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에디터의 창]서울 집값,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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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 대통령은 9·7 부동산 대책에 대해 칭찬도 비난도 없는 거로 봐선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뭔 일이래요. 저희도 정신이 없어요.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2주 전에는 갭투자자들이 한번 휩쓸고 갔고, 이젠 실수요자들이 오는 것 같다며 매물이 나올 때마다 몇천만원씩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동의 한 아파트는 매물 하나를 놓고 3명의 매수 의뢰자가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 중 2명이 30대 초반 부부였다. 건축한 지 30년 가까이 되는 이 아파트는 지난 5월 분트 말만 해도 13억원대 후반에 팔렸지만 지금은 17억원대 후반에 매물이 나와 있다. 단 넉 달 만에 4억원이 올랐다. 2021년 고점은 이미 훌쩍 넘었다.
비단 이 아파트뿐 아니다. 광진구, 강동구 일대는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급등했던 집값이 주변 자치구로 본격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지역은 갭투자도 가능하고, 대출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다.
역대 최고인 3400을 넘어선 코스피 때문에 덜 주목받아서 그렇지 서울과 분당·과천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은 ‘패닉바잉’이 연상될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그간의 경험으로 본다면 시차를 두고 강북, 혹은 서울 인접 신도시로 집값 키맞추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꽤 커 보인다.
9·7 대책에 대해 칭찬도 비난도 없었던 것은 대책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당장 산불이 났는데 장기적으로 임도를 내고 소방시설을 갖추겠다고 말한 것과 비슷했다. 다시 말해 잘못된 정책은 아니지만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정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한국 경제구조에 부동산 비중이 너무 커 정상적인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는 상태라는 진단은 맞다.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대체시장으로 주식시장을 꼽는 데는 반만 동의한다. 전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으로서의 부동산 매력이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배당이 늘고 주가가 오르면 금융시장으로 돈이 분산돼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문제는 그 돈이 그대로 주식시장에 머물겠느냐는 것이다. 최고의 안전자산은 부동산이다. 보유세가 낮아 다른 자산에 비해 보유 부담이 적고,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부양해준다. 부동산이 무위험자산의 위치를 유지하는 한 주식을 해서 번 돈은 결국 부동산에 안전하게 ‘파킹’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 고가 주택을 보유한 20대 대부분이 코인부자라는 것은 부동산시장에서 잘 알려진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정부 들어 부동산은 무위험자산으로서 위치가 더욱 공고해졌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금은 가급적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고, 상속에 대해서도 18억원까지 공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주거안정 측면을 염두에 둔 조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동산으로 얻은 불로소득을 인정하고 이를 세대이전하는 것도 용인하는 꼴이 됐다.
하반기까지 계속 가지 않겠어요?
부동산 중개사 A씨에게 앞으로 어떨 것 같냐고 슬쩍 물으니 조금의 주저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소비쿠폰 등 30조원을 푼 데다 금리 인하 이슈도 있잖아요. 돈 풀면 집값은 또 올라가요. 유튜브로 주요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에서 개개의 경제주체들은 모두 전문가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런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갑자기 폭락해도 안 되고 갑자기 폭등해도 안 되고 안정적으로 부동산을 관리해야 된다며 (시장이 불안하다면) 두번 세번 추가 대책을 내겠다고 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오름폭이 커졌으며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이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반드시 대통령에게 전달하시라.
몇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친구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단수 중이라고 공항 화장실에서 물이 안 나오더라. 당시 케이프타운 공항에서는 전 세계 오줌들이 쌓이는 글로벌 복합 융합이 일어났던 거다. 진짜?라고 물으니 우리랑 좀 달라. 변기가 깊어서 디테일은 잘 안 보여라고 답하길래 인간의 자기 합리화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19년 남아프리카 가뭄이 극심하던 때였다. 건물마다 날마다 측정한 물 사용량이 붙었고,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물 공급이 끊기는 날을 뜻하는 ‘데이 제로’의 카운트다운이 반짝거렸고, 시 당국은 물 소비량 지도를 제작해 평균보다 많은 물을 쓰는 집을 알 수 있게 했다. 백미는 ‘더티 셔츠 챌린지’로, 누가 셔츠를 가장 오래 빨지 않고 버티는지 겨루는 직장 캠페인이었다.
