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소년보호사건변호사 “에너지·나프타 협력 확대…중동지역 평화 회복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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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 정상회담을 하고 중동발 정세 불안 속에 에너지와 나프타 등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조선·금융·인공지능(AI)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선 협상 재개 공동선언을 포함해 15건의 양해각서(MOU) 등 문건에 서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인도 정부 영빈관인 뉴델리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이제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했다”면서 “조선·금융·AI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문화와 인적 교류도 한층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인도는 1973년 수교 이후 2010년 CEPA를 체결했고, 2015년부터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모디 총리는 공동언론발표에서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갖고 있으며, 함께 손을 맞잡고 공동번영을 이룰 수 있다”며 “한국과 핵심 기술 및 공급망과 관련한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안보 대화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장관급 협력 플랫폼인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무역·투자·핵심 광물·원자력발전, 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CEPA 개선 협상에 속도를 내 변화된 통상 환경에 함께 대응해 나가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250억달러 수준인 양국 교역 규모를 2030년까지 5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의 기술력과 인도 중앙·지방정부의 시설 건설 지원·보조금 지급 등 정책 지원을 결합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금융기업의 인도 금융시장 진출, 양국 AI·디지털 협력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CEPA 개선 협상 재개 공동선언, 산업협력위원회 신설·항만 협력·문화창조산업 협력·QR코드 결제 연동 MOU 등 총 15건의 문건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중동 지역 안정과 평화 회복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면서 “역내 평화와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도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인도는 평화와 안정성이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인도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 및 ‘나브바라트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고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도록 인도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고용 서비스 통합 플랫폼 ‘고용24’에서 사무 보조원, 경리 사무원 등의 중소기업 채용공고가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쓰이기 시작한 2023년을 기점으로 2~3년 사이 가파르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AI발 일자리 축소 위기가 가시화하면서 여성 중소기업 구직자,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 경력 없는 신입직 청년 등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AI발 일자리 위기가 기술을 넘어 정치의 문제인 만큼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입하고, 노동과 AI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22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고용24 7년치 채용공고 788만1225건을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결과,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으로 꼽히는 34개 직종의 채용공고는 2019년 7만2682건에서 2022년 10만4441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4만5675명으로 3년 만에 56.3%가 줄었다. 34개 직종에는 경리사무원, 사무보조원, 회계사무원, 전산 자료 입력원 등이 포함됐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조사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 일반 사무원(업무의 45%를 AI로 대체 가능), 데이터 입력원(67.1%) 등의 직종과 유사하다.
전체 채용공고도 2019년 84만723건에서 2022년 148만8715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98만5044건으로 3년 전에 비해 33.8% 줄었지만, 34개 직종의 감소세가 더 가팔랐다. 전체 채용공고 중 34개 직종의 비중도 2022년 7.02%를 거쳐 지난해 4.64%로 감소했다. 2022년은 챗GPT가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AI의 파급력이 전 사회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때다.
분석대상인 고용24 채용공고 788만여건은 거의 대부분 중소기업이 올린 구인 공고다. 민간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고용24로 연계한 채용공고는 제외됐다. 노동부는 고용24가 노동시장을 대표하진 않지만 “노동시장의 추이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통계”라고 했다.
채용공고 감소가 나타난 2023년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일상과 업무에서 쓰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직원 15명을 둔 10년 차 중소기업 대표 A씨는 “AI 도입 이후 ‘사람 뽑을까’ 고민하기보다 ‘AI부터 써보자’는 쪽으로 채용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중”이라며 “신규 채용을 안 하려는 분위기가 이미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AI 확산이라는 단일 변수만으로 중소기업 채용공고 감소를 설명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소기업의 AI 도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경기침체 변수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 연구자인 정준호 강원대 교수는 “2022~2023년 물가 상승과 내수침체 등 국내 경기 변동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며 “자동화와 기술효과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서서히 나타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AI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에 관해 상반된 결론을 담은 논문을 내놓고 있고, 정부는 “겁먹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AI발 실업·실직의 공포는 노동시장의 ‘약한 고리’들에게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AI발 일자리 공포를 해소하려면 기업이 아닌 시민과 정부가 논의의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전북 전주에 거주하는 권미옥씨(53)는 최근 AI 활용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오는 6월에는 전산회계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있다. “AI가 요즘 ‘핫’하니 배워두면 뭐라도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요.” 20년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그는 재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을 준비한다.
