 플랫폼에 대한 의존은 더 강해진다.
알고리즘은 단순한 기술 도구가 아니다. 위험한 게임을 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높은 등급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행률과 배달 실적을 충족해야 한다. 등급에 따라 배차 우선순위와 수수료가 달라지고, 새벽배송에서는 일정 수준의 업무 수행률을 충족하지 못하면 배송 구역이 회수되는 이른바 ‘클렌징’이 작동한다. 명시적 강제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알고리즘의 내부 원리를 알 수 없는 노동자에게 합리적 선택은 대체로 하나로 수렴된다. 더 오래, 더 빨리, 더 많이 일하는 것.
그 결과는 몸에 새겨진다. 2025년 8월 군포의 쿠팡이츠 라이더는 골드플러스 등급을 유지하며 사고 전날 14시간을 일하다 숨졌다. 배달노동자 조사에서 42.7%는 인센티브와 직결된 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새벽배송 노동자 조사에서는 83.8%가 업무 속도가 알고리즘에 좌우된다고 응답했지만, 산재보험 가입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알고리즘은 노동자에게 직접 “과로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과로가 합리적 선택처럼 보이는 조건을 설계한다.
그러므로 이 죽음들은 개인의 비극만이 아니다. 우연한 사고도, 순수한 자발적 선택의 결과도 아니다. 등급제와 인센티브, 평가 별점과 배차 알고리즘이 결합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그 마지막 메시지는 그가 자신의 노동을 몰랐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는 뜻에 가깝다.
2024년 12월 발효된 EU 플랫폼노동지침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노동자에게 공개할 의무, 알고리즘 결정에 대한 인간의 감독과 노동자의 이의제기 권리, 그리고 계약 종료와 같은 핵심 결정을 알고리즘만으로 내릴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회원국들은 올해 안으로 이를 국내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에도 같은 수준의 알고리즘 투명성과 노동자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 형식상 위탁계약이든 약관 가입이든, 알고리즘을 통한 실질적 종속이 존재한다면 노동자로서의 보호가 적용되어야 한다. 자발적 과로라는 역설의 이면에는 불균형한 힘으로 설계된 규칙이 있다. 알고리즘이라는 블랙박스다.
2위 맨시티 본머스와 비겨 ‘확정’세트피스 전술·탄탄한 수비라인아르테타 감독 ‘체질 개선’ 결실1 대 0 승리 반복 끝에 축배 들어
아스널이 마침내 2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정상에 올랐다. 과거 아스널을 상징하던 아름다운 축구와는 결이 다른 변신이 ‘4스널’ ‘만년 2위’ 아스널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아스널은 리그 2위 맨체스터 시티가 20일 열린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본머스와 1-1 무승부에 그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아스널은 전날 번리와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이겨 승점 82점을 쌓았다. 맨시티는 이날 무승부로 승점 78점에 머물면서 주말 열리는 최종 라운드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로써 아스널은 아르센 벵거 감독 체제로 전설적인 ‘무패 우승’을 이룬 2003~2004시즌 이후 2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오랜 기간 상위권을 지켰으나 4위에 그친 적이 많아 ‘4스널’로 불리다 최근 3년간 우승 경쟁을 펼치다 2위에 머문 아픔 끝에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로이터통신은 “강철로 스타일을 바꾼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부상 선수 속출과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히는 시간이 길어지자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세트피스를 확실한 공격 루트로 만들었다. 아스널은 이번 시즌 세트피스에서 24골을 넣었고, 이 가운데 18골은 코너킥에서 나왔다.
아스널의 이번 우승은 ‘잘하는 축구’보다 ‘이기는 축구’였기에 가능했다. 윌리엄 살리바와 가브리엘, 주리엔 팀버가 버틴 수비 라인은 시즌 내내 안정적이었다.
로이터는 아스널이 여전히 유럽 무대에서는 유려한 오픈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보다 더 육체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변했다고 짚었다. 가디언은 아스널이 세 차례 준우승의 좌절을 지나 마침내 아르테타 체제에 대한 믿음의 보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아스널은 시즌 중반 이후 압도적이지 않은 날도 많았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무너지지 않았다.
