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간녀소송 농담을 다큐로 찍던 ‘인증샷 선구자’의 반세기 기록…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마틴 파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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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녀소송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신전 앞에서 한 무리의 관광객이 줄지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어쩐지 낯익은 옷차림, 초록색 티셔츠에 ‘孝(효)’ 자가 ‘시선을 강탈’한다. 영락없이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다. 장면은 스위스 융프라우로 넘어간다. 눈부신 설산의 전면에 풍경 사진 진열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풍경을 담은 사진을 파는 사진을 찍은 셈이다. 이번엔 이집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다. 그런데 무언가 어색하다. 푸릇푸릇한 배경 앞으로 카우보이모자를 쓴 백발의 노인이 지나간다. 액자 옆 작품 정보는 ‘룩소르 호텔 카지노, 라스베이거스, 미국’.
현대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5)가 1980년대 후반부터 기록한 ‘작은 세계’는 세계 곳곳의 관광지를 누비며 기묘한 풍경을 포착한 연작이다. 관광객들은 새로운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지만, 세계화된 관광산업과 소비문화 속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모습은 서로 닮아간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딘가 어긋나고 우스꽝스러운 순간을 포착해 동시대의 풍경을 낯설게 드러냈다.
그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가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1970년대 초기 흑백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50여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아우른다. 대표 연작 14개를 중심으로 사진 504점과 영상 1점, 사진책 90권을 소개한다.
쨍한 색감에 엉뚱한 유머, 마틴 파의 사진은 ‘키치’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가 ‘매그넘포토스’ 회장을 지냈다는 전시 소개에 멈칫하게 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등이 활동한 보도사진 집단에 휴양지, 슈퍼마켓, 관광객을 찍은 작가라니. 실제 그의 합류를 두고도 논쟁이 거셌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소비와 여가, 계급과 일상을 기록한 그의 사진 역시 ‘다큐멘터리’다.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포토스 글로벌컬처디렉터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파가 매그넘을 바꾼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이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며 “정치와 사회, 전쟁뿐 아니라 일상 속에도 기록해야 할 현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파를 대표하는 시리즈인 ‘마지막 휴양지’는 1980년대 쇠락한 영국 리버풀 인근 뉴브라이턴 휴양지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녹슨 중장비 앞에 타월을 깔고 일광욕하는 사람처럼, 황량한 풍경과 휴가를 만끽하는 일상이 한 화면에서 기묘하게 맞부딪힌다. 유머러스한 풍경 속에서 계급과 사회의 균열까지 날카롭게 포착했다.
그가 1997년 패키지여행으로 평양을 방문해 촬영한 ‘북한’, 1998~2007년 한국을 방문해 촬영한 ‘남한’도 한 공간에 놓였다. 북한의 평범한 일상에는 김일성 동상과 같은 체제의 상징이 계속해서 끼어들며 묘한 긴장을 만든다. 반면 남한에선 남대문 전통시장과 대형 할인마트, 에버랜드 등 소비사회의 이미지가 알록달록 펼쳐진다. 익숙한 풍경도 외국인의 시선을 거치자 새삼 낯설게 보인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대중매체나 SNS에서 이미 본 듯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확대된 음식과 사물, 셀피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익숙해진 이미지의 감각을 일찌감치 포착한 파의 사진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10월18일까지.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와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 각종 폐기물로 오염된 강물. ‘제조업 도시’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 광둥성 선전도 이런 이미지를 가진 도시 중 하나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40년 만에 상주인구 1799만명의 ‘경제특구 1번지’로 거듭난 도시이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 직접 찾은 선전은 이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빗겨갔다. 도심 한복판 야생 동물 서식지를 피해 지어진 세련된 쇼핑몰, 테마파크 같은 외관의 쓰레기 소각장은 선전이 잡은 ‘두 마리 토끼’를 보여주고 있었다.
“선전의 도시 개발은 일찍부터 생태 환경 보호를 고려해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24일 선전 푸톈구 선전도시계획관에서 만난 도시계획전문가 천자진은 이렇게 말했다.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선전에 있어 생태 보전과 개발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였다. 1990년대 들어 인구가 10배 이상 늘고 산과 하천이 빠르게 사라지자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전환점은 2005년 중국 최초로 설정한 ‘기본 생태 통제선’이었다. 선전은 도시 면적 절반에 해당하는 974.5㎢를 통제선 안에 넣고 개발을 금지했다. 남겨야 할 녹지나 하천을 지정한 뒤 이를 토대로 도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천은 “선전은 인구가 고밀도로 집적된 곳인 만큼 도시 발전과 대자연의 융합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남부 선전만 앞 맹그로브는 선전의 대자연과 도시의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맹그로브란 열대·아열대의 육지와 바다 경계에 형성되는 독특한 생태계의 숲이다. 3㎢ 규모의 이 숲은 희귀 동식물의 터전이자 수질 정화나 탄소 저장 등 기능을 지닌 자연 기반 인프라이기도 하다.
