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되고, 백기완은 안 된다? 광화문 광장을 점령한 플랫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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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번 BTS 공연은 여러 논란을 낳았다. 논란의 핵심은 공연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어야 할 ‘광장’에서 진행됐지만, 공연의 과정은 ‘통제’하고 ‘차단’하는 방식이었다는 데 있다. 경찰이 시민들을 과도하게 단속한 것뿐 아니라 넷플릭스 구독권이 없으면 공연 중계를 볼 수 없는 독점 구조 탓에 이번 공연은 “광장에서 열렸지만 광장의 본질과는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모두가 BTS처럼 광화문광장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BTS 공연은 적극 지원했지만, 독재정권 탄압에 맞서고 약자의 편에서 싸웠던 고 백기완 선생의 뜻을 기리는 문화제는 수개월간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난관에 봉착했다. 문화제 관계자는 “우리가 그토록 광장을 얻으려고 몸부림을 쳤는데 BTS 공연을 보면서 허망하고 참담했다”고 말했다.
공연 당일 낮부터 광화문광장 일대는 공연을 보러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의하면 공연이 시작된 오후 8시 기준 광화문과 덕수궁 인근에 4만여명(주최 측 하이브 추산 10만여명)이 모였다. 현장에는 청년세대뿐 아니라 노인도 많이 보였다. 나이대와 성별 분포가 다양했고, 외국인이 특히 많았다.
현장에서 만난 김선화씨(69)는 10년 전부터 BTS를 좋아했지만, 무대를 직접 보러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김씨는 “콘서트에 가고 싶어도 티켓이 비싸고, 인터넷으로 티켓을 구매할 줄도 몰라서 갈 수 없었다”며 “이번에는 꼭 와봐야겠다 싶어서 나왔다”고 했다. 무료 공연이고 인원 제한이 없는 이번 공연 방식 덕에 BTS 컴백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다. 40대 이유라씨도 “오랫동안 컴백을 기다려왔는데 콘서트는 예매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먼발치에서라도 이 공기와 사운드를 같이 즐기는 기회가 있어 감사하다”며 “굿즈를 갖고 오는 팬이 아닌 일반 국민도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라 좋다”고 했다.
광장에 나온 여러 시민은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것을 이번 공연의 의미로 꼽았다. 콘서트 티케팅을 할 줄 몰라 유튜브 영상만 보다가 처음 공연을 보러왔다는 최선아씨(56)는 “옛날엔 외국에 가면 한국을 잘 몰랐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한국을 좋아하고 부러워한다”며 “BTS가 역할을 많이 했고, 이것만큼 큰 외교가 없다”고 했다. 최씨는 “요즘 빈부 격차가 심하고 희망이 없는 세상인데 BTS가 바닥에서 정상으로 가는 과정이 희망을 줬다”며 “한국인으로서 젊은이들이 국위선양을 해준 것에 감사하고 미래세대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김은숙씨(55)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시위만 하다가 이번엔 한국 문화의 최대 폭발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랍다”며 “10대, 20대 때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문화를 보면서 부러웠는데, 이제 우리의 BTS를 보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오는 것이 신기하고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이번 공연이 BTS 팬인지 아닌지를 떠나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의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입시 공부를 하며 힘들 때 BTS 노래로 위로를 받았다는 안시은씨(20)는 “팬들만 올 줄 알았는데 (현장에 나와서) 보니까 할머니·할아버지들도 많고 아기들과 온 부모도 많았다”며 “좋아하는 공연을 다 같이 보니까 뜻깊고, 내적 친밀감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했다. 최선아씨는 “한국 정치가 되게 복잡한데, 이번 공연으로 이념을 떠나 문화로 통합되는 게 좋다”며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문화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은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실질적으로 이번 BTS 공연 때 광화문광장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아니라 ‘닫힌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공연 당일 세종로 일대를 봉쇄하고 소지품 확인 등의 검문을 받아야만 광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했다. 1만명이 넘는 경찰·소방·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현장에 배치됐고, 곳곳엔 경찰 차벽이 세워졌다. 