서울의 우리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내 친구와 나는 방귀는 물론 오줌을 튼 사이다. 화장실 갈 때는 안부 인사라도 하듯 너도?라고 묻는다. 우리는 ‘작은 일’을 모은 후 한 번에 물을 내린다. 가끔 손님이 오면 변기 물을 안 내렸는지 눈치를 본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케이프타운을 보니 더 분발해야겠다. 우리는 2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리는데, 케이프타운에서는 4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렸다. 캠페인명은 ‘노래질 때까지 변기 내리지 마’. 가정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이 화장실로, 변기에서 사용하는 물이 가정 내 물 사용량의 약 50%나 된다. 우리 집 변기는 1회당 일반 변기 용량인 6ℓ보다 적은 4.2ℓ를 사용하는 절수형 변기고, 수조에 벽돌도 들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물을 덜 내리는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에 더해 빗물저장 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빗물을 모아 화단에 물을 주고 골목길 청소도 하고 분리수거함에 넣을 재활용품도 헹군다. 서울시는 학교와 주택 등에 빗물 저금통 설치비의 90%를 지원해주는데, 덕분에 우리 집에도 설치했다. 빗물 저금통을 100개만 둬도 수돗물 500t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얼마 전 예매해두었던 강릉행 기차표를 취소했다. 극심한 가뭄에 생수로 생활용수를 충당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고, 기숙사를 닫고, 단수를 하던 때였다. 여름의 태풍과 장마가 사라진,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다. 물처럼 펑펑 쓴다는 말은 지금 강릉에서는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치닫는 세상에서 할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다. 전국 곳곳과 베이징, 벵갈루루, 런던, 멕시코시티, 바르셀로나에서 그럴 것이다.
이번 여름 강릉시 당국의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운영을 계속했다. 2023년 국내 1인당 물 사용량은 303ℓ로 영국·독일·덴마크보다 2배 정도 많다. 수도요금은 절반가량이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도, 케이프타운의 절박한 절수 캠페인은 남의 일이다. 시중에는 수도꼭지나 샤워기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절수기나 절수 양변기, 빗물저장 장치, 폐수를 정화해 변기에 사용하는 중수도 기술 등이 나와 있다. 대부분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8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차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우리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한다. 늦기 전에 구조적인 절수 장치 의무화가 필요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에게 1억원대 그림을 선물하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18일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의 중대성’ 부분에 피의자는 검사로서 누구보다 헌법적 가치를 준수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고가의 그림을 제공해 국회의원 공천 등을 부탁하여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적었다.
또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 부분에서 피의자가 사건 관련자들과의 진술 담합 등 증거를 인멸했고 향후 수사 및 공판절차의 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으며, 수사 및 공판절차의 진행과 형 집행을 지연시키거나 피하기 위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잠적하거나 은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지난 17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자살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이 소멸하기 때문에 법원은 자살도 도주의 한 종류로 판단한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영장 심사에서 두 차례의 압수수색과 무리한 소환 통보에도 성실히 협조했다며 증거인멸 교사 또는 증거 은폐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1월 김 여사 측에 1억원대에 이르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를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이 그림을 전달하면서 지난해 4월 총선 공천 등을 청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앞서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공천 심사에선 탈락했고 이후 국정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를 대납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뭔 일이래요. 저희도 정신이 없어요.
