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사무소 우리 사회는 진심으로 ‘아이’를 원하고 있나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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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랴. 우리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아들이 치른다는 영어유치원의 ‘4세 고시’, 아이가 아프면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야 한다는 ‘소아과 오픈런’, 임신 때부터 신청하지만 수십명의 대기자 뒤에서 기다려야 하는 국공립 어린이집. 우리 사회가 아이를 반기지 않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런 사회에서 성장한 청년들에게는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이 더 어색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청년들에게는 아이가 없는 삶이 기본값으로 자리 잡아왔다. 결혼도 쉽지 않지만 결혼하더라도 딩크(맞벌이 무자녀 가정)로 사는 것이 우선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기 어려운 이유는 수없이 많지만, 아이를 낳는 이유는 오히려 불분명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아이를 낳겠다는 청년들을 만났다. 서울YWCA와 유한킴벌리가 주최하는 신혼부부학교에서 필자는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해 18커플, 36명의 남녀를 만났다. 이 중에는 무자녀 커플과 유자녀 커플이 50%씩 포함되어 있으며, 동거 중인 커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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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녀 커플과 유자녀 커플, 여성과 남성은 경험과 생각에서 비슷한 점도, 다른 점도 있었다. 모두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위험천만한 모험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부모들에게 주어지는 불이익(출산 페널티, 부모 페널티)은 물론, 출산과 양육 과정은 심리적으로 외롭고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소위 N포세대,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문화가 된 청년 세대에서 임신이나 출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눈치 없는 행동일 수 있다. 직장과 가정에서 겪게 될 문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의논할 상대도 찾기 어렵다. “출산을 생각하면 낭떠러지에 서 있는 기분”이라는 것이 여성들의 공통된 심정이다.
남성들은 훨씬 더 분명하게 자신의 삶에서 아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출산은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적인 결과이지만, 주변에서 아이 낳고 후회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만큼 직접적인 불이익을 겪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하나의 논리가 있다면, 비혼·비출산 커플이 유자녀 커플이 되고 한 자녀에서 두 자녀 가족이 되는 경로다. 혼자 살려고 했지만, 아내(남편)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을 결심했고, 딩크로 살려 했지만 아이를 낳게 된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런 커플들의 사례는 ‘연애-결혼-딩크-출산(첫째 자녀-둘째 자녀)’의 경로를 거친다. 딩크에서 출산으로 마음을 바꾸게 되는 계기는 부부간 소통과 남성들의 돌봄 참여다. 소통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남성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함께하려 할 때 아이를 낳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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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커플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으로 세 가지만 제시한다. 첫째, 난임휴직이 필요하다. 현재 난임휴가는 6일이며 2일만 유급이고 4일은 회사 처분에 따른다. 2024년 평균 출산연령이 33.7세까지 높아진 한국 사회에서 많은 여성이 난임치료를 받고 있다. 시험관 시술은 상상외의 시간과 고통, 적지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 때문에 “더 이상 회사 눈치를 보기가 어려워 퇴직한 후 바로 다음달 임신이 됐다”는 경험담이 비일비재하다. 난임치료를 받는 여성들이 퇴사하지 않고 아이를 갖기 위해선 난임휴직이 필요하다.
둘째, 남성 육아휴직자들이 겪는 불이익을 시정해야 한다. 아직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회장님 아들이다” “빠져나갔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럼에도 인터뷰에 참여한 남성들 중에는 ‘승진이 안 돼도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달라진 청년 남성들의 마음을 빠르게 읽어가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이 문제다. 여건상 어렵고 대기업만큼 환경도 조성되어 있지 않다. 중소기업에서 돌봄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출산은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출산도 비출산도 선택하기 어렵다.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서는 깊은 사회적 성찰이 필요하다.