지난 15일 방문한 전북 완주새일센터에선 권씨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30~50대 여성 15명이 AI 활용 전산회계 직업훈련교육을 받았다. <전산회계 2급 문제집>과 <이게 되네? 제미나이 미친 활용법 81제>를 책상에 함께 펼쳐놨다.
AI의 등장은 모두가 ‘멀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으며 갖춰야 할 역량과 해야 할 일의 가짓수를 늘렸다. “요샌 중소기업도 경기가 어렵다면서 경리, 회계를 없앴어요. 이제 ‘멀티’를 요구하거든요. 회계하던 친구한테 홍보물도 만들라고 하고 이것저것 하길 바라는 거예요.” 지역에서 직업상담을 해 온 임미현 완주새일센터 팀장은 여성 대상 3t 미만 지게차 교육을 운영할지 고민 중이다. “중소기업도 회계자격증 있는 직원이 지게차까지 운전할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그 사람을 뽑겠죠. AI로 전천후 인재가 돼야 해요.”
교육 참가자들이 수업에 집중하면서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던 것은 지역 중소기업에 사무직 자리가 흔치 않아서다. 완주새일센터에서 연계하는 여성 일자리 10개 중 4개는 현대차 협력사 위주로 남성을 선호하는 생산직이다. 나머지 4~5개는 요양보호사 등 저임금 돌봄·복지 일자리가 차지한다. 경리·회계·홍보사무원 등을 뽑으려는 중소기업은 극소수다.
고용24 데이터 분석 결과 중소기업 사무직 일자리의 감소는 최근 더 가팔라졌다. 그 안에서 여성들이 하던 일자리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박수범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회계·경리·사무직 등은 AI 대체 위험도가 높은 직군이고 여성이 많이 근무하는 직종”이라고 했다.
현장에선 중소기업 사무원 채용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열악해진 이유를 ‘불황’으로 짐작했고, AI가 채용감소를 가속할 것으로 봤다. “어떤 (중소기업) 차장님은 로봇을 6000만원이면 산대요. 사무직 연봉이 2500만원이니 3년이면 본전 뽑는 거죠.” 임 팀장이 말했다. “기업에선 여성 일자리부터 없어진다는데, 없어선 안 되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고 수강생들에게 매번 얘기해요.”
지역에서 중소기업 사무직마저 사라지면 남은 여성 일자리는 돌봄노동이다. 고용24의 데이터 788만여건을 분석해보니 요양보호사 등 돌봄서비스직의 채용공고는 2019년 7만1732개에서 지난해 25만1284개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월급제·연봉제는 줄고 시급제 일자리는 21.6%에서 34.4%까지 증가해 일자리의 질이 악화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저임금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해야 AI로 일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직업 선택지가 넓어지고 사회 전체의 효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IT 업계가 느끼는 AI발 일자리 공포는 유독 크다. AI의 코딩 등 작업 속도가 인간을 앞지른다는 논의 속에서 늘 대체 1순위로 꼽힌다. 국가데이터 취업자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업계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2000명가량 감소했다.
IT 업계의 일자리 공포는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IT 분야 채용공고는 2022년에 비해 지난해 4분의 1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웹 개발자,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 모바일 앱 프로그래머 등 24개 IT 분야의 고용24 채용공고는 2019년 4714건에서 2022년 8209건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 2360건으로 감소했다. 생성형 AI가 상용화되기 전인 2019~2022년 중소기업 IT 직군의 경력직 채용 비율은 41.9%였는데 2023~2025년 경력직 채용 비중이 46.1%로 증가하며 ‘경력직 우대’ 현상이 뚜렷해진 점도 특징이다.
