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코오롱하늘채 [경제직필]남들이 싫어해도 옳은 세금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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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정치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재선이 실존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 유권자’도 아닐 텐데 지지 정당의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정치가 이 모양인 이유는 정치공학에 능한 사람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것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없어서일까.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이론과 원칙으로 따져보자. 조세의 원칙은 단순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그런데 ‘소득’이란 무엇일까. 현금을 받으면 소득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주식이나 채권, 특정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받는 것도 소득이다. 마찬가지로 거주 주택을 이용할 권리를 누리는 것도 경제적 실질로는 소득이다. 경제학에서 가장 널리 인정되는 소득의 정의인 힉스 또는 헤이그-사이먼스의 소득 개념으로는 자가주택을 이용할 권리도 소득이다.
그런 의미에서 취득세와 같은 거래세는 나쁜 세금이다. 주택 취득은 순자산 증가, 즉 소득 증가가 아니다. 단지 현금이 주택으로 형태만 바뀐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소득 없는 행위’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거래는 사회 전체의 후생을 높인다. 팔고 싶은 사람은 팔아야, 사고 싶은 사람은 사야 이득이다. 높은 거래세는 거래를 위축시켜 사회 후생을 줄이면서도, 소득 없는 곳에 부과되는 세금이니 나쁜 세금이다.
반면 부동산을 보유하며 누리는 혜택은 경제학적으로 소득이다. 이를 ‘자가주택 귀속소득’이라 하며, 이는 유엔의 국민계정체계(SNA 2008)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통계에도 포함된다. 주택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이 GDP에 포함되듯, 자가주택에서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임대료 역시 소득으로 본다.
쉽게 생각해보자. 내가 노동을 제공하고 현금을 받아 임대료를 내든, 노동 대가로 주택 거주권을 받든 경제적 실질은 같다. 실제로 소득세법상 근로 대가로 받는 복지 혜택에도 원칙적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세법이 허술하다면 우리는 모두 월급을 현금 대신 각종 증서로 받을 것이다. 월급 대신 주택 임차권, 학자금, 외식권 등으로 받으면 세금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세법은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외형이 달라도 동일한 소득에는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조세의 제1원칙이다.
경제학에서 좋은 세금은 ‘조세 중립성’을 가진 세금이다. 조세 중립성이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세금이 왜곡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컨대 10억원을 가진 사람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째, 10억원으로 주택을 사서 귀속임대소득을 누리는 방법. 둘째, 10억원을 투자해 그 수익으로 같은 주택의 임대료를 내는 방법이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 사업소득세로 수백만원을 내야 하지만, 전자의 경우 보유세(재산세)는 50만원 수준이다.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데 주택 구매에 더 큰 혜택이 주어진다면 조세 중립성은 무너진다. 그 결과 시장 비효율이 생기고 사회 후생이 줄어든다.
다만, 도시계획구역 내 부동산에 ‘도시지역분’이 추가 과세돼 보유세가 100만원 수준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도시지역분은 동일한 가액의 주택이 도시계획구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과세되는, 다소 이상한 세금이다. 역시 조세 중립성을 해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시지역분이나 취득세에 반대하는 뚜렷한 정치 세력은 없다.
결국 우리는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기보다, 익숙한 세금에는 저항하지 않고 새로운 세금만 반대한다. 취득세나 도시지역분처럼 오래된 세금은 조세 중립성을 해쳐도 문제 삼지 않는다. 반면 자가귀속소득에는 적은 세금을 부과해 오히려 조세 중립성을 깨뜨린다. 자가귀속소득을 과세하지 않음으로써 국가는 자금을 생산적 투자보다 비생산적 부동산 구매로 몰아가고 있다. 재산세와 종부세 같은 보유세를 인상하면 보다 더 많은 효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에게 부동산이 이전돼 사회 전체의 효율을 높이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재산세나 종부세를 올리는 일은 표가 떨어지는 정책이라 회피된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에는 눈을 감고, 개혁은 “남들이 싫어하니까” 하지 않는다면 마녀사냥도, 노예제도도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이 싫어해도 옳은 것은 옳다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 덕분에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모든 시대에는 경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선을 긋고, 안과 밖을 나눈다. 선을 긋는 행위는 언제나 단순하고, 그 단순함은 안도감을 준다. 선이 명확할수록 안쪽은 더 안전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정치적 상상력은 언제나 “경계가 분명한 공동체(bounded community)”를 향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공동체는 위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안쪽의 질서를 지키려면, 언제나 바깥의 혼란이 필요하다. 적이 사라지는 순간, 내부의 결속도 함께 무너진다. 그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적이 사라지면, 새로운 적을 찾아 나선다. 마치 사라진 신을 대신해 새로운 신을 만드는 신학자처럼. 의도라기보다 습관이며, 습관이라기보다 거의 반사에 가깝다. 인류의 오래된 방어기제가 정치의 본능으로 굳어진 셈이다.
냉전의 시절, 그 적은 분명했다. 북한이었다. 반공은 신앙이었고, 신앙에는 어둠이 필요했다. 그 어둠이 체제를 비춰주는 등불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그 빛은 희미해졌다.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더 이상 실감나는 공포가 아니다. 북한의 안보적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북한의 한국정치적 효용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뉴스 속 숫자, 교과서의 낡은 단어, 인터넷 밈의 소재로만 남았다. ‘실감나지 않는 적’이 된 것이다. 그런 ‘적’은 더 이상 정치를 움직이지 않는다.
