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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일본 국민 아이돌 ‘아라시’ 안녕···27년만 활동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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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6-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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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아라시가 27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1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라시는 전날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콘서트 ‘위 아 아라시’를 끝으로 그룹 활동을 종료했다.
1999년 ‘폭풍’이라는 뜻의 이름으로 데뷔한 5인조 남성 그룹 아라시는 20년 넘게 활동하며 전 세대의 사랑을 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는 아라시의 전성기였다. 특히 2016년 인기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 해체 이후에는 명실상부한 국민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음악 축제 <홍백가합전>에 2009년부터 12년 연속 출연했으며, 2019년에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에서 축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멤버들은 음악 활동은 물론 연기, 예능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특히 마츠모토 준은 일본 드라마 <꽃보다 남자>, <너는 펫>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아라시는 데뷔 20주년인 2019년 기자회견을 열고 2020년부터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개별 활동을 이어온 이들은 지난해 5월 마지막 콘서트 투어 계획을 발표하며 그룹 활동 종료를 예고했다.
올해 3월부터 전날까지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삿포로 등 일본 5개 도시에서 총 15회 콘서트를 했다. 콘서트를 찾은 관객 수는 49만명에 이른다.
3시간30분간 진행된 마지막 공연에서 그룹의 리더 오노 사토시는 “오늘로 우리 활동은 끝나지만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낸 아라시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라며 “저 역시 그 소중한 기억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앞으로도 살아가겠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국민 아이돌 그룹의 마지막 행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라시의 마지막 공연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객 수만~수십만명이 몰리면서 숙박비가 치솟았다. 이에 철도회사 JR큐슈는 지난 3월 후쿠오카 하카타역에서 특급열차를 밤새 정차시켜 팬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강원 평창군은 조부모나 부모의 뒤를 이어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줄 가업 승계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평창군 청년 가업 승계 지원사업’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사라져가는 지역의 우수한 전통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지키기 위해 마련됐다.
지원 대상은 조부모나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하던 기업을 승계받은 지 3년 이내거나 승계 예정인 18세 이상 49세 이하의 청년 소상공인이다.
선정된 청년 가업 승계인에게는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대 2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지원금은 노후화 시설 개선과 인테리어 등 사업장 개선, 사업 운영 관련 기계·장비 구매, 경영·세무·마케팅 컨설팅, 브랜드 디자인 개발 및 온라인 판로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 가업 승계인은 평창군 인터넷 홈페이지 고시·공고란에 게시된 신청서를 작성해 오는 16일까지 평창군 경제과 경제정책팀으로 방문 또는 우편 접수하면 된다.
전해순 평창군 경제과장은 “오랜 시간 지역경제를 지켜온 기업에 청년들의 새로운 감각이 더해져 활력을 불어넣을 시너지를 기대한다”며 “이번 사업이 청년 가업 승계인의 초기 부담을 덜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인 김숨의 장편소설 <한 명>은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다섯 명뿐입니다. 소설이 그려 낸 시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습니다.
10년 전인 2016년에 발표된 소설 <한 명>의 화자 ‘그녀’는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창피스러워서, 너무 부끄러워서” 위안부 신고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녀가 어쩌다가 만주 위안소로 끌려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또 어떻게 살아남아 돌아오게 되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TV를 통해 위안부 생존자가 한 명 남았음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화자에게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고 ‘그녀’라고 칭합니다. “군인들이 지어준 이름들까지 합하면 그녀의 이름은 열 개가 넘었다. 그녀의 몸에 다녀갈 때 군인들은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고는 했다.”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 군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곤 했습니다. 여자친구 이름을 붙이거나 어린 소녀에게 ‘작은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찢기고 훼손된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을 다시 호명하기 위해 소설은 이름 대신 대명사 ‘그녀’를 사용합니다. 동시에 이는 특정한 한 명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름을 빼앗기고 지워져야 했던 수많은 존재를 함께 부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글자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고, ‘처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흰 머리를 염색하지 않는 그녀의 삶은 고통을 겪은 모두의 삶과 겹쳐지게 됩니다.
