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직·간접금융 모두 경색”… “은행 위험가중치 완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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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자금조달 현장에서 직접 및 간접금융 모두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여파 속에 은행 차입 문턱이 높아진 데다 회사채 및 주식 발행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비금융업 204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자금조달 실태와 정책과제 조사’를 한 결과, 최근 1년간 가장 어려워진 자금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이 1위로 꼽혔다. 이어 회사채 발행(19.6%), 주식 발행(14.2%), 정책금융(11.8%)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을 가리지 않고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는 응답이다.
응답 기업들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48.5%)을 지목했다. 이어 시장·제도의 변동성 증가(17.2%), 회사채 발행비용 상승(16.7%), 신주발행 활용 제약(14.7%)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언급됐다.
자금조달 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은행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52.5%)를 가장 많이 요구했다. 위험가중치가 완화되면 은행의 자본 적립 부담이 줄어 기업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대출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증권사 기업금융 확대(23.5%), 정책금융 저리대출 확대(13.7%) 등이 과제로 꼽혔다.
주가지수 상승세와 개별 기업의 실질 자금조달 사이의 괴리도 확인됐다. 증시 상승이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31.4%에 그쳤고, ‘별 영향 없음’이 53.9%로 과반을 차지했다. 주가 상승 시 신주발행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도 14.7%에 불과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주식(IPO·유상증자) 발행액은 2조66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8415억원)에 비해 30.7% 줄었다. 연도별 주식 발행액은 2021년 29조903억원, 2022년 21조940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급감했다가, 2025년 13조7065억원으로 일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상장사들 역시 기업공개(IPO)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비상장사의 56.9%가 IPO에 신중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배경으로는 ‘상장 후 공시의무 및 규제 부담 증가’(43.1%)와 ‘엄격한 상장 요건’(36.2%)을 들었다. 이에 따라 신규 상장 촉진을 위해 공시·규제 부담 합리화(43.1%)와 기술특례상장 대상 확대(35.3%)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본시장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배당세 분리과세 확대 및 장기투자 세제혜택 도입(45.6%), 직접금융 활성화(30.4%), 공시제도 합리화(24.5%) 등이 제시됐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지수 등락과 별개로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기반 확충이 관건”이라며 “은행의 기업여신 여력을 키우는 자본규제 정비와 발행시장 여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소위는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여당 주도로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30일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형소법 개정안 처리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이 30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면 개정안은 오는 31일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아동 성범죄·스토킹 등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각 개별법을 개정해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지난 20일 앤디 버넘이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첫 연설에서 그는 “영국 정치에서 40년 만에 가장 큰 변화의 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장기적인 계획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 국민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주겠다며 생활 물가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맨체스터 시장이던 버넘을 단숨에 수도 런던으로 데려온 것은 버스였다. 물리적으로 그가 이용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장으로 재임하며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된 버스 시스템을 공공 통제 아래로 되돌린 업적을 말한다. 그는 버스 회사의 반발과 법적 대응을 이겨내고 지방정부가 버스 운영을 통제하는 ‘비 네트워크(Bee Network)’ 개혁을 완수했다.
총리 취임 직후 그는 내년 1월부터 편도 버스 요금 상한을 3파운드에서 2파운드로 낮추는 조치를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맨체스터 시장 시절 버넘은 일을 위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진료 예약 시간에 맞추어 가기 위해 대중교통이 필요한 사람에 주목했다. 이념이 아니라, 버스 요금이 부담스러운 사람, 정시 버스 운영이 절실한 사람에 관해 얘기했다.
대서양 건너에도 같은 언어를 쓰는 정치인,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가 있다. 그 역시 무료 버스가 대표 공약이었고, 선거운동 내내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임대료, 공공요금, 장바구니 물가를 내세웠다. 그 단어들이 그의 정치였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시장 취임 후 임대료 안정화 대상 아파트 약 100만호에 대한 임대료 동결, 주된 거주지로 사용하지 않는 고가의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과세안을 관철했다. 맘다니의 영향력은 뉴욕을 넘어 연방 정치권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중간선거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그가 지원한 진보 성향 후보 3인이 당 주류가 지지한 후보를 모두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치의 좌표가 여기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권자는 진보와 보수라는 도식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2016년 미국 대선 경선에서 샌더스를 지지한 유권자 상당수가 본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이탈했다는 분석이 이를 시사한다. 어느 나라든 주도적 정당이 있고 정당과 유권자의 정렬이 단기간에 흐트러지지 않지만, 선거 승부는 이념의 좌표가 아니라 생활의 좌표에서 갈렸다.