자연 형성된 맹그로브를 지키는 데는 수십년에 걸친 인위적 노력이 필요했다. 1980년대 초 급속한 도시개발로 맹그로브가 빠르게 줄어들자 선전시는 이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엄격히 제한했다. 도심 한가운데 대규모의 맹그로브가 보존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밖에 중국 전체는 물론 유럽연합(EU)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의 유해 물질 배출 기준을 고집하는 룽강의 쓰레기 처리 시설, 야생 동물이 인간의 방해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도심에 건설된 다리 등 환경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선전의 뛰어난 자연환경은 인재를 끌어당기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전의 대표 로봇 업체 유비테크 등이 밀집한 서부 난산구의 ‘로봇 밸리’ 인근에는 77만㎡, 축구장 108개 크기의 거대 공원이 있다. 2017년 문을 연 이 공원의 이름은 ‘국가인재공원’. 도심 속 오아시스인 공원마저 인재 유치를 염두에 두고 조성된 것이다. 이날 늦은 오후 찜통더위 속에서도 퇴근 뒤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선전시 계획자연자원국 산하 난산관리국의 자오양 계획과장은 “청년들에게는 고강도·고효율로 일하고 헌신하는 것 외에 자기 삶도 필요하다”며 “분투할 토양과 쉴 수 있는 낙원을 모두 갖춘 선전은 인재를 강하게 유인한다”고 말했다.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중국 유턴’을 택한 이들이 속속 모이는 곳도 선전이다. 지난해 1월 선전에 문을 연 로봇 스타트업 몬도테크는 테슬라 휴머노이드 프로젝트 옵티머스에 참여한 양숴가 창업했다. ‘이민자의 도시’로도 불리는 선전의 주민 평균 연령은 29세에 불과하다.
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미래 비만치료제 시장을 두고 제약사들의 ‘2라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 1라운드가 ‘약으로 살 빼는 시대’의 대중화를 선언했다면, 이번엔 환자의 편의성, 적응증 확대, 부작용 최소화로 업체간 경쟁의 축이 다변화하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14일 CN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세미글루타이드 기반 초장기지속형 임플란트(NPM-139)를 두고 미국 바이오기업인 비바니메디컬과 계약을 체결했다. 세미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비바니가 개발하고 있는 NPM-139는 한 번의 시술로 초장기간 비만치료 약물을 투약하는 임플란트다. 시술로 피부 아래 성냥개비보다 작은 임플란트를 삽입하면 약물이 6개월에서 1년 동안 천천히 방출된다.
노보노디스크가 비바니와 손잡은 것은 기존 비만 치료 방식의 부담을 줄여 치료 지속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만, 환자들이 반복적인 주사 부담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때도 적지 않다. 비바니는 투약 중단 환자의 69%가 투약을 잊거나 치료를 미루며 약물 투여를 지속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먹는 약(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도 환자의 투약 부담을 줄여 치료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해와 지난 4월에 각각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앤 컴퍼니(일라이릴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판매를 승인했다.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질환(적응증)을 비만 외로 넓히는 경쟁도 치열하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적응증을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대사이상지방간염 등으로 늘리고 있고, 일라이릴리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심혈관질환, 지방간, 제1형 당뇨병으로 적응증 임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비만뿐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까지 시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만 환자 상당수가 심혈관질환이나 만성신장질환 등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분기 투자자 설명자료에서 전 세계 비만 인구는 9억3400만명에 달하지만, 브랜드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0.4% 수준인 약 400만명이 그친다고 분석하며 시장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이자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를 ‘당뇨병 치료’에 한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신청했지만 지난 5월 보건당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급여 적용이 불발됐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적응증을 확대하고 급여 항목이 되면)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질환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의 건강보험 급여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펩트론과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는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체내에서 분해되는 미세 입자에 약물을 담아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방출하는 기술이다. 대웅제약은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위해 마이크로니들 기반 패치형 투약방식의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특히 기존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인 근육량 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근세포의 기원을 표적으로 해 근육 성장을 유도하는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다양한 기전을 결합한 비만치료제를 통해 체중 감량과 근 손실 최소화를 동시에 노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컨설팅 전문 기업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920억달러(약 137조원)에서 2027년 이후 1050억달러(약 157조원)~2000억달러(약 299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사진의 거장 마틴 파(1952~2025)가 1980년대 후반부터 기록한 ‘작은 세계’는 세계 곳곳의 관광지를 누비며 기묘한 풍경을 포착한 연작이다. 관광객들은 새로운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지만, 세계화된 관광산업과 소비문화 속에서 그들이 마주하는 모습은 서로 닮아간다. 작가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어딘가 어긋나고 우스꽝스러운 순간을 포착해 동시대의 풍경을 낯설게 드러냈다.
