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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폰테크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달에 쓰레기를 버리는 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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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10-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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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테크 지난 주말, 귀촌하신 부모님의 밭에 일을 거들러 다녀왔다. 다 여문 땅콩을 거두는 일이었다. 이랑에 줄지어 심어진 땅콩 줄기를 당기면 잘 여문 땅콩들이 뿌리와 함께 딸려 나온다. 대충 흙을 털어낸 땅콩 포기들을 농막으로 옮긴 후에는, 뿌리와 함께 엉켜 있는 땅콩 깍지들은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야 했다. 반나절 가까운 시간을 들여 얻어낸 땅콩 깍지들은 커다란 양동이 셋에 수북하게 담기는 양이었다. 아직도 이들을 깨끗이 씻어 잘 말린 후, 손으로 비틀어 땅콩 알을 꺼내 볶아야 하는 작업이 남아 있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다.
마지막 땅콩 깍지를 통에 넣고 허리를 펴니 그제야 양동이 옆에 작은 텐트 하나만큼이나 쌓인 땅콩줄기와 뿌리들이 보인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더니,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못 먹는 게 훨씬 더 많이 나온다. 벼에서는 볍씨 안의 쌀알만, 옥수수에서는 옥수수대를 떼어낸 알갱이만, 땅콩에서는 땅콩 깍지 안 속껍질 벗긴 알땅콩만 인간의 입으로 들어간다. 풍성한 가을걷이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부산물을 남긴다는 의미이며, 아쉽게도 현대 농업의 특성상 이들 중 상당수는 폐기물로 버려지곤 한다.
원래 생태계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 생태계 구성원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분해자를 거치며 끊이지 않는 순환 고리를 이어간다. 몇년 전, 작업하던 책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한 곤충학 연구실의 야외 실험장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는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사는 시식성 곤충들의 생활 주기를 연구하고 있었다. 실험용으로 주어진 돼지의 사체에 수많은 곤충들이 뒤덮여 있던 첫인상은 풍기는 냄새만큼이나 강력했다. 강한 자극에 충격을 받았던 시각과 후각 신경의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자, 그제야 눈앞의 것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죽은 돼지의 조직들은 수없이 작고 꿈틀거리는 것들의 몸속으로 이동해 그들을 통통하게 살찌우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돼지의 부피가 줄어들 때마다 작은 것들의 부피는 늘어났고, 흘러나온 체액들은 주변의 잡초들과 균류들의 질소 공급원이 돼주고 있었다. 당시 날씨가 더운 편이었기에, 물질의 이동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중이었고, 채 몇주가 지나기 전에 돼지의 몸을 구성하던 물질들은 모두 분해돼 주변 생태계 구성원들의 몸으로 옮겨 갈 것이었다. 이들은 주로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생산자와 분해자의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기에, 또 다른 소비자에게 이어지다가 다시 분해돼 보이지 않는 생태계 먹이사슬이 이어지도록 하는 하나의 고리가 돼줄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은 쓰레기를 만든다. 흥미롭게도 생태계 구성원들 중 거의 유일하게 인간만이 생태계 물질 순환 고리를 벗어나는 것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부식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금속이나 콘크리트처럼 부식의 정도가 매우 느린 것들을 만들어내는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다. 문명의 발달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그 쓰레기를 버리는 공간을 지구 밖으로 확장시키기도 했다.
지난여름, 고장 난 채 1년 넘게 우주를 떠돌던 우주선의 잔해가 달에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질량 4t에 달하는 잔해가 시속 8000㎞가 넘는 속도로 달에 충돌한 탓에 달 표면에 약 30m 크기의 대형 크레이터가 새로 생겨났을 정도로 큰 충격을 달에 주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인간의 활동에 의해 달에 버려진 쓰레기의 양은 약 200t으로 추정된다. 지구로 귀환할 때 남겨진 달 착륙선과 우주인들이 버린 생활쓰레기, 무인 탐사선의 잔해 등을 합친 양이다. 지구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과 달이라는 천체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200t의 쓰레기는 아직은 극히 적은 양이다. 하지만 물도 대기도 살아있는 다른 것도 없는 달의 특성상, 한 번 달에 놓인 것들은 풍화와 침식, 부식을 겪지 않을 것이기에 아주 긴 세월 동안 그곳에 그대로 방치될 것이며, 우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그곳에 쌓이는 쓰레기의 양도 증가할 것임에 분명하다.
