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릴리지구매 [임의진의 시골편지]맑은 하늘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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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릴리지구매 니체의 <자라투스트라 어록집>에 나오는 지혜자의 노래야. “무화과 열매가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다. 그 열매의 달콤함, 그리고 향기로움이란! 그 열매가 떨어지면 붉은 껍질은 터진다. 나는 무르익은 무화과 열매처럼, 나의 가르침이 너희들에게 떨어지리라. 나의 벗이여, 그것의 즙과 그것의 향기로운 살을 먹어보아라. 맑은 하늘 어느 오후에, 그것이 우리 곁에 떨어지고 있다.” 복숭아가 잘 익어 맛나고, 무화과도 날로 굵직하게 익어가는데 태풍과 장맛비가 닥쳤다. 장마는 땅을 더럽히지만 하늘만큼은 맑게 만들지. “비가 오면 하늘이 맑아진다. 하늘이 맑아지면 땅이 더러워진다. 땅이 더러워지면 물이 탁해진다. 강물이 탁해지면 바다가 상한다. 하늘 꼭대기가 바다 바닥까지 내려간다.” 이문재 시인의 시 ‘맑은 하늘 어느 오후’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기도문 같다.
지난주 폭우에 손님방 비가 샜어. 벽을 타고 빗물이 방 안으로 줄줄. 저번 주간 후배가 하룻밤 단잠을 자고 갔는데 그때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이고야 성가셔라~ 전통 기와지붕이라 더 문제야. 요새 전문가가 어딨나. 사다리를 걸고 서너 차례 올라다니며 단도리. 방비를 임시로 했다만, 또 비가 억수로 와봐야 알겠지. 보통 기와집은 비가 새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게 일이 꼬이는 법. 맑은 하늘만 날마다 있길 빌어야지. 행여 집을 비운 사이 들이닥친 빗물에 수영장이 될지도 몰라. 맑다는 건 마음조차 개운하게 맑아야 맑음이겠다. 속이 흐리면 세상살이 날마다 장마통. 시골도 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나 빌라 단지가 날로 늘어간다. 여름살이 겨우살이 낡은 주택에 지치고 고생한 주민들이 하나둘 죄다 대피 중인가.
국부펀드 ‘우주·양자’ 투자…전략 품목 ‘국내 생산 유도’ 세제 혜택‘AI 충격 완화’ 2030년까지 일자리 20만개…구체적 계획 없어 한계
정부가 14일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국부펀드 등을 통해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국가주도산업 전략을 제시한 데 비해 청년 고용과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K자형 성장이 굳어지는데 양극화 완화가 정책의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성장전략의 핵심은 ‘3대 메가프로젝트’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개 분야에서 전력과 부지, 인허가를 신속 지원하는 ‘국가 총력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체계도 개편한다. 한국투자공사(KIC)의 종합형 국부펀드에선 원전·우주항공·양자기술 등 전략산업에 투자한다. 국민성장펀드에서도 ‘초혁신경제펀드’를 새로 조성해 첨단기술 사업화와 시제품 제작 등 초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동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국내 생산 세액공제’도 도입한다. 국내 생산·판매 실적에 따라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생산 초기 결손으로 세액공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별도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이 어려운 품목은 비축을 확대하고, 수입선도 다변화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체 수입할 경우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통해 저리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 완화 대책도 담겼다.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을 합쳐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민간에서는 신산업·과학기술·문화·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창업, 인턴십 등을 통해 10만개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는 채용 연계형 등 10만개의 일자리를 각각 마련한다.
