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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정지아의 선물]오징어젓과 육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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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이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6-07-1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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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김장을 했다. 무려 육십 포기나. 지난 몇년 친한 언니의 김장을 돕고 여러 통 얻어먹었지만 내가 주도해서 김치를 담근 건 처음이었다. 언니의 레시피 덕에 김치가 제법 맛있었다. 김장을 해본 적 없는 서울 출신 제자가 이렇게 맛있는 김치는 첨이라며 김치 한 사발에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웠다. 언니의 김장 레시피가 사실 색다를 건 없다. 생새우 대신 민물새우인 토하를 갈아 넣는다는 정도? 아, 육수에 말린 메주콩과 고구마를 넣는 것? 그 외 다른 점이라면 추젓 대신 육젓을 썼다는 점이었다. 제자는 추젓과 육젓의 차이도 알지 못했지만 보통 김장할 때는 육젓을 쓰지 않는다.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내가 비싼 육젓을 추젓 대신 듬뿍 넣을 수 있었던 건 한 제자 덕분이다.
제자 어머니 남친, 아니 남사친이 젓갈 도매업을 하신대. 엄청 좋은 광천 토굴 육젓을 몇통이나 보내주셨어.
제자는 몇해 전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얼마 뒤 어머니가 첫사랑이었다는 초등학교 동창이 연락을 해왔다. 첫사랑이란 그렇게 오래도록 아련한 모양이다. 어머니는 어디까지나 친구라고 딱 잘라 선을 그었단다. 역시 혼자가 됐다는 그 동창에게는 첫사랑이 현재 진행 중인 건지, 그저 아련함으로 남은 건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자신이 담가 판매하는 온갖 종류의 젓갈로 첫사랑에게 선물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 선물이 나에게까지 온 것이다. 내 설명을 들은 제자가 배를 잡고 웃었다.
쌤 밥상에는 김치 하나에도 서사가 있구나! 천상 소설가야.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둔 덕이다. 빨치산이었던 내 부모는 모든 복을 명(命)으로 받아 천수를 누렸고 누리는 중인데 암만해도 나는 모든 복을 사람으로 받은 것 같다. 어머니에게 온 육젓을 보낸 제자는 내가 특별히 해준 것도 없다. 대학에 입학해 처음 쓴 소설이 너무 좋았고, 잘 쓴다 칭찬했을 뿐이다. 선생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그 작은 관심과 칭찬을 거름 삼아 좋은 사람으로 잘살고 있다. 노상 내 덕이라 하지만 그 정도의 선의를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잊지 않을 수 있는 것도, 모두 제자 자신의 능력이고 성품이다.
두어 해 전, 제자 몇과 동해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여행이라기보다 내 강연이 있었는데 워낙 멀어 하루 자야 했고, 구례서 운전해 가기는 너무 먼 길이라 육젓 보낸 제자가 대신 운전을 해준 것이다. 어느 가게에서 삼숙이탕을 먹었는데 탕도 맛있었지만 밑반찬으로 나온 오징어젓갈이 너무 맛있었다. 원래 잘 먹지도 않던 젓갈을 주인을 졸라 조금 샀다. 제자는 그 작은 일을 지금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얼마 전 놀러 온 제자가 오징어젓갈 한 통을 내밀었다. 제 식구와 어느 식당에 갔는데 오징어젓갈이 괜찮길래 사 왔다나.
나중에 동해 가면 그 집 거 사 올게요. 이것도 혹 입맛에 맞으실까 하고.