심지어 우주 쓰레기는 어떤 악한 마음이나 일부러 그러려고 하는 의도 없이도 늘어날 것이다. 농사를 지어 식량을 생산하면 농업 부산물이 나오는 것처럼 우주로 진출하는 인류의 염원과 숙원은 필연적으로 폐기물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니까. 이미 자연의 물질 순환 시스템에 어깃장을 놓아 환경을 오염시킨 선례를 가진 인류가 지구 밖 세상에서도 같은 문제로 고민에 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플로리다와 네바다로 거처를 옮겼고,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 등도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이들이 움직인 배경에는 오는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질 ‘억만장자 부자세’가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춘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페이지가 캘리포니아에 계속 거주했다면 부담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세금이 약 15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페이지의 추정 재산은 2920억달러다. 캘리포니아가 추진하는 부자세의 세율 5%를 단순 적용한 금액이다. 실제 과세액은 과세 대상 자산과 거주자 인정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다음달 3일 투표하는 ‘주민발의안40호’는 2026년 1월 1일 기준 캘리포니아 거주자 가운데 순자산 10억달러를 넘는 사람에게 일회성으로 최대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부동산과 일부 연금·퇴직계좌는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기업 지분과 주식,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은 포함된다. 세수의 90%는 의료 분야에, 나머지 10%는 식량 지원과 교육 관련 사업 등에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세금은 단순히 연간 소득이 아니라 보유 자산의 가치에 부과된다. 주식 가치가 급등해 재산이 늘어났더라도 실제로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지 않았다면 세금을 낼 현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기업 창업자에게는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다.
부자세 현실화가 코앞에 닥치자 페이지는 마이애미에 약 1억7340만달러(약 2400억원)를 들여 주택 두 채를 매입했다. 브린도 네바다주 타호 호수 인근에 약 4200만달러(약 58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포춘은 두 사람의 거주지 변경을 비롯해 억만장자들의 이동이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다만 실제 세금 회피 여부는 법적으로 거주지를 어디로 인정받는지에 달려 있다.
구글 창업자들과 달리 캘리포니아 잔류를 택한 인물도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다. 블룸버그는 21일 메타가 저커버그와 8년간 회사 본사가 있는 관할 지역에 거주하도록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저커버그가 부자세 도입을 이유로 캘리포니아를 떠날 가능성을 검토하자 회사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메타는 저커버그가 세금 납부를 위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매각해야 할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를 저커버그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떠나기로 했다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인공지능(AI) 투자와 경영 안정성을 위해 창업자의 거주지를 유지하려는 기업 차원의 이해관계도 작용했다. 부자세가 개인의 거주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와 인재 확보 전략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를 떠난 억만장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플로리다와 텍사스, 네바다 등이다. 플로리다와 텍사스는 주 차원의 개인소득세가 없고, 네바다 역시 주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특히 플로리다는 개인소득세뿐 아니라 주 차원의 자본이득세와 포괄적인 순자산세도 없다. 소득세와 자산세를 함께 고려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는 이유다.
물론 이들의 이동을 모두 부자세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일론 머스크는 2020년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옮겼다. 당시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의 코로나19 방역 규제 등을 비판했고, 텍사스의 스페이스X와 테슬라 사업 확장도 이주의 배경이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소득세 차이가 상당한 세금상 이점을 제공한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이번에 추진되는 일회성 부자세와는 별개의 사건이다.
억만장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그 과정에서 부유층과 자본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인지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비슷한 논쟁이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90년에는 유럽 12개국이 개인의 순자산에 정기적으로 세금을 부과했지만, 이후 여러 나라가 이를 폐지했다. 오스트리아는 1994년, 덴마크와 독일은 1997년, 네덜란드는 2001년, 스웨덴은 2007년에 각각 순자산세를 폐지했다. 프랑스도 2018년부터 기존의 광범위한 부유세를 부동산 자산에 한정한 세금으로 대체했다.
2026년 기준 유럽에서 개인의 순자산 전반에 정기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노르웨이와 스페인, 스위스다. 다만 세율과 공제 범위, 과세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벨기에 등은 일부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개인이 보유한 전체 순자산에 포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제도와는 구별된다.
스페인은 일반 부유세와 별도로 순자산 300만유로를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자산 연대세’를 2022년 도입했다. 세율은 과세 대상 자산 규모에 따라 1.7~3.5%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거둔 부유세를 고려해 연대세를 추가 징수한다. 이 제도는 고액 자산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려는 정책의 한 사례다.