▼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작업 중 유해물질로 추정되는 기체를 들이마셔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경북경찰청과 포스코 등에 따르면 5일 오전 8시50분쯤 스테인리스(STS)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성분이 파악되지 않은 유해물질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공장 수리 작업에 투입된 포스코DX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씨(54)가 호흡 곤란과 흉부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같은 현장에 있던 B씨(33) 등 30대 노동자 3명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이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둔산세공장은 고강도 STS 강판을 만들기 위해 열처리(소둔) 및 화학세척(산세) 공정을 하는 곳이다. 사망한 A씨는 얼굴과 몸쪽, 허벅지 등 부위에 화상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은 포스코 사내 구급대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가 사망하자 병원은 오전 10시19분쯤 경찰에 “변사자 1명이 이송됐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전 10시27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고, 40여분 뒤인 11시14분쯤 화학물질 등을 취급할 수 있는 경북소방본부에 공동대응을 요청했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30명과 차량 11대 등을 동원해 공장의 한 분리된 배관에서 가스가 누출된 사실을 파악하고 배관을 연결했다. 이어 흡착포를 활용해 독성물질을 모두 제거했다.
소방당국은 사고를 일으킨 화학물질이 불산 또는 질산일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성분을 확인할 예정이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시 작업 환경과 보호구 착용 여부 등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해당 공장 라인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지난 3월에도 포스코PR테크(정비 부문 자회사) 소속 직원이 설비에 끼여 사망했다.
경기 용인시 최초의 독립서점인 ‘책방 우주소년’을 방문했다. 이 서점은 용인시 동천동 주민들의 마을 만들기 중심 공간으로, 여러모로 감탄할 만한 훌륭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나의 감동은 같이 간 지인이 “왜 하필 ‘소년’이냐, ‘우주소녀’는 없나?”라고 지적하면서 작은 논쟁으로 이어졌다. 나는 페미니즘이 ‘소년’을 ‘소녀’로 대체하는 사유가 아니라고 말했다. 물론 남성 명사가 인간을 대표하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여성의 언어를 포함해 모든 명명(命名)은 누군가/무엇인가를 배제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다.
그즈음 지역 문예지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최근 대학의 강의실에서는 ‘페미니즘’이나 ‘젠더’라는 기표 자체가 마치 ‘얼음땡’ 놀이의 ‘얼음!’ 같은 단어로 작동하는 듯 보입니다. 앞선 단어들이 발화되는 순간 모든 학생이 눈만 크게 뜬 채로 굳어버리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는데요. 이런 상황은 2015년의 페미니즘 대중화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여기의 우리가, 이전보다 나아진 것·그대로인 것·오히려 더 나빠진 것 등을 섬세하게 성찰할 필요를 일깨웁니다.”
성차별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 ‘페미니즘’만 모두를 긴장시키는 말이 되었다. 나 역시 대화, 토론 그리고 글쓰기에서 기피하는 주제가 있다. 대개는 여성주의 ‘내부’의 문제들이지만, ‘조국 사태’ 같은 이슈도 되도록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나마 ‘조국 사태’는 여기 지면에 쓸 수라도 있는 주제다. ‘말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도 수두룩하다. 인간관계가 파괴되고 관점 차이만 확인하게 되는 대화 소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금기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당대 페미니즘은 남녀 간, 세대 간에 가장 첨예한 정치경제학이자 대화 주제인데도 실제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대표적 이슈가 아닌가 생각한다. 낙인, 자기 검열, 분노와 긴장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몸이 굳어버린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주의에 대한 오해가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누가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를 생산했을까? 아니, 페미니즘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 이 오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여성, 남성, 페미니스트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어차피 대화는 말이 변화하고 유동하는 행위이고 모든 언어는 오염되어 있다. 그러므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젠더에 대해 말한다? 투명한 전달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는 불가피
나는 평소 ‘여성’도 ‘학자’도 아니고 페미니스트로서 정체성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여성주의든 민족주의든 나는 그 어떤 ‘ ~주의(主義)’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잠시 작동하는 정체성의 정치의 효능에는 동의하지만, 정체성의 정치 자체에는 반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페미니즘은 정체성의 정치가 아니다.
당연히 나의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도 수많은 여성주의적 견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동시에 ‘나의 페미니즘’은 내가 가진 많은 가치관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페미니스트가 될 필요도 없고,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시민들이 가져야 할 하나의 교양이나 가치관이지, 한 사람이 가져야 하는 모든 정치적 태도가 될 수 없다.
다만 페미니즘은 모든 타자(他者·the others)들의 사상으로서 그 장점이 분명하다. 페미니즘은 글쓰기와 공부, 인간관계,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 1949년 시몬 드 보부아르는 <제2의 성(The Second Sex)>에서 여성은 ‘제1의 성’인 남성이 만든 두 번째 성, 이등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동의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것은 남성과 평등한 제1의 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 목표는 ‘어떤 남성’과 같아질 것인가의 물음 앞에서 불가능한 임무가 된다.
