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구독자늘리기 [겨를]검은 봉지에 담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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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구독자늘리기 할머니는 물건 하나를 그냥 사는 법이 없었다. 시장 좌판에 놓인 것들을 요리조리 살피고, 파는 사람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눈 후에야 지갑을 열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짓말은 안 하는 최씨네, 성질은 못됐어도 물건은 끝내주는 박씨네. 그렇게 산 채소와 과일은 한 번도 실패가 없었다. 누가 물건을 고르는 비법을 물으면, 할머니는 ‘감’이라고 답했다. 물건 한 번 보고, 파는 사람 얼굴 한 번 보면 딱 알 수 있다고.
온라인 마켓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나는 다시 재래시장에서 장을 본다. 생필품 전부는 어렵더라도 먹거리만큼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사고 싶어졌다. 내 단골 가게는 ‘야채나라’. 야채나라 사장님은 나를 ‘언니야’라고 부르는데, 노인들을 제외한 모든 손님이 그에게는 ‘언니야’이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애교 넘치는 호칭을 쓰지만, 사실 그리 곰살맞은 사람은 아니다. 상인 특유의 과장된 말도 할 줄 모르고, 공짜로 더 얹어주는 법도 없다. 그렇게 좀 무뚝뚝하다 싶은 사람이 한없이 다정해질 때가 있는데, 그건 장을 본 물건을 내 손에 쥐여줄 때다. 그는 감자와 당근을 여러 봉지에 나눠 담으며 말한다. ‘언니야’는 무거운 거 안 들고 살면 좋겠다고, 다음번에는 ‘아저씨’랑 꼭 같이 오라고. 내 어깨와 허리를 걱정하면서 정작 본인은 감자 한 박스를 번쩍 들어 옮긴다. 그가 쥐여준 검은 봉지 몇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할머니를 생각한다. 할머니가 말하는 ‘감’이 이런 것이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 이를테면 작은 배려 같은 것.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현대 사회의 특징적인 공간을 ‘비장소’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 플랫폼처럼 효율성과 소비의 논리로 움직이는 공간을 뜻한다. 비장소에서 소비자는 ID로 존재한다. 그곳에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빠른 배송’과 ‘1+1’ 그리고 ‘최저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최저가에,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얹어주고, 심지어 당일 배송도 가능한데, 나는 한 번도 그것을 배려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여러 개로 나눠 담은 비닐봉지를 받아 들 때와 같은 마음인 적이 없다. 무엇이 빠진 걸까.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 시장에 갔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귀했던 노년의 여성에게 시장은 사회적 교류가 이뤄지는 마지막 장소였을 것이다. 나도 몰랐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장 아주머니들에게 들을 때마다, 할머니 손에 들려 있던 그 검은 봉지들의 의미를 헤아리게 된다. 삼천원, 오천원, 만원씩 내고 가져온 상추와 감자, 그리고 노인을 향한 배려와 어쩌면 작은 우정이 아니었을까.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게 될까. 사람과 마주 볼 수 있는 장소들이 사라지고 비장소로만 이뤄진 세상에서 나는 누구와 날씨와 배추값과 얄궂은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새벽 배송을 반대합니다.”
시장 상인연합회가 걸어놓은 현수막을 보며 그 미래를 상상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장소가 아닌 곳에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살고 싶진 않다. 위태롭게 펄럭이는 현수막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긴다. 검은 봉지 안에 빼곡하게 담긴 감자와 당근과 어떤 마음이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진다.
온라인 마켓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나는 다시 재래시장에서 장을 본다. 생필품 전부는 어렵더라도 먹거리만큼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 사고 싶어졌다. 내 단골 가게는 ‘야채나라’. 야채나라 사장님은 나를 ‘언니야’라고 부르는데, 노인들을 제외한 모든 손님이 그에게는 ‘언니야’이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애교 넘치는 호칭을 쓰지만, 사실 그리 곰살맞은 사람은 아니다. 상인 특유의 과장된 말도 할 줄 모르고, 공짜로 더 얹어주는 법도 없다. 그렇게 좀 무뚝뚝하다 싶은 사람이 한없이 다정해질 때가 있는데, 그건 장을 본 물건을 내 손에 쥐여줄 때다. 그는 감자와 당근을 여러 봉지에 나눠 담으며 말한다. ‘언니야’는 무거운 거 안 들고 살면 좋겠다고, 다음번에는 ‘아저씨’랑 꼭 같이 오라고. 내 어깨와 허리를 걱정하면서 정작 본인은 감자 한 박스를 번쩍 들어 옮긴다. 그가 쥐여준 검은 봉지 몇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할머니를 생각한다. 할머니가 말하는 ‘감’이 이런 것이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는 것, 이를테면 작은 배려 같은 것.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현대 사회의 특징적인 공간을 ‘비장소’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는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 플랫폼처럼 효율성과 소비의 논리로 움직이는 공간을 뜻한다. 비장소에서 소비자는 ID로 존재한다. 그곳에서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친절은 ‘빠른 배송’과 ‘1+1’ 그리고 ‘최저가’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않은가. 최저가에,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얹어주고, 심지어 당일 배송도 가능한데, 나는 한 번도 그것을 배려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 여러 개로 나눠 담은 비닐봉지를 받아 들 때와 같은 마음인 적이 없다. 무엇이 빠진 걸까.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 시장에 갔다. 대화를 나눌 사람이 귀했던 노년의 여성에게 시장은 사회적 교류가 이뤄지는 마지막 장소였을 것이다. 나도 몰랐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시장 아주머니들에게 들을 때마다, 할머니 손에 들려 있던 그 검은 봉지들의 의미를 헤아리게 된다. 삼천원, 오천원, 만원씩 내고 가져온 상추와 감자, 그리고 노인을 향한 배려와 어쩌면 작은 우정이 아니었을까.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게 될까. 사람과 마주 볼 수 있는 장소들이 사라지고 비장소로만 이뤄진 세상에서 나는 누구와 날씨와 배추값과 얄궂은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새벽 배송을 반대합니다.”
시장 상인연합회가 걸어놓은 현수막을 보며 그 미래를 상상하다가 고개를 젓는다. 장소가 아닌 곳에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살고 싶진 않다. 위태롭게 펄럭이는 현수막을 뒤로하고 걸음을 옮긴다. 검은 봉지 안에 빼곡하게 담긴 감자와 당근과 어떤 마음이 유난히 묵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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