청년 지원책으로는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가 담겼다. 연간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의 저축 납입금에 10%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이자·배당소득 비과세와 납입 한도를 확대한 상품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40만호 이상의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한다. 그러나 청년 고용과 양극화 대응책은 기존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 상당수가 2030년까지 추진될 중장기 목표인 만큼 실제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략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만개의 일자리라는 숫자보다 어떤 일자리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민간에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구조개혁 없이 목표만 제시해서는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형 ISA와 소득공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저축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역시 대부분 중장기 계획이어서 당장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른 양극화 대응 과제도 후순위로 밀렸다. 공공부문 기간제 처우 개선은 사회적 대화 논의 착수,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권리 강화도 지원 방안 검토 수준에 머물렀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막대한 초과이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청년 고용 부진과 소득·자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전략산업 지원과 함께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혁신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변방의 소도시 난하카마. 이곳에는 6년 전 모든 주민이 죽거나 떠나 유령 마을이 된 작은 촌락이 있다. 시는 이 마을의 빈집에 외지 사람을 정착시킨다는 이른바 ‘I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소설 의 줄거리다. 소멸위기 앞에서 행정력과 돈을 쏟아붓는 이 가상의 공간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민선 8기 지방의원의 수의계약 내역을 전수조사한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 취재 과정에서 들여다본 경북 의성군을 떠올리게 했다.
난하카마는 인구 6만명 정도에 네 개 도시를 합병한 광활한 지자체로 묘사된다. 의성군도 인구 4만8000명에 기초단체 중 10위, 서울시의 2배에 가까운 면적을 지니고 있다.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방식도 닮았다. 의성군의 ‘예술가 일촌맺기’는 젊은 예술가를 초빙해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터전을 일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난 4년간 354억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도 확보했는데, ‘행복 보금자리 조성’ 등 주로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에 쓴다.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일촌맺기는 의성군의회에서조차 참여자들과 이후 연결이 끊긴다면서 “2억원을 지원했는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설 ‘I의 비극’ 닮은 경북 의성군2차 종합병원은 단 한 곳뿐인데사익 챙긴 수의계약 의원 수두룩정책 결정할 힘 가진 시민이 나서야
살 집이 없어서 정착이 안 되는 걸까. 지난달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의성의 현실은 다른 곳을 가리킨다. 의성에는 2차 종합병원이 단 한 곳뿐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인기 병원장이 대부분의 과를 진료한다. 군 유일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이 병원에 있는데, 김 원장이 초빙한 팔순의 대학 은사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여기 아니면 구미, 대구, 안동까지 가야 한다”며 “아는 분 중 아이가 3명인 공무원이 있는데, 발령받아 이사 오고도 병원이 없어서 다시 나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416일 동안 혼자서 응급실을 지키다가 버티지 못하고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면서도 “병원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사고 난 사람이 상주까지 실려갔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지혈만 했어도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참 죄송하더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순 비교지만 의성군보다 인구가 적은 영월군도 영월의료원을 운영한다. 한 해 예산이 400억원 규모이고, 최근 국비를 포함해 1427억원을 들여 신축 이전도 결정했다. 연간 예산 1조원이 넘는 의성군은 왜 못할까. 지난 4년간 의성군이 발주한 공사 관련 계약만 7000억원이 넘는다. 물론 의사수급 등 의료원 설립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역 사정을 재단할 순 없지만 하나의 실마리는 있다.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에서 확인해보니 자신과 관련 있는 업체로 관급공사 등 수의계약을 딴 지방의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곳이 의성군이다. 한 전직 의성군의원은 업자로부터 “당신만 안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의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남 광양시에서는 세금으로 개인 매실밭 길을 포장했다. 지자체 사업 내역을 보면 비슷한 이름의 토목공사가 수두룩하다. 꼭 필요한 곳도 있었겠지만, 우선해야 할 사업이 뒷전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까.
소설 속 난하카마에서도 정착민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아이가 사고를 당했던 정착민은 말한다. “위험한 곳을 찾아간 건 아들 책임입니다. 그걸 막지 못한 건 우리 부부 책임입니다. 다만 병원으로 이송되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린 건 아이 탓도 우리 탓도 아닙니다.” 이들이 떠난 건 예측불허의 사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사고를 딛고 일어서게 할 구조가 없었던 탓이다. 정착 사업을 둘러싼 이 미스터리의 진상 역시 ‘지역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닿아 있다.
의장직을 노리고 당선되자마자 탈당하는 지방의원, 이권 개입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군수들이 이 질문을 고민할 것 같지는 않다. 지방자치제 자체는 무익하지 않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의성군의원 시절 조례를 발의해 학교 급식비 지원의 첫발을 떼게 한 것을 뿌듯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울산 업무보고 당시 울산의료원 설립을 요청받고 ‘의료원을 만들려고 성남시장이 됐고 그렇게 했다. 울산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을 결정하는 힘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급식비 조례와 수의계약 수주왕은 같은 제도에서 나왔다. 난하카마와 달리 의성 이야기는 미완이다.
