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소고기값 보고 돼지고기 샀어요”···가계도 자영업자도 고환율에 시름[고환율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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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경기 안산시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던 문순덕씨(58)는 소고기가 진열된 정육 판매대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미국산도 선뜻 장바구니에 담지 못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고 느껴서다. 100g에 4800원 하는 미국산 꽃등심을 살펴보던 문씨는 결국 돼지고기 쪽으로 눈을 돌렸다. 목살은 100g에 1800원이었다. 그는 “네 가족이 함께 먹을 양까지 생각하면 돼지고기가 낫다”고 말했다.
문씨는 수산물 코너로 이동해 두 마리에 1만1800원인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보고선 “너무 비싸다”며 짤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마트 관계자는 “원래 1만3800원에 팔아야 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많아서 마진을 포기하고 가격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과일 앞에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사과와 방울토마토를 담은 문씨는 5개에 9900원인 미국산 오렌지도 담으려다가 내려놨다. 문씨는 이날 돼지고기, 고등어, 밀가루, 두부, 달걀, 오이, 사과 등을 사는 데 9만8730원을 썼다.
그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아끼고 아낀 거 같은데 거의 10만원이 나왔다”며 “고기와 생선을 빼면 메인 반찬이 될 식자재가 없어서 3~4일 뒤엔 또 장을 봐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원·달러 환율은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3.8원 오른 1480.1원(주간거래 종가)에 마감했다. 지난주 장중 1480원을 넘고,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1480원을 넘은 셈이다. 주간 종가가 1480원을 웃돈 것은 지난 4월9일(1484.1원)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환율에 민감한 수입산 먹거리 중심으로 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환율은 하루 세끼에 바로 영향을 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특히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11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지난 6월 대비 6.05% 올랐지만 달러 기준으론 -0.56% 내렸다. 즉, 실제 수입하는 물건의 국제 가격은 하락했지만 환율 영향으로 국내 가격은 6%나 올랐다는 뜻이다. 11월 평균환율은 달러당 1460.44원으로, 연중 평균환율이 가장 낮았던 지난 6월(1365.15)과 비교해 6.98% 상승했다.
5년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극명하다. 올해 11월 수입물가는 2020년 11월보다 47.44%나 급등했다. 달러기준으론 12.96% 올랐으나 평균환율이 30.9% 상승한 영향이다. 과자·제빵 등에 사용되는 밀의 경우 같은 기간 달러기준으론 8.09% 내렸지만 원화기준 19.97% 상승했다. 쉽게 말해 국제 가격은 떨어졌지만 환율 상승으로 국내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사실상 100% 수입에 의존하는 커피 원두는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작황 등으로 공급 문제도 겹치면서 원두의 수입가격은 5년새 289.37%나 폭등했다. 달러 기준으로도 198.29%나 올랐는데 고환율이 겹치면서 더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다. 지난 6월과 비교해도 다섯 달 새 20% 가까이 커피 수입가격이 뛰었다.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작은 원두 판매 가게. 에티오피아·케냐 등 주요 커피 생두통에 놓인 팻말 옆엔 포스트잇으로 가격을 수정하거나 펜으로 가격표를 덧댄 흔적이 남았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작은 원두가게를 운영하는 김동진씨(62)는 생두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8년 여만에 에피오피아 원두 가격을 (350g당) 2만원에서 2만2000원으로 인상을 했다. 그는 단골 거래처를 고려해 반년 넘게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최근 어렵사리 ‘인상’ 이야기를 꺼냈다.
