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새책]포식하는 자본주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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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트 ▲포식하는 자본주의
미국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와 스위스 철학자 라엘 예기의 대담집.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본주의가 왜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결국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이론을 전개한다. 장석준 옮김. 프시케의숲. 2만5000원
▲괴물의 등장
저자는 전염병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의 민낯이 키워낸 ‘사회적 괴물’의 등장이라고 본다. 전염병 확산은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취약성이 낳은 필연적인 재앙이라는 것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우석균·김주연 옮김. 한울. 2만8000원
▲정동연구 지도제작
최근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정동(affect)’ 개념이 정치, 노동, 인종, 젠더, 예술 등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핀다. 외국 필자들의 글 6편과 번역에 참여한 한국 연구자들의 해제가 실렸다. 알리 라라 엮음. 권명아 외 4명 옮김. 갈무리. 2만5000원
▲월스트리트의 유대인들
1848년 전후 독일에서 미국으로 온 유대인들은 금융업에서 크게 성공했다. 유대인 금융가들이 월스트리트의 금융 권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혁명, 대공황 등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풀어낸다. 대니얼 슐먼 지음. 민태혜 옮김. 생각의힘. 3만8000원
▲강의 | 롤랑 바르트의 죽음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콜레주드프랑스 취임 연설과 바르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81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발표한 애도의 글을 묶은 책. 데리다의 글은 우정과 애도, 타자성이라는 데리다 철학의 테마를 보여준다. 김예령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
돈이 없어도 소비를 하면 할수록 돈이 생긴다는 경제 이론이 있다. 터무니없는 소망처럼 들리지만 사실 한때는 효과가 있었던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 전제이다. 수요와 공급을 통해 움직이는 시장은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총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위축되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 시장은 더욱 나빠진다. 경제 침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기순환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개입에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 바로 케인스 경제학이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라는 전례 없는 정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이 이론은 20세기 중반 이후 대공황 탈출, 전후 재건, 1970년대 전까지의 자본주의 황금기에는 유효했다.
정부가 최근의 경기 부진과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도 케인스주의의 효과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14조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돈을 풀어서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민생이 더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부는 민생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로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씩 지급하고, 또 국민의 90%에게는 2차로 1인당 10만원씩 추가 지급한다고 한다. ‘돈을 풀면 경제가 돈다’는 경제 이론이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 대부분은 갑자기 공짜 돈이 생기니 일단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돈이 실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고,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가 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은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니 정부에서 주는 돈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쓸 돈을 계속 주면 좋은데,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발성이다. 쓸 돈이 단지 일회성으로 제공된다면, 이런 현금 지원 정책이 과연 지속적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번에 준 돈으로 가족 회식 잘 가졌는데 다음에는 회식할 돈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정부는 물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 선전한다.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마중물’처럼 소비쿠폰도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돈을 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AI시대 ‘케인스 이론’이 유효한가
이재명 정부는 이런 케인스 이론을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시기에 ‘호텔경제학’이라는 비유를 통해 자신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을 예약금으로 맡기고 지역 상권을 돌아다니면 그 돈으로 여러 차례 거래가 일어나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점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식사하고, 치킨집은 문구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문구점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마지막으로 여행객이 설령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더라도, 그 사이 지역 내에서는 돈이 순환하며 이루어진 소비는 실질적인 경제활동임이 틀림없다. 호텔경제학은 ‘소비가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를 순환시킨다’는 케인스주의의 기본 원리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설명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면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먼저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정부가 제일 먼저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결국 케인스주의와 그 이론을 확신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소비 활성화를 위해 푼 돈이 엄청난 액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도 케인스 이론이 통용되는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언제나 유효하고 정당한 것인가? 정부가 주는 공짜 돈에 현혹되어서인지 정부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 탓에 견제의 힘을 잃어버린 야당은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할 여유가 없다. 비판과 견제 없이 폭주하는 권력은 그 방향과 수단이 옳지 않으면 탈선할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정책을 너무 효율적으로 강도 높게 추진하면, 국가와 사회는 의도한 목표에서 훨씬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본주의가 진화하면서 케인스식 정책은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적합했으나 21세기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은 엄청난 돈을 풀었음에도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의 경우 양적 완화는 남유럽 재정위기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어도 독일과 같은 북유럽 경제와의 격차는 줄이지 못했다. 저금리와 유동성은 오히려 은행 부실과 좀비기업 문제를 키웠다. 미국의 경우에 여러 번에 걸친 양적 완화로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았지만, 실물경제 회복은 빠르지 않았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위 계층의 부는 증대되고 중하위 계측의 소득 증대는 미약해 결과적으로 불평등은 확대되었다. 간단히 말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은 초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늘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케인스가 말하는 ‘승수효과’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승수효과란 정부 지출 또는 투자 증가가 그 자체 이상으로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쿠폰으로 아무리 소비를 많이 해도 실질적인 생산과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 경기는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와 연계가 되어야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비가 일회적이고 단발적이라면 새로운 생산과 가치 창출은커녕 부채의 증대를 가져온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결국 세금이나 국가채무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비용이기 때문이다.