1-0 승리가 반복됐고, 세트피스 한 방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경기가 늘었다. 일부에서는 아스널의 세트피스 의존을 두고 ‘못생긴 우승’이라는 식의 평가도 나왔다. 아스널은 더 이상 재능 많은 젊은 팀에 머물지 않았다. 부딪치고, 버티고, 이기는 팀이 됐다.
아르테타 감독도 맨시티 왕조를 직접 끌어내리며 페프 과르디올라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그는 맨시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코치로 일했고, 아스널 부임 뒤에도 한동안 ‘제자’라는 시선 속에 있었다.
아이폰과 함께 질주하며 ‘인공지능 섬’ 모토로 AI 공급망 거점 박차올해 1분기 성장률 13.7%로 39년 만에 최고치…한국·일본 모두 압도IT 제조업 노동소득 분배율, 한국의 절반…타 산업·내수는 점점 위축소비보다 금융에 투자 체감경기 악화…“5년 내 GDP 독주” 전망에 변수
1993년 월드뱅크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한 편의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서 월드뱅크는 1970~1980년대 급격한 성장을 이룬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4개국을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렀다. 그로부터 33년이 흐른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전망보고서가 주목을 받았다. 5년 뒤인 2031년 대만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6000달러에 이르며 한국과 일본을 1만달러 이상 앞설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대만 경제일보는 “대만·한국 GDP 전쟁, 1인당 GDP 한국 따돌린 대만, 5년 뒤엔 격차 더 벌릴까”라고 보도했다.
국내 반응은 더 자극적이었다. 한국의 일부 유튜버들은 “한국 망했다”식의 영상을 쏟아냈다. 조선일보는 “TSMC의 대만 5년 뒤엔 … 한국과 ‘노는 물’이 다르다”고 했다. IMF의 시나리오처럼 5년 뒤 대만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둔 나라가 돼 있을까. 대만 경제의 명과 암을 짚어봤다.
애플 신화에 올라탄 대만의 ‘선택과 집중’
대만이 발표하는 올 경제지표는 매 분기 ‘서프라이즈’하다. 대만 행정원 주계총처는 대만의 1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39년 만의 최고 성장률이다. 지난해에도 대만은 8.7%의 고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1.0% 성장에 그친 한국, 1.1% 성장에 그친 일본을 압도했다.
IMF에 따르면 대만의 1인당 GDP는 지난해 3만9490달러로 한국(3만6230달러)을 넘어섰다. 한국에 추월당한 지 22년 만이었다. 앞서 2023년엔 일본을 처음으로 따라잡았다. 10년 전만 해도 대만이 한국과 일본을 넘어서리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2012년 대만의 1인당 GDP는 2만1260달러로 한국(2만6600달러)보다 적었다. 일본(4만9660달러)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됐다.
탄탄한 중소기업을 바탕으로 고속성장하던 대만은 2000년 들어 깊은 침체에 빠졌다. 저임금을 앞세운 중국의 빠른 성장은 대만 산업을 공동화했다. 하청 중심의 저부가가치 중소기업으로는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와도 경쟁하기 버거웠다.
저임금, 저물가, 저성장에 허덕이던 대만은 정보기술(IT)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2016년 5월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를 주창하고 나섰다. 때마침 고공성장한 애플은 대만 경제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됐다. 애플은 스마트폰의 경쟁자가 된 삼성전자 대신 TSMC를 반도체 공급자로 선택했다. TSMC는 이를 앞세워 연구·개발(R&D) 및 첨단설비에 적극 재투자했고, 까다로운 애플의 품질 기준과 보안 요구사항을 통과하자 엔비디아, AMD,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의 구애도 시작됐다. 아이폰에 납품하는 카메라 렌즈, 기판, 케이스 등 다양한 관련 제조기업들이 동반 성장했다.