처절하고 참혹한 묘사 옆에는 각주가 붙었습니다. 316개나 되는 각주에는 ‘김복동’, ‘강무자’, ‘박두리’, ‘황선순’ 등의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한 삶 위에 겹쳐 쓰인 것임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맨 뒤 페이지로 넘겨 이들의 이름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기록과 증언을 이어붙인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각주라는 장치로 이들이 겪은 고통이 허구가 아님을 증명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모든 걸 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억했으면 오늘날까지 살지 못했으리라”는 말과 “어떤 말로도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 과거에만 멈춰있지 않는 기억은 현재로 이어집니다. 전시 <눈물의 행동들>은 <한 명>을 비롯한 김숨의 위안부 증언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증언은 과거의 기록으로 고정되지 않고, 지금의 몸을 통과하며 다시 읽히고, 말해지고, 덧쓰인다.”는 전시 서문처럼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은 녹음, 드로잉, 연극, 비디오, 바느질 작업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해집니다.
김복동 할머니의 내복에 혈자리를 새겨 넣은 <진짜 날 사랑했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떠날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한 할머니에게 답장하듯 주희 작가는 내의를 오래 어루만지며 억눌린 분노와 억울함을 풀어주는 혈자리, 마음을 안정시키는 혈자리 등을 실로 새겼습니다. 손끝으로 그 혈자리를 따라가다 보면,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몸의 감각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은 전시장 내부의 작업물에 직접 손을 대고 만지고, 나무 상자 안에 누워 보석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증언과 문헌, 사진 등의 기록을 엮어 직접 각자의 진(Zine. Magazine에서 파생된 말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담아내는 독립 출판물)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직접 진을 만들고, 읽고, 붙이고, 덧쓰며 전시의 일부가 됩니다.
고요한 전시장에는 끊임없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눈물의 행동들>이라는 전시명 때문인지 이러한 소리가 눈물처럼 느껴졌는데요. 보통 떨어지는 눈물을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만 이곳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떠난 뒤에도 소리가 귓가에 남았던 것처럼 슬픔을 듣는 경험은 낯설고도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소설 <한 명>과 전시 <눈물의 행동들>은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담아내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멈춰 있던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작동시키며 현재와 연결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이자 지금도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폭력이기에, 이 고통에 더욱 더 공감하게 됩니다.
“저도 기자인지라 지금 이 피해자분의 입장을 압니다. 이런 대형 언론사의 기자다 보면 아무래도, 당장 저만 해도 여러 변호사님들 옆에 계시고 하니까 인적 네트워크가 돈독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대형 언론사의 기자조차도 이런 스토킹 사건에서는 여지없이, 속절없이, 아무런 발버둥을 쳐도 어떻게 변하는 게 없다. 자, 그렇다면 일반, 그냥 보통 사람들은 어떻겠느냐. 이런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죠. 우리나라 법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위의 글은 한 대형 언론사 기자가 50대 남성 유튜버에게 7년간 겪은 스토킹 범죄를 다룬 JTBC <사건반장>의 클로징 멘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로 살아가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고, 이런 고통은 인적 네트워크가 두터운 기자에게조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형사 여섯 건, 민사 한 건, 총 일곱 차례 소송’이라는 길고 긴 싸움을 겪으며 모든 일들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레터에서 소개할 책 <탁월한 피해자>는 바로 그 기록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인 곽아람 기자는 자신을 “탁월한 피해자”, “완벽한 피해자”라고 칭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에게 일방적인 스토킹을 당했고, 그 피해 과정의 증거도 확실합니다. 법적 지식도 있고 주변에는 법조인 지인도 많습니다. 오랜 기간 근무한 직장도 있고 심지어 직업이 기자이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피해자이므로, 국가는 나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굳이 내 직업을 내세우지 않아도 국가는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과 달리 가해자는 계속해서 가해를 이어갔고 피해자를 보호할 시스템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법원에 무언가를 요청할 때마다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이나 “수감자의 개인정보”라는 말을 듣습니다. 탄원서가 동의 없이 피고인에게 공유됐고, 피고인이 증거를 부동의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수감 중에도 피해자와 주변인에게 편지를 보내며 스토킹을 지속합니다. 책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끊임없이 증명해나가야 하고 법과 제도는 이 목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는 과정을 짚습니다. 기자로서 접하는 수사기관과 피해자로서 접하는 수사기관이 전혀 다르다는 간극은 저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줍니다.