하지만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연이 중계되는 대형 스크린 앞쪽에 티켓 예매자들을 모아두고 다른 시민들은 멀리서 봐야 하는 구조라 대부분의 일반 시민들은 좁은 인도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공연을 보던 한 시민은 “왜 이렇게 중간에 공간을 텅 비워놓았는지 모르겠다”며 “촛불시위 때처럼 길만 만들어주고 다 빼곡히 앉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김은숙씨는 “통제가 심해서 오히려 길이 좁아져 더 위험해졌다”며 “무엇을 위한 통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광화문 인근에선 집회·시위가 열리지 못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경찰 측이 공연 전인 16일부터 공연 다음 날인 22일까지 예정돼 있었던 집회 시위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는 명백한 집회시위 권리 침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을 폐쇄적 공간으로 만든 것은 경찰만이 아니었다. 광화문광장은 공공의 공간이고 공연 과정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공적 지원을 했지만, 공연 콘텐츠는 거대 자본인 넷플릭스가 독점했다. 돈을 내고 넷플릭스를 구독한 시청자만 BTS 공연을 실시간 중계로 볼 수 있었다. 2012년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끌자 가수 싸이가 서울광장에서 무료 공연을 하면서 싸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 것과 다른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대중문화를 연구해온 박미숙 연구자는 이번 BTS 공연을 ‘공공 공간의 플랫폼화’로 규정했다. 공공 공간의 플랫폼화란 시민의 자율적 행위와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 광장이라는 공간이 데이터 수집·콘텐츠 유통·알고리즘 최적화라는 디지털 플랫폼의 논리에 의해 재구성된 현상을 말한다. 즉 이번 BTS 공연에서 광화문광장은 광장 본래적 의미를 상실하고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에 의해 “촬영 세트”이자 “플랫폼 콘텐츠”로 활용됐다는 것이다.
박 연구자는 “공공 공간의 플랫폼화 속에서 시민은 권리를 가진 주체에서 데이터화된 이용자로 전환되고, 공간은 공유의 장에서 최적화된 서비스 환경으로 변한다”며 “플랫폼의 논리가 공공 공간을 지배하게 된다면 공공성은 형식만 남고 실질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 연구자는 “공공 공간의 본질은 휴식, 만남, 표현, 정치적 참여 등 비시장적 가치에 있지만, 플랫폼화는 수익 창출과 직결되고 공간이 이벤트, 광고, 협업 콘텐츠의 장으로 활용될수록 경제적 가치가 강조된다”며 “경제적 효율이 운영 기준이 되는 순간 비시장적 가치는 점차 축소된다”고 했다.
책 <광화문과 정치권력>을 쓴 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도 이번 BTS 공연이 광장의 본질과는 먼 사례라며 “BTS는 기획된 공연을 했고, 광장은 도구로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하 교수는 “광장은 도시의 모든 영역, 관심, 이해관계들이 합류하고, 교차하고, 갈등하면서 도시를 재생산하는 매우 중요한 거점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며 “기본적인 공간의 특성이 닫혀 있으면 안 되는 곳이고, 경제적 장벽도 없는 공공성의 공간”이라고 했다. 하 교수는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자본의 공간’으로 느껴졌다”며 “얼마나 많은 경제적 효과를 냈느냐, 돈으로 환산되는 문화적 영향력이 얼마였느냐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는 광장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공공성이 왜곡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결국 문화 산업의 한 장치로 활용된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하 교수는 또 “어떤 생각을 하든 개인들의 고유성이 잘 드러나고 다양성이 움직이도록 놔둬야 하는 게 광장의 의미”라며 “문화에 대해 국가적 논리, 정치와 상업의 논리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BTS적이지 않은 문화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했다. 문화연대는 지난 3월 23일 논평을 내고 “이재명 정부는 문화를 수출 산업과 성장 동력으로 규정하며 대형 콘텐츠 기업 중심 구조를 강화하고 있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장을 관리된 이벤트 공간으로 전환해온 흐름은 이번 공연을 통해 실체화됐다”며 “도시는 삶의 공간이 아니라 소비와 이벤트의 무대로 재편되고, 공공성은 후퇴하고 시민은 권리의 주체가 아닌 소비 대상으로 호명됐다”고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광장을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울시는 2009년 조례를 만들어 광화문광장을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 활동’을 위해서만 허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2022년엔 서울시가 “집회·시위는 원칙적으로 허가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시민단체들이 “광장은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편파 행정이자,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퀴어문화축제 등 경우에 따라 광장 사용이 불허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집회라고 하면 정치·사회적인 것만 생각하지만 문화예술과 종교도 포함된다”며 “BTS의 메시지는 무엇이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집회·시위를 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는데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했다.