세밀한 설계로 효과 보여줘야
우리는 지금 금융자산이 실물경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계·기업·정부 모두 부채 의존적 구조로 전환된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은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부채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부채 경제’는 통화 정책의 효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갉아먹는다. 반복적 경기 부양은 국가 부채를 누적시킨다. 국민은 언젠가 세금이 증가할 것을 예상해 소비를 늘리지 않고 저축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금 지원은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한 경제 활성화는 시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을 확대하고, 소득을 지속적으로 증대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가치 생산을 통해 총량이 늘어야 한다. 돈이 단순히 돌기만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한 그릇의 국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해보자. 국그릇은 계속 움직이고, 마치 식탁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트 실제로는 그릇 속 국물의 양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재료를 넣어 끓이지 않는 한, 사람들은 더 많이 먹을 수 없다. ‘호텔경제학’에 대해 비유적으로 대조되는 ‘국그릇 돌리기 경제학’은 소비 활성화의 승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정말로 민생을 되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케인스 이론이 여전히 타당하다면, 승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정책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기왕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했다면,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세밀하게 설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 없이 소비쿠폰 정책을 밀어붙였다.
본래 진보 정권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강한 국가를 추구한다. 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불평등 완화와 경기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하고 부채 경제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장을 믿지 않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말 경기를 살릴 수 있을까? 국가의 시장 개입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는가? 질문도 비판도 논의도 없는 정말 이상한 시대에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북한이 15일 해외 주재 대표부를 통해 자신의 핵보유국 지위는 영구히 고착된 불가역적인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향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 있는 핵보유국의 내정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선을 그으면서 NPT 밖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북한 상설대표부는 전날 공보문을 내고 핵보유는 미국의 계속되는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고 힘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다. 미국은 최근 IAEA 이사회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북한 대표부는 우리의 핵보유를 ‘불법’으로 매도하면서 ‘비핵화’를 운운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대조선 적대적 의사를 다시금 드러내 보인 미국의 도발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 배격하며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 후과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이 내정간섭과 주권침해 행위를 노골적으로 자행하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재차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대표부는 자위적 핵 억제력을 부단히 제고해 나가는 것은 핵전쟁 발발 위험을 방지하고 북한의 생존권을 담보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북한은 IAEA도 비판했다. IAEA가 독자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미국의 핵 위협을 외면한 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당한 주권적 권리 행사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부는 IAEA와 30여년 전부터 공식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며 핵무기전파방지조약(핵확산금지조약·NPT) 밖에 존재하고 있는 핵보유국의 내정에 간섭할 아무런 법적 권한도, 도덕적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라며 NPT 외부의 핵보유국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를 모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NPT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조만간 외무성 부상(차관)급의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둔 여론잡기 예고편이라고 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 총회에 북한의 차관급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유엔 대사 외 본부 고위 당국자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건 7년 만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NPT 규정에 의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도 이런 입장이 확인된 바 있다고 했다.