그의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틴 파: We Are Martin Parr’가 서울 도봉구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으로, 1970년대 초기 흑백 작업부터 최근작까지 50여년에 걸친 예술세계를 아우른다. 대표 연작 14개를 중심으로 사진 504점과 영상 1점, 사진책 90권을 소개한다.
쨍한 색감에 엉뚱한 유머, 마틴 파의 사진은 ‘키치’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가 ‘매그넘포토스’ 회장을 지냈다는 전시 소개에 멈칫하게 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등이 활동한 보도사진 집단에 휴양지, 슈퍼마켓, 관광객을 찍은 작가라니. 실제 그의 합류를 두고도 논쟁이 거셌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소비와 여가, 계급과 일상을 기록한 그의 사진 역시 ‘다큐멘터리’다. 안드레아 홀스헤르 매그넘포토스 글로벌컬처디렉터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파가 매그넘을 바꾼 것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이 무엇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며 “정치와 사회, 전쟁뿐 아니라 일상 속에도 기록해야 할 현실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파를 대표하는 시리즈인 ‘마지막 휴양지’는 1980년대 쇠락한 영국 리버풀 인근 뉴브라이턴 휴양지 모습을 기록한 것이다. 녹슨 중장비 앞에 타월을 깔고 일광욕하는 사람처럼, 황량한 풍경과 휴가를 만끽하는 일상이 한 화면에서 기묘하게 맞부딪힌다. 유머러스한 풍경 속에서 계급과 사회의 균열까지 날카롭게 포착했다.
그가 1997년 패키지여행으로 평양을 방문해 촬영한 ‘북한’, 1998~2007년 한국을 방문해 촬영한 ‘남한’도 한 공간에 놓였다. 북한의 평범한 일상에는 김일성 동상과 같은 체제의 상징이 계속해서 끼어들며 묘한 긴장을 만든다. 반면 남한에선 남대문 전통시장과 대형 할인마트, 에버랜드 등 소비사회의 이미지가 알록달록 펼쳐진다. 익숙한 풍경도 외국인의 시선을 거치자 새삼 낯설게 보인다.
전시장을 돌다 보면 대중매체나 SNS에서 이미 본 듯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나타난다. 확대된 음식과 사물, 셀피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익숙해진 이미지의 감각을 일찌감치 포착한 파의 사진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10월18일까지.
공장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와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 각종 폐기물로 오염된 강물. ‘제조업 도시’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 광둥성 선전도 이런 이미지를 가진 도시 중 하나다.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40년 만에 상주인구 1799만명의 ‘경제특구 1번지’로 거듭난 도시이니 말이다.
그러나 지난달 직접 찾은 선전은 이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빗겨갔다. 도심 한복판 야생 동물 서식지를 피해 지어진 세련된 쇼핑몰, 테마파크 같은 외관의 쓰레기 소각장은 선전이 잡은 ‘두 마리 토끼’를 보여주고 있었다.
“선전의 도시 개발은 일찍부터 생태 환경 보호를 고려해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24일 선전 푸톈구 선전도시계획관에서 만난 도시계획전문가 천자진은 이렇게 말했다.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선전에 있어 생태 보전과 개발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였다. 1990년대 들어 인구가 10배 이상 늘고 산과 하천이 빠르게 사라지자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전환점은 2005년 중국 최초로 설정한 ‘기본 생태 통제선’이었다. 선전은 도시 면적 절반에 해당하는 974.5㎢를 통제선 안에 넣고 개발을 금지했다. 남겨야 할 녹지나 하천을 지정한 뒤 이를 토대로 도시 개발이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천은 “선전은 인구가 고밀도로 집적된 곳인 만큼 도시 발전과 대자연의 융합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남부 선전만 앞 맹그로브는 선전의 대자연과 도시의 융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맹그로브란 열대·아열대의 육지와 바다 경계에 형성되는 독특한 생태계의 숲이다. 3㎢ 규모의 이 숲은 희귀 동식물의 터전이자 수질 정화나 탄소 저장 등 기능을 지닌 자연 기반 인프라이기도 하다.