저자는 완벽한 피해자인 자신조차 죽을 만큼 힘들었기에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나의 안전, 시스템이 부정한 당사자성의 획득, 그리고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이 세 가지 이유를 새기며 분노를 발판 삼아 기록을 이어나갑니다.
책을 읽는 내내 ‘피해자다움’이라는 말이 지닌 폭력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자신의 태도를 검열하고 침묵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자인 저자는 “우리 사회에 약자로서의 피해자에 대한 견고한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하고 여기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면 수사기관이나 법조인 등이 피해자답지 않다고 여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사건 초기 한 변호사에게 “법원이 당신보다 가해자에게 더 관대할 수도 있어요. 당신이 가해자보다 법적 지식도 많고, 교육 수준도 높고, 나이도 젊으니까요”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자원이 많은 피해자라 여기며 피해자 지원 단체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꺼려합니다. 조건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 ‘피해자’일 뿐이지만 이 조건과 배경은 때때로 다르게 작동합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여기는 선입견이 되거나, 아무리 똑똑해도 “피해자 말은 공신력이 없어요”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처럼요.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써 내려갔다는 말처럼, 저자의 곁에는 그녀를 지탱하기 위한 연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겪은 김진주씨와 전 성폭력 전담 검사인 김세희 변호사, 반성폭력 활동가 ‘연대자 D’, 사건 공판 모니터링을 맡아준 여성단체, 서울디지털성폭력안심지원센터의 피해지원관 등 연대자들이 긴 싸움을 함께 해나갔습니다.
저자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1심 선고 결과를 기록하는 걸 포기한 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11장을 추가했고, 3차 사건은 재항고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입주자분들을 비롯한 많은 독자들의 존재가 또 하나의 연대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유튜브 쇼츠에서 ‘마지막’을 생각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하는 김민경 편집자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헤어지는 게 힘들어서 졸업식마다 눈물이 나고, 마지막 화를 안 본 드라마도 많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만큼 끝을 생각하기도 힘들다면서요. 입주자님들께 ‘마지막’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나요?
<마침표의 순간들>의 저자 소피 갈라브뤼는 이러한 ‘마지막의 순간’에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말합니다. 먼저 우리가 예측할 수 있지만 원치 않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하지만 예상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야 하죠. “죽음을 앞둔 사람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경우”나 “은퇴할 때 송별회 열기”처럼요.
다음으로는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마지막 순간이 있습니다. 타인의 의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관계의 끝이나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되는 죽음처럼, 인식하지 못하다가 마주하는 이별을 말합니다. 이러한 마지막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구원처럼, 혹은 오랜기간 바라온 도착점처럼 여기는 마지막 순간입니다. 나쁜 습관이나 집착을 끝내려는 결심, 중독을 끊기 위해 마지막으로 마시는 술처럼 고통을 끝내고자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죠.
저는 몇년 전 주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여러 차례 겪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건 ‘죽음은 존재 양식의 변화’라는 말이었습니다. 떠난 이가 다른 방식으로 제 곁에 남아있다는 뜻인데요. 소피 갈라브뤼도 우리에게 비슷한 차원의 위로를 건넵니다. 저자는 죽음은 “닥칠 때마다 매번 처음”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언제나 처음 겪는 일처럼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고, 어떤 준비로도 완전히 대비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동시에 어떤 존재와의 공존은 상실 뒤에도 계속된다고 말합니다. 함께 했던 순간은 기억과 감각 속에 영원히 존재하며 장소와 노래, 향기 같은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물질적으로는 사라졌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다른 형태로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과 존재의 부재를 견디는 또 다른 방법이죠.