지난 주말 서울 광진구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2주 전에는 갭투자자들이 한번 휩쓸고 갔고, 이젠 실수요자들이 오는 것 같다며 매물이 나올 때마다 몇천만원씩 가격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동의 한 아파트는 매물 하나를 놓고 3명의 매수 의뢰자가 같은 시간에 방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 중 2명이 30대 초반 부부였다. 건축한 지 30년 가까이 되는 이 아파트는 지난 5월 분트 말만 해도 13억원대 후반에 팔렸지만 지금은 17억원대 후반에 매물이 나와 있다. 단 넉 달 만에 4억원이 올랐다. 2021년 고점은 이미 훌쩍 넘었다.
비단 이 아파트뿐 아니다. 광진구, 강동구 일대는 상황이 거의 비슷하다. 강남 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급등했던 집값이 주변 자치구로 본격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지역은 갭투자도 가능하고, 대출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을 수 있다.
역대 최고인 3400을 넘어선 코스피 때문에 덜 주목받아서 그렇지 서울과 분당·과천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은 ‘패닉바잉’이 연상될 정도로 예사롭지 않다. 그간의 경험으로 본다면 시차를 두고 강북, 혹은 서울 인접 신도시로 집값 키맞추기가 이뤄질 가능성이 꽤 커 보인다.
9·7 대책에 대해 칭찬도 비난도 없었던 것은 대책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당장 산불이 났는데 장기적으로 임도를 내고 소방시설을 갖추겠다고 말한 것과 비슷했다. 다시 말해 잘못된 정책은 아니지만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정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에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한국 경제구조에 부동산 비중이 너무 커 정상적인 경제성장에 장애가 되는 상태라는 진단은 맞다. 수요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투기·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일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 대체시장으로 주식시장을 꼽는 데는 반만 동의한다. 전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으로서의 부동산 매력이 지금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배당이 늘고 주가가 오르면 금융시장으로 돈이 분산돼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문제는 그 돈이 그대로 주식시장에 머물겠느냐는 것이다. 최고의 안전자산은 부동산이다. 보유세가 낮아 다른 자산에 비해 보유 부담이 적고,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부양해준다. 부동산이 무위험자산의 위치를 유지하는 한 주식을 해서 번 돈은 결국 부동산에 안전하게 ‘파킹’될 가능성이 크다. 강남 고가 주택을 보유한 20대 대부분이 코인부자라는 것은 부동산시장에서 잘 알려진 얘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재명 정부 들어 부동산은 무위험자산으로서 위치가 더욱 공고해졌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금은 가급적 손을 대지 않겠다고 했고, 상속에 대해서도 18억원까지 공제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주거안정 측면을 염두에 둔 조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부동산으로 얻은 불로소득을 인정하고 이를 세대이전하는 것도 용인하는 꼴이 됐다.
하반기까지 계속 가지 않겠어요?
부동산 중개사 A씨에게 앞으로 어떨 것 같냐고 슬쩍 물으니 조금의 주저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소비쿠폰 등 30조원을 푼 데다 금리 인하 이슈도 있잖아요. 돈 풀면 집값은 또 올라가요. 유튜브로 주요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에서 개개의 경제주체들은 모두 전문가가 됐다.
이 대통령은 이런 시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갑자기 폭락해도 안 되고 갑자기 폭등해도 안 되고 안정적으로 부동산을 관리해야 된다며 (시장이 불안하다면) 두번 세번 추가 대책을 내겠다고 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셋째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보다 오름폭이 커졌으며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대통령실과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이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반드시 대통령에게 전달하시라.
몇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친구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했다. 단수 중이라고 공항 화장실에서 물이 안 나오더라. 당시 케이프타운 공항에서는 전 세계 오줌들이 쌓이는 글로벌 복합 융합이 일어났던 거다. 진짜?라고 물으니 우리랑 좀 달라. 변기가 깊어서 디테일은 잘 안 보여라고 답하길래 인간의 자기 합리화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2019년 남아프리카 가뭄이 극심하던 때였다. 건물마다 날마다 측정한 물 사용량이 붙었고, 고속도로 전광판에는 물 공급이 끊기는 날을 뜻하는 ‘데이 제로’의 카운트다운이 반짝거렸고, 시 당국은 물 소비량 지도를 제작해 평균보다 많은 물을 쓰는 집을 알 수 있게 했다. 백미는 ‘더티 셔츠 챌린지’로, 누가 셔츠를 가장 오래 빨지 않고 버티는지 겨루는 직장 캠페인이었다.