정치에서 이념과 가치가 무의미하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맘다니가 트럼프와 회동하며 생활비 의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처방과 대응은 다르다. 정치는 누구의 비용을 줄이고 그 부담을 누구에게 지울지 결정하는 가치 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쟁이 되려면 구체적 언어로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버넘의 2파운드 버스, 맘다니의 무료 버스는 시민이 겪는 문제를 생활의 언어와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정치인의 말이 곧 결과는 아니다. 버넘의 다우닝가 10번지 입성은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노동당 대표 교체의 결과였고, 맨체스터 시장 때처럼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 총리들처럼 현실의 한계에 좌절할 수도 있다. 맘다니의 무료 버스는 아직 시행되지 못했고, 이달 8일 구체적인 버스 계획을 뉴욕주지사와 공동으로 내놓았지만 ‘빠른 버스, 더 나은 서비스’를 제시했을 뿐 ‘무료’는 빠져 있었다.
정치인이 생활의 언어, 구체적 수치로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결과를 놓고 논쟁·검증할 지점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념의 언어, 진영의 수사에는 애초부터 검증할 대상이 없다. 각자가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친○’ ‘반○’으로 분류하는 일, 과거 어느 대통령의 적통을 두고 싸우는 행태, 나만이 끝까지 대통령을 지킬 사람이라는 열변은 검증할 수도 없고 그런 말을 한 정치인이 책임을 질 리는 더더욱 없다.
대다수 유권자, 특히 선거 때면 모든 정당이 목을 매는 ‘중도’ 유권자는 그런 말뿐인 말에서 떠난 지 오래인데, 정치는 여전히 거기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정치가 삶과 무관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그렇게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는 만들어진다. 당장의 권력을 위해 그걸 더욱 거센 진영의 언어로 덮으려 할 때 정치는 한 번 더 멀어진다.
버넘의 2파운드는 이념의 승리가 아니다. 버스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었고, 이를 인식하고 어디서 재원을 끌어올지 궁리해서 해결했을 뿐이다. 정치가 역할을 하는 방법은 그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비금융업 204개사를 대상으로 ‘기업 자금조달 실태와 정책과제 조사’를 한 결과, 최근 1년간 가장 어려워진 자금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이 1위로 꼽혔다. 이어 회사채 발행(19.6%), 주식 발행(14.2%), 정책금융(11.8%)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을 가리지 않고 조달 여건이 악화됐다는 응답이다.
응답 기업들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고금리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48.5%)을 지목했다. 이어 시장·제도의 변동성 증가(17.2%), 회사채 발행비용 상승(16.7%), 신주발행 활용 제약(14.7%)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언급됐다.
자금조달 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은행 기업대출 위험가중치 완화’(52.5%)를 가장 많이 요구했다. 위험가중치가 완화되면 은행의 자본 적립 부담이 줄어 기업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 대출부터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증권사 기업금융 확대(23.5%), 정책금융 저리대출 확대(13.7%) 등이 과제로 꼽혔다.
주가지수 상승세와 개별 기업의 실질 자금조달 사이의 괴리도 확인됐다. 증시 상승이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31.4%에 그쳤고, ‘별 영향 없음’이 53.9%로 과반을 차지했다. 주가 상승 시 신주발행 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다고 답한 기업도 14.7%에 불과했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주식(IPO·유상증자) 발행액은 2조66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8415억원)에 비해 30.7% 줄었다. 연도별 주식 발행액은 2021년 29조903억원, 2022년 21조9408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급감했다가, 2025년 13조7065억원으로 일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비상장사들 역시 기업공개(IPO)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비상장사의 56.9%가 IPO에 신중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요 배경으로는 ‘상장 후 공시의무 및 규제 부담 증가’(43.1%)와 ‘엄격한 상장 요건’(36.2%)을 들었다. 이에 따라 신규 상장 촉진을 위해 공시·규제 부담 합리화(43.1%)와 기술특례상장 대상 확대(35.3%)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본시장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는 배당세 분리과세 확대 및 장기투자 세제혜택 도입(45.6%), 직접금융 활성화(30.4%), 공시제도 합리화(24.5%) 등이 제시됐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지수 등락과 별개로 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기반 확충이 관건”이라며 “은행의 기업여신 여력을 키우는 자본규제 정비와 발행시장 여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소위는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여당 주도로 형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은 29일 법사위 전체회의와 30일 본회의를 잇달아 열어 형소법 개정안 처리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국민의힘이 30일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하면 개정안은 오는 31일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아동 성범죄·스토킹 등 7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대해서는 각 개별법을 개정해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내더라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지난 20일 앤디 버넘이 영국 총리로 취임했다. 첫 연설에서 그는 “영국 정치에서 40년 만에 가장 큰 변화의 순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장기적인 계획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장 국민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주겠다며 생활 물가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맨체스터 시장이던 버넘을 단숨에 수도 런던으로 데려온 것은 버스였다. 물리적으로 그가 이용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시장으로 재임하며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 민영화된 버스 시스템을 공공 통제 아래로 되돌린 업적을 말한다. 그는 버스 회사의 반발과 법적 대응을 이겨내고 지방정부가 버스 운영을 통제하는 ‘비 네트워크(Bee Network)’ 개혁을 완수했다.