광화문광장에서 대대적으로 공연을 한 BTS와 대조적으로 고 백기완 선생의 5주기 추모사업 중 하나인 문화제 ‘백기완 문화예술한바탕’은 문화제를 열 광장을 찾지 못해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백 선생은 독재정권과 독점자본에 맞서 투쟁하던 혁명가이자 민중사상가다. 양기환 백기완노나메기재단 기획이사는 “민중문화가 점점 없어지고 상업적인 것이 주류로 자리를 잡았는데 문화예술인들이 자신들의 도구를 가지고 양극화, 기후위기, 전쟁 같은 어젠다에 대해 시민들과 소통하자는 취지에서 문화제를 추진하게 됐다”며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서자’는 백 선생의 뜻을 기리는 취지도 있었다”고 했다. 날짜는 노동절 전날인 4월 30일 오후 7시, 장소는 서울 도심 광장으로 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재단 내부 논의를 거쳐 지난 1월 말 광화문광장 사용 신청을 서울시에 냈다.
하지만 재단은 서울시로부터 신청 거부 답변을 받았다. 신청할 때만 해도 광화문광장 홈페이지상 해당 날짜에 별다른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았는데 갑자기 서울시 자체 행사로 써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 서울시가 ‘정치 집회’라는 이유로 거부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재단은 서울광장도 알아봤지만 이곳은 신청을 할 수 없었다. 서울광장 홈페이지엔 광장 전체에 대해 “2026년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광장숲 조성공사 및 잔디 식재가 예정돼 있다”며 행사 사용 신고가 제한된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양 이사는 “(홈페이지에는) 광화문광장의 놀이마당(세종문화회관 앞)과 육조마당(정부종합청사 앞) 두 군데밖에 허가가 안 된다고 돼 있는데 BTS는 어떻게 전체를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잔디 때문에 서울광장은 열어줄 수 없다고 하는데 BTS는 썼지 않느냐”고 했다.
양 이사는 “역사적으로 광장에는 민초들이 모였고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요람이자 공론장인데, 적어도 21세기 문명사회 선진국에서 광장에 대한 사용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며 “지난해 연말부터 서울 시내 광장을 열려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온갖 것을 다 해본 당사자로서 BTS 공연을 보면서 참담함과 자괴감,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양 이사는 “일반 시민은 광장 사용 허가를 받기도 힘들고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며 “광장이 서울시 앞마당도 아니고, 이렇게 광장이 운영돼선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종전 양상을 띠지 않으면서 한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발 악재는 금융시장과 에너지 공급망 충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실물경기까지 위축되지 않도록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나프타 수출 통제, 다음주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제출 등을 26일 발표하면서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전쟁이 길어지면 경기 하방 압력이 커져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에너지 공급망이다. 중동 내 주요 에너지 인프라 피해와 ‘세계 에너지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가시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전운이 감돌기 전이었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브렌트유(영국 ICE선물거래소 종가 기준)는 지난해 12월 16일 58달러 수준이었으나 2월 28일 개전 직후 수직으로 상승해 지난 12일 100달러 선을 단숨에 돌파했고, 20일 112.1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100달러를 넘겨 거래되고 있다.