김씨는 “대부분 단골 입장에선 쌀을 사 먹는 느낌이니 (에티오피아 원두) 가격을 2만2000원으로 올리면서 양해를 구했다”며 “카페에선 블렌딩 원두가 주로 나가는데, 여기서 확 가격을 올려버리면 카페도 힘들어지니 블렌딩 원두는 차마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베이커리 카페는 수입 물품이 많다 보니 시름이 더 깊다. 경기 수원시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조인희씨(38)는 원두뿐 아니라 제빵에 사용되는 밀가루, 버터, 설탕 등 원재료가 1~2년 전보다 40% 이상 올랐다고 했다. 그는 “케이크를 만드는 데 쓰는 단호박은 뉴질랜드에서 들여오는데, 가격이 1500원에서 3000원까지 올랐다”며 “생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렇다고 판매 가격을 쉽게 올릴 순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으로 기름값도 크게 오르면서 자영업자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국제 원유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지만 기름값은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만 해도 서울 지역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리터당 1600원, 1500원 후반이었지만 최근 1800원 17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위치한 만남의광장 하행선 주유소 앞은 미리 주유하려는 수십대의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곳은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로 꼽히는 곳이다.
이날 전세버스 운전기사 최준철씨(59)가 주유를 시작하자 주유기 금액이 빠르게 올라갔다. 210리터 안팎을 주유한 금액은 33만6000원, 일주일에 두세 번 주유를 하는 최씨는 기름값을 조금이나마 아끼고자 이곳을 찾았다.
최씨는 “몇 달 새 200원가량 오른 것 같은데, 매달 기름값에 드는 돈이 20만원~30만원 정도 더 들어가는 것 같다”며 “기름값이 올랐다고 요금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니 서민들이 먹고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자도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인천지역에서 화물차 운송을 하는 박진태씨(55)는 “화물차는 연비가 좋지 않아 기름을 많이 먹는데, 한번 기름을 넣을 때마다 가격이 올라서 7~8만원 정도 부담이 더해진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인데 안 그래도 일이 없어서 서로 일감을 뺏어먹기 하는 상황에서 기름값이 오르면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꿈틀대는 수입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입 물가 변동 품목이 확대되면 소비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물가는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 가계에서 먹거리 같은 필수재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고환율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수입 물가가 오르면 직접적인 원자재가 오른다. 기업들이 이익을 덜 보는 선에서 한동안 가격을 유지할 순 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결국 3~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율이나 생활 물가 등을 고려하면 우리가 실제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 불안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투표 성향으로 이념점수를 측정해보니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대 국회 들어서는 주요 법안을 두고 견해차가 컸던 데다 12·3 불법계엄과 탄핵 등을 거치며 쟁점 의안이 많아지면서 이념점수가 더 벌어졌다. 올해 거대 양당 간 이념점수 차이 추정값은 지난 20년 중 가장 높았다.
22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팀과 함께 22대 전현직 국회의원 304명이 개원 이래 지난 10월24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한 862개 의안의 표결 결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추론 방법을 이용해 의원별 이념점수를 측정했다. 그 결과 22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 간 평균 이념점수 거리는 2.160점으로 21대 국회의 1.676점, 20대 국회의 1.608점에 비해 큰 차이로 벌어졌다.
의원별 이념점수는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이는 의원들에게 비슷한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의원들 간 상대적 위치를 보여준다.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 경향이 높은 법안을 편의상 ‘진보’와 마이너스(-),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 경향이 높은 법안을 편의상 ‘보수’와 플러스(+) 쪽으로 두고 의원별 점수를 계산했다. 여기서 진보, 보수는 상대적 개념으로 엄밀한 사상적 의미를 지니진 않으며, 통계 수치의 변화가 실제 이념 변화와 연결되진 않는다. 다만 의원 혹은 정당 간 의견 차이가 얼마나 심한지를 측정할 수 있다. 통계적 추정이기에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다.