▶ 관련기사 전체 보기 : 의원님은 수주왕
지난주 폭우에 손님방 비가 샜어. 벽을 타고 빗물이 방 안으로 줄줄. 저번 주간 후배가 하룻밤 단잠을 자고 갔는데 그때 아니어서 다행이다. 아이고야 성가셔라~ 전통 기와지붕이라 더 문제야. 요새 전문가가 어딨나. 사다리를 걸고 서너 차례 올라다니며 단도리. 방비를 임시로 했다만, 또 비가 억수로 와봐야 알겠지. 보통 기와집은 비가 새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게 일이 꼬이는 법. 맑은 하늘만 날마다 있길 빌어야지. 행여 집을 비운 사이 들이닥친 빗물에 수영장이 될지도 몰라. 맑다는 건 마음조차 개운하게 맑아야 맑음이겠다. 속이 흐리면 세상살이 날마다 장마통. 시골도 주택이 사라지고 아파트나 빌라 단지가 날로 늘어간다. 여름살이 겨우살이 낡은 주택에 지치고 고생한 주민들이 하나둘 죄다 대피 중인가.
국부펀드 ‘우주·양자’ 투자…전략 품목 ‘국내 생산 유도’ 세제 혜택‘AI 충격 완화’ 2030년까지 일자리 20만개…구체적 계획 없어 한계
정부가 14일 내놓은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국부펀드 등을 통해 신성장 산업으로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국가주도산업 전략을 제시한 데 비해 청년 고용과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K자형 성장이 굳어지는데 양극화 완화가 정책의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성장전략의 핵심은 ‘3대 메가프로젝트’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개 분야에서 전력과 부지, 인허가를 신속 지원하는 ‘국가 총력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체계도 개편한다. 한국투자공사(KIC)의 종합형 국부펀드에선 원전·우주항공·양자기술 등 전략산업에 투자한다. 국민성장펀드에서도 ‘초혁신경제펀드’를 새로 조성해 첨단기술 사업화와 시제품 제작 등 초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중동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국내 생산 세액공제’도 도입한다. 국내 생산·판매 실적에 따라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생산 초기 결손으로 세액공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별도 지원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이 어려운 품목은 비축을 확대하고, 수입선도 다변화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대체 수입할 경우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통해 저리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 완화 대책도 담겼다. 2030년까지 민간과 공공을 합쳐 2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민간에서는 신산업·과학기술·문화·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창업, 인턴십 등을 통해 10만개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는 채용 연계형 등 10만개의 일자리를 각각 마련한다.
청년 지원책으로는 청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가 담겼다. 연간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의 저축 납입금에 10%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이자·배당소득 비과세와 납입 한도를 확대한 상품을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40만호 이상의 공공임대주택도 공급한다. 그러나 청년 고용과 양극화 대응책은 기존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자리 상당수가 2030년까지 추진될 중장기 목표인 만큼 실제 고용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략산업 중심의 성장만으로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만개의 일자리라는 숫자보다 어떤 일자리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결국 민간에서 만들어져야 하는데 구조개혁 없이 목표만 제시해서는 지속 가능한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년형 ISA와 소득공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과 저축 여력이 있는 청년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역시 대부분 중장기 계획이어서 당장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다른 양극화 대응 과제도 후순위로 밀렸다. 공공부문 기간제 처우 개선은 사회적 대화 논의 착수,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권리 강화도 지원 방안 검토 수준에 머물렀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막대한 초과이윤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청년 고용 부진과 소득·자산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며 “전략산업 지원과 함께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혁신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변방의 소도시 난하카마. 이곳에는 6년 전 모든 주민이 죽거나 떠나 유령 마을이 된 작은 촌락이 있다. 시는 이 마을의 빈집에 외지 사람을 정착시킨다는 이른바 ‘I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예측불허의 사건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추리소설 의 줄거리다. 소멸위기 앞에서 행정력과 돈을 쏟아붓는 이 가상의 공간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민선 8기 지방의원의 수의계약 내역을 전수조사한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 취재 과정에서 들여다본 경북 의성군을 떠올리게 했다.