이미 제자는 동해 식당에 전화를 걸어 택배를 부탁했었단다. 장사 잘되는 집답게 택배는 하지 않는다고 하여 포기했다가 비슷한 맛을 발견하고 사 온 것이다. 이런 선물은 입맛이고 뭐고 없다. 그냥 맛있어야 하는 거다. 실제로 맛있기도 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한 통을 다 먹어 치웠는데 마음이라는 최고의 엠에스지 덕분이었을 게다. 이런 아이가 내 제자라니, 다 내 복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 김장김치에는 온갖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고창 농부가 보내준 고춧가루, 제자의 육젓, <아버지의 해방일지> 속 떡집 언니의 모델인 엄마 친구 딸이 담근 멸치액젓, 역시 소설 속 ‘짝은 상욱이’의 모델인 곡성 농부가 농사지은 찹쌀, 친한 선배의 오빠가 직접 기른 양파, 선배의 사촌 언니가 농사지어 절여준 배추, 친한 구례 농부가 직접 잡은 토하에 이르기까지, 여러 친구의 정성스러운 마음의 결과물이 우리 집 김장김치다.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가 없다! 음, 내가 직접 키운 무와 생강도 한몫했다.
서울 살 때 나는 밥상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마지못해 한 끼 대충 때웠다. 밥이 자동차 굴러가게 하는 휘발유나 되는 양. 시골 와 살아보니 알겠다. 정성어린 마음으로 차린 밥이 몸과 맘을 살찌운다. 사람은 그런 밥을 먹어야 몸도 맘도 건강하다. 밥을 무시하는 사람이 어찌 제 몸과 삶을 존중할 수 있으랴. 내 밥상은 오늘도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알차고 맛나다.
제주4·3과 일제강점기 역사 현장을 걸으며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4·3 평화트레일’이 열린다.
제주도는 올해 모두 4차례의 ‘4·3 평화트레일’을 기획했다고 14일 밝혔다. 첫 행사는 오는 18일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일원에서 열린다.
4·3 평화트레일은 ‘역사를 걷고, 평화를 만나다’를 주제로 4·3의 역사 현장을 직접 걸으며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자리이자 환경정화, 시민 참여 활동을 결합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참가자들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을 탐방하며 제주4·3과 일제강점기 유적의 역사적 의미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환경정화 활동인 ‘평화 쓰담달리기(플로깅)’, 평화 메시지 작성, 평화를 주제로 한 인증사진 촬영 등의 활동을 한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평화 실천 배지를 증정한다.
참가 접수 인원은 20명으로,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온라인 신청서(구글 폼 : 통해 신청하면 된다.
김양보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회차마다 제주의 다양한 역사·평화 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도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평화문화 확산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과몰입을 막기 위한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4살 미만의 경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가입을 제한하고 19살까지는 과몰입을 유도하는 장치들, 알고리즘들의 노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단계별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와 협의해 부모 동의가 있을 경우 청소년 SNS 제한이 가능하도록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으나 청소년들의 ‘디지털 중독’이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만큼 규제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정보격차, 웹 접근성,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2025년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4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4년생∼고교 3년생의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시청 시간이 하루 평균 3시간 20분에 달한다는 언론진흥재단 조사결과도 있다. SNS는 사회 연결망을 강화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인다는 순기능이 있으나, 가치관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겐 부정적 영향이 크다. SNS 중독은 수면부족, 학습방해는 타인과의 비교에 따른 자존감 저하나 불안감 등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영미권 국가 청소년들의 행복도가 최근 10년간 하락한 이유로 SNS 사용이 꼽혔다. 사이버불링·딥페이크 등 사이버 폭력 노출 사례도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이미 각국 정부가 SNS 이용의 부작용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가입을 금지했고, 영국은 내년부터 16세 미만 SNS 계정 생성을 금지한다. 캐나다·프랑스·덴마크 등도 규제 방침을 굳혔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권에서 이런 규제책을 도입하는 것은 청소년의 SNS 의존이 플랫폼 기업과 어른의 책임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관련 규제법안 7건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다만 SNS 사용을 법으로 막는 것만으론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대학 연구팀이 호주 사례 성과를 검토한 결과를 보면 규제 대상 청소년의 80%가 가짜 계정을 쓰거나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 접속해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2011년 도입된 16세 미만 ‘심야 인터넷게임 셧다운제’가 실효성 논란 끝에 2022년 폐지된 사례가 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중독을 유도하도록 한 플랫폼들의 알고리즘 설계에 책임을 묻고, 강력한 연령 인증 수단을 도입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모쪼록 정부·국회가 전문가와 학부모, 청소년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 실정에 맞는 SNS 규제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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