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형사전문변호사 “자폭? 별수가 없지 않나…막다른 골목의 선택” [러·우크라전 북한군 파병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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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은 지난 2024년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월 북한군 포로 생포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이 생포된 곳은 러시아 쿠르스크였다.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으로 점령했던 러시아 영토였다. 북한출신 전쟁 포로가 생긴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었다. 2명의 포로는 당시 외신과 국내 언론에 등장했지만 이후 1년간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군 포로를 만나기 위한 과정은 복잡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포로 공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포로들의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해 당시 한국정부는 강하게 항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군 포로들에 대한 취재 허가가 떨어지고 그들이 수감되어있는 시설로 향한 것은 지난 해 10월이었다. 그곳에는 북한군 뿐아니라 러시아 및 타국에서 온 러시아 의용군 등 전쟁포로들이 수감이 되어있다. 취재 당일, 아침 일찍 시설 책임자와 정보국 담당자가 취재진을 인솔했다. 지하로 내려가서 미로같은 시설 통로를 지나니 작은방이 나왔다.
마침내 만난 북한군 포로는 김모 (26)였다. 푸른색 죄수복을 입은 러시아 포로들과 달리 그는 검은 패딩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을 보고 상당히 경계했다. 인사를 하자 김씨는 “당국이 머리가 좋다. 여성분을 보내면 내가 막 감동할줄 아느냐”고 눈을 매섭게 떴다. “우리는 정부 당국자가 아니다”고 설명했고, 그는 뭔가 잠시 생각한 뒤 “담배 있으면 달라”고 했다. 그는 재차 취재진의 이름과 주소를 물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씨는 생포 당시 턱에 총탄을 맞았다. 그는 얼굴에 붕대를 맨 채 지난해 언론에 공개됐다. 다만 그의 이름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처가 제법 아물고, 붓기도 빠진 상태였다. 필답을 했던 1년전과 달리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나는 막 불편해요. 살아있는 것이” ‘전쟁포로가 된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답하는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마찬가지다. 나라를 배반한 거랑 같다. (포로가 될 때) 나는 살아있을 가치를 못느꼈다. 다른 사람은 포로가 되지 않으려 다 자폭했는데, 나는…자폭을 못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두려움은 북한 송환이다. 그는 “자다가도 그 걱정 때문에 불뚝불뚝 깰때가 많다”며 “북한에 돌아가면 가족, 친척, 친구 등 다 3대 멸족 당한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피비린내나는 살벌한 전투는 처음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된 거 보면 온전한 시체가 없다. 온몸이 찢어지고 절단된다”며 “저격당해 죽었으면 그건 좀 깨끗하게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 눈앞에서 전우가 자폭드론 공격을 당해 죽는 모습을 봤다. “수많은 전투전우들이 그 러시아땅(쿠르스크)에서 그렇게 희생됐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유해는 어떻게 하려는지…”.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우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공포감도 생기고, 참 너무 가련하고 처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참전과정에 대해 그는 “배에 오르니 러시아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우리가 러시아에 간다는 것은 알았다”며 “블라디보스토그에서 시가전 훈련, 러시아 무장장비 교육 등을 받다가 (2024년) 12월 초 쯤에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전투는 새벽에 이뤄졌다. 그는 총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총알은 팔뼈를 부러뜨리고 턱도 관통했다.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는데는 깨어보니 밤이었다. 몸이 몹시 떨렸다. 과다출혈과 추운날씨를 이겨내며 빈몸으로 부대로 복귀하던 중 도중 우크라이나군에 포위됐다. 자해를 하려했지만 칼과 수류탄 등이 없었다.
‘포로가 되는 순간 무서웠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섭다는 생각은 안들고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뭐가 억울했느냐’고 물어보니 그는 “포로가 된 것이 억울했다”며 “만약 수류탄이라도 있었으면 포로가 안되고 죽을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삶이 그때 죽지 못한 후회가 100배로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우크라이나 96연대에 따르면 김씨는 이송 중 자살을 시도했다. 콘크리 기둥을 항해 돌진해 머리를 박는 자해를 시도했다.