국내 IT 대기업에선 ‘더 이상 개발자는 필요 없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AI로 코딩 생산성이 2~3배가량 좋아져 10년 후면 개발자 100명 중 3분의 1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IT 대기업의 12년 차 개발자 B씨가 말했다. “신규 인력은 뽑지 않고 필요한 인력 수요는 AI로 상쇄키는 쪽을 기업은 택하겠죠.”
일각에선 IT 업계에서 내세우는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히려 AI 효과를 과장하는 ‘AI 워싱’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AI 기술 발전과 데이터센터 확충 등에 막대한 자금을 붓는 다국적 IT 기업에선 ‘AI 투자’를 직원들이 인건비 감축이나 채용 축소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사 업무에 배치된 인력을 최소화하며 부서 간 이동이나 채용을 AI로 처리 중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사건도 관련 업무와 부서를 통합하면서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일본인이나 인도인이 조사한다. 곽창용 한국MS 노조 사무국장은 “AI로 업무를 모두 전환했다기보단 AI에 투자하기 위해 돈을 벌지 않는 부서는 축소하는 추세”라고 했다.
AI 도입을 둘러싼 IT 업계 직원들의 공포는 구글코리아에서 더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구글코리아의 AI 활용은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 AI로 생산성을 높이라는 압박 두 가지 형태로 진행 중이다. 구글코리아 노조는 “지난해부터 본인의 업무를 자동화해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를 사측에서 받았다”고 했다. 가령 원래 2시간 걸리던 업무를 AI를 이용해 30분으로 단축하라는 식이다.
노조는 사측이 진행하는 인력감축 시도가 AI의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의심한다. AI가 신입 채용을 줄인다는 기존 분석과 달리 구글코리아에선 시니어 직원을 타깃으로 해고 통보가 이뤄지고 있어서다. 최근 구글코리아에선 10년 차 이상 직원 2명이 저성과를 이유로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종섭 구글코리아 노조 지부장은 “인건비가 높은 중간급 직원을 줄이고 그 돈으로 AI 투자 비용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며 “해고가 있어도 노동자들은 소식을 알 수가 없고 회사와 작성한 고용안정합의서는 무의미해진 상황”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구글코리아 사측에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일자리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신입’은 AI 등장 이후 취약 계층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뒤 줄곧 인용되는 한국은행의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는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고용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쓴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연구팀장은 “(AI 효과라는) 인과관계를 100% 단정하긴 어렵지만, AI 노출도와 노동자가 받은 충격의 시점, 업종 등을 보면 상당히 인과관계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숙련도를 인정하지 않는 편인 중소기업에서도 AI 확산 전후로 경력직 우대 현상이 이어지는 정황이 나타났다. 고용24 채용공고를 분석해보니 2019년 중소기업 채용공고에서 신입 직원과 경력직원의 평균 임금 격차(연봉 환산)는 2019년 474만원에서 2025년 574만원으로 증가했다. 중소기업 채용공고의 전체 평균 임금이 2024년 2780만원에서 지난해 2709만원으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신입·경력의 임금 격차는 569만원에서 574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유통·금융·제조업 대기업 임원 4명에게 속내를 물어보니 비관과 낙관이 뒤섞인 전망을 내놨다. 한 제조업체 임원은 “채용 규모가 단기적으로 감소할 순 있으나 큰 변화가 바로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오른 만큼의 채용 규모를 줄이는 중장기적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반면 한 유통업계 임원은 “법률 검토 등에서 AI로 효과를 본 것은 맞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신규채용 감소는 경기침체처럼 외부 변수를 함께 봐야 하고 AI는 (채용 규모를 줄이는) 핑계 아닐까 싶다”고 했다.
정부 위원회의 입장은 ‘과도한 공포’라는 데 가깝다. “너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과 유사하다.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원래 한국 기업은 신입채용을 줄여왔는데 ‘AI 때문에 채용을 안 한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AI 워싱에 가깝다”고 했다.