지난 20년간 민주당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의 이념점수 차이를 연도별로 추정해본 결과 올해 두 정당의 이념점수 차이는 1.299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4년 1.273점을 넘어섰다. 2004년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등이 벌어져 정치적 격량이 극심하던 해였다. 올해는 그보다 더 양 정당 간 이념 차이가 심해진 것이다. 한규섭 교수팀은 “거대 양당의 이념점수 차이는 대개 각 정권의 임기 초에 올라갔다가 임기 중 점점 하락하는 등 부침이 심했지만 전체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쟁점 법안이 많았다. 반대 표결 성향이 높았던 진보 의안은 예산안 자동부의제 폐지를 담은 국회법 일부개정안, 국회가 증인·참고인 출석이나 서류 제출을 요구했을 때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이 있었는데 둘 다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25차례나 행사하기도 했다. 보수 의안 중에서는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비준안,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등이 반대 표결 성향이 높았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양당 간 차이와는 달리 현재 당대표의 이념점수 거리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가장 진보 성향을 보인 의원을 1위로, 가장 보수 성향을 보인 의원을 304위로 순위를 매겼을 때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9위(-0.661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31위(1.050점)를 기록했다. 두 대표 모두 각 당의 평균 이념점수보다는 중도에 가까웠고, 거리 역시 1.711점으로 양당 평균 거리보다 좁았다. 대표 취임 전 친한동훈계로 분류됐던 장 대표의 이전 표결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실질적 정책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대표의 이념점수 차이는 컸다. 전현직 원내대표를 비교해보면 민주당 박찬대·김병기 의원과 추경호·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사이의 거리는 각각 2.259점, 2.222점으로 평균보다도 오히려 멀었다. 박찬대(124위)·김병기(150위) 의원의 이념성향은 민주당 중에서는 온건한 편이었지만 추경호(283위)·송언석(287위) 의원의 이념성향은 국민의힘 중에서도 강경한 쪽에 속했기 때문이다.
당별 의원 평균 이념점수를 보면 조국혁신당이 -1.346점으로 가장 진보적 성향을 보였다. -0.993점인 진보당보다 더 강경한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0.936점, 국민의힘은 1.224점이었다. 개혁신당은 0.272점으로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입장과 비슷했다. 개혁신당은 민주당과의 거리(1.208)보다는 국민의힘(0.952)과의 거리가 다소 가까웠지만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한규섭 교수팀은 “조국혁신당은 강성 진보 유권자층의 지지를 확보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공조를 끌어내고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위치인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대통령 지지율 유지가 중요한 만큼 정부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는 행보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의원들을 좌표상에 배치해보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의원들과 개혁신당,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로 겹치는 부분 없이 완전히 갈라졌다. 민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김상욱 의원(0.073)보다 더 진보적인 국민의힘 의원은 없었다. 개혁신당 의원 3명은 모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있었는데 김상욱 의원보다 진보적인 의원도, 국민의힘 의원 중 가장 진보적인 조경태 의원(0.442)보다 보수적인 의원도 없었다.
진보 성향 순으로 순위를 매겼을 때 1위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2.659)이 차지했다. 신 의원의 뒤를 이은 진보 성향의 ‘강경파’는 이수진(-2.364), 이용우(-2.086), 민형배(-1.920), 고민정(-1.869) 민주당 의원 순이었다. 대통령실 대변인을 맡고 있는 강유정 전 의원이 -1.545점으로 13위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조국혁신당 의원 중에서는 정춘생, 이해민 의원도 각각 11위(-1.699), 15위(-1.534)로 상위권이었다.
가장 보수적 표결 성향을 보였다고 할 수 있는 304위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2.660)이다. 한 의원의 뒤를 이은 보수 성향의 강경파는 국민의힘의 윤한홍(2.115), 최은석(2.066), 박충권(2.042), 박대출(2.018) 의원 순으로,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의원들이 상위권 다수를 차지했다. 역시 친윤계인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98위(1.796), 권성동 의원도 288위(1.563)를 기록했다.
민주당에서 온건파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들을 꼽아보니 김상욱 의원을 비롯해 이소영(-0.300), 채현일(-0.427), 황희(-0.439), 김영진(-0.468) 의원 순으로 보수 성향이 높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의원 시절 이념점수만 놓고 보면 -0.554점으로 온건파 상위 20위권 내에 들었다. 현 국가안보실장인 위성락 전 의원(-0.509), 법무부 장관인 정성호 의원(-0.573) 등 현 정부 주요 인사가 온건파 상위권에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김예지(0.602), 권영진(0.603), 한지아(0.644) 의원 등 순으로 진보 성향이 높아 온건파로 분류됐다. 권영진 의원을 제외하면 조경태, 김예지, 한지아 의원처럼 대체로 친한계로 분류되거나 김재섭(0.685), 김용태(0.860) 의원 등 현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해온 의원들이 온건파 상위권을 차지했다.