김씨는 제대하면 성악을 공부하려 했다. 북한 병사들은 의무적으로 10년을 복역하는데 제대하는 해 러시아로 파병됐다. 그는 수감 중 한번씩 노래를 불렀고, 우크라이나 간수들이 그의 실력에 깜짝 놀랬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그는 북한에서 유명한 ‘어머니가 제일 좋아’를 불렀다.
‘다 자라도 찾는 어머니/백발 돼도 찾는 어머니/엄마없이 나는 못 살아/어머니가 제일로 좋아.’
그는 1년전 언론을 통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그는 “난 한국에 가겠다는 의향이 확실다”며 “(하지만)내가 한국에 갈수 있는지 없는지 의문이 계속든다. 심정은 간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포로는 24살의 백모씨다. 마치 중학생 같은 앳된 얼굴인 그는 생포될 당시 다리를 다쳐 철심이 박힌 채 목발을 짚고 다닌다. 그는 ‘정찰총국 출신’이라고 했다. 정찰총국은 대남공작 및 해외공작, 요인암살테러 등을 수행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 핵심정보기관이다.
그는 2025년 1월 한 도시를 점령하는 전투 중 우크라이나 기계화부대에 포위돼 포로가 됐다. 그는 “그날 따라 드론이 정말 많았다”며 “죽도로 싸워댔는데 드론 한대가 날아왔고, 은폐하려 창고로 뛰어들었는데, 창고안의 작은 창문으로 다른 드론이 더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순간 엎드렸지만 공간이 좁다보니까 다리가 이렇게 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론 폭발로 10명 중 4명 가량이 부상을 당했고 이들은 전원 자폭하기로 하고 수류탄을 하나씩 나눠가졌다. 혼자 숲속에 쓰러져 있던 백씨는 다른 사람들도 다 잘못된 것 같아 나도 죽어야겠다, 싶어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불연듯 ‘아군의 재공격이 있다면 그때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숲에서 버티기로 했다. 3,4일뒤 멀리서 우크라이나군인지 러시아군인지 알 수 없는 외국군이 다가오길래 “다가오면 이것을 터트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류탄을 갖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고리만 당기면 죽을 수 있어 겁이란 건 없었다”며 “러시아군이면 합류하면 되고, 적군이면 그 고리 뽑고 죽으면 된다, 그런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식별이 어려운 외국군은 “우리들은 러시아군”이라며 안심시킨 뒤 지혈을 해주겠다며 지혈대를 꺼냈는데, 그게 자신이 가진 지혈대와 같았다.백씨는 “러시아 군인이 맞구나 확실을 가졌고, 암구호를 댔는데 그것도 맞아 떨어졌다”며 외국군을 믿고 따라가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백씨가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것은 구급차안에서였다. 차내 장식물에는 성조기가 그려져 있고, 차벽에는 우크라이나라고 씌여 있었던 것이다. 그는 “뒤늦게 수류탄을 찾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떼네간 뒤였다”며 “다시 수갑을 채우고 눈도 가릴 때 그때가 제일 막막했다.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라고 말했다.
