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시장은 심각성 모르는 듯···장기화 땐 ‘대공황’ 수준” 석유 전문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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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분석가인 로리 존스턴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 상황은 원래 신입 애널리스트들에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가정해보라고 던져주는 교육용 시나리오”라면서 “중력이 갑자기 10분 동안 멈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극단적 가정인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간) 선물시장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2.22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는 90.32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 수 있는지 보려면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은 두바이유 가격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호르무즈 해협이 조속히 개방되지 않으면 두바이유의 천문학적인 가격 기록이 브렌트유·WTI로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부인했지만,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에 대비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라크·쿠웨이트 등 걸프 산유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수출길이 막히자, 원유를 저장할 곳이 없어 유전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그렇게 생산이 중단된 원유량이 하루 1000만 배럴로 전 세계 생산량의 10%에 달한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송이 중단된 원유는 하루 2000만 배럴로 전체 공급량의 5분의 1에 달한다. 1973년 석유 금수 조치로 하루 450만 배럴, 당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가 부족해졌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존스턴은 “사람들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우려했던 에너지난도 잘 넘겼다는 점 때문에 석유 시스템의 적응력을 과신하게 된 것 같지만, 그때와 지금은 차원이 다른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는 300만 배럴의 원유 공급 손실을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1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빚어졌다”며 “그에 반해 지금은 ‘우려’가 아니라 실제로 하루 2000만 배럴의 원유 공급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도 “이번 위기는 1970년대 두 번의 오일 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쳐놓은 수준”이라며, 금융시장이 그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봉쇄될 경우 가격이 끝없이 상승하면서, 도로 위의 자동차와 하늘 위의 항공기가 감소하는 식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수요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해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의 개발도상국에 집중되고 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겹쳐 주유소마다 ‘연료 없음’ 안내를 내걸고 있다. 이 때문에 결국 자동차를 길에 버리고 가는 운전자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더스타’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집트·스리랑카 등 여러 국가가 연료 배급제를 도입했으며, 상점과 카페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단행되고 있다.
비축유가 약 45일분밖에 남지 않은 필리핀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면서, 항공기 운항 중단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문제는 설령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타결돼 당장 내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원유의 흐름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최소 4개월이 걸리며, 그로 인한 여파는 올 겨울철까지 이어질 것이란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걸프국이 감축한 하루 1000만 배럴의 원유 생산량을 다시 회복하려면 유정을 재가동해야 하는데, 파이프라인을 점검하고 압력을 복원하는 과정 등에 2~4주가 걸린다. 가스전 재가동 과정은 더 복잡해서 최대 7주가 소요된다.
또 이란이 해협 봉쇄를 해제한다고 하더라도 선박들이 향후 몇 주 동안은 추가적인 공격 우려로 운항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해운 보험사들도 서둘러 보험료를 인하하려 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여기에 원유 공급 부족으로 가동을 중단한 중국·인도·태국 등의 정유 시설을 재가동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아시아 정유 업체들의 정제 물량은 하루 약 300만 배럴, 총 8%가 감소한 상황이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긴급 가동 중단된 시설의 경우 정상화까지 수주에서 최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그나마 이것은 최선의 시나리오다. 전문가들은 ‘협상과 확전’ 사이 갈림길에 선 이란 전쟁이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상군 투입으로 장기화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존스턴은 “해협이 개방되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오는 거냐’고 묻는데, 내 대답은 ‘아니오’이다”라면서 “침체가 아니라 ‘대공황’ 수준이 될 거다. 정말, 정말, 정말, 끔찍해질 것”이라고 와이어드에 말했다.
장동혁, 친한계·오세훈 경질 요구 묵살…“지도부 사퇴” 반발 불러선거 앞두고 민심 행보 없어 존재감 희미…당 안팎 “선거는 필패”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당력을 결집할 구심점이 없는 총체적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선거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장동혁 대표는 ‘절윤’ 요구를 묵살하며 당내 신뢰를 잃은 데다 이슈 주도마저 실패하며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런 상황에서 선거는 필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는 26일 당 노선 변화를 위한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돼온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을 재임명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미디어대변인을 포함해 지난 14일자로 임기가 만료된 대변인 2명 등 총 7명을 재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박 대변인은 시각장애인 김예지 의원을 겨냥해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고 말하고 당 상임고문단을 향해서는 “메타인지(자기객관화)를 키워라. 일천한 아집”이라고 비난하는 등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24년 총선 출마 당시 여론조사 왜곡 혐의로 기소된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부원장직에서 사퇴했다.
당내 개혁 성향 및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은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반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한 이후 그 후속 조치로 박 대변인, 장 부원장 등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박 대변인을 두고 “윤어게인 주장에 궤를 같이하는 당직자”(이성권 의원)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울시장 공천 신청의 선제조건으로 이들에 대한 경질을 내세운 바 있다.
장 대표가 이를 묵살하고 박 대변인 재임명을 강행하자 즉각 반발이 일었다. 개혁 성향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장 대표와 지도부가 막말로 구설에 오른 대변인을 재임명했다. 국민께 어떤 말로 이해를 구하려 하나”라고 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의원들 총의를 거스른 장 대표와 유임에 동의한 최고위원들은 지금이라도 결의문에서 이름을 빼고 당장 사퇴하라”고 했다.
장 대표가 당내 노선 변화 요구를 묵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3일 내란 1년을 맞아 당 차원의 사과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지난달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당시에도 절윤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들이 장 대표를 사실상 종이호랑이, 양치기 소년으로 봐서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중요 이슈를 부각시키는 데에는 실패하고 공천 잡음과 같은 당 내홍만 두드러지면서 존재감은 더욱 옅어지는 양상이다. 장 대표는 지난 한 달간 지역 민심 행보를 한 차례도 보이지 않았다. 당초 이날 경기 수원에서 현장 최고위를 개최하려 했지만, 경기의 공천 심사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날 취소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공천 작업 중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지역 현안에 대해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가려 했다가 취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오 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는 당 밖에서 장 대표 체제에 날을 세우며 당의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방향타를 잃은 배처럼 제각각 흩어진 이런 상황에서 결과는 안 봐도 뻔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지고 새로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대미 외교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정부가 역점을 두는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등 미국과의 현안 논의가 지연됐고, 북한 문제도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으로 인해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제정치에서 연루의 위험은 동맹국의 분쟁에 원치 않게 휘말리는 상황을, 방기의 위험은 동맹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버림받는 경우를 일컫는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합의 이후 올해 초에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을 협의하려 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문제로 연기된 데 이어 최근 중동 사태로 다시 미뤄졌다. 협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임갑수 한·미 원자력협력 정부대표 등이 지난 11~12일 먼저 미국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 개시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
미국·이란 전쟁을 통해 한·미관계에서 연루와 방기의 위험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하면서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응한다면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이란 등 중동 체류 한국인과 선박의 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반대로 파병을 거절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 팩트시트 이행 등 현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파병 여부를 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런 고민이 깔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또 파병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등 33개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규탄 공동성명에 참여했지만, 전력 파견에 나선 국가가 거의 없다. 이들 국가 사이에서는 전쟁 상황이 안정된 이후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에 기여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류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파병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파병을 언급한 만큼 그 무게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 관계 중요성을 고려하면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을 모른 척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상선이 묶여 있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해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기여할 명분은 있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다만 직접 군함을 파견하는 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위험 지역 밖에서 다른 군사적 기여를 하거나 비군사적 지원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면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멀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대북 접근법 마련 등 북한 문제를 신경 쓰기에는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이달 말에 중국을 방문하는 계기에 김 위원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중동 사태로 방중도 연기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5월 14~15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백악관 측은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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