2025년 취임한 라이칭더 총통은 ‘인공지능 섬(AI 아일랜드)’을 모토로 내세우며 ‘AI 플라이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을 세계 AI 혁신과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만은 TSMC·UMC 등 파운드리(위탁생산),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 등 시스템 반도체, 르웨광·신텍·중화정밀테크 등 패키징에 이르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2개의 큰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온 반면 대만은 TSMC를 필두로 반도체 생태계를 잘 구축해왔다”며 “메모리 실적에 가려 있어서 그렇지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 한국은 이미 대만에 크게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1위’ 화려한 타이틀 속 체감빈곤
경제일보는 지난 4월30일 “대만·한국 GDP 대전-경제성장률에서 이겼지만, 체감경제에서는 졌을까?”라고 보도했다. 대만 빈과일보도 지난 12일 “GDP 일본·한국 추월했는데도 왜 가난 체감?”이라고 기사를 냈다. 화려한 성장의 온기가 생각만큼 대만 사회 전체로 퍼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대만 재정부 관무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은 6400억달러 규모를 수출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반도체(32.7%)와 서버·컴퓨터류(28.7%)가 전체의 61.4%에 달했다.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이른다. 비IT 부문이나 내수의 역할이 그만큼 위축돼 있다는 것으로 성장에 따른 과실이 일부에 집중돼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소득이 충분히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IT 제조업의 노동소득 분배율은 대만이 28.4%로 한국(49.1%)의 절반에 불과하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을 보면 칩을 생산하는 TSMC가 10% 정도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한국 주요 대기업과 비슷할 뿐 전자부품 생산·조립 기업인 아수스, 퀀타, 폭스콘 등은 3~5%에 그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만의 월평균 임금은 6만4000대만달러(약 290만원)로 같은 기간 한국(420만원)의 70% 수준에 그친다. 이준호 한은 중국경제팀장은 “AI 반도체 수요가 확산된 2024년 이후 IT 제품 수출은 2배 넘게 늘어난 반면 비IT 제품은 정체되면서 IT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생산 격차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더욱이 임금 보상이 IT 기업 간에도 편차가 커 가계 내에서 격차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의 이윤이 직원들의 임금보다는 주식시장을 통해 주주에게 분배되는 것이 대만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마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국내에 떨어지는 몫이 적다는 문제도 있다. TSMC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70%가 넘는다. 이는 50% 내외인 삼성전자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부의 상당액이 외국인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 축적된 자본이 소비보다 금융에 재투자되면서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빈과일보는 “‘아시아 1위’라는 화려한 타이틀 뒤로, 대중 사이에서는 ‘체감빈곤’이 만연해 있는 상태”라며 “대만인 자산의 약 80%가 주식, 펀드 등 금융자산에 쏠려 있어 투자 특급열차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물가와 집값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데이터와 정반대되는 빈곤을 체감할 수밖에 없다”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러클 대만, 지경학에 발목 잡히나
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 반도체 호황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이 다수다.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반도체 업체 설비투자의 7~8배 수준에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8일 보고서를 내고 “올해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자본지출 증가율이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도체 업사이클이 2027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라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과 AI 과잉투자 우려는 있지만 큰 흐름은 꺾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만 경제 5년 전망의 포커스는 ‘업황’보다 ‘지경학’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대만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반도체 패권이 통째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다년간 훔쳐갔다”며 “대만에 있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모두 미국으로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대만 현지에서도 정치경제학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대만에서 반도체 산업을 미국으로 빼돌린 뒤 대만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들리기 때문이다.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키웠던 것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했지만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만은 대체 불가능한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해 강대국들이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지키도록 하는 ‘실리콘 실드(Silicon Shield·실리콘 방패)’ 전략을 펴왔다.
미국 정부는 인텔의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애플도 10년 만에 인텔과 삼성의 파운드리를 찾으며 TSMC 독점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포천 인터뷰에서 “(TSMC가) 중국에서 칩을 들여오기 시작했을 때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인텔을 보호할 수 있는 관세를 부과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인텔이 그 모든 사업을 차지했을 것이고 대만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대만 관세를 한·일과 같은 수준인 15%로 인하하는 조건으로 5000억달러의 반도체 분야 투자와 생산공정의 40% 이전을 요구했다. 이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관세 100%를 물릴 수 있다고 압박한 상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지경학적으로 볼 때 미국은 중국에 맞서 대만을 핵심이익으로 지켜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대만이 가진 능력을 중국에 안겨줄 생각도 없다는 점에서 대만 반도체 미래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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