노르웨이는 부자세 논쟁에서 더욱 자주 등장하는 나라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의 부유세 강화 이후 부유층의 해외 이주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는 순자산이 일정 기준을 넘는 개인에게 지방세와 국세를 합쳐 통상 1~1.1%의 세금을 부과한다. 2022년 세율이 조정되자 기업가와 억만장자를 포함한 부유층이 스위스 등으로 이동했다. 로이터는 최근 2년간 500명 넘는 부유층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르웨이의 부호 크젤 잉에 뢰케다. 해운·산업 분야에서 부를 축적한 그는 2022년 스위스 루가노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노르웨이의 부유세 인상 이후 30명이 넘는 억만장자와 백만장자가 스위스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부자세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로이터는 노르웨이의 부유세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0.6%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부유층의 해외 이주에도 세수는 늘었다. 세금 인상으로 일부 자산가가 떠나더라도 남은 납세자의 부담과 과세 기반에 따라 정부 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기업가의 이탈이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프랑스의 명품 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도 부유세 논쟁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2012년 프랑스에서 고소득자에게 최고 75%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아르노는 벨기에 국적 신청 사실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다만 그는 당시 벨기에 국적 취득이 세금 회피 목적이라는 해석을 부인했고, 프랑스의 세법상 거주자로 남아 세금을 낼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부자세 논쟁에서 경제학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세금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쪽은 초고액 자산가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복지와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세금이 자본과 기업가의 이탈을 유발해 장기적으로 세수를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부자세 도입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는 에마뉘엘 사에즈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다. 프랑스 파리경제대학의 가브리엘 주크먼 교수와 함께 캘리포니아 부자세 도입안을 설계한 그는 억만장자들이 기존 소득세 체계에서 충분한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사에즈 교수는 지난달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열린 토론에서 부자세 반대론자들이 억만장자들의 이탈을 우려하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과 캘리포니아의 기술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이들이 모두 떠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부자세로 확보한 재원을 의료 등 공공서비스에 투입하는 것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매슈 칸 USC 경제학과 교수는 정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부자세가 일회성 세수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부유층이 떠나면 기존 소득세 수입이 줄어들고 정책 당국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취지와 별개로, 세금이 실제로 얼마나 걷힐지와 그 뒤에 발생할 경제적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슈아 라우 교수와 벤저민 자로스 연구진도 최근 발표한 분석에서 부자세의 세수 효과를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났다고 공개적으로 확인된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전체 과세 기반의 약 30%에 해당한다고 추산했다. 이를 반영하면 일회성 부자세 수입은 약 300억달러에 그칠 수 있고, 이주로 사라지는 장기 소득세 수입까지 고려하면 주 정부의 재정에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부자세가 기업 투자와 경제활동을 반드시 위축시킨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예일대 경제학 연구기관인 카울스재단의 마리우스 링 연구원은 2021~2025년 노르웨이의 세제 개편을 분석한 2026년 10월 연구에서 세금 인상에 따른 부유층 이주는 확인됐지만, 그 영향은 주로 상위 0.1%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세제 개편 때문에 이주한 사람이 최대 100명으로 추정되며, 이주한 사업주들의 기업에서 투자 감소나 파산 증가가 나타났다는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부유층의 해외 이주와 세수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2025년 11월 보도에서 노르웨이의 부유세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0.6%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세금 인상 이후 부유층이 스위스 등으로 이동했지만, 정부는 부유세가 조세 체계의 누진성을 높이고 사회적 평등을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의 로베르토 이아코노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부유세가 없으면 불평등이 커지고, 부유세가 있으면 스타트업에 투입될 자본이 줄어든다”며 “정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로부터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피해 회복지원을 권고받은 각 부처가 “추진하겠다”는 식의 단편적인 이행계획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행계획이 부실함에도 정부는 별다른 심의 없이 모두 원안 가결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받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권고 이행계획과 심의 현황’을 보면, 국가폭력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과와 피해 회복 등을 권고받은 국방부·경찰청 등 14개 정부 기관이 행정안전부 산하 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이행계획은 총 6069건이다.
이행계획은 진실화해위 권고를 실제 조처로 구체화해야 하지만 일부 기관은 향후 논의·검토하겠다는 식의 추상적 내용만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정보원은 전신 중앙정보부의 ‘노동단체 간부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 관련 피해·명예회복 권고 이행계획에 “구체적 이행 시기·방법·절차를 논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사과·화해조치 권고 이행계획에도 같은 문구를 넣었다.
국방부는 ‘군경에 의한 경기 양평 민간인 희생 사건’ 관련 사과 권고에 “사과 주체와 시기, 방법 등을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피해 회복 권고엔 “국회 입법 시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이행계획에 밝혔다. 국방부는 ‘경남 양산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권고 이행계획에도 같은 내용을 적었다.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자체 이행계획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경찰청은 ‘1980년 비상계엄하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 관련 사과 및 피해·명예회복 권고에 “진행 중인 국가배상 소송 결과 이후 이행계획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경찰의 불법구금 및 가혹 행위 등 인권침해 사건’ 피해·명예회복 권고 이행계획에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만 기재했다.
이러한 이행계획은 행안부 소관 심의위원회에 상정돼 모두 원안 의결됐다. 2023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7차례 열린 회의는 모두 서면으로 이뤄졌다. 과거사정리법에 따르면 진실화해위 권고를 받은 정부 기관은 권고 내용이 대통령·국회에 보고되고 3개월 이내에 이를 총괄 심의·관리하는 정부 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행안부가 맡아온 총괄 업무는 법 개정에 따라 지난 8월부터 국무조정실 산하 이행관리단으로 넘어갔다.
양부남 의원은 “정부 기관들이 구체적인 이행 시기와 방법조차 없는 부실한 이행계획을 내고 심의위가 이를 그대로 승인한다면 (심의위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해도 달라질 게 없다”며 “부실한 이행계획은 반려해 보완토록 하는 등 진실화해위 권고가 실질적 사과와 피해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들을 만나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듣고 그에 맞는 이행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3개월 이내에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항은 그 안에 세부 계획이 나오기 어렵다”며 “이미 심의된 안은 계속 관리·감독하고 향후 심의에서 계획의 구체성을 높이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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