엇갈리는 진단과 분석 속 일자리 공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논의가 필요할까. 이재흥 시민기술네트워크 상임이사(국가AI전략위 민간위원)는 “AI를 둘러싼 일자리 논의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이고 인간이 AI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AI 기술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기구나 대화체에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고 “정부가 기업에 세제, 보조금 등 인센티브 구조를 ‘일자리 유지’에 가깝게 짜야 한다”고 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AI가 사람처럼 실제 일을 하는지 판단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자리 공포의 원인을 AI에서 찾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AI는 죄가 없고 AI가 악인 것처럼 탓하면 안 된다”고도 했다. 김 소장은 “AI를 활용하더라도 사람을 자르지 않고 AI와 협업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지금은 인건비 줄이는 결정을 기업가가 내리고 있는 것”이라며 “AI를 고용에 도입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홍배 의원은 “AI가 노동시장을 바꿀 때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사람들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기술 변화의 부담이 취약한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가 균형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건설사 주가가 2~8배 이상 급등하며 뜻밖의 ‘봄’을 맞았지만, 건설 현장은 폐업과 부도, 감원의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건설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가 하면 폐업한 중소 건설사는 1000곳이 넘어 12년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중동전쟁 이후 재건 기대감에 대형 건설사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주택 착공 감소와 미분양 장기화, 공사비 상승에 따른 업황 부진은 여전한 탓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 속 지방 미분양 해소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기준 올해 초 대비 주요 건설사 주가 상승률은 대우건설이 770.3%, 현대건설 144.6%, DL이앤씨 145.6%, GS건설 121.6% 등으로 집계됐다. 3개월 보름사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것이다. 중동전쟁이 끝나면 현지 에너지 시설 복구 등 재건 사업에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이란 기대가 먼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글로벌 에너지 재편 과정에서 원자력발전소 수주 확대 전망까지 더해져 투자 심리에 불이 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해외 수주 시장이 국내 건설사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 재건과 원전 확대에 힘입어 향후 3년간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규모가 140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2010~2014년 ‘중동 붐’에 필적할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주요 피격 인프라 상당수가 국내 기업이 시공한 곳”이라는 점을 근거로 향후 수주전에서의 국내 기업의 우위를 점쳤다.
정작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최근의 주가 급등세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전쟁이 완전히 끝난 뒤이야 피해 규모와 발주 계획, 수주 가능성 등을 가늠할 수 있다”며 “실적과는 무관하게 추상적인 기대만으로 급격히 오르는 주가를 보며 업계에선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 현장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주택 착공 급감, 지방 미분양 장기화에 중동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 확대의 이중 압박에 직면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주요 13개 건설사(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GS건설, 롯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SK에코플랜트, KCC건설, 서희건설, BS한양, IS동서, 진흥기업) 합산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미분양과 입주 지연으로 공사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차입금에 따른 재무 부담도 크다. 13개 건설사 합산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9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000억원 늘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도 27조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PF 보증이 크다는 건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건설사가 떠안을 빚의 폭탄이 크다는 뜻이다.
긴 불황으로 현장 분위기는 이미 살벌하다. 건설업 폐업, 부도, 감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0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증가해 2014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신고된 폐업 건수 1323건 중 1115건(84.3%)은 하청업체가 많은 전문건설사가 차지했다. 규모가 작고 원도급사의 발주 감소 영향을 직접 받는 영세업체들이 먼저 한파를 맞고 있다는 의미다.
대형사들의 부도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1곳에 불과했던 종합건설사 부도 건수는 2022년 5곳, 2023년 9곳, 2024년 12곳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0곳이 부도를 냈고 올해도 지난달까지 2곳이 지급 불능상태에 빠졌다.
건설사들은 몸집을 줄이며 불황을 견디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4만9370명으로 1년 전(5만2233명)보다 2863명(5.5%) 줄었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최근 장기근속자와 임금피크 대상자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에 나섰고,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말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규 채용 역시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면 경력직·수시 채용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사업성 판단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며 “일감 축소에 따라 신규 채용과 조직 운영도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동전쟁이 종결되더라도 물동량의 즉각적 회복은 어렵고 유가, 환율 등 요인이 더해지면 공사비 상승에 따른 업계 영향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계속되는 PF 부담과 미분양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량 사업장을 골라 지원하고 한계 사업장은 재구조화·정리하는 체질 개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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