서울의 우리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내 친구와 나는 방귀는 물론 오줌을 튼 사이다. 화장실 갈 때는 안부 인사라도 하듯 너도?라고 묻는다. 우리는 ‘작은 일’을 모은 후 한 번에 물을 내린다. 가끔 손님이 오면 변기 물을 안 내렸는지 눈치를 본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케이프타운을 보니 더 분발해야겠다. 우리는 2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리는데, 케이프타운에서는 4번에 한 번꼴로 물을 내렸다. 캠페인명은 ‘노래질 때까지 변기 내리지 마’. 가정에서 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곳이 화장실로, 변기에서 사용하는 물이 가정 내 물 사용량의 약 50%나 된다. 우리 집 변기는 1회당 일반 변기 용량인 6ℓ보다 적은 4.2ℓ를 사용하는 절수형 변기고, 수조에 벽돌도 들어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물을 덜 내리는 행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그에 더해 빗물저장 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빗물을 모아 화단에 물을 주고 골목길 청소도 하고 분리수거함에 넣을 재활용품도 헹군다. 서울시는 학교와 주택 등에 빗물 저금통 설치비의 90%를 지원해주는데, 덕분에 우리 집에도 설치했다. 빗물 저금통을 100개만 둬도 수돗물 500t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얼마 전 예매해두었던 강릉행 기차표를 취소했다. 극심한 가뭄에 생수로 생활용수를 충당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고, 기숙사를 닫고, 단수를 하던 때였다. 여름의 태풍과 장마가 사라진,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이다. 물처럼 펑펑 쓴다는 말은 지금 강릉에서는 말도 안 된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치닫는 세상에서 할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다. 전국 곳곳과 베이징, 벵갈루루, 런던, 멕시코시티, 바르셀로나에서 그럴 것이다.
이번 여름 강릉시 당국의 중단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운영을 계속했다. 2023년 국내 1인당 물 사용량은 303ℓ로 영국·독일·덴마크보다 2배 정도 많다. 수도요금은 절반가량이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도, 케이프타운의 절박한 절수 캠페인은 남의 일이다. 시중에는 수도꼭지나 샤워기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절수기나 절수 양변기, 빗물저장 장치, 폐수를 정화해 변기에 사용하는 중수도 기술 등이 나와 있다. 대부분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난 8월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주차장 지붕에 태양광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우리는 좀 더 절박해져야 한다. 늦기 전에 구조적인 절수 장치 의무화가 필요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김건희 여사에게 1억원대 그림을 선물하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18일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 전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검은 구속영장 청구서 ‘범죄의 중대성’ 부분에 피의자는 검사로서 누구보다 헌법적 가치를 준수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대통령의 배우자에게 고가의 그림을 제공해 국회의원 공천 등을 부탁하여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적었다.
또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 부분에서 피의자가 사건 관련자들과의 진술 담합 등 증거를 인멸했고 향후 수사 및 공판절차의 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으며, 수사 및 공판절차의 진행과 형 집행을 지연시키거나 피하기 위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고 잠적하거나 은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지난 17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자살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공소권이 소멸하기 때문에 법원은 자살도 도주의 한 종류로 판단한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영장 심사에서 두 차례의 압수수색과 무리한 소환 통보에도 성실히 협조했다며 증거인멸 교사 또는 증거 은폐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염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1월 김 여사 측에 1억원대에 이르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를 전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은 김 전 부장검사가 이 그림을 전달하면서 지난해 4월 총선 공천 등을 청탁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앞서 김 여사가 총선을 앞두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공천 심사에선 탈락했고 이후 국정원 법률특보로 임명됐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선거용 차량 대여비를 대납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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