본능적 더듬이는 즉각 발동했다. 시선은 북쪽에서 서쪽으로 향했다. 이번엔 이념이 아니라 문명이다. 이념의 향기를 남기되, 정치·경제·문화를 버무렸다. “전체주의적 중국 대 자유로운 한국.” 간단하고, 강렬하고, 무엇보다 익숙하다. 한국을 공산화하려 했던 기억과 “짱깨”라는 은폐된 문화적 우월감이 절묘하게 섞였다. 중국은 이제 선거판을 흔들고, 인해전술처럼 몰려오는 관광객으로 재해석된다.
그러나 정치의 연극은 오래가지 못한다. 무대의 조명이 너무 밝아지면, 관객은 세트의 허술함을 알아차린다. 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가까워졌다. 수출도, 관광도, 문화도, 심지어 인구 구조까지 이미 얽혀 있다. 너무 거대한 적은 두렵지만, 정치적으로는 쓸모가 없다. 적은 실감나야 한다. 마을 뒷산을 오르며 적과의 한판 결투를 준비하는 자가 에베레스트산을 적으로 삼을 순 없다. 적은 반드시 손에 잡혀야 한다. 적어도, 그런 상상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은 어디일까. 혹여 시선이 안으로,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거리의 식당, 공사장, 양계장, 물류창고.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다. 그들은 낯선 언어로 주문을 받고, 낯선 이름으로 서명한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의 존재는 언제나 안과 밖 사이에 있다. ‘안의 타자’, 정치가 가장 사랑하는 재료다. 그들은 외부인이면서 내부에 있다. 손에 닿고, 눈에 보인다. 이보다 더 ‘실감나는 적’은 없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영국의 브렉시트 캠페인은 “폴란드인이 당신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문장 하나로 불안을 조직했다. 미국의 트럼프는 ‘남쪽 국경’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만들었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는 난민이 ‘안보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불안의 방향이 바깥에서 아래로 향하는 순간, 사회는 도덕적 근육을 잃는다. 더 이상 약자를 돌보는 힘이 아니라, 약자를 찾아 응징하는 힘만 남는다. 불안은 언제나 아래로 흐른다. 물처럼, 중력처럼. 그리고 그 아래에는 언제나 노동이 있다.
한국의 산업은 여전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그림자 속에 있다. 그 토대를 지탱하는 손들이 바로 그들이다. 필요하지만 불편한 공존. 그런 불편함이 혐오로 바뀌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는다. 혐오의 언어는 언제나 간단하다.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다.” 하지만 묘한 일이다. 그들이 떠나면, 그 일자리는 비어버린다. 아무도 가지 않는다. 적은 필요하지만, 노동은 원치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이단은 신앙의 그림자”라고 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적은 공동체의 그림자다. 그림자가 짙다는 건, 빛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그림자의 형태는 우리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테다. 마치 오래된 집이 제 기둥을 태워 겨울을 버티듯이.
‘실감나는 적’을 만들어야만 따뜻해지는 집. 그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아마 그 마지막 순간에, 그 집 안에는 아무 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벽에 비친 희미한 그림자 하나. 그것이 실은 우리의 얼굴이었음을.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무역 협상의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경우 막대한 이자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며, 투자 수익 창출 시점도 불확실한 만큼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향후 대미 투자 과정에서 한국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의 첫번째 쟁점은 몇년간 얼마씩 투자할 지다. 현재 미국 측은 향후 8년간 매년 25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은 외채 발행하지 않고 연간 150억 달러(약 21조원)선을 검토하고 있다. 외채를 발행하지 않는 조건은 협상에서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경로를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50억달러(약 21조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 요구에 따르려면 외화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정책금융기관의 한국계 외화채권(KP)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규모가 연간 50억달러(약 7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부족분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외채를 통해 대미 투자 재원을 마련할 경우 이자 부담으로 인한 외화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외채 확대로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인식을 높여 국가 부도 위험 지표인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CDS 프리미엄이 오르면 정부와 기업의 해외 차입비용 역시 함께 늘어난다.
여기에 투자자산의 수익이 불투명할 경우 부채 상환 시점과 수익 창출 시점이 어긋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자는 즉시 발생하지만 투자 수익은 불확실한 구조여서 환율 급등이나 자본유출이 겹치면 상환 여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외채 발행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7일 “한국은행이 연간 150억 달러를 조달하고 외채를 50억 달러가량 발행할 경우 외채 대비 준비자산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은 아니더라도 상시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심리적 불안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는 긴급 상황에서 달러 유동성을 확보해 외환 보유액 대비 외채 비중 확대에 따른 불안을 줄이는 수단이다.
투자 대상과 수익 배분도 첨예하게 양측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다. 투자 수익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채 발행 등 위험이 큰 재원 조달 방안을 고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은 특정 투자 분야를 결정할 때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일본은 관세협상에서 대미 투자 분야로 반도체, 에너지, 조선,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미국의 경제안보 분야로 한정했다. 구체적인 투자 대상 선정을 위해서는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투자위원회는 미국과 일본 양국 지명자로 구성된 협의위원회와 투자사업을 협의한 이후, 미 대통령에게 투자 대상을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본은 특정 분야 자금 조달에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유지만, 사전에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결국 투자 대상을 결정하는 최종 권한은 미 대통령이어서 주도권은 미국에 있는 셈이다.
다만, 미국 중심으로의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얻는 이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AI·양자컴퓨터 분야는 대미 수출 주력 분야와 다른 분야로 투자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정부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관여함에 따라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제도적 장벽이 완화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위험 사업에 미국 측이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국 측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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