“삶은 신비하게도 우리로 하여금 삶을 떠나는 법과 삶을 사랑하는 법을 동시에 배우게 한다”는 말처럼 저자는 은퇴, 이사, 우정의 단절, 사랑과 이별, 여성이 겪는 몸의 변화까지 삶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상적인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마지막이 ‘죽음’ 같은 무거운 순간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순간들 역시 끝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양한 형태의 끝과 시작을 경험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유한한 시간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말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아직 끝내는 것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철학 연습’입니다. 저자는 끝맺는 것이 어렵고 마지막이 두려운 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며 섬세한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철학 연습이지만 낯선 개념이 등장하진 않습니다. 얕은 위로나 감상에서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겪는 감정에서 출발해 명확한 언어로 사유를 확장해갑니다. 불가피하지만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마지막 순간을 겪은 뒤, 우리의 삶이 어떻게 지속되는지 짚어갑니다. 끝을 잘 견디는 법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고 싶은 입주자님들께 이 책을 건넵니다.
“보진 못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더 이상 이 세상에 소속되지 않는 그 눈물은 죽음과 삶의 영토 사이 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하여 내 뺨을 적셨다.”_<우리 세희> 中
한강 작가는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또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파고드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저 역시 소설을 읽는 것이야말로 낯선 존재의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나고 타인의 감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학의 쓸모를 묻는 분이 계시다면, 조해진 작가의 <우리 세희>를 권하고 싶습니다.
조해진 작가는 우리가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했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마주하도록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탈북민,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보이지 않는 존재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해왔습니다. 이번 신간 <우리 세희> 역시 작가의 이러한 장점이 잘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문체를 통해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나갑니다.
소설 <우리 세희>를 나타내는 키워드는 ‘연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서사는 화자 ‘연주’를 둘러싼 자이니치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이러한 자이니치의 삶을 폭력과 혐오로만 재현하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연결을 중심으로 그려나갑니다.
연주의 곁에는 그녀의 엄마인 ‘세희’와 ‘선생님’이 있습니다. 이 둘은 자이니치로, 학창 시절부터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내왔습니다. 어느 날 일본계 영국인 예술가를 취재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한 연주에게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과거를 돌아보는 연주의 시선을 따라 연주의 가족과 선생님의 과거, 현재를 교차하며 자이니치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려냅니다. 연주와 가장 가까이 연결된 엄마와 선생님은 자이니치의 정체성을 알려주면서도 연주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탱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연주는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세상을 곁을 떠나기 전 들려 준 이야기와 기억을 토대로 연주는 “엄마에 관한 모든 조각들을 있는 힘껏 끌어안은” 채 살아갑니다. “엄마의 영혼을 구성하는 입자 중 하나는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며 엄마의 존재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후 연주는 제이비 류의 작품 ‘소리의 마지막 여정’을 관람하며 전시실에서 선생님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고 선생님의 형이 겪은 고통을 감각하게 됩니다.
연주의 인터뷰이인 일본계 영국인 예술가 제이비 류는 4·3 사건을 겪은 제주 출신 자이니치 류성철의 손자로 “작품을 통해 잊혀서는 안 되는 세상을, 혹은 지나간 시간을 경계인의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연주와 제이비 류는 자이니치인 가족의 기억과 조각을 수집하고 기록한 경험에 대해 나누고 공명합니다. 남겨진 이들은 서로 연결되어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우리 세희>는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의 삶을 다시금 불러냅니다. 제목 속 ‘우리’는 한 사람의 존재를 함께 기억하려는 마음이 담긴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해진 작가는 자이니치 예술인으로 잘 알려진 ‘서경식 작가’, ‘김시종 시인’, ‘양영희 감독’을 모티브로 삼아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하는데요. “저마다의 삶을 작은 역사로 살아낸 모든 자이니치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이니치의 삶을 조명하고 이들을 되살리기 위해 소설을 써 내려간 것입니다.
소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독자 역시 자이니치와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일에 함께하게 됩니다. 사라진 존재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불러낼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갈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 대부분은 엄마처럼 먼 길을 떠났을 테지만, 그들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고스란히 내 몸 안에 새겨져 있었다. 숨을 멎는 날까지 내 피와 뼈에 저장된 그들의 이야기는 한 줌도 분실되지 않으리라”는 연주의 다짐은 독자에게도 가닿게 됩니다.
▼ 최민서 인턴기자 minseo_0210@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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