총리 취임 직후 그는 내년 1월부터 편도 버스 요금 상한을 3파운드에서 2파운드로 낮추는 조치를 전국적으로 도입했다. 맨체스터 시장 시절 버넘은 일을 위해,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진료 예약 시간에 맞추어 가기 위해 대중교통이 필요한 사람에 주목했다. 이념이 아니라, 버스 요금이 부담스러운 사람, 정시 버스 운영이 절실한 사람에 관해 얘기했다.
대서양 건너에도 같은 언어를 쓰는 정치인,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가 있다. 그 역시 무료 버스가 대표 공약이었고, 선거운동 내내 ‘감당할 수 있는(affordable)’ 임대료, 공공요금, 장바구니 물가를 내세웠다. 그 단어들이 그의 정치였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시장 취임 후 임대료 안정화 대상 아파트 약 100만호에 대한 임대료 동결, 주된 거주지로 사용하지 않는 고가의 세컨드 하우스에 대한 과세안을 관철했다. 맘다니의 영향력은 뉴욕을 넘어 연방 정치권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중간선거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그가 지원한 진보 성향 후보 3인이 당 주류가 지지한 후보를 모두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정치의 좌표가 여기 있다.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유권자는 진보와 보수라는 도식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2016년 미국 대선 경선에서 샌더스를 지지한 유권자 상당수가 본선에서 트럼프 지지로 이탈했다는 분석이 이를 시사한다. 어느 나라든 주도적 정당이 있고 정당과 유권자의 정렬이 단기간에 흐트러지지 않지만, 선거 승부는 이념의 좌표가 아니라 생활의 좌표에서 갈렸다.
정치에서 이념과 가치가 무의미하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맘다니가 트럼프와 회동하며 생활비 의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처방과 대응은 다르다. 정치는 누구의 비용을 줄이고 그 부담을 누구에게 지울지 결정하는 가치 판단의 문제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쟁이 되려면 구체적 언어로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버넘의 2파운드 버스, 맘다니의 무료 버스는 시민이 겪는 문제를 생활의 언어와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정치인의 말이 곧 결과는 아니다. 버넘의 다우닝가 10번지 입성은 국민의 선택이 아니라 노동당 대표 교체의 결과였고, 맨체스터 시장 때처럼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 총리들처럼 현실의 한계에 좌절할 수도 있다. 맘다니의 무료 버스는 아직 시행되지 못했고, 이달 8일 구체적인 버스 계획을 뉴욕주지사와 공동으로 내놓았지만 ‘빠른 버스, 더 나은 서비스’를 제시했을 뿐 ‘무료’는 빠져 있었다.
정치인이 생활의 언어, 구체적 수치로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결과를 놓고 논쟁·검증할 지점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념의 언어, 진영의 수사에는 애초부터 검증할 대상이 없다. 각자가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친○’ ‘반○’으로 분류하는 일, 과거 어느 대통령의 적통을 두고 싸우는 행태, 나만이 끝까지 대통령을 지킬 사람이라는 열변은 검증할 수도 없고 그런 말을 한 정치인이 책임을 질 리는 더더욱 없다.
대다수 유권자, 특히 선거 때면 모든 정당이 목을 매는 ‘중도’ 유권자는 그런 말뿐인 말에서 떠난 지 오래인데, 정치는 여전히 거기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정치가 삶과 무관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그렇게 민주주의에 대한 냉소는 만들어진다. 당장의 권력을 위해 그걸 더욱 거센 진영의 언어로 덮으려 할 때 정치는 한 번 더 멀어진다.
버넘의 2파운드는 이념의 승리가 아니다. 버스 요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었고, 이를 인식하고 어디서 재원을 끌어올지 궁리해서 해결했을 뿐이다. 정치가 역할을 하는 방법은 그 사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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