강성 이미지이지만 표결 성향은 온건하게 드러난 의원들도 있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연일 대여 강경 발언을 내놓았던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념점수가 0.949점으로 전체 214위에 그쳤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왼쪽에서 17번째로 온건파에 가까웠다. 법사위에서 주 의원과 반대편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이념점수는 전체 190위(-0.429점)로 같은 당 의원 중에서는 가장 보수적 표결 성향을 띄었다. 범진보 진영 중에서도 4번째로 보수적이었다.
강경 이미지로 손꼽히는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등도 81위(-0.949), 108위(-0.813) 등으로 전체 범진보 진영 의원 중에서는 중간 정도의 성향을 나타냈다. 반면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강성 이미지에 걸맞게 이념점수도 1.688점으로 296위를 기록해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도 가장 강경파 축에 속했다.
지역별로는 전북(-1.046), 전남(-1.023), 광주(-1.014) 등 호남 지역 의원의 평균 표결 성향이 가장 진보적으로, 대구(1.289), 경북(1.228), 부산(1.067) 등 영남 지역 의원들의 표결 성향이 가장 보수적으로 나타났다. 정당별로 나눠보면 지역별 순위가 엇갈렸다. 민주당은 충북 출신 의원들의 이념점수가 -1.303점으로 전북, 전남 출신 의원보다 더 진보적이었다. 국민의힘은 강원 출신 의원들의 이념점수가 1.739점으로 대구, 경북 의원들보다 더 보수적으로 나왔다.
국민의힘은 선수별로 표결 성향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민주당은 선수가 높아질수록 온건한 표결 성향을 보였다. 초선 평균 이념점수는 -1.002점이었는데, 4선 이상은 -0.742점이어서 좀 더 중도 쪽으로 이동했다. 한 교수팀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차기 총선에서 재공천을 위해 당론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며, 국민의힘은 열세 상황에서 다선 의원들도 매우 강경한 표결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지역구의 정치 성향과 가장 괴리가 큰 의원들도 분석했다. 지역구별로 지난 총선에서 범보수 계열 정당의 득표율과 해당 지역구 의원 이념점수의 관련도를 회귀분석한 뒤 회귀선에서 가장 먼 의원을 뽑았다. 지역구 민심보다 더 진보적 표결 성향을 보인 의원은 민주당 이수진(경기 성남중원), 고민정(서울 광진을), 이용우(인천 서구을) 의원 순이었다. 반대로 더 보수적 성향을 나타낸 의원은 국민의힘 한기호(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나경원(서울 동작을) 순이었다.
가장 많은 기권표를 던진 의원은 곽상언 민주당 의원으로 92건의 표결에 기권했다. 기권은 소속 정당의 주류 의견에 실질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에서는 고동진 의원이 59건으로 가장 많이 기권했다. 민주당 기권표가 가장 많았던 법안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으로 전체 기권수 37건 중 35건이 민주당 의원의 기권표였다. 국민의힘 기권표가 가장 많았던 법안은 ABC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지역신문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 일부개정안으로 기권수 31건 전부가 국민의힘 의원의 기권표였다.
점선면팀에 오기 전 저는 노동 분야와 방송·미디어 분야를 함께 담당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장악한 윤석열 정부가 정권 비판 보도에 제재·소송을 남발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죠. 그들이 제기한 제재·소송은 거의 전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지만, 비판 보도를 했던 언론사들은 그 과정에서 큰 고초를 겪었습니다. 경제적 손해부터 내부 갈등, 보도 위축 등으로 힘들어하던 언론인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입틀막’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민주당도 정권을 잡은 뒤 똑같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오늘(24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때문입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우려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 논란, 점선면이 정리해봤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언론사나 유튜버가 고의로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합니다. 불법정보란 인종·성별·장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정보를 뜻합니다. 허위·조작정보란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되도록 변형된 정보입니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추진하려다가 여론 반발에 접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비슷한 법안입니다.