내가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타인을 자신을 설명하기 위한 부수적인 존재로 동원하는‘백인 남성’의 사고방식을 따라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제2의 성’으로써 또 다른 타자들, 이를테면 ‘제3의 성(아줌마, 난민, 이주민…)’을 만드는 데 동참하지 않는 실천이다.
페미니즘은 세상을 인식하는 다른 ‘눈’이다. 페미니즘은 ‘눈’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도, “보는 것은 곧 아는 것”이라는 시각 감각의 특권을 문제시한다. 이래저래 모순일 수밖에 없는 사유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고 외치지만, 이 말 역시 문제적인 언설일 수밖에 없다. ‘어떤 여성’의 눈으로 볼 것인가? 가난한 여성, 중산층 여성, 장애 여성, 비장애 여성, 이성애자 여성, 동성애자 여성, 나이 든 여성, 여성 난민, 트랜스 여성? 페미니즘은 자신이 어떤 여성인지 사회적 위치성을 드러내고 그 인식의 부분성을 인정하는, 매 순간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개별적으로 몇몇 여성이 남성의 세계에 진입할 수는 있어도, 페미니즘은 ‘주류’ 사상이 될 수 없다. 페미니즘은 아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가장 느린 정의>(리아 락슈미 피엡즈나-사마라신하 지음, 전혜은·제이 옮김, 오월의봄, 2024)를 원한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삶과 경험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보편성이 백인 남성의 삶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기왕의 모든 언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일 뿐이라고 상대화하는 것이다. “네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야, 그러나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페미니즘은 보편성의 반대는 특수성이 아니라 차이라고 본다. 보편성은 말 그대로 기준이 하나라는 뜻이다. 보편성의 반대가 특수라면, 즉 보편성으로 포섭되지 않는 특수한 것이 있다면 이미 보편성은 불가능한 것이 된다. 세상사는 보편성으로 포섭, 환원되지 않는 수많은 현실들로 이루어졌다. 차이는 끊임없이 보편을 재구성하므로 보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배제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의해 그 모양을 달리한다. 이것이 다양한 목소리의 화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통념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오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이는 오해를 넘어 폭력이다. 민주주의는 배제 없는 세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차이가 여성주의의 자원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페미니즘의 구호 중 하나는 “페미니즘은 다양성이 아니다!(feminism is not diversity!)”이다.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존중하되, 당파성 없는 다양성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극우, 반동성애주의, 여성 혐오를 다양성이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나와 다른 입장을 상대화하는 태도와 상대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주의는 자기가 선 자리, 입장을 드러내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마르크스주의 실현이 ‘실패’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마르크스주의 자체가 가진 억압성 즉 여성과 ‘유색 인종’ 노동자를 배제한 백인 남성 중심의 노동자 모델이 가장 큰 문제였다. 노동자들 사이의 차이(차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해 페미니즘은 여성들 간의 차이를 핵심 사상으로 한다. 여성들 간의 차이는 보편적 이론으로서 여성주의를 ‘불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여성주의의 가장 큰 자원이자 이론적 근거이다.
여성주의가 혐오, 비생산적인 갈등, ‘손잡고 침묵’하는 집단 무의식을 극복하고 일종의 인식론적 도구로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여성주의는 맥락적 사유라는 점에서 원칙이 없다. 이론도 하나의 담론적 현실이라는 의미에서 이론과 현실의 경계도 없다고 본다. 상황에 맞게 계속 사유하고 매 순간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 한다.
페미니즘은 현실에 ‘적용’하는 이론이 아니다. 나는 “서구 이론을 한국 사회에 적용한다”는 태도 같은 식민주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 한국 사회는 언제나 서구의 자료, 데이터에 불과하게 된다. 현장, 지역성(로컬리티) 자체가 이론이다.
여성과 남성, 모든 이들의 무지가 해방되기를 꿈꾸는 페미니즘이 갈등과 극도의 긴장 속에서 침묵되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페미니즘은 나를 알고 너를 알고 세상을 아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다. 사람들마다 입장에 따라 유효성은 차이가 있겠지만, 페미니즘은 멈춤 없는 사유라는 점에서 상당히 쓸모 있는 ‘아는 방법, 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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