금융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가 사실상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 6307.27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도 이날 5460.46을 기록, 한달새 13% 가량 빠졌다.
에너지와 금융 시장 위축이 최근에는 실물 경기로 이어지고 있다. 수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운송차질과 물류비 부담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나프타·요소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상 경제대응 체제를 가동하며 전방위적인 방어막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날 정부는 석유가격 최고가격제 2차 지정과 함께 유류세를 인하를 통해 에너지발 물가 상승 압력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민생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25조원 규모의 추경안도 31일 국회 제출하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최근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국채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5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조기 상환)도 진행했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계기로 초과세수를 활용한 국채 순상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추경을 통한 국채 순상환은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관건은 전쟁의 장기화 여부다. 전쟁이 끝나지 않고 길어지면 물가는 오르고 성장률은 떨어질 우려가 크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인 셈이다. 최근 NH금융연구소는 전쟁이 3개월 이어지면 성장률은 0.3%포인트 낮아지고, 1년간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중동 사태 장기화는 물가·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을 더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기업·부동산 등 부문별 양극화, 대출금리 상승 등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확대·장기화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수형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우리 경제는 중동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물가의 상방 위험과 성장의 하방 위험이 모두 높아진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취약부문의 자금조달 어려움과 이에 따른 부실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대외충격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구입비가 연간 150조원에 달하는 구조에서 전쟁이 조기 끝나더라도 원자재 수급 차질과 투자 지연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2%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고 유가 급등으로 물가는 오르면서 가벼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정부가 유가 급등으로 피해를 본 기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수급 다변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내년에도 ‘적극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되, 재원 마련을 위해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재량지출뿐 아니라 법정 의무지출까지 감축하고, 기존 사업의 10%를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출국 납부금도 다시 인상하고, 박물관·고궁 입장료도 현실화할 방침이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2027년 예산편성 방향’을 보고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제시된 예산 편성 지침이다.
임 차관은 “2027년에도 우리 경제의 대전환·대도약을 뒷받침하고 국정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도록 ‘적극재정 기조’를 유지한다”며 “당면한 경기 대응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5대 중점 투자 분야로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저출생 등 인구구조 변화 대응, 탄소중립, 양극화 완화, 지방 소멸 대응을 꼽았다.
재원 마련을 위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재량지출과 의무지출을 각각 15%, 10% 절감하고, 기존 사업의 10%는 폐지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모든 재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가 국민연금·지방교부세·국채 이자 등 의무지출까지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은 건 처음이다. 재량지출은 정부 판단에 따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한 반면, 의무지출은 법적 지급 의무가 정해져 정부가 임의로 손댈 수 없는 항목이다.
의무지출 감축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해서 아낀 재정을 해당 부처 핵심 과제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담금 제도도 손질한다. 전임 정부가 2024년 항공권 가격에 자동으로 포함된 출국 납부금을 1인당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한 조치를 되돌린다.
박물관·고궁 입장료도 현실화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 업무보고에서 현재 무료인 국립중앙박물관 입장료의 유료화 가능성을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기업들이 내는 ‘상생기여금’을 활성화해 중소기업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 차관은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혜택을 받은 기업은 일부 상생기여금을 부담하도록 해서 애로를 겪는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서민금융안정기금 정책 수혜를 받는 금융회사들이 십시일반 부담해서 서민 금융에 활력이 돌도록 이익을 공유·환류하겠다”고 말했다.
국가보조금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신고포상제도 도입한다.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은 강화하되, 인구 감소 지역에는 민간투자 유치를 확대한다. 정부가 운용하는 각종 기금도 전반적으로 재정비한다. 지역필수의료, 반도체, 불공정거래 관련 특별회계와 기금도 신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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