난하카마는 인구 6만명 정도에 네 개 도시를 합병한 광활한 지자체로 묘사된다. 의성군도 인구 4만8000명에 기초단체 중 10위, 서울시의 2배에 가까운 면적을 지니고 있다.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방식도 닮았다. 의성군의 ‘예술가 일촌맺기’는 젊은 예술가를 초빙해 장기적으로 지역에서 터전을 일굴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난 4년간 354억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도 확보했는데, ‘행복 보금자리 조성’ 등 주로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에 쓴다.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일촌맺기는 의성군의회에서조차 참여자들과 이후 연결이 끊긴다면서 “2억원을 지원했는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설 ‘I의 비극’ 닮은 경북 의성군2차 종합병원은 단 한 곳뿐인데사익 챙긴 수의계약 의원 수두룩정책 결정할 힘 가진 시민이 나서야
살 집이 없어서 정착이 안 되는 걸까. 지난달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의성의 현실은 다른 곳을 가리킨다. 의성에는 2차 종합병원이 단 한 곳뿐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김인기 병원장이 대부분의 과를 진료한다. 군 유일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이 병원에 있는데, 김 원장이 초빙한 팔순의 대학 은사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는 “여기 아니면 구미, 대구, 안동까지 가야 한다”며 “아는 분 중 아이가 3명인 공무원이 있는데, 발령받아 이사 오고도 병원이 없어서 다시 나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416일 동안 혼자서 응급실을 지키다가 버티지 못하고 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면서도 “병원에서 200m 떨어진 곳에서 사고 난 사람이 상주까지 실려갔다가 결국 돌아가셨다. 지혈만 했어도 돌아가실 분이 아닌데, 참 죄송하더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순 비교지만 의성군보다 인구가 적은 영월군도 영월의료원을 운영한다. 한 해 예산이 400억원 규모이고, 최근 국비를 포함해 1427억원을 들여 신축 이전도 결정했다. 연간 예산 1조원이 넘는 의성군은 왜 못할까. 지난 4년간 의성군이 발주한 공사 관련 계약만 7000억원이 넘는다. 물론 의사수급 등 의료원 설립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역 사정을 재단할 순 없지만 하나의 실마리는 있다. ‘의원님은 수주왕’ 기획에서 확인해보니 자신과 관련 있는 업체로 관급공사 등 수의계약을 딴 지방의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곳이 의성군이다. 한 전직 의성군의원은 업자로부터 “당신만 안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의성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남 광양시에서는 세금으로 개인 매실밭 길을 포장했다. 지자체 사업 내역을 보면 비슷한 이름의 토목공사가 수두룩하다. 꼭 필요한 곳도 있었겠지만, 우선해야 할 사업이 뒷전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까.
소설 속 난하카마에서도 정착민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아이가 사고를 당했던 정착민은 말한다. “위험한 곳을 찾아간 건 아들 책임입니다. 그걸 막지 못한 건 우리 부부 책임입니다. 다만 병원으로 이송되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린 건 아이 탓도 우리 탓도 아닙니다.” 이들이 떠난 건 예측불허의 사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사고를 딛고 일어서게 할 구조가 없었던 탓이다. 정착 사업을 둘러싼 이 미스터리의 진상 역시 ‘지역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닿아 있다.
의장직을 노리고 당선되자마자 탈당하는 지방의원, 이권 개입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군수들이 이 질문을 고민할 것 같지는 않다. 지방자치제 자체는 무익하지 않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의성군의원 시절 조례를 발의해 학교 급식비 지원의 첫발을 떼게 한 것을 뿌듯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울산 업무보고 당시 울산의료원 설립을 요청받고 ‘의료원을 만들려고 성남시장이 됐고 그렇게 했다. 울산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을 결정하는 힘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급식비 조례와 수의계약 수주왕은 같은 제도에서 나왔다. 난하카마와 달리 의성 이야기는 미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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