미국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와 스위스 철학자 라엘 예기의 대담집.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본주의가 왜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결국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이론을 전개한다. 장석준 옮김. 프시케의숲. 2만5000원
▲괴물의 등장
저자는 전염병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의 민낯이 키워낸 ‘사회적 괴물’의 등장이라고 본다. 전염병 확산은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취약성이 낳은 필연적인 재앙이라는 것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우석균·김주연 옮김. 한울. 2만8000원
▲정동연구 지도제작
최근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정동(affect)’ 개념이 정치, 노동, 인종, 젠더, 예술 등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핀다. 외국 필자들의 글 6편과 번역에 참여한 한국 연구자들의 해제가 실렸다. 알리 라라 엮음. 권명아 외 4명 옮김. 갈무리. 2만5000원
▲월스트리트의 유대인들
1848년 전후 독일에서 미국으로 온 유대인들은 금융업에서 크게 성공했다. 유대인 금융가들이 월스트리트의 금융 권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제1차 세계대전, 러시아혁명, 대공황 등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풀어낸다. 대니얼 슐먼 지음. 민태혜 옮김. 생각의힘. 3만8000원
▲강의 | 롤랑 바르트의 죽음들
프랑스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콜레주드프랑스 취임 연설과 바르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1981년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발표한 애도의 글을 묶은 책. 데리다의 글은 우정과 애도, 타자성이라는 데리다 철학의 테마를 보여준다. 김예령 옮김.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
돈이 없어도 소비를 하면 할수록 돈이 생긴다는 경제 이론이 있다. 터무니없는 소망처럼 들리지만 사실 한때는 효과가 있었던 케인스 경제학의 기본 전제이다. 수요와 공급을 통해 움직이는 시장은 자율적으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총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가 위축되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 시장은 더욱 나빠진다. 경제 침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기순환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개입에 정당성을 제공한 것이 바로 케인스 경제학이었다.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거나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라는 전례 없는 정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사실 이 이론은 20세기 중반 이후 대공황 탈출, 전후 재건, 1970년대 전까지의 자본주의 황금기에는 유효했다.
정부가 최근의 경기 부진과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소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도 케인스주의의 효과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14조원 가까이 되는 엄청난 돈을 풀어서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고, 민생이 더 좋아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부는 민생회복을 위한 특별 조치로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전 국민에게 1인당 15만원씩 지급하고, 또 국민의 90%에게는 2차로 1인당 10만원씩 추가 지급한다고 한다. ‘돈을 풀면 경제가 돈다’는 경제 이론이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국민 대부분은 갑자기 공짜 돈이 생기니 일단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돈이 실은 우리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고,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가 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은 우리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니 정부에서 주는 돈 열심히 쓰기만 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쓸 돈을 계속 주면 좋은데,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발성이다. 쓸 돈이 단지 일회성으로 제공된다면, 이런 현금 지원 정책이 과연 지속적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 이번에 준 돈으로 가족 회식 잘 가졌는데 다음에는 회식할 돈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까? 정부는 물론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 선전한다. 펌프에서 물이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마중물’처럼 소비쿠폰도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는 돈을 퍼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AI시대 ‘케인스 이론’이 유효한가
이재명 정부는 이런 케인스 이론을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대선 시기에 ‘호텔경제학’이라는 비유를 통해 자신의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을 예약금으로 맡기고 지역 상권을 돌아다니면 그 돈으로 여러 차례 거래가 일어나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호텔은 그 돈으로 가구점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식사하고, 치킨집은 문구점에서 물품을 구매하고, 문구점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마지막으로 여행객이 설령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더라도, 그 사이 지역 내에서는 돈이 순환하며 이루어진 소비는 실질적인 경제활동임이 틀림없다. 호텔경제학은 ‘소비가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경제를 순환시킨다’는 케인스주의의 기본 원리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설명한다.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면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먼저 돈을 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정부가 제일 먼저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결국 케인스주의와 그 이론을 확신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소비 활성화를 위해 푼 돈이 엄청난 액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물어야 한다. 21세기 인공지능 시대에도 케인스 이론이 통용되는가?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언제나 유효하고 정당한 것인가? 정부가 주는 공짜 돈에 현혹되어서인지 정부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내란 탓에 견제의 힘을 잃어버린 야당은 정부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할 여유가 없다. 비판과 견제 없이 폭주하는 권력은 그 방향과 수단이 옳지 않으면 탈선할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정책을 너무 효율적으로 강도 높게 추진하면, 국가와 사회는 의도한 목표에서 훨씬 더 멀어지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같은 첨단 과학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본주의가 진화하면서 케인스식 정책은 20세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적합했으나 21세기의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은 엄청난 돈을 풀었음에도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의 경우 양적 완화는 남유럽 재정위기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어도 독일과 같은 북유럽 경제와의 격차는 줄이지 못했다. 저금리와 유동성은 오히려 은행 부실과 좀비기업 문제를 키웠다. 미국의 경우에 여러 번에 걸친 양적 완화로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았지만, 실물경제 회복은 빠르지 않았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상위 계층의 부는 증대되고 중하위 계측의 소득 증대는 미약해 결과적으로 불평등은 확대되었다. 간단히 말해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은 초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오늘날 어떤 이유에서인지 케인스가 말하는 ‘승수효과’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승수효과란 정부 지출 또는 투자 증가가 그 자체 이상으로 경제 전체에 파급 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쿠폰으로 아무리 소비를 많이 해도 실질적인 생산과 가치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 경기는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와 연계가 되어야 지속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소비가 일회적이고 단발적이라면 새로운 생산과 가치 창출은커녕 부채의 증대를 가져온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결국 세금이나 국가채무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비용이기 때문이다.