‘왜 죽을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포로 돼 봤자 이렇게 좀 구차하지 않느냐”며 “포로가 돼서 구차하게 살수는 없다”고 말했다. ‘뭐가 제일 구차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명색이 조선군인은 적군의 포로가 돼 살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남자는 군대 나가서 고생 해봐야 사람 된다’는 부모님의 말에 따라 입대했다. 그는 “군동원 도(道)동원부로 갈 때 보는 부모님 모습이 부모님의 마지막 얼굴”이라며 “정류소에 차로 통과할 때 마지막으로 보겠다고 부모들이 다 기다리는데 어머니도 우셨다”고 말했다. 백씨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서 손잡고 본, 눈물흘리는 어머니의 그때 모습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로 파병 올때 부모님께 파병간다는 말을 하지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도 전쟁터로 오는 걸 몰랐다. 그는 “러시아에 왔고,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니까 군대가 참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참전한 전장은 훈련과는 달랐다. 그는 “전쟁이라는 걸 처음보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시체가 나돌아다니고 눈앞에 방금까지 서 있는 사람이 죽고, 이런 세상은 처음이니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준비되지 않은 참전은 피해를 키웠다. 그는 “힘들게 훈련만 했는데, 직접 써먹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들뜬 상태였기도 했다”며 “하지만 전투가 처음이다 보니 희생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경험이, 그저 용감하게 나가기만 했는데, 드론이 따라오면 사격을 해 떨어뜨리거나 은폐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면서 희생자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백씨는 “제 나이 또래들…말한마디 못하고 머리에 정통으로 드론 폭탄을 맞아 그 자리에서 다 그렇게 전사했다”고 말했다.
흥분한 북한군은 복수하겠다고 나섰지만 그게 더 큰 사상자를 불렀다. 백씨는 “동료들이 죽으니까 상급자들의 눈에 살기가 돌더라”며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은폐라는 것은 없었고 맞바닥(땅바닥)에 나가기만 하니까, 그래서 낭패는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면 죽음같은 것은 크게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 도시를 차지하라는 명령을 받은 만큼 한명이 남든, 두명이 남든 무조건 차지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정말 죽음에 초월한 존재일까. 백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같은 사람인데 죽고픈 사람이 어디 있고 목숨을 그렇게 쉽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별 수가 없으니까 막다른 골목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뭔가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생활 1년째. 그도 한국 송환을 희망하고 있다. 북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은 여기서 좀 벗어나고 싶다”며 “한국으로 절실히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인과 조선군인은 다르다. 조선군인은 포로가 될 수 없다”며 “포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죄고, 여기서 한국사람과 접촉하면 죄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이 아닌 한국으로 갈 수 있게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으로 송환될까봐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네. 그렇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5시간 만에 끝났다. 김씨와 백씨는 감방이 너무 추우니 두꺼운 겨울옷을 사달라는 부탁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은 에너지 시설에 집중돼 수도 키이우도 하루에 몇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 우크라이나 간수들의 재촉을 받으며 감방문이 닫힐 때 두 사람은 손을 흔들며 조심해서 가시라 인사했다. 취재 뒤 우크라이나 간수들이 “북한 포로들이 웃는걸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다. “저렇게 말을 많이 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1년간의 기나긴 기다림 속의 고립 때문일 것라는 생각된다.
키이우(우크라이나)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정리=박병률 기자
옥스퍼드대학교 출판부는 2024년 올해의 단어로 ‘뇌 썩음(Brain rot)’을 선정하며,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면서 정신적, 지적 상태가 악화하는 현상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을 시켜 글을 쓸 때도 ‘인간의 뇌와 인지가 썩어간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대한민국의 AI 정책은 이런 위험성을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일례로 2025년 12월16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내놓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을 보면 ‘AI 기술과 산업’은 선명하게 눈에 띄지만 ‘AI가 인간에 끼칠 위험성’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위험성은 AI 도입이 ‘인간의 뇌와 인지에 끼치는 영향’이다. 실제로 챗GPT 같은 언어모델 AI는 교육 현장뿐 아니라 직업 현장에서도 엄청난 ‘인지 퇴보’를 낳고 있다. 한편으로 생산성 향상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지적 능력의 하락도 목격된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챗GPT 출시 후 불과 3년도 안 되는 동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생산성 향상과 지능 퇴화가 같은 사람한테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심각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빛이 그늘을 가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에는 AI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향상하는 시니어(숙련자)가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AI에 일을 떠맡기며 능력이 퇴화하는 주니어(학생과 신입)가 있다. 주니어한테서 벌어지는 일에 당장 주목하지 않으면, 시니어의 빛에 가려져 주니어의 그늘은 더 짙어질 것이다.