민주당은 원래 지난 22일 법안을 본회의에 올리려다가 급히 내용을 수정해 어제(23일) 상정했습니다. 원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통과시킨 법안은 ‘고의성이 있는 허위정보’만 손해배상 대상으로 삼았는데, 법제사법위원회가 여기에 ‘단순 실수·오인·착오로 인한 허위·조작정보’까지 포함시키면서 위헌 논란이 일었거든요. 최종 수정안은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는 경우’라는 문구를 넣어 다시 고의성 여부를 강조했습니다.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걸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습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시점으로부터 24시간이 지나는 오늘 정오쯤 표결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고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문제는 비교적 판단 기준이 분명한 불법정보와 달리, 허위·조작정보는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손해를 가할 의도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라는 조건도 명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권력자가 허위·조작정보의 모호성을 악용해 권력 비판 보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윤석열 정부 방심위가 딱 그랬습니다. 당시 방심위는 윤 전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발언 논란을 보도한 MBC 등 언론사들에 과징금을 매겼습니다. 윤 전 대통령이 실제로 해당 발언을 했는지 법원에서 결론이 나지도 않았던 시점이었습니다. 이 재판은 지난 8월 외교부가 2심 소송을 취하하면서 끝났습니다. 방심위는 후쿠시마 오염수 2차 방류 소식을 전한 MBC <뉴스데스크> 2023년 10월3일자 방송에도 법정 제재를 내렸습니다. 앵커의 뒷화면에 1차 방류 때 물고기가 떼로 죽은 사진을 내보낸 게 “2차 방류로 다량의 물고기가 죽은 것처럼 혼동케 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 제재도 지난달 법원에서 취소됐습니다.
공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정치인·대기업 임원 등의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막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이들은 지금도 비판 보도를 위축시키기 위해 언론에 시간·비용 부담을 주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자주 걸고 있거든요.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해지면 이런 소송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언론사가 봉쇄소송을 각하할 수 있는 ‘중간판결’을 법원에 요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법원이 봉쇄소송 성립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런 제도가 윤석열 정부 때 있었다면 권력의 비위를 고발한 여러 보도는 나오기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런 식이면, 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가 언론사의 권력농단 단서 보도마다 봉쇄 소송을 낼 수 있고, 지금도 쿠팡 같은 기업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현행 언론중재법과 민·형법 등으로 허위·조작정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데 굳이 표현의 자유를 더 옥죌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권력이 언론의 비판·감시를 불편해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언론의 존재 이유입니다. 언론의 제대로 된 비판·감시는 권력의 남용을 막고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듭니다. 언론의 자유가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인 이유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직결된 중요한 법안을, 땜질 수정을 반복하면서까지 급하게 처리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개혁입법 처리가 왜 이리 거칠고 조급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중요한 민주주의 가치인 언론 자유와 권력 감시를 훼손할 수 있는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이 언론사 사설·논평도 반론보도 대상에 포함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점도 우려를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언론도 반성해야 합니다. 고의적·악의적 허위보도로 사회적 해악을 끼친 사례가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논쟁의 여지가 있거나 비리 의혹·정황을 제기하는 보도라면, 권력이 그 표현을 강제로 틀어막는 건 위험합니다. 그런 경우 법적·제도적 규제보다는 공론장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쪽이 더 민주적이라는 게 헌법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이대근 칼럼니스트는 칼럼에서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 통제는 더불어민주당 대 국민의힘의 문제도, 진보 대 보수의 문제도 아닌 권력 대 시민의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의 핵심이라고 하는 건 이 자유가 다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자유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막는다는 큰 방향은 옳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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