세밀한 설계로 효과 보여줘야
우리는 지금 금융자산이 실물경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계·기업·정부 모두 부채 의존적 구조로 전환된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은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러, 부채 경제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부채 경제’는 통화 정책의 효력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마저 갉아먹는다. 반복적 경기 부양은 국가 부채를 누적시킨다. 국민은 언젠가 세금이 증가할 것을 예상해 소비를 늘리지 않고 저축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금 지원은 실물경제를 활성화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정한 경제 활성화는 시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을 확대하고, 소득을 지속적으로 증대해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가 성장하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새로운 가치 생산을 통해 총량이 늘어야 한다. 돈이 단순히 돌기만 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한 그릇의 국을 서로 주고받는다고 해보자. 국그릇은 계속 움직이고, 마치 식탁이 활기를 띠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트 실제로는 그릇 속 국물의 양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재료를 넣어 끓이지 않는 한, 사람들은 더 많이 먹을 수 없다. ‘호텔경제학’에 대해 비유적으로 대조되는 ‘국그릇 돌리기 경제학’은 소비 활성화의 승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정말로 민생을 되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약 케인스 이론이 여전히 타당하다면, 승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어쩌면 정책 한계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기왕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진작시키고자 했다면,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도록 세밀하게 설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 없이 소비쿠폰 정책을 밀어붙였다.
본래 진보 정권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강한 국가를 추구한다. 이 정부는 재정 지원을 통해 불평등 완화와 경기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하고 부채 경제를 초래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시장을 믿지 않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말 경기를 살릴 수 있을까? 국가의 시장 개입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는가? 질문도 비판도 논의도 없는 정말 이상한 시대에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북한이 15일 해외 주재 대표부를 통해 자신의 핵보유국 지위는 영구히 고착된 불가역적인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향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밖에 있는 핵보유국의 내정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선을 그으면서 NPT 밖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오스트리아 빈 주재 북한 상설대표부는 전날 공보문을 내고 핵보유는 미국의 계속되는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고 힘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빈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다. 미국은 최근 IAEA 이사회에서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북한 대표부는 우리의 핵보유를 ‘불법’으로 매도하면서 ‘비핵화’를 운운하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대조선 적대적 의사를 다시금 드러내 보인 미국의 도발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 배격하며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 후과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했다. 북한은 미국이 내정간섭과 주권침해 행위를 노골적으로 자행하면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재차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북한 대표부는 자위적 핵 억제력을 부단히 제고해 나가는 것은 핵전쟁 발발 위험을 방지하고 북한의 생존권을 담보할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북한은 IAEA도 비판했다. IAEA가 독자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고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미국의 핵 위협을 외면한 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당한 주권적 권리 행사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부는 IAEA와 30여년 전부터 공식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며 핵무기전파방지조약(핵확산금지조약·NPT) 밖에 존재하고 있는 핵보유국의 내정에 간섭할 아무런 법적 권한도, 도덕적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라며 NPT 외부의 핵보유국처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를 모방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 NPT 체제 밖에서 핵을 보유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조만간 외무성 부상(차관)급의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둔 여론잡기 예고편이라고 했다. 앞서 일본 언론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 총회에 북한의 차관급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유엔 대사 외 본부 고위 당국자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건 7년 만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NPT 규정에 의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입장이라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서도 이런 입장이 확인된 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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