AI는 이미 성장한 사람을 돕는 기술이며, 아직 성장할 사람을 성장시키지는 않는다. AI는 역량을 증강하고 증폭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주니어는 애초에 밑천이 별로 없다. AI가 인터뷰 녹취를 풀어준들, 기사 작성 능력이 부족한 신입 기자는 중견 기자보다 도움을 덜 받는다.
요컨대, 인간 지능을 잘 쓰는 사람이 AI도 잘 쓴다. 이런 문제는 특히 한창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국가 정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꽃놀이에 취한 사이, 주니어는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구체적으로 문제를 살펴보자. 얼마 전에 명문대의 집단 부정행위 문제로 떠들썩했는데, 챗GPT 출시 이후 초중고 및 대학의 학생들은, AI 활용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모든 과제와 시험에 실제로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는 부정행위와 표절에 주목했지만, 훨씬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AI가 학생들의 뇌와 인지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생들의 뇌는 썩어가고 있다.
정부 정책, ‘학생들 뇌 썩음’ 간과
AI를 시켜 글을 쓰게 할 때 인간의 뇌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25년에 발표된 MIT 미디어랩의 연구는 중요한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대학생 54명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에세이를 쓰게 했다. 첫째 집단은 챗GPT를 사용해 글을 쓰게 허용했고, 둘째 집단은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게 했으며, 셋째 집단은 그냥 쓰게 했다. 글을 쓸 때 뇌파를 측정하면서 4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집단별로 뇌의 활성 정도를 조사했더니, 챗GPT 사용 집단의 뇌는 기억, 언어, 비판적 추론과 관련된 영역에서 낮은 수준의 활성도를 보인 반면, 직접 글을 쓴 집단의 뇌는 골치 아프다는 듯 엄청나게 활성화됐다. 또한 챗GPT 집단은 신경적, 언어적, 행동적 차원에서도 일관되게 낮은 성과를 보였으며, 자신이 글을 썼다는 애착감도 없었고, 쓴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이들은 4개월 뒤에 챗GPT 없이 글을 쓰게 했더니, 글을 쓰지 못했다. 반면 그냥 쓰게 한 셋째 집단은 이들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고, 인터넷 검색을 허용한 둘째 집단은 중간 정도의 결과를 보였다.
챗GPT에 인지 활동을 내맡기면 그 어떤 뇌 발달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무서운 결과이다. 더 주목할 점이 있다. 위의 실험 집단은 이미 성인인 대학생이다. 만약 발달 단계에 있는 초중고생이 글쓰기를 AI에 외주를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주 낮은 인지 단계에 머문 채, 아무런 발달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할 줄 알던 일을 못하게 되는 탈숙련(de-skill)은 인지 활동을 덜게 되는 ‘인지적 짐 덜기(cognitive offloading)’라고도 한다. 탈숙련 혹은 인지적 짐 덜기가 무조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엑셀을 사용하면서 회계사의 단순 계산 능력은 떨어지지만, 세금 전략을 짜거나 위험을 분석하는 등 더 고차원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효과는 이미 고된 훈련을 거쳐 전문 역량을 지닌 시니어에게나 해당한다.
직장 신입도 그렇지만 학생은 더하다. 학생 때는 밑천이 될 역량을 쌓고 언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을 훈련해야 한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도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AI는 고생스럽게 이겨내야 하는 훈련 과정을 생략하고, 안 하고도 한 척하게 해준다. 겉으로는 내가 해낸 것 같지만, 실제로 나는 새로 할 줄 알게 된 것이 없다. 앞의 챗GPT 실험이 보여준 무서운 함의가 그것이었다.
발달 단계 맞게 도구 쥐여줘야
그렇다면 AI에 글을 쓰게 하면서 새로 얻을 수 있는 인지 능력은 무엇일까? 단언컨대, 전혀 없다. 왜냐하면 학생 시절에 하는 글쓰기는 인지 훈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인지 훈련’ 혹은 ‘생각 훈련’과 별개의 작업이라고 여기는 것은 큰 오해다.