자연 형성된 맹그로브를 지키는 데는 수십년에 걸친 인위적 노력이 필요했다. 1980년대 초 급속한 도시개발로 맹그로브가 빠르게 줄어들자 선전시는 이곳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을 엄격히 제한했다. 도심 한가운데 대규모의 맹그로브가 보존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이밖에 중국 전체는 물론 유럽연합(EU)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의 유해 물질 배출 기준을 고집하는 룽강의 쓰레기 처리 시설, 야생 동물이 인간의 방해 없이 이동할 수 있게 도심에 건설된 다리 등 환경을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선전의 뛰어난 자연환경은 인재를 끌어당기는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선전의 대표 로봇 업체 유비테크 등이 밀집한 서부 난산구의 ‘로봇 밸리’ 인근에는 77만㎡, 축구장 108개 크기의 거대 공원이 있다. 2017년 문을 연 이 공원의 이름은 ‘국가인재공원’. 도심 속 오아시스인 공원마저 인재 유치를 염두에 두고 조성된 것이다. 이날 늦은 오후 찜통더위 속에서도 퇴근 뒤 공원에서 여가를 즐기는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선전시 계획자연자원국 산하 난산관리국의 자오양 계획과장은 “청년들에게는 고강도·고효율로 일하고 헌신하는 것 외에 자기 삶도 필요하다”며 “분투할 토양과 쉴 수 있는 낙원을 모두 갖춘 선전은 인재를 강하게 유인한다”고 말했다.
미·중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에서 ‘중국 유턴’을 택한 이들이 속속 모이는 곳도 선전이다. 지난해 1월 선전에 문을 연 로봇 스타트업 몬도테크는 테슬라 휴머노이드 프로젝트 옵티머스에 참여한 양숴가 창업했다. ‘이민자의 도시’로도 불리는 선전의 주민 평균 연령은 29세에 불과하다.
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미래 비만치료제 시장을 두고 제약사들의 ‘2라운드’가 본격화하고 있다. 1라운드가 ‘약으로 살 빼는 시대’의 대중화를 선언했다면, 이번엔 환자의 편의성, 적응증 확대, 부작용 최소화로 업체간 경쟁의 축이 다변화하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14일 CN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세미글루타이드 기반 초장기지속형 임플란트(NPM-139)를 두고 미국 바이오기업인 비바니메디컬과 계약을 체결했다. 세미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의 주성분이다.
비바니가 개발하고 있는 NPM-139는 한 번의 시술로 초장기간 비만치료 약물을 투약하는 임플란트다. 시술로 피부 아래 성냥개비보다 작은 임플란트를 삽입하면 약물이 6개월에서 1년 동안 천천히 방출된다.
노보노디스크가 비바니와 손잡은 것은 기존 비만 치료 방식의 부담을 줄여 치료 지속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는 체중 감량 효과가 크지만, 환자들이 반복적인 주사 부담 등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때도 적지 않다. 비바니는 투약 중단 환자의 69%가 투약을 잊거나 치료를 미루며 약물 투여를 지속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먹는 약(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도 환자의 투약 부담을 줄여 치료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지난해와 지난 4월에 각각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앤 컴퍼니(일라이릴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판매를 승인했다.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질환(적응증)을 비만 외로 넓히는 경쟁도 치열하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의 적응증을 심혈관질환, 만성신장질환, 대사이상지방간염 등으로 늘리고 있고, 일라이릴리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심혈관질환, 지방간, 제1형 당뇨병으로 적응증 임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비만뿐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까지 시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비만 환자 상당수가 심혈관질환이나 만성신장질환 등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분기 투자자 설명자료에서 전 세계 비만 인구는 9억3400만명에 달하지만, 브랜드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0.4% 수준인 약 400만명이 그친다고 분석하며 시장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확인된다.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제이자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를 ‘당뇨병 치료’에 한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신청했지만 지난 5월 보건당국과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급여 적용이 불발됐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적응증을 확대하고 급여 항목이 되면)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질환 환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라이릴리는 마운자로의 건강보험 급여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펩트론과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는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체내에서 분해되는 미세 입자에 약물을 담아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방출하는 기술이다. 대웅제약은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위해 마이크로니들 기반 패치형 투약방식의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특히 기존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인 근육량 감소를 해소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근세포의 기원을 표적으로 해 근육 성장을 유도하는 신개념 비만치료제(HM17321)를 개발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다양한 기전을 결합한 비만치료제를 통해 체중 감량과 근 손실 최소화를 동시에 노리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컨설팅 전문 기업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은 올해 920억달러(약 137조원)에서 2027년 이후 1050억달러(약 157조원)~2000억달러(약 299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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