고생하며 글을 써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글쓰기는 정리된 생각을 줄줄 뽑아내는 과정이 아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짜내고 숙성시켜 새로운 경지로 올리는 고된 작업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훈련 과정이다. 체육 시간에 프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한다고 체력이 향상되는 게 아니듯, 챗GPT에 글을 쓰게 내맡기고 정작 자신은 생각 활동을 멈추면 생각의 체력은 저하될 뿐이다. 앞의 실험이 의미하는 바가 이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에서 AI의 사용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2025년 12월 내가 발제자로 참여한 국회 토론회에서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학생들이 AI를 쓰고 있고, AI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에서 출발해 AI 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상황 인식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정책 방향의 출발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담배 피우는 학생이 많고 흡연을 막을 수 없다 할지라도, 적절한 금연 정책을 찾아 시행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몇몇 AI가 교육적으로 해롭다면, 그런 AI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슬쩍 유도하는 것(‘너지’)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교육에서 AI를 무조건 쓰게 하거나 AI를 잘 쓰게 하는 일이 아니다. AI를 써야만 하는 영역, AI를 쓰지 않아도 되는 영역, AI를 쓰면 안 되는 영역부터 정밀하게 구별해야 한다. 적어도 글을 대신 써주는 AI의 인지적 부작용은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있지만 긍정적 효과는 별로 보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속도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의 희생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무를 수 없다. 교육에는 시기가 있다. 다 큰 성인의 관점에서는 어릴 때 무엇이 필요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발달 단계에 맞게 도구를 쥐여주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은 오작동, 편향, 개인정보 유출 등 AI 안전 문제를 우려하면서 신뢰성, 공공성, 안전성, 투명성 등 책임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조해 마땅하다. 하지만 AI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부정적 되먹임은 고려조차 없다. 훼손은 뇌 썩음에서 시작한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 경영학 교수 로널드 퍼서는 최근 한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약상이 무료 샘플을 나눠주면서 개인 책임을 강조하듯, 챗GPT를 팔면서 개인 AI 윤리를 개발하라고 훈계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라고. 이 비유가 지나치다고 여긴다면, 당장 현장의 교육자들이 느낀 당혹감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AI로 인해 교육이 망했다는 곡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최근 북한이 ‘한국발 무인기 침투’ 주장을 해 군경합동조사TF가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 무인기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 관계자가 과거 언론에 게재한 칼럼에서 ‘북한을 향한 무인기 침투가 가속화 할 것’이라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무인기 제조 업체 에스텔엔지니어링의 ‘대북이사’ 김모씨는 2024년 10월 온라인 매체 ‘통일신문’에 ‘나약한 자작극…평양 무인기 소동’이란 칼럼을 실었다. 김씨는 이 칼럼에서 당시 북한이 주장한 ‘한국발 무인기 침입과 전단살포’를 자작극이라고 분석했다. 에스텔엔지니어링은 무인기 제작 관여 혐의로 지난 16일 경찰 조사를 받은 장모씨가 대표, 같은 날 방송에 출연해 ‘내가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한 오모씨가 이사로 일하는 회사다.
김씨는 당시 칼럼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북한지역은 대한민국의 영토범위이고 우리 국민이 우리 영토 안에서 자유로운 비행을 하는 것은 자유통일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에 부합한다”며 “무엇보다 평양의 방공망이 형편없다는 것이 북한 스스로의 시인에 의해서 전 세계에 알려졌기 때문에 자유로운 민간영역에서의 평양 침투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북한전문가로 통신사 ‘뉴스1’과 한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활용되는 무인기를 보면서) 사실상 무인기를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경합동조사TF는 지난 16일 에스텔엔지니어링 대표 장씨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사 오씨, 대북이사 김씨 등도 수사 선상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세 사람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냐’